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EGO의 9박 10일간의 라오스 여행기(4)-4 일차 5월18일-1
밤에는 다른 세상이 되는 강 건너 리버에도 새벽은 밝아왔다. 잠결에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기이하고도 아름다웠다. 동남아의 아침이 그러하듯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덥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잠자고 있는 동생부부를 방에 두고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숙소옆에 있는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 가 보았다. 아침부터 빨래를 하고 있는 소녀도 보이고 (빨래는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도 있는데 대략 1키로당 5,000낍이다. 대부분의 옷이 얇고 베란다에 빨아놓으면 금새 말라서 우린 이 서비스를 받진 않았다.) 소녀뒤로는 하얗게 빨아놓은 시트들이 빨래줄에 가득하다. 다리 건너엔 간밤에 쿵쾅대며 청춘의 불을 지피던 젊음은 밤새 다 타 버렸는지, 그저 고요하다. 방비엥 근처엔 여행객을 상대하기 위한 숙소며 건물들이 한창 지어지고 있던곳이 많았는데 방갈로 비슷한 형태도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태국도, 캄보디아도 그리고 라오스도 더위를 피하기 위한 집형태로 대부분 비슷한데, 이층인데 아랫층은 기둥만 있고 그 밑 그늘에서 시간들을 보내며 윗층이 살림집인것 같다. 삶의 정도에 따라 집을 건축하는 소재가 다를뿐이다. 가난하면 나무로만, 좀더 형편이 나아질수록 좀더 단단하고 시멘트화 되는것 같다. 그렇게 사진에 담을 만한 주변을 살피고 가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눈에 띤다.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내겐 고양이는 너무나 반갑다. 그녀석을 조심히 따라가다보니 우와!! 새끼 고양이가 7마리는 되는것 같고, 닭도 보이고 무지하게 많이 있다. 그냥 길을 걸을땐 몰랐는데 엄마와 딸로 보이는 둘이 아래층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있는거였다. 내가 아는 라오스 말이라고는 단 두 단어. 그나마 응용하면 세단어를 아는 내가 (싸바이디:안녕하세요, 컵짜이: 감사합니다. 컵짜이 라이라이: 대단히 감사합니다) 할수 있는 것이란 최대한의 웃는얼굴로 (세수도 안했건만..ㅋㅋ) "싸바디이~~~" 하고 인사하는것뿐. 그러면서 그들과 고양이를 찍었다. 어디서 봤는데 "유적지를 보려면 캄보디아를 관광을 즐기려면 태국을 사람을 만나려면 라오스로 가라" 라는 말 처럼, 정말 라오스의 사람들은 편하고 좋다. 웬만해선 큰소리를 내는법도 화를 내는법도 없단다. 그렇게 주변을 휘이~~ 돌아보니 산과 쏭강, 그리고 서투르게 만들어진 나무다리가 어우러져 아름답고도 고요하다. 다리를 다시 넘어 오는데, 조그만 두 아이랑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를 찍는데 이녀석이 "money"라고 한다. 그래서 없다는 표시를 하니 "pocket" 이라고 한다. 아침에 세수도 안하고 나갔는데, 돈이 있을리도 없지만 이런식으로 주고픈 마음도 없어서 그냥 웃고 왔지만 점점 라오스의 아이들도 두 단어의 영어 외에 늘어가는 단어 수 만큼 이나 외지인들에게 무엇인가를 당연히 요구하는 맘도 커지겠지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했다. 베트남 사파에 갔을때 "buy for me~~" 하고 먼 트렉킹길을 쫒아다니던 애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를 보러 갔을때 "한개 일 달라, 세개 이 달라~~"라고 한국어를 하던 동네애들도 씁쓸함을 느끼게 했었던 것 처럼 다음에 라오스를 찾을때 이 아이들도 그렇게 변하겠구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돌아와 동생이 아침으로 사온 바케트빵을 먹는데 으, 어제 점심에 먹은 바게트와는 넘 다르다. 좀 작고 부드러운것을 사오면 좋을것을 동생놈은 큼직한게 좋은가보다. 잘 안먹혀서 조금만 베어물고 우리는 슬슬 돌아다닐 궁리를 했다. 태생이 그런지 나와 남동생은 둘다 패키지나 투어를 그닥 선호하지 않아서 우린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남동생이 빌려온다고 나갔는데, 오토는 8만낍인가 했고 수동은 4만낍이라며, 수동을 빌려왔는데 오토바이 몰줄 모르는 나는 이번 기회에 배워서 루앙푸라방에서 몰고 다녀볼까 했지만 동생이 오토가 비싸다며 하나만 빌렸다고 했다. 태국에서는 24시간 대여라고 하지만 다른 여행기에서 보니, 여긴 저녁6시까지만 빌려주는듯 하다고 했더니 남동생이 "에이.. 그런게 어딨어" 하고 나갔는데, 정말로 6시까지만 빌려준다고 했다나.. 그래서 인상쓰고 큰소리쳐서 8시까지 빌렸다고 자랑한다. 물론, 이때만 해도 우리에게 큰 일이 닥칠것은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여하튼 최대한 가벼운, 그리고 최대한 많이 가리는 복장으로 숙소를 나섰는데, 처음엔 셋이 오토바이에 타고 다니려니 좁기도 하고 성인이 된 후로 오토바이 뒤에 탄것은 거의 처음인 나는 무서워서 운전하는 남동생을 붙들수 밖에 없었다. 중간엔 올케가 낑겨있고..^^; 하지만 곧 익숙해져서 나중엔 아무것도 안잡아서 되는지경에 이르렀으니...