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15일차 - 눈물의 24시간 버스
이동
방비엥 - 비엔티안 - 싸완나켓
지출
팟라오 10000K 1500원
방세 30000K 4500원
수박 주스 4000K 600원
큰 물 5000K 750원
총계 49000K 7500원
오늘은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방비엥을 떠나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
원래는 3일만 묵으려고 했던 방비엥에서 결국은 6일간이나 머물렀으니 역시 여행일정은 일단 떠나봐야 아는 법이다
ㅋㅋ
튜빙, 카약킹, 스윙, 동굴 탐험 등 방비엥에서 할 만한 것은 다 해본 것 같아서 이제 더 이상 방비엥에 미련은 없다
솔직히 말해 하루라도 더 방비엥에 머물고 싶지 않다 ㅋㅋ 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여 새로운 공기를 느끼고 싶다
(하지만 26일간의 여행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손꼽으라면 이 방비엥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고 자연 하나만 있지만 그 자연 하나로 내 마음 속 찌든 때를 깨끗이 씻어 내린 방비엥
그래서 난 이곳에 꼭 다시 오고 싶다)
브런치로 단골집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초딩 녀석, 오늘은 내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기필코 맞히겠다는 각오로 비장한 표정을 하고 내가 먹을 메뉴를 찍는
다
후후... 하지만 틀렸다 ㅋㅋ 마지막 날 까지 녀석은 나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여행 다니면서 이토록 많이 들른 식당은 이곳이 처음이다
그 동안의 거래로 나름 친분(?)이 쌓인 초딩과 그의 누나,
방비엥을 떠나게 되면 이 녀석들을 볼 수 없겠지
특히 서빙 하는 초딩 녀석은 내가 한국에서 과외하고 있는 남학생과 너무도 흡사하여 왠지 더 정이 간다 ㅡ.,ㅡ
이대로 떠나기 아쉬워서 이 녀석과 사진을 한 장 남겼다
(하지만 디카 오류로 사진이 사라져버렸다 ㅠ 여행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 식당 바로 옆에는 헌책방이 있다
나는 점심을 먹은 뒤 책방에 구경을 갔다
가서 볼만한 책이 있으면 사갈 생각이었다
책방 앞에는 가타카나로 ‘망가(만화) 10000K’라고 써있었다
오오~ 만화책을 겨우 만 낍에 판다는 말이지? 몇 권 사가야겠다 ㅋㅋ
그러나 정작 들어보니 저 값은 판매 가격이 아니고 대여하는 값이었다 ㅡㅡ;;
맛의 달인, 더파이팅 등 일본어로 된 만화책들이 책방 한켠에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일본인 여행객이 만화책을 들고 왔다가 다 보고 무거워서 책방에 판 것을
책방 측에서 대여 서비스를 하는 듯 했다
물론 좋은 서비스지만 만 낍은 너무 심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200원이면 한 권을 빌릴 수 있는데 여기선 만 낍(1500원)이라니;;
이곳에는 이러한 만화책 말고도 론리플래닛 등
서양 각국의 여행객들이 가지고 다니다가 이곳에 판 책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쎄서 한 권에 200밧 이하가 거의 없었다
200밧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8000원인데 그 값이면 새 책 값이다;;
실제로 책 뒤에 적혀있는 미국 달러 가격을 직접 우리 나라 돈으로 환산해 보아도
새 책 값과 헌 책 값이 거의 같았다
비싸도 너무 비싸게 받는 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놈들....
책 방 한 구석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은밀한 책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어로 된 성인 잡지다 (*ㅡ_ㅡ*)
어머 저건 꼭 사야돼!!
이것 역시 일본 여행객이 여행 올 때 일본에서 들고 왔다가 다 사용(?)한 뒤 필요 없어진 것을 헌책방에 판 듯 했다
이런 아나바다 정신 상당히 칭찬 할만 하다
이와 같은 남성 여행객의 must have 아이템이 이런 곳에 숨겨져 있었다니....
하나 소장하고 싶었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이거 다 농담인거 아시죠? 제발 믿어주세요 ㅠㅠ)
점심을 먹은 뒤 2차는 언제나 가던 과일 쉐이크집이다 ㅋㅋ
주모~ 늘 먹던 걸로 ㅡㅡv
메뉴는 언제나 먹던 수박주스다;;
수박주스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질 않는다...
방비엥에서의 최후의 수박주스는 내 식도를 타고 장렬히 사라졌다...
