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 씨판돈(돈뎃) 에서의 하루 story 8
4월 17일 씨판돈 돈뎃
오늘 역시 화창하다.
한번쯤 비가 내려도 꽤 운치가 있을듯 한데
요즘 같은 날씨에 이곳에 비가 온다면.. 섬이 다 떠내려갈만큼 무섭게 오겠지..?
당시에는 무척 괴롭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은은한 기억을 남겨줄것 같다.
머 여하튼.. 비는 전혀 안올 분위기의 날씨.
<쨋의보트>
아침부터 뜨거운 해가 눈을 아프게 한다. 선글라스는 더이상 패션아이템이 아닌
필수착용 보호구다.
정말 덥다. 아니 뜨겁다.
라오스의 여름.
정말정말정말..
<내가 머물던 방갈로 - 옆집>
일어나 보니 옆집에 무척이나 시끄러운 파란눈 사람들은 벌써 아침을
먹으러 간듯 하다.
어제와 다르게 조용한 아침을 맞은것 같아서 나름 상쾌함을 느껴본다.
비록 딱딱하고 버석한 모래가 가득한 침대에서 맞은 아침이긴 하지만
나도 이제 어느정도 적응을 한게 아닐까 한다.
'상쾌하다' 라는 표현을 할만큼의 ..
<돈뎃>
오늘은 자전거를 빌려서 섬투어를 할 생각이다.
목적지는 리피폭포다.
돈 콘 서쪽에 위치한 리피폭포는 나를 씨판돈에 오게 한 이유기도 한 만큼
절대적으로 들려야 할 곳이었다.
자전거 랜트 하는데 필요한 돈은 10000 kip - 1000 \ 으로 계산해야지
머리 복잡하니까..
-ㅅ-
몇백미터 걷지도 않았는데 지쳐버려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본다.
돈뎃에서 가장 번화한 느낌을 주는 길목에
여행자들을 위한 internet 방 의자에 무턱대고 앉아서 턱을 괴어본다.
<인터넷방>
잠시후 곁에온 라오청년..
인사를 건내볼법도 한데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옆자리에 앉아서 기타를
튕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랬다.
'으응.. 연주하려나보네..'
그저 하나보다. 였는데
너무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서 난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뭐라 노래하는지도 모르겠다.
악보를 외우지 못해 몇번이고 끊기는 연주였다.
청년들이 왔다갔다 거리며 그에게 말을 거는바람에 정신산만한 연주였다.
그치만..
너무 여유로운 마음이 들어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를 평온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잠시 쉬었다 가려고 앉은것 뿐인데 한참을 턱을 괴고 그의 음악을 들었다.
자전거를 타며 지나가는 라오아이들도 보고..
오토방 운전을 예술로 하는 아주머니도 보고 ..
빤츄바람에 맨발로 지나가는 파란눈 청년들도 보며..
<돈뎃의 번화가 - 인터넷pc 방 앞>
마음같아선 ...
이곳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나의 여행에는 '끝' 이 기다리고 있어서 움직여야만 했다.
눈길 한번 안주던 그가.. 자리에게 일어서는 나를 보며 처음으로 말을 건다.
- 어디가?'
마치 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고 함께 약속을 해서 한 공간에 있었던 그런 사람처럼..
- 응.. 가야대..
- 그래?.... 잘가..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가야된다는 말밖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잘가라고 하며 그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기타를 튕긴다.
.
.
.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돈뎃과 돈콘을 이어주는 다리에 다달았을때 어떠한 경계선에 서 있는듯
애매모호한 기분을 느껴본다.
섬과 섬사이를 이어주는 그저 작은 다리일뿐일지도 모르지만..
마치 나는 국경을 넘을때처럼, 아니 그보다더 애매모호한 그 기분을 즐기며
천천히 다리를 건넌다.
<돈뎃- 돈콘을 잇는 다리>
파란눈 대머리 아즈씨가 말하길.. 리피폭포까지 자전거로 30분이면 간다 했는데.
그 아저씨 다리 두깨와 힘으로 였나보다.
연약한 나로선 ... 30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투덜고 싶어질때쯤 시작할무렵..
리피폭포가 보인다.
<리피폭포>
' . . . . . . . . 저게. . . . 폭포야? '
'우와~ 멋지다!!!!!'
사진으로 표현할수 없는 웅장함과 거대한 힘같은것을 가지고 있을듯한
이 폭포는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거대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사진으로 봤던 리피폭포가 내 눈앞에 있다.
겨우 '사진' 따위라 표현할 만큼 사진에서는 느낄수 없는 그런 ....
제주도나 칸짜나부리에서 봤던 폭포와는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런데...
대체 이 많은 물이어디서 온거야...?!..
<리피폭포>
문득 관심도 없던 '폭포'의 힘에서 캐나다에 있는 '나야가라 폭포' 를
꼭 한번 가봐야 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폭포가 흐르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사막이 나타난다.
사막.. ? 응 사막이다.
<리피폭포>
모래가 뜨거워 발바닥이 아픈와중에도 보드라움을 느끼게 하는 모래.
<리피폭포- 사막>
아마 우기때는 이곳까지 물이 차겠지..
좀 더 좋은 사진기가..
좀 더 좋은 렌즈가 필요한 건 아마 이런 순간 때문에서 인듯 하다.
폭포 근처에서는 여행객들 (외국인 보단 현지 여행객이 많은듯 하다.)
대상으로 하는듯한 노점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더위를 조금이나마 달래볼까 '코코넛'을 하나 구입..
'5000 kip '
<리피폭포앞 노점 - 코코넛>
.
어름같은건 없다. 그냥 재성능을 하지 못하는 아이스박스안에서
열기를 그대로 받은 코코넛을 꺼내 라오할아버지는 힘껏 꼭지를 뜯은뒤, 모래가 묻어있는
빨대를 꽂아 내게 건낸다.
웃음이 나온다.
비록 코코넛은 정말 맛이 없고 뜨거웠지만..
지금 이 블로그를 올리며,
그 시간을 떠올리며,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
돌아오는길 물 한통을 사며 만난 친구
- 우웅~?
- 이게 머야~? 킁킁~
- 이건 뭔데 이리 딱딱해 !
.
.
.
해질무렵
규칙없이 흐날리던 바람이 불기 시작할때쯤
나는 튜브를 들고 방비엔에서 하지 못했던
'튜빙' 을 해본다.
너도나도 튜브를 들고 일정한 루트를 통해 만끽하는 튜빙이 아니라
그냥 강가에서 튜브하나 들고 내가 가고싶은 곳에서 내가 가고싶은 곳까지
유유자적 그렇게 물위를 흘러내간다.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다. 강에 끝도 없다.
<돈뎃>
내가 튜브를 타고 강가를 거슬러 내려오는 동안
라오인들은 이 곳에서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한다.
저들 눈에 나는 한낯 관광객
그게 사실이건만 난 왜 항상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걸까..
그들과 함께할것도 아니면서 함께 이고 싶은건 나의 여전한 욕심일지 모른다.
<돈뎃>
방금 해가 떠서 '덥다' 라는 말을 연발하며 하루를 시작한것 같은데
벌써 땅거미가 내려 앉기 시작한다.
텔레비전도 ..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도 없는 이 곳에서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이 우습게 느껴질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이곳도.. 한 시간이 60분이 아닌 40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