방콕*파타야 자유여행- (2부) 방콕의 극과 극 체험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방콕*파타야 자유여행- (2부) 방콕의 극과 극 체험

절벽마녀 12 3418

051115_bangkok01.jpg


#1. 태국 싸고 좋지~.

"이번 여행 어디로 가는데?"
"태국"
"싸고 좋겠네."

그러게 말이다. 싸고 좋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서인지 막상 한국돈으로 600원밖에 안하는 길거리 국수조차도 더 싼 것을 찾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생각보다 꽤 많은 돈을 이번 여행 경비에서 썼다. 그 연유는 여행 첫날과 둘째날에 있었으니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2. 1바트와 만바트

1바트 챙기려고 하다가 만바트 잃어버리다.

여행가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거나 복대까지 했는데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여행기를 읽으면서 코웃음을 쳤었는데 이번 태국 여행 첫날부터 우리는 경찰서를 왔다갔다 했다. 자고로 태국이나 중국일수록 택시비로 사기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택시 운전사에게 "미터" 라고 크게 외치면서 미터기 요금을 뚫어지게 보면서 카오산 거리로 가자고 했다. 중간에 톨비 용지까지 주면서 꽤 친절한 택시 운전기사라 마음 놓고 있었는데 도착하니 미터기는 178바트를 표시하고 있는데 290바트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영어를 잘못들은 줄 알고 300바트를 냈더니 조그마한 동전을 10개준다. 설마 10바트겠지 하고 남편이랑 흥분하면서 이 동전이 1바트냐, 10바트냐를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1바트임이 판명이 나고 그냥 첫날이니 괜히 이런 거에 마음 상하지 말자고 하고는 바로 신발가게로 갔다. 슬리퍼가 태국이 싸다는 말에 와서 사야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발 하나에 100바트밖에 안되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바로 구입하려고 지갑을 찾는데 아차차. 지갑이 없다. 공항에서 바로 택시타고 내려서 바로 신발가게에 왔으니 택시안에 놓고 내린 것밖에 없다. 세상에. 1바트 챙기다가 모르고 지갑을 택시 안에 두고 내린 것이다. 그 지갑 안에는 우리 여행 경비의 70%가 들어있었다. 당장 쓸 돈만 약간 꺼내서 가방 안에 놓았던 것이니, 여행 시작하자마자 이게 왠 날벼락인가. 거의 그냥 집으로 가자는 말이 튀어나올듯한 남편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쇼핑이고, 먹거리고 뭐고 경찰서부터 갔다. 그런데 영어가 안 통한다. 참으로 난감하다. 국제 전화카드 사고 신용카드 분실 신고하고 숙박잡고 짐부터 풀어놓았다.

어차피 잃어버린거 잊어버리자. 이제부터 넌 만바트야.

그때부터 다음날까지 모든 경비에는 만바트가 붙었다. 20바트짜리 국수를 먹으면 "이건 만 20바트짜리 국수야." 라고 하고 10바트짜리 꼬치를 먹을 때에는 "이건 만 10바트!". 정말 비싼 국수와 꼬치를 먹는다. 도대체 만바트면 100바트 신발을 몇 개나 사는거야? 100개?

#3. 방콕의 극과 극 체험

지갑에 3천원이 있으면 3천원을 쓰고, 30만원이 있으면 30만원을 쓴다.

내가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세상에 널린게 멋진거, 맛난것인데 지갑 안의 돈이 가만히 내 지갑안에 들어있을 턱이 있나. 이번 여행에서도 이 진실을 뼈져리게 깨닫게 된 것이다. 만 바트를 오자마자 잃어버리고 나자 그나마 남아있던 돈들로 절약해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용카드만 없었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그놈의 밑도 끝도 없는 돈주머니여.

카오산의 여행자 거리라는 말답게 태국인은 장사꾼말고는 보이지도 않고 대부분 눈은 흐리멍텅하고 껄렁껄렁한 나시에다가 쪼리를 끌고다니는 얼굴 허연 외국인들 투성이다. 더구나 국수 20바트(540원), 꼬치 10바트(270원), 대하 바베큐 8마리 160바트(4300원)이니 어찌 입이 즐겁지 않겠는가. 더구나 더블 침대에다가 에어컨 나오고 조금 썰렁하지만 나름대로 깨끗한 게스트하우스 역시 700바트(18000원)이니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하루 3만원이면 배터지게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호사를 부려서 1시간짜리 타이마사지를 받으면 180바트(5000원)이다. 그래 남은 돈으로 충분히 생존할 수 있어.