이젠 내가 방비엥에서 할 일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ㅠ
이윽고 숙소에서의 픽업 시간이 되어 아쉽지만 방비엥의 마을 관광을 그만할 수 밖에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서 다소곳이 로비에 앉아서 곧 오게 될 픽업 썽태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픽업,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ㅡㅡ;;
혹시 버스 못 타는 것 아닌가 두려워서 티켓을 예약한 여행사로 가서 항의를 하니
여행사 직원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좀 더 기다리면 썽태우가 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1시 15분 까지 오겠다는 픽업은 1시 45분에야 겨우 왔다;;
썽태우는 나를 비엔티안행 버스가 서있는 어느 주차장에 내려줬다
(방비엥에서 곧장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일단 비엔티안에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비엔티안행 버스는 제법 큰 45인승 버스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서
결국은 몇몇 사람들이 통로에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는 형국이 되었다
편안히 제자리에 앉아가고 싶다면 일찍 버스에 도착할 지어다...
방비엥에서 비엔티안 가는 길은 일반적인 라오스 도로와 똑같다
닭과 개가 즐겁게 뛰어 노는 그런 곳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 갈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런 길에서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것 같다ㅠㅠ
약 6시에 버스는 비엔티안에 도착하고...
버스는 우리를 어느 여행사 앞에 내려주는데
이곳에서 비엔티안 중심지로 가는 여행자는 썽태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나 같이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들은 썽태우를 타고 비엔티안 터미널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베트남의 하노이, 훼, 빈 등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곳저곳으로 떠나는 버스들이 줄줄히 늘어서 장관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니 친절하게도 물 한 병을 준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버스를 많이 타 봤지만
버스에서 물을 준 것은 태국에서 치앙마이 갈 때 탄 나콘차이 버스와 이 버스가 유일하다
버스는 7시에 출발하고.... 8시 쯤 저녁을 먹을 수 있게 길가의 식당 옆에 차를 세워준다
버스의 승객들은 하나 둘씩 버스 밖으로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한다
나는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이 아무도 남지 않은 버스 안에 쓸쓸히 홀로 남아서
미리 준비해온 빵을 우걱우걱 속으로 집어 넣어 저녁을 때웠다 ㅠㅠ
나의 여행 모토가 돈이 없어 투어는 못할지언정 밥은 제대로 챙겨먹자인데...
남의 나라, 그것도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홀로 남아서
푸석푸석 하고 맛없는 빵을 먹고 있는 내가 너무도 처량히 느껴졌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자 여행을 논하지 말지어다 ㅠㅠ
저녁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다시 버스에 들어오고 좌석을 다 채우자 버스는 출발했다
내가 타고 가는 버스는 우리나라의 관광버스를 직수입한 것으로 이곳저곳 한국어가 적혀있어서
고국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
그것까지는 좋은데 한국 관광버스의 자랑(!)인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도 함께 갖춰져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앞에 달린 TV에서 베트남 뮤직 비디오가 나오고
그와 더불어 흥겨운 소리가 버스의 이곳저곳에 설치된 10.1채널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와
버스 내를 한 바퀴 휘감고
내 고막을 미친듯이 진동시켰다 ㅡㅡ;;
치앙마이로 갈 때 탔던 나콘차이 버스는 개인당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잭이 좌석 옆에 설치가 되어서
듣고 싶은 사람만 들을 수 있게 되어서 자고 싶은 사람은 조용히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버스는 그따위 시스템은 없고 공생공멸의 길을 걷고 있다 ㅡ_ㅡ
이런 소음공해 때문에 나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곧 끌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참고 있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버스 기사는 TV를 끌 생각을 안했다;;
이미 버스 내의 불을 끄고 사람들을 재울 시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 때 나는 모든 여행을 통틀어 최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평소에 굉장히 점잖고 예의바른 바른생활 청년인 나지만(물론 자칭이다. 남에게선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에 너무도 분노하여 참다 참다 못해서 기사까지 들리도록 쌍욕(^^)을 했다
물론 이 버스 안에는 나의 한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독일인 커플 한 쌍과 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현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언어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고 했던가?
내가 말하자마자 기사는 내 음성에 내포되어 있는 마음을 알아 들었는지 곧 TV를 끄고 주변은 다시 조용해졌다 ^^
진작에 끌것이지....
나는 이제야 겨우 잘 수 있었다 ㅠ
버스는 어두운 길을 쌩쌩 달려 베트남에 향하고...
나는 그 안에서 쿨쿨 잤다...
내일이면 드디어 베트남에 도착한다
동남아에서 최악의 여행지로 꼽히는 베트남, 과연 어떤 나라일까?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바로 내일 직접 뼈저리게 경험하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