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14일차 - 나는야 방비엥의 거지
이동
방비엥
지출
팟타이 치킨 10000K 1500원
수박주스 4000K 600원
fried curry noodle 10000K 1500원
빵 7개 12000K
누들 수프 치킨 10000K 1500원
총계 46000K 7030원
아침 해가 밝았다
제발 뜨지 않았으면 했던 아침 해가
26일 여행 중 가장 궁핍한 여행기가 시작 된다
두구두구둥둥... 빰빠빠밤 빠라빠라빰빠빠빰 빰빰빰빰
으르렁~
원래는 오늘 베트남으로 가는 버스를 탈 줄 알고 돈을 거의 남겨두지 않았는데
표가 없어서 오늘 못 떠나고 그 돈 가지고 하루 더 이곳에서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은 약 10만 낍,
이 돈으로 숙소 1박 추가, 밥 7끼 ㅡㅡ;;, 식수, 베트남 입국료까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시추~에이션이다
숙소 3만낍을 빼면 7만낍이 남는다
밥 한 끼에 최소 금액인 만 낍으로만 잡아도 7끼면 7만낍... 벌써 아웃이다
이렇게 계산을 해보면 베트남으로 가는 버스 내에서 몇 끼는 굶어야 예산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ㅡ.,ㅡ
(베트남 가는 버스는 이곳 방비엥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여 다음날 오전 10시 쯤 도착 한다
버스타고 거의 하루 쯤 걸린다는 얘기다)
햐....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났는지 ㅠ
물론 복대 속에 고이 모셔둔 100달러를 환전하면 초호화판으로 놀 수 있겠지만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카드 속에 있는 여행 예비자금이 베트남에서 제대로 인출 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여서 현금 확보가 중요했기 때
문이다
(베트남 가서 인출 시도를 해보니 실패 ㅠ)
돈을 아끼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일단 최대한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힘썼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10시를 넘길 수가 없었다 ㅠ
10시에 눈을 뜬 나, 아... 허무한듸....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돈이 들어간다
밥 먹는것, 돌아다니는 것 등등에 모두 돈이 들어간다
돈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이렇게 사람의 마음가짐이 바뀌다니... 사람은 돈이 있어야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
다
이젠 뭘 할지 생각해 본다
공짜거나 최대한 돈 적게 드는걸로!!
동굴 탐험이나 해볼까? 아냐 동굴 입장료가 만 낍이나 해
강 건너서 도보여행이나 해볼까? 아냐 너무 덥고 해봤잖아
레스토랑에서 앉아서 드라마나 볼까? 아냐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
튜빙, 카약킹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방비엥의 아침
일단 내 단골 음식점(?)에 가서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었다
여기 앉아서 최대한 시간을 죽이는 거다....
그래 봤자 한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음식은 이미 10분에 내 뱃속으로 사라졌으니...
TUNA가 TONA로 잘못 적힌 메뉴판. 토나온다는 뜻인가?
자! 이젠 강변의 쉐이크 집으로 가서 시간을 때우는 거다!!
하지만 역시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ㅠ
이도 저도 안된다면 다시 숙소로 돌아가 자는 거다!!
이번엔 그나마 좀 많이 버텨서 2시간을 처리 했다 ㅋㅋ
그래봤자 오후 2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이젠 뭘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갑자기 섬광이 머리 속을 꿰뚫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어제 큰 형님이 말씀한 방비엥 시장 한 번 구경해야겠다
나는 시간을 때울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 너무 기뻐서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
방비엥 시장은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 쪽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좌측에 있다
걸어가는 길이 제법 길어서 대략 도보로 4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한다
오리들이 풀숲에서 뛰어놀고
길가에 내놓고 파는 파인애플
튜빙하러 가는 여행객들
왠 길에 구멍이 ㅡㅡ;;
자칫하다간 이런꼴 날수가 있다
태권도 마스터 김우영!! 씨가 이곳 방비엥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나 보다
망가진 트럭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방비엥 마을에서 5m 만 벗어나도 여행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현지인 마을이 나타난다
반대로 방비엥 마을엔 현지인이 단 한 명도 살지 않는다(장사 하는 사람들은 현지인이지만..)
아무리 여행지라고는 하지만 현지 사람과 여행자가 너무 단절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요런 사원도 있지만 루앙프라방의 사원처럼 관광객이 찾지는 않는다
상당히 자세히 묘사된 석상
시원한 열대과일 코코넛 나무위에 줄줄이 줄줄 큰거작은거 아주 맛있겠네
길가의 상점에 붙어 있는 광고. 어린이 이유식에 대한 것 같은데....
헉;; 먹으면 쾌변에 도움이 되나보다
시장에 도착하기 전 길가에 있는 사원과 고등학교를 돌아 봤다
방비엥 고등학교
역시나 드넓은 운동장
우리나라 시골학교를 연상시키는 교실
풀숲에 두꺼비가 느릿느릿 도망가고 있기에 낚아챘다 ㅋㅋㅋ
귀여운 녀석
아무래도 이쪽 고등학교도 여름방학인지 수업은 하지 않았다
교실에 잠입해보려 했으나 자물쇠로 문이 굳게 잠겨 있어서 실패했다 ㅠ
성적표 같기도 하고 출석표 같기도하고...
걷고 걸어 결국은 도착한 방비엥 시장
주로 식료품을 파는 곳으로, 공산품 보다는 사람들이 그 날 직접 산과 들에서 포획(?)한 동식물을 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곳이었다
이렇게 잡아온 물고기도 팔고...