^^ 제일 먼저 여행자거리를 벗어나서 일단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물론 조금 넣었다) 마을을 벗어나는데 해가 뜨거워도 바람은 부니, 기분이 짱이다. 로컬지역으로 점점 갈수록 산은 더욱 더 장가계 같아지고, 학교에 오가는 애들도 보고, 꼬맹이들도 보이고 어른들도 만나고 하는등 점점 방비엥의 순박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오토바이 가게에서 준 너무나 간단한 지도 한장 달랑들고, 가끔 가뭄에 콩나듯 나타나는 안내판 같은것이 보이면 우린 그쪽으로 갔는데, 그러다가 만난 서양애들이 길을 물으면 서양애들 (영어)->나(한국말)->동생(태국말)->라오스 가게 아줌마(라오말)->동생(한국말)->나(영어)-서양애들 이런 통역?시스템으로 길을 알려주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ㅋ 동생부부가 동굴있나 알아보러 간다길래 나는 길에 내려주라고 했다. 천천히 걸어가야 사진을 담을수 있을것 같아서. 마침 학교에서 오는 애들도 보이고 동생을 보는 소녀도 있고 멀리서 나를 보고 "안녕"이라고 하는 꼬맹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영어가 안되고 난 라오스어도 태국어도 안되니 우리에겐 바디랭기지만이 가능했다. 그래도 사진을 찍고 나이도 묻고 할수 있는것을 다했는데 두명이 날 쫒아온다. 뭐라 뭐라 하는데 못 알아 듣겠어서 가만히 들어보니 "money"인것이다. 역시 돈 안가져왔다. ㅜ.ㅜ 그래서 "미안.. 없어.."라고 하자, "pen" 이라고 한다. 아..조그만 가방을 뒤져도 나올리가 없다. 달랑 한자루 넣어 온것도 다른 가방에 있으니... 정말 있으면 주고 싶었는데.. 다음엔 정말 아무생각 없이 가지 말고, 무게가 덜 되는 풍선들이랑 볼펜들은 좀 챙겨서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물론 돈은 있었어도 줄 생각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것은 사실이다. 동굴은 없다고 동생부부가 길을 되돌아 나왔고, 남동생은 먼저 큰길로 가고 올케는 내려서 나랑 같이 걷다가 우린, 한 여자분이 있는 집에 들어갔다. 아까 혼자 지나가면서 사진을 담았었는데 역시 이분도 식사하면서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밥을 나눠준다. 둘중 하나가 밥에 욕심을 내면 마구 혼내 가며 ㅋ 하지만, 라오스는 개나 고양이도 착해보인다. 태국어로 올케가 인사하고 나서, 그녀가 먹고 있는것을 보니, 찰밥과 나물비슷한것 이었다. 올케가 뭐냐고 물었는데, 아마 태국어로 그 단어를 모르는가 한다, (라오스어는 태국어랑 많이 비슷해서 대부분 알아듣는다. 게다가 라오스의 티비 방송은 하난가 그래서 대부분 인공위성으로 태국의 케이블 방송을 본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태국어 케이블 방송이 나왔고, 가끔 우리나라 지난 드라마도 방영되었는데 더빙은 태국어였다. 여행당시 뉴스채널에선 방콕시내에서 노란티 빨강티들의 전투장면이 살벌하게 나오고, 불이 나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기도 했다. 간간히 올케와 동생이 상황을 해석해서 알려주기도 했다) 올케가 한번 먹어봐도 되냐고 하니 선뜻먹어보란다. 나도 옆에서 먹어보니.. 아..이건 죽순이다. 그래서 내가 "bamboo네.. ' 그랬더니 올케가 태국어로 죽순이냐고 물으며 우리가 맛있다고 하자 그여인은 그렇다고 수줍은 미소를 띠며 얼굴이 환해진다. 그 조그만 마을을 벗어나서 길을 따라 더 가는데 자꾸 사람들이 쳐다 본다. 우리는 , 아니 내 생각엔 서양여행자들만 보이던 동네에 동양여행자 들이 보여서 그런가보다 하고, 마구 손흔들어 주었다. 남동생은 "누나가 입은 옷이 라오스 증옷과 같아서 헷갈려 쳐다보는거야~~" 라며 마구 농담을 했다. 그렇게 거의 20키로를 더 갔다가, 되돌아 오는데 동생놈이 "어 이상하다. 기름을 너무 조금 넣었나? 기름이 없나..? 시동을 끄면 안 걸리는 거 아냐?" 라며 중얼 거리는데, 난 속으로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셋이서 그 뜨거운 햇볕(거의 38도)에 기름없는 오토바이 끌고 걸어가야 하나해서... 하지만, 나중에 농담이란다. 나쁜눔.. 거리가 이쁘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세웠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나한테 "can you speak lao?" 헉.. 이런 질문을 영어로 들을것을 상상조차 해본적 없다. 그 순간, 내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은 "no, I'm Korean" 뭥미...이런 대답은...' 사실은 "No, I can't speak lao." "I can speak english a little". 뭐 이정도를 얘기하고 싶었던건데... 순간의 당황은 내가 한국인이라서 라오말을 못한다는 꼴이 되었으니...ㅋ 다시 오토바이로 이동하는데, 올케가 그런다. "이상하네.. 다들 수군거려요.. 셋이 탔다고.." 그러자 남동생도 그런다. "그지? 나도 들었어.." 나는 "어? 어제 나 서양애들 셋 탄거 봤는데? 우리나라도 셋이 타기도 하고, 베트남은 셋도 더 타더구만.."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남동생과 올케도 "태국도 셋이 타요"라고 한다. 우리는 아까 경찰도 보고 했는데, 별말없이 쳐다만 보았길래 괜찮을거야..하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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