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08 - 탐콩로. 라오스 동굴투어의 끝판왕.
라오스 이야기 - 탐콩로. 라오스 동굴투어의 끝판왕.
아침식사. 시장에서 5천낍 주고 산 옥수수.
여행을 하면서 뭐든 서두르지 않기, 여유롭게 움직이기를 모토로 삼고 있는지라, 느긋하게
일어나서 시장에 가서 라오커피 한잔과 옥수수를 사들고 마을 밖에 있는 투어인포에 들른다.
가서 모또를 빌리려고 하니 근처에 있는 겟하우스에 가면 빌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다른 여행자들은 썽태우를 대절해서 콩로마을에 간다지만, 그렇게 가면 나힌마을 오는 길에 있는
뷰포인트(이 곳 지형을 내려다 볼 수 있는)에 못가니까 모또를 빌리기로 한다.
저 세대 중 유일한 오토스타트 모또였던 까만색...-ㅅ-...퀄리티가...
투어인포 청년이 알려준 겟하우스에 가니 오늘내일 하게 생긴 모또를 10만낍을 달란다.
(심지어 기름을 넣으니 바닥에 기름을 흘리며 달리는 이 아이 어쩔건데...)
“아줌마, 인포에 물어보니 8만낍이라던데...”
하니 그제서야 8만낍이라고. 2~3천원에 서로 너무 치사해지는 것 같지만, 난 가난뱅이 여행자인걸.
나힌마을에서 콩로마을까지는 전혀 가깝지 않다. 팍세에서 팍송가는 거리랑 비슷하달까.
마을 밖으로 나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41km라 표시 되어있다. 40km/h로 또 한시간이냐...
.
.
.
[ 탐 콩로 가는 길- ]
한시간 동안 이런 풍경에, 도로 가운데로 소도 지나다니고 오리랑 닭도 지나다닌다.
팍세에서 팍송 가는 길의 볼라벤 고원이 그렇게 볼만했듯, 이 곳도 목적지까지의 여정이 굉장하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돈 주고도 못볼 멋진 지형을 가진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래 비용 생각하고 안왔다가는 후회했을 거야. 이런 풍경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을 가로지르며 도착한 탐콩로.
아직까지는 여행자들이 미친듯이 찾아오지 않아 주변이 정신없이 개발되어 있지는 않다.
음료수 몇가지를 놓고 파는 가판대와 오토바이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보트 대여소.
탐콩로 투어는 7km의 동굴을 보트 하나에 의지해 2시간에 걸쳐 왕복하는 코스로 되어있다.
보트에 탈 수 있는 인원은 총 다섯명. 그 중 두명은 보트를 움직여야 하는 길잡이라,
실질적으로 투어리스트는 3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보트 한 대를 대절하는 비용은 10만낍. 입장료는 1인당 5천낍.
3명이 탈 경우에 가장 세이브가 많이 되지만 다른 일행이 없을 경우에는 둘이 타도 충분하다.
혼자라면 아, 조금 비싼가- 할테지만 둘이 타면 5만5천낍 정도고 탐콩로는 그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싸도 괜찮을 것 같기 때문에.
뭔가 제대로 표현이 안된 듯한 사진이지만 일단 물이 엄청 맑다-!
보트를 타고 조금 들어가면 걸어서 종유석을 감상할 수 있는 짧은 코스도 조성되어 있다.
조명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기 때문에...-ㅅ-;;;
수심이 얕은 곳에는 내려서 보트를 끌고 가기도 (...)
동굴 건너편에 거의 다 도착했다 :)
출발했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동굴 반대편-
1시간에 걸쳐 어두운 동굴을 지나 반대편에 도착해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동굴을 빠져나오기 전에 수심이 얕아 지는 곳에서 배를 끌어올리느라 고생스러웠을 청년에게
콜라를 하나 사서 건넨다. 뭘 해도 무심쉬크하게 반응하던 청년에게서
“곱짜이.”
라고 짧은 인사가 돌아온다. 뭐라 말을 걸어도 고개만 끄덕이던 그였건만.
열두시 무렵에 총 세척의 보트가 함께 투어를 떠나 여섯명의 라오청년(혹은 아저씨)들이
함께 였는데, 한시간 동안 고단하게 보트를 끌고 왔을 그들이건만, 음료수 하나 사서 마시는
사람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던 나도 목이 말랐는데.