과일과 채소는 평소에도 보던 것이라 큰 감흥이 없었지만
고이 손을 앞으로 모으고 피를 토하며 바닥에 누워 죽어 있는 다람쥐,
토막 살해당한 몸통이 내 팔뚝 보다 굵은 뱀,
방비엥에 여기저기 널린 동굴에서 잡아 온 듯한 박쥐,
어이없게 알록달록한 죽은 새,
말그대로 쥐포
광주리에서 웨이브를 시전 중인 레벨1짜리 내 엄지손가락 만한 애벌레들....
이런 것들을 보니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현지인 시장이란 느낌이 들었다
난 이런게 보고 싶었다!! ㅠ
그래도 열심히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뭐 하나 사갈까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보니
그나마 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빵을 파는 상점이 보였다
그래!! 저걸로 내일 베트남행 버스 안에서 끼니를 때워야 겠다!!
빵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여서 입맛에 맞을 것 같았다 ㅋㅋ
가격은 한 개에 2000K(300원), 난 혹시라도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불안해서 하나만 사서 시식을 해봤다
오오... 이 맛은? 비록 빵을 만들때 우유를 넣지 않아 푸석푸석하고 버터를 넣지 않았는지 고소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내가 앞으로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나 계산기를 꺼내 두드려 보니 몇 푼 안됬다 ㅠㅠ
여기서 산 빵으로 3끼를 해결해야 한다 ㅠ
나는 빵 6개를 산다고 하고 가게 아저씨와 흥정에 들어갔다
‘아저씨 빵 6개에 eleven thousand(11000K) 오케이?’
아저씨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좀 하다가 내가 제시한 가격이 수지에 맞지 않는 듯 나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안돼 하지만 3개에 5000K으로 줄 수는 있어'
쳇.... 내 협상이 실패하다니....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한데??
아저씨가 제시한 한 가격대로 내가 원래 사고자 했던 6개를 사면 10000K이다;;
오히려 내가 제시한 가격보다 1000낍 싸게 파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저씨가 eleven이란 단어를 모르는 듯 했다
나야 뭐 땡잡았지 ㅋㅋㅋ
이젠 집에 돌아가려고 시장을 나서려 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퍼 붓는다;;
이젠 시장에서 볼일도 다 봤겠다
재빨리 마을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우산이 없어서 그냥 좀 더 시장에 머물렀다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땅으로 스며드는 빗방울처럼 나도 고요한 마음의 심연으로 가라 앉는것 같았다
비가 그쳐 다시 마을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저녁 먹을 시간, 나는 숙소에 들르지 않고 곧장 단골집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초딩 녀석이 나를 보고 또 뭘 먹을지 겁 없이 예측을 한다
하지만 틀렸다 ㅋㅋㅋ 손모가지 날라가게 생겼다
난 쌀국수 먹을거지롱~
주문을 하니 서빙을 하는 주인집 딸내미가 야채도 함께 먹을 것이냐고 묻는다
난 당연히 오케이~ ^^
한국에서 야채라면 거의 안 먹는 편이지만 여행 와서는 기회가 생기면 야채를 꼭 먹으려고 노력한다
비타민과 섬유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ㅠ
그렇게 해서 나온 쌀국수와 야채 한 바구니
야채 바구니 안에는 평소 보통 가게에서도 주는 상추와 페퍼민트와 함께
민물가재를 갈아서 발효시켜 만든 우리나라의 된장과 비슷한 쌈장과 작은 고추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추를 여기에 찍어 먹는 것이다
전에도 이렇게 찍어 먹어 본적이 있는데 맛이 상당히 이상하다 ㅡㅡ;;
초딩 녀석이 고추를 쌈장에 찍는 시늉을 하며 나에게 한 번 그렇게 먹어보라고 한다
굉장히 친절한 듯하나 이 녀석의 얼굴엔 사악한 개구쟁이의 미소가 가득하다
짜식.... 네 생각 모를줄 알고? 이상한 걸 먹었을 때 나오는 나의 리액션을 기대하는게 분명하다
녀석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내가 고추를 찍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는 고추를 한 입 베어 물고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아주 맛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랬더니 녀석은 한방 먹은 표정이 되었다 ㅋㅋㅋ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주인집 딸내미가 수줍은 표정으로 작은 바나나 한 개를 나에게 내민다
오오~ 그래도 단골 고객이라고 서비스 하나 해주는 모양이다 ^^
감격의 눈물 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할 일이 없다ㅠㅜ
원래 같았으면 밖으로 나가서 비어 라오라도 한 병 시켜두고 느긋하게 시간을 즐겼을텐데
오늘은 비어라오 한 병 살 만 낍, 한국 돈 1500원이 없어서 이렇게 방구석에 쳐 박혀서 눈물만 찔찔 짜고 있다 ㅠ
혼자 여행 다닌다는 것이 이럴 때는 좀 처량하다....
낮에 돌아 다닐 때야 볼 것도 많고 힘들어서 혼자 다녀도 별 상관이 없지만
이렇게 모든 일정을 끝낸 밤에는 너무 쓸쓸하다 ㅠ
홀로 다니는 여행자들이 그렇게 여행자 친구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결국 나와 놀아줄 최후의 친구인 닌텐도DS를 꺼내서 열심히 젤다를 했다 ㅡ.,ㅡ
이렇게 여행 와서까지 게임기나 하고 놀고 있으려니 기분이 씁쓸했지만 어쩌겠는가?
게임을 해도 해도 자려고 누웠더니 이제 겨우 밤 10시;;
에이 모르겠다 그냥 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