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앙응오이, 숲속의 숨겨진 보물을 찾다.
라오스의 므앙응오이는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아주 조그마한 마을이다.
라오스를 여행하는 여행자들도 므앙응오이는 그저 휴식을 위한 여행지로만 생각하고 찾는다.
나 또한 잠시 사진만 찍고 다른 지역으로 가려고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고 므앙응오이의
선착장에 첫 발을 내딛었는데,내려보니 깊숙이 숨겨져 있는 숲 속의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선착장에 내려 조금 올라가다보니 한국어로 적혀진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의 집"
왠 한국인의 집?
다른 곳을 둘러볼 생각도 않고 일단 한 번 들어가본다.
며칠 한국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국어만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게다.
한국인의 집이란 곳은 다름아닌 게스트하우스였다.
둘러보니 특별하게 나쁜 것도 없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그냥 하루를 묵기로 한다.
주인아저씨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에 예전에 어느 한국인이 그 팻말을 써 주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집 주인장의 아들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단다.
지금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잠시 볼 일을 보러 갔단다.
여정을 풀고 카메라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전기를 꽂으니 충전이 되지 않는다.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므앙응오이는 전기가 저녁 시간(6시~10시)에만 들어온단다.
이곳이 오지는 오지인 모양이다.
하긴, 강 길이 아니면 여행자들이 므앙응오이로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오지가 맞긴 맞다.
주변을 거닐다 월남쌈 비슷한 현지음식을 팔길래 먹어보니 맛이 아주 그럴듯하다.
즉석에서 라오비어 한 병을 주문해서는 마시고 있는데 현지인 꼬마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건다.
열 아홉 살이라는 꼬마는 여행자들에게 고기잡이나, 튜빙 투어를 안내하면서 돈을 버는 일을 한단다.
항상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붙임성도 아주 좋다.
그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으니 다음날 농키아우란 곳에서 파티가 열린단다.
루앙남타에 있을 때도 그곳에 파티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라오스 전역에서 파티를 하는 모양이다.
파티는 우기 시즌이 끝나는 보름달에 건기 시즌이 돌아왔음을 축복하는 뜻으로 한다고 한다.
므앙응오이 마을 주변에 동굴이 있다고 하여 탐험을 나섰다.
걸어서 약 30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슬리퍼를 신은 상태에서도 불편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마침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과 맞물려 그들과 함께 놀 기회가 생겼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인 아이들은 아마도 산 속에서 거주하고 있는 듯하다.
한 아이가 내 카메라를 뺐어서는 지 친구들 사진을 찍는다.
나라면 절대 찍지 않았을 구도로 찍은 그 아이의 사진을 보니 그 찍혀있는 장면들이 꽤나
심오하고 재미있다.
아이가 내게 나름의 발상의 전환을 가르쳐 준 셈인가...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된다.
머릿속에 계산이 없는 아이들은 금세 친한 친구가 되고 금세 미련 없이 안녕을 외친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아이 예찬론자가 된 듯하다.
소박한 풍경의 므앙응오이 선착장 전경.
아날로그의 기운이 팍팍 느껴진다.
선착장을 빨래터 삼아 빨래를 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환영해 줘서 고마워 소녀들!! ㅎㅎ
아무것도 꾸밈이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숨겨진 보물이 눈 앞에 넝쿨채 들어온 기분이다.
와~~ 쥐기네~
실제로 저 게스트하우스에 한국인이 3개월 여정으로 묵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한국말을 하는 주인 아들과 함께 비엔티엔으로 잠깐 볼 일 보러 갔단다.
이층 숙소 앞에는 저렇게 의자와 탁자가 있다.
저기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그 낭만스러움이란....
참 친절한 주인아저씨의 뒷 모습.
영어나 한국어를 잘 못한다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다음날 아침 농키아우로 가는 배표를 끊으러 갔더니 저 주인아저씨가 표를 끊어준다.
아저씨... 투잡을 하는 모양이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여행자정보 센터 라고나 할까..
이색적인 지붕이 인상적이었다.
므앙응오이의 중심 거리이다.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아이들에게는 그 어느 거리보다 안전하다.
별 것 없는 거리가 너무도 끌린다.
방갈로 형의 어느 게스트하우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므앙응오이 또한 무한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6시 경부터 10시까지.
그렇기 때문에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란의 일탈을 볼 수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므앙응오이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흔한 경운기나 삼륜차도 없는 곳이 바로 므앙응오이이다.
저런 거리... 예전엔 미처 상상할 수 없던 곳이었다.
월남쌈같은 것이 아주 맛있다.
저렴한 저런 로컬 음식들이 정겹기만하다.
여행자들이 있으니 세탁과 옷 수선 해주는 곳도 있다.
옛날 우리네 시골에서도 저렇지 않았을까?
동굴로 가는 길에서는 그네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꾸밈이 없으니 거짓도 없다.
왼쪽은 학교이고, 오른쪽은 천연잔디가 깔려있는 운동장이다.
이번 라오스에서 느낀건 저렇게 큰 운동장을 보유한 마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다는 것도 라오스 인들에겐 큰 축복이다.
저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동굴이 나온다.
동굴 자체는 그다지 볼 것이 없지만 동굴 주변의 풍경들은 꽤나 향기로웠다.
웃고, 장난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재잘대고....
동굴로 가는 초입길에서 잠시 만났던 아이들과 난, 동굴 입구에서 다시 조우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온 한 남매는 나머지 아이들을 기다리기 위해 내가 앉아 있는 벤치로와서 앉는다.
"몇 살이니?"
"난 열 두살, 여동생은 열 살"
라오스 숫자를 외운 덕분에 그들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아이가 직접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