6천낍 짜리 콜라 한병을 건네자 여섯명이 500ml 하는 콜라를 한모금씩 나눠 마신다.
다른 보트로 들어온 서양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맥주 사마시고 신났다.
뭐랄까, 느닷없이 문화적인 차이를 느껴본다...
자기가 지불한 비용 내에서 즐기는 것과, 그 이외의 비용 -비록 아주 적더라도-을 들여
조금이나마 나누는 것. 뭐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여행을 통해 조금 더 인간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 풍경도 좋고 경험도 좋지만,
그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 나의 경험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에.
2,30분 쯤 지났을까.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고, 슬슬 돌아갈 시간도 된 것 같아,
“빠이?”
하고 물었더니
“빠이.”
한다. (빠이=GO:가자)
다시 보트를 타러갈 채비를 하니 서양 아이들이 탄 보트를 몰고 왔던 아저씨가
손을 꼬옥 잡으시며 “곱짜이, 라이라이.” 하신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덩달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왔다.
또 다른 여행자를 기다리는 보트들-
.
.
.
탐콩로.
아직까지는 라오스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나빠 여행자들에 의해 분위기가 너무
상업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 곳 중에 한 곳이었기에, 조금은 안심했다.
물론 언제까지나 변치 않고 있어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않는다. 다만...
그 변해가는 속도가 조금은 천천히... 그 곳을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가면서 봤던 풍경과는 또 다르다.
동굴 입구에 물고기가 이렇게나 많았던가?
왠지 신기한 마음에 우리의 무심쉬크 보트 청년에게, “빠? 빠?” (빠=물고기) 이랬더니,
그저 고개를 한번 더 끄덕일 뿐이다. 내가 재밌으면 웃어주기라도 하지. 청년...
2시간이 조금 넘는 투어를 마치고 다시 모또를 몰고 마을로 돌아가며,
보트 대여소에 앉아있는 청년들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그들을 뒤로하고, 나힌마을 오는 길에 있던 산길의
정점에 있던 뷰포인트에 가본다.
.
.
.
뷰포인트 안내문인데...읽을 수가 없어요.
저 정자(?)에서 나힌과 콩로를 감싼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라오스는 조금만 위로 올라오면 추운 바람이 분다.
볼라벤 고원을 달리며 다음에 모또 타면 바람막이라도 입어야지 했는데 또 까먹었네.
일단 출발할 때 더우면 놓고 오게 되니까 어쩔 수 없다. 비 올때나 입어야지. 방수도 되는데...
뷰포인트에 도착하니 국도를 타고 반나힌, 혹은 락싸오로 가는 라오사람들이
각자 타고 온 모또나 차를 세워두고 잠깐 쉬어가는 곳인듯,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띈다.
“콘 이뿐?” (일본사람?)
“노노. 콘 까올리.” (아니아니, 한국사람)
하니까 라오어로 뭐라뭐라뭐라 계속 말씀을 하시는데 한마디도 못알아 듣고 또 웃었다.
아이, 자꾸 웃으면 주름 지는데 라오스에서는 웃을 일이 참 많다.
뷰포인트에 있는 정자(?) 위에서 바람도 쐬고 나힌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멋들어진 산세를
감상해본다.
근데...비가 저쪽에만 오고 있는거 같은데...?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또 새롭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던 곳.
해질 무렵에 나힌마을로 돌아와 또 떠날 준비를 한다.
이번 주에 이동이 너무 많은 듯 하지만 무비자 15일이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
비엔티엔에 도착해서 비자클리어를 할 때까지는 열심히 움직여 주어야 한다.
저녁은 론리 플래닛에 나온 식당에 가봤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
적당한게 없을 때는 무난한 야채볶음을 시킨다.
그리고 라오스에서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라오식 볶음 샐러드인 랍(Laap).
약간 태국의 바질볶음이랑 비슷한 느낌?
...이 곳에 또 올수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곳을 찾더라도 같은 감동이 있길 바라며,
어제 먹고 남은 참파 위스키를 비워낸다.
짐은...일어나서 싸야지.
p.s 이것이 참파 위스키...지금도 홀짝대고 있는 참파 위스키-;;;
가격은 25,000kip. 가격대비 so so. :)
콜라, 소다, 얼음과 함께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