문제는 둘째날 점심부터였다. 필리핀 여행을 갔다오면 꼭 랍스터를 1만원에 푸짐하게 먹었다는 둥, 팔뚝만한 대하를 먹었다는 둥하는 동료들의 말에 꼭 방콕에서도 씨푸드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검색을 해서 씨푸드 식당치곤(!!) 저렴하다는 실롬거리의 "쑴분씨푸드"라는 곳으로 갔다. 들어서자마자 정말 큰 랍스터와 킹타이거새우가 수족관사이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가격표가 있긴 했지만, 싸다는데!!. 실컷 먹어보자는 생각에 2kg 가까이 되는 랍스터를 고르고, 킹 타이거 새우도 1.5kg 정도 고르고, 손바닥만한 굴도 시키고 야채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해산물 샐러드까지 시켰다. 싸다는데!! 막상 조리되어서 나온 양을 보니 성인 4명이 먹어도 될만한 양인 것이다. 약간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싸다는데!! 이번 기회에 실컷 씨푸드를 먹자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동통하고 졸깃한 랍스터살을 먹으면서 여태까지 먹었던 랍스터는 냉동이었어라고 외치고, 킹타이거 새우 바베큐를 먹으면서 새우살을 입안 가득히 넣으면서 행복해하고, 석화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 3배는 족히 될듯한 굴을 입안에 넣으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런 음식점이 한 사람당 500바트면 먹는다고 안내 책자에 나왔으니 얼마나 사랑스럽지 마지 않은 방콕인가. 우리는 심지어 한 2천바트를 받아도 사먹겠다면서 시원하게 맥주까지 들이켰다.

빌, 플리즈.

남편이 건네받은 계산서에서 "7"이라는 숫자가 언뜻 보였다. 아, 700바트 정도 나왔나보다. 정말 싸군. 그런데 분위기 뭔가 이상하다. 다시 보니 7250바트(20만원)이다. "0"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헉. 7천바트짜리 점심이라니! 한국에 살면서도 20만원짜리 식사를 한 적은 남편이랑 연애할 때 12월 31일 종로의 탑클루드에서 먹어본 적 밖에 없는. 물론 그 뒤로는 절대 그 따위 허무맹랑한 식사는 안한다고 남편이랑 다짐하면서 그 식당을 나온지라, 이 예상치 않은 금액 앞에서 우리는 적지 않게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 전날 만바트까지 잃어버렸는데!

에이, 만 바트도 잃어버렸는데 7천바트쯤이야.

이미 먹어버린 랍스터요. 발라진 킹타이거 새우인지라. 우리는 팁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왔다. 7천바트짜리 음식도 먹었는데 20바트 팁쯤이야. 정말 하늘이 노랗다. 하루만에 한 거 없이(물론 최고급 랍스터는 뱃속에 들어갔지만) 2만 바트가 홀라당 없어진 것이다. 알고보니 그 식당이 그냥 해산물 요리를 시키면 푸짐하게 나오는데 500바트밖에 안한다는 소리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활어 랍스터와 새우를 가지고 바베큐를 해달라고 했으니.

하여간, 이 모든 것이 여행이었기에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원래 둘째날의 컨셉이 "럭셔리 여행"이었던지라 이미 한국에서 이 날의 숙박은 방콕에서 차오프라오강이 보이는 특급 호텔인 "샹그리아 호텔" 을 예약하고 저녁도 강변을 따라서 3시간동안 방콕 전통배를 타고 크루즈를 하면서 저녁을 즐기는 "마노라 크루즈"를 신청했던 지라 그냥 "럭셔리 여행"의 점심으로 생각하자고 하며 최고급의 호텔과 저녁까지 즐기고 하루 정말 원없이 "럭셔리"하게 놀았다고 생각하고 세째날부터는 다시 "싼 모드"로 가자고 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멋진 방콕의 야경과 강이 훤히 보이는 객실에 들어서니 깔끔한 과일세팅과 웰컴 메세지와 아침 식사 신청하는 태그가 있는 것이다. 아, 고급 호텔은 아침 식사도 맞춤서비스인가보다. 별의 별 메뉴가 있는데다가 옆에 요금이 써져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론트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예약한 객실에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있는지. 포함되어 있단다. 앗싸. 맘껏 신청해. 스크램블 에그. 메론쥬스. 메론. 콘프레이크. 홍차. 커피. 크로와상. 모닝롤. 스콘. 브라우니. 땅콩. 따뜻한 우유. 찬 우유. 다 먹을 수 있을까.

