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을 찾아가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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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을 찾아가다.[7]

ITist 11 3793

좀 있으면 개학인데....ㅠㅠ


7/5






아침 해가 밝았다. 한국을 떠난 뒤 늦잠을 자본적도 늦잠을 자고 싶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 비록 늦잠을 잘 시간은 많이 있었지만 (특별히 정해진 계획이 없으므로) 잠을 자는 것 보다 라오스를 구경하는 것이 더욱 달콤했다. 그래서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는 바로 랑캄호텔 1층 쌀국수 집으로 달려갔다. 랑캄호텔 1층에 위치한 쌀국수집은 빡세의 맛집으로 명성이 높다. 원래는 어제 먹어보려 했지만 어제는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 있어 꽤 실망을 했었다. 그래서 오늘 그 한을 풀려고 아침부터 식당을 찾은 것이다. 쌀국수와 라오스 커피를 주문했다. 약간은 무뚝뚝한 식당직원이 곧 음식을 내어왔다. 오우! 방콕에서 맛본 쌀국수보다 양이 많았고 국물 맛도 괜찮았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했고...(사실 맛은 나이쏘이가 더 맛있었다.)쌀국수를 배부르게 먹고 아까 같이 주문했던 라오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 그런데 커피가 너무 쓰다. 그리고 너무 진하다. 태국커피는 너무 달아서 고생했는데 라오스커피는 너무 쓰다. 옆에 있던 생수와 커피를 섞어도 쓴맛은 가시질 않았다. 속까지 쓰렸다.(열사병 증세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태였는데 커피를 먹으니 머리가 더 아팠다) 라오스 커피는 영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니 또 라오스사람들의 눈에 내가 일점사 당하고 있다. 괜히 커피에 물을 섞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외국인이 신기한가보다. 결국에는 커피를 다 못 먹었다. 아니 두모금 먹고 남겼다.(아까워ㅠㅠ) 식사를 마치고는 또 자전거를 빌리러 갔다. 어제 자전거를 빌릴 때 인사를 나누었던 자전거집 소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제는 말이 안통해서 자전거를 빌리는데 약간의 고충이 있었지만 오늘은 수월하게 자전거를 빌렸다. 역시 말보다는 몸.. 즉 바디 랭귀지가 최고다. 자전거를 타고 또 빡세를 누볐다. 어제 빡세 지리를 완벽히 알아두었기 때문에 길 잃을 걱정이 없어 가볍게 페달을 밟았다. 대형마트에가서 음식도 사고 옷가게에 가서 옷구경도 했다.

-마치 내가 이 도시를 통째로 빌린 것 같은 기분이였다. 쇼핑센터에 손님은 나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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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의 대형 쇼핑센터였는데 안에 손님이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걱정도 없고 외롭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급해진다. 쉬지도 않고 빡세를 돌아다닌 탓에 빡세의 왠만한 곳은 다 가보아 슬슬 지루하기도 하였지만 다음에 어디로 갈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 내 마음을 다급하게 했다...즉, 내 여행은 기간이 정해져있는데 이렇게 의미 없이 빡세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내 앞에 2층버스가 나타났고 수 많은 동아시아인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생김새로는 한국인같아 보였다. 계속 혼자 다닌 탓에 외로웠기에 무작정 달려가 말을 걸어보니... 중국 관광객분들이였다. 순간 힘이 쭉 빠진다. 외롭고... 어디로 가야할지 계획도 없고... 더욱더 우울해 졌다. 남부일주를 해야하는데 빡세에만 있다갈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렇게 우울하게 길을 걷다가 또 한명의 동아시아인이 저 멀리서 보였다. 지도를 보고 라오스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며 어디로 찾아가는 듯 했다. 나에겐 빡세에 처음 온 여행자처럼 보였다. 갑자기 어제 길을 잃어 한참동안이나 헤매이며 빡세를 누비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그가 애처로워 보였다. 비록 내가 빡세에 온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로 다가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사실 그의 겉모습이 약간 불쌍해 보였다(?) 키는 큰데 몸은 말라서...) 헉....약 10분후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내가 오히려 그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는 일본인이였고 이름은 케이치(? 잘 생각이 안나요 ㅠ)... 라오스에는 이미 수차례 여행을 왔었다고 한다. 물론 빡세에도.... 그리고 그는 길을 헤매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알뜰한(?) 쇼핑을 위한 흥정을하고 있었던 것....(현지인들과 흥정을 할 정도면 고수다.) 순간 부끄러웠다. 오히려 갈 길을 몰라 어쩔 수 없이 머물러 있던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인데 멋도 모르고 도움을 준다고 허세를 부렸으니.... 같은 동아시아 인이라는 이유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까워졌다. 내 사정을 들은 케이치은 내게 참파삭이라는 곳을 알려주면서 그곳으로 갈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메모지에 라오스어로 "참파삭으로 갑니다."라는 말을 써주었다. 그리고는 기념품과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떠났다... 솔직히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나의 가슴에는 적지않은 반일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아마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것이다.) 그 결과 이웃나라의 일본인들이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먼 곳 라오스 빡세에서, 외로움에 지쳐있던 나에게 도움을 준 그 케이치은 일본인과의 만남이 거의 없었던 나에게,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사실 역사문제나 독도문제와 같은 민감한 국제 분쟁을 보면 일본이 밉다. 그러나 일본이 밉다고 해서 일본인 모두를 미워하려했던 것에 대하여는 내가 어리석었던것이다.

