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을 찾아가다.[번외]
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를 가다.
라오스에서 깨달음 진정한 행복.
어린 나이에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했던 고3 수험생시절, 한번쯤 답답한 교실을 떠나 드넓은 세상에 내 몸을 던져보고 싶었지만 나에게로 향한 가족의 기대감과 나의 소심한 성격은 나를 책상 주위에서만 머무르게 했다. 남들도 다 겪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도 내 마음은 안정되지 않았고 나는 마치 복잡한 미로에 갇혀버린 듯 혼란스러워졌다. 그때 내 마음에 유일한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이 바로 ‘세계일주 여행기’였다. 배낭 하나로 세계 일주를 하면서 겪은 온갖 재미난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여행기를 읽으며 수험생활의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드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가슴은 ‘세계일주’를 품기 시작했고 2년 뒤 나는 마침내 ‘세계일주’에 시작인 첫 번째 배낭여행을 시작하러 떠났다. 그곳이 바로 ‘순수의 땅’ 라오스였다.
라오스로 향하는 직항이 없었기에 나의 여행은 태국 방콕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태국에서 하루를 머무르며 라오스에 대한 정보를 얻고는 바로 라오스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부분 태국에서 비행기로 라오스에 가지만 내게는 그럴 돈도 없었고 무엇보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을 몰라 그냥 열차를 탔는데 이 선택은 나중에 엄청난 후회를 가져왔다. 열차를 타고 꼬박 16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태국 동쪽 도시인 우본에서 다시 생태우와 버스를 타고 3시간 달려 겨우 태국-라오스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방콕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가는데만 무려 19시간이 걸려 16일간의 짧은 여행을 하는 나는 시작부터 다급해 졌다. 그러나 곧 두발로 국경을 넘어 라오스를 온 몸으로 마주하는 순간 모든 걱정이 시원한 산들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 버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라오스의 하늘 때문이었다. 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둥실 둥실 떠다니고 황토색 목재 건물들이 푸른 초원과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구름위에 살고 있는 황토로 빚어진 사람들’, 바로 라오스
사람들이 순수한 미소를 띠며 나를 맞아 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라오스가 너무 좋았다. 종종 사기도 당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했지만 라오스의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라오스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오직 미소와 몸짓, 그리고 눈빛으로 그들과 나는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오히려 말보다 눈빛으로 통해 그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그들도 낯선 외국인이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었다.
사실 배낭여행을 가기 전 라오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공산주의 국가였으며 아시아 최빈국중의 하나라는 것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지식이었다. 다만 라오스를 여행한 몇몇 여행자들이 들려준 라오스에 대한 예찬이 라오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게 조금 남겼을 뿐 가난한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훨씬 강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라오스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서 언제나 밝은 얼굴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가난한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의 행복한 얼굴에 가난의 고통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 일 간 라오스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라오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자 라오스가 아시아 최빈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오스 제 3의 도시라는 대도시 빡세에는 차들도 별로 없었고 몇 개 안되는 쇼핑몰에는 고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도시를 벗어나니 상황은 휠씬 더 심각해졌다. 초등학생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시멘트를 공사현장으로 나르고 있었고 노동자들은 보호 장비도 가추지 못한 채 도로 포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사진으로만 보던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과 닮아있었다. 측은한 마음에 땔감을 나르던 한 어린 소년에게 다가가 미리 준비해 뒀던 볼펜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 처음에는 낯선 나를 보고 경계하더니 이내 천사 같은 미소를 건네주고 수줍게 떠나갔다. 그 어린 소년의 미소는 나를 기쁘게도 했지만 한편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나는 무엇인가를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며 그것을 가질 수 없으면 가난 때문이라며 나 자신을 원망해왔다. 하지만 나와 달리 라오스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지길 바라지 않았고 현재 자신들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거라고는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축구공 하나일 정도일 뿐 권력과 재력, 학벌 등이 아니었다. 그들의 행복한 미소의 이유를 되새기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미소를 띠게 됐다. 그렇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내 생에 잊을 수 없는 여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원망해온 예전의 나를 하늘 높이 날려 보내고 라오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또 다시 나를 변화시킬 아름다운 여행을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컷>
<나무에 어린이 열매가 열렸네요.>
<어여쁜 5남매. 가운데 큰 누나가 귀특하게도 엄마 노릇을 하더군요>
<산진 찍으려니 꽃을 들고 포즈를 취하네요>
<귀여운 남매 .. 어린 막내들의 새초롬한 표정이 귀엽죠>
<혼자서 놀고있던 아이... 사진 찍으려니깐 천사같은 표정을 지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