띵똥.

아침 9시 30분. 아침식사를 신청했던 시간에 가까워와서 부랴부랴 1층 식당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객실 초인종을 누른다. 아차차.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알아챘다.

"Room service"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정말 영화에서나 봤던 그런 테이블 세팅에다가 반짝거리는 은주전자 티세트에다가 아침 신문세트까지. 정중한 웨이터까지. 그리고 bill까지. 어떨결에 요금서에 싸인하고 룸서비스 아침 식사 세팅을 바라보았다. 막 샤워를 끝내고 하얀 목욕가운을 걸친 남편은 욕실 앞에서 굳어져서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대체 얼마짜리야?
1670바트

그 순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체크하면서 뒷면의 다양한 음식에까지 체크를 할까하다가 다 먹지도 못하는데 욕심만 부린다고 핀잔을 받고는 그만둔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다 체크했다가는 빵 몇 쪼가리 먹고 어제 랍스터꼴이 날뻔했다.

야, 강바라보이는 객실에서 호텔 가운 입고 아침 신문 읽으면서 이런 느긋한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경우가 흔한줄 알아. 만바트도 잃어버렸잖아. 괜찮아.

그래, 멋모르고 룸서비스 신청하지 않고 언제 이런 식사를 하려고나 하겠어.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다. 그렇게 막상 생각하고 나니 유유히 아침식사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길거리 20바트 국수는 삐걱거리는 사각 테이블에서 찌는듯한 더위와 매연과 함께 즐길만하고 1670바트 아침 식사는 편하고 우아한 객실에서 영화처럼 하루를 살아본다는데서 즐긴만 한 것 같다는 도를 깨달았다고나 해야할까.

여전히 둘 다 그립다. 20바트 길거리 국수도, 1600바트짜리 느긋하고 영화같던 아침 식사도.

12 Comments
이동미 2005.11.25 12:19  
  오~  이상하다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이디인데... 하고 있었어요 ^^
오호~ 오렌지페코 사장,사모님이시네요 ㅎㅎㅎ
아아.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오렌지페코..
예뻐서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거든요 ^^
홈페지 구경도 자주하고...ㅎㅎㅎ

아아. 태국여행 다녀오셨나봐요 ^^
담에 꼭 놀러갈께요.. 저금 많이해서 ^^ ㅎㅎ
낙화유수 2005.11.25 16:4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유로운 마인드를 소유하신 성향의 분인 것 같고 문장력 또한 훌륭하신 것 같습니다.
강조하신 말 마따나 그때 그때 닥치는 예기치 못 한 상황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훨씬 유리하고 스트레스 또한 덜 받는 첩경이 될 것 같습니다. ^^
윤희영 2005.11.26 09:39  
  만바트,,,어쩌나....ㅠ
절벽마녀님도
심한 편집증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무사시 2005.11.26 17:29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fusion12 2005.11.27 02:00  
  ㅎㅎㅎㅎㅎ
여행은 즐길려고 가는 것....
며칠 오바 했다고 인생 빵꾸 나겠습니까?
왕과 여왕처럼 며칠 즐기는 것도 멋진 여행이라 생각됩니다.
열심히 일한 후 즐겁게 여행하는 것이 멋진 인생 아니겠습니까?
아부지 2005.11.29 09:01  
  으하하하핫~!!!!!!!!!!!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크크크..
아부지 2005.11.29 09:04  
  아..오렌지페코..어쩐지 많이봤다했는데.으흐흐..언젠가 놀러가겠습니다. 언젠가..같이 갈 사람이 생기면...키득~
해피걸 2005.11.29 21:16  
  나만 모르는건가? 오렌지페코가 머예요...ㅠㅠ
아부지 2005.11.30 15:33  
  펜션이야. 펜션..사이트 있잖아..맨위에..들어가보게나~ ㅎㅎ
백설명희 2006.01.01 11:09  
  절벽마녀?절벽마녀? 이러다가 사장님 사진딱보고 어~ 아는사람인데 누구지??!!! 했다는...아직 오렌지 페코 한번도 못가봤는데요 친구들이랑 계획중이예요 
짱이제리뽀 2006.01.21 20:24  
  어머머,,저 2월7일에,,오렌지페코가는뎅,,,와~,,신기하네영,,,
제이~ 2006.06.01 01:14  
  죽는줄알았습니다~ 최고의 후기네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