-참파삭으로 내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거대한 유적지를 품은 시골마을 참파삭으로 간다-









케이치에게서 참파삭에 대한 정보를 얻자마자 나는 바로 참파삭으로 가는 교통편을 타기 위해 신시장으로 갔다(따랏뜨헝시장이라던가?) 분명 그의 말데로라면 이 시장에서 참파삭으로 가는 교통편을 탈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시장에 도착하니 또 패닉에 빠졌다. 혼잡한 시장에서 나는 참파삭행 교통편을 찾으러 이리저리 다녔다. 사실 이전에 툭툭기사에게 사기를 한번 당한 적이 있어서 섣불리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두렵웠다. 한참을 그렇게 시장을 돌아다니다. 결국에는 시장상인에게 물어보았다. 물론 바디랭귀지와 케이치가 써준 메시지를 이용하여...결국 참파삭행 트럭에 탈 수 있었다. 역시 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일정 수 이상 채워져야 출발하는 트럭이였다. 뭐 별수 있나 기다릴 수밖에.... 그래도 트럭기사의 두명의 아들들이 내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큰아들의 이름은 카이 작은아들 이름은 호이(?)라던가 나이는 11살 7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심심했던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한 두마디 정도가 한계였다. 말이 안통하니... 그래도 우리들은 재밌있는 시간을 보냈다. 미리 준비해간 볼펜도 나누어주고 그들과 내가 입은 옷의 상표가 같다는것을 이유로 we are same 이라는 터무니 없는 영어를 남발하면서 오버를 하니깐 두명의 소년들도 웃어준다. 뭐 말 안 통하면 어떤가... 그냥 서로가 즐거우면 되지...뒤따라 승차한 다른 젊은 부부도 내게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한국에 대하여 좀 알고 있는 듯 해서 더욱 오버를 하며 한국을 알렸다(?). 뭐 특별한것은 없고 현대차를 보며 한국 자동차라고 자랑한 정도.... 잠시 후 드디어 트럭이 참파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트럭에서 만난 그 아이들의 맑은 미소가 불안했던 나를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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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장...매우 복잡하고 좀 지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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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왼쪽이 호이 그리고 오른쪽 두사람은 젊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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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 하던 나를 많이 도와준 카이>






참파삭으로 향하는 트럭에서 바라본 라오스의 하늘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역시 자연의 힘을 굉장하다는것을 몸으로 느꼈다. 그러나 하늘에 비해 땅은 엉망이였다. 비포장길의 연속이였기 때문이다. 쉴새없이 트럭을 덮치는 흙먼지는 눈과 코를 아프게 했고 내 몸과 가방은 먼지로 뒤덮여 향토색으로 변해갔다. 내가 탄 트럭이 달리는 길 바로 옆에는 때마침 도로포장공사가 진행중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도로포장공사에 아이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였다. 아이들이 돌을 나르고 나무를 잘라서 나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쯤 중학교나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아이들이 라오스에서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흙먼지를 마시며... 그때서야 새삼스레 라오스가 아시아 최빈국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난 그동안 라오스의 한 부분만 보아왔을 뿐 아직 라오스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 옆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트럭 기사의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광객인 나에게 라오스는 아름다운 나라.. 라오인들에게 라오스는 가난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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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때문에 고생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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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나르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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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나무를 해서 집으로 가고 있다. 아마 60-70년대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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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도로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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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길은 포장도로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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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쁘다.....>

11 Comments
소리의요정 2010.08.24 17:35  

ㅎㅎ 파란만장한 여행기 잘 읽고 있음ㅎ

ITist 2010.08.24 19:44  
정말 고마워요...ㅎ
고로 2010.08.25 03:41  

항상 재밌게 보고 기대하고 있음!

ITist 2010.08.26 09:40  

고로님 누구시지.... 궁금해 죽겠어요...떠오르는 분이 있긴 한데 ㅎㅎ

나비효과2 2010.08.26 21:24  
퇴근하고 매일보는 티비도 안보고 이거만읽었네~ㅋㅋ 재밌다~^^
ITist 2010.08.26 22:37  

어 정말요... 우와 힘이 불끈!! 다음 편도 빨리 적어야겠어요 ㅎ

가을보송이 2010.08.27 15:09  
저도 참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기대할께욤
날개(airfoil) 2010.08.30 08:01  

여름방학이 있는 대학생이 그냥 부러울 뿐입니다.
직장인에게는 일주일의 휴가도 호사....

vagabonder 2010.09.13 21:52  
하늘이 너무 예쁘네요 ^^ '
다음 얘기 궁금 해 집니다ㅎ ㅎㅎ
망고스틴 2010.09.23 20:05  

살아잇는 사진이네요 감사합니다

꼼참 2010.09.28 11:43  
님하 ^,^ 이제 9월달도 다 지나가는데 언제쯤 다음편 올리시려고 그래여ㅋㅋㅋㅋㅋㅋ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구여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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