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비엔티안 국경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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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일 동남아 배낭여행 이야기)
<2월 8일 방비엥~비엔티안~태국 농카이><?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2월8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라오스에서의 비자가 오늘까지이기 때문에 어찌됐던 오늘은 방비엥을 떠나 태국국경과 접해있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가야만 합니다.
아침에 오랜만에 짐을 정리하니 왜이리 짐을 싸는게 낯선지 모르겠습니다.
여행 온 후로 하루,이틀 간격으로 짐을 싸다가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짐을 싸는 법을 모두 잊었나 봅니다.
그리고 배낭을 다시 짊어집니다.
배낭이 짊어진 내 모습이 조금 어색합니다.
방을 나와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오늘은 제가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곳을 떠납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내어 Deng의 유치원에 들려 작별인사를 합니다.
“나 비자가 다 되어서 라오스를 떠나야 해”
“…....”
“내가 태국 넘어갔다가 라오스 들어오면 꼭 연락 할께. 그리고 한국에 가더라고 전화 꼭 할께”
“……”
Deng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저 같아도 아무런 말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너무 미안해 집니다.
때론 상대방에게 너무 잘해 주는 것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는 한국돈 1,000원짜리 빈 공간에 내 한국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을 써서 건내줍니다.
그리고 어제 아이들 때문에 주지 못했던 사진도 인화해 건내 줍니다.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이것 밖에 없네.. 때때로 연락할께.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다시 한번 놀러올꺼야.
그때 진짜 좋은 선물 가져올께….”
“…….몸 조심하고 여행 무사히 끝내고 한국에 잘 들어가……”
Deng과 인사 후에 다시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게스트 하우스를 사진기에 담아 봅니다.
항상 분위기를 주도했던 아저씨와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과도 오늘로 작별입니다.
터미널로 향하는 차에 올라타니 다시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사람들이 떠날 때 모두 밝은 미소로 떠나길래 기쁜 마음으로 떠나는 줄 알았더니 이건
떠나 보내는 것보다 떠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떠나는 게 아니라
방비엥을 떠나 보내는 제 맘이 아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후에 다시 온다면 그때도 방비엥은 여전히 그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두렵습니다. 몇 년 후 다시 방비엥에 왔을 때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방비엥에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방비엥만은 그 순수함을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복잡한 일에 지쳐있을
때 찾을 수 있는 그런 친구로 남아주길 바래봅니다.
아무튼 저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방 문밖을 나서면 아무나 잡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한국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다시 철저히 저 혼자
가 되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을 살면서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습니다. 이 순간을 즐겨야 합니다.
방비엥을 떠나 4시간을 거쳐 비엔티안에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에 내려 시내까지 들어가는 툭툭을 타는데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겁니다.
“한국인이세요?”
“네 맞아요…한국분..??”
“네 저 한국사람이에요..사실 루앙남타에서 뵜었는데…”
잉? 루앙남타에서 날 봤었답니다. 근데 전 기억이 없습니다.;;;
“루앙남타에 아시아인이 흔치 않아서 몇번 뵜었어요.”
“아~그러세요? 아~반가워요. 루앙남타에서 있을 때 말 좀 걸어주시지…ㅋㅋ.어디로 여행가시는거예요?”
“저는 중국 쿤밍에서 징홍을 거쳐 루앙남타 갔다가 루앙프라방,방비엥 그리고 오늘 비엔티안에 도착했어요.”
깜짝놀랬습니다. 저와 여행루트가 귀신같이 비슷합니다.
“저도 그런데…;;;아~그럼 루앙남타에서 정말 말 좀 걸어주시지..제가 그때 얼마나 심심했는데요..ㅎ”
“아~그러셨어요ㅋ 그땐 한국인인지 확실치가 않아서요..ㅎㅎ”
만약 그때 말을 걸어주었더라면 저는 그분과 여행 일정의 반을 함께 보냈을텐데 말입니다.
인연이라는건 참으로 알 수 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같은 길을 따라 내려왔음에도
이제서야 만나게 해주니 참으로 신기하고도 알 수 없는 게 인연입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세요?”
“비엔티안에서 하루 자고 내일 비행기 타고 하노이로 가요”
“아~저는 오늘 태국 넘어가서 비자연장하고 다시 돌아와서 베트남 하노이로 갈 예정인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재미난 인연에 신기해 합니다.
“그럼 지금 숙소 잡으시겠네요?”
“네 지금 시내 도착해서 바로 잡아아죠”
“아..저도 저녁6시 국경 넘어가는 버스를 탈 예정이라.. 그럼 불편하지 않으시면 저랑 같이
비엔티안 구경하시죠”
“아 좋지요..우선 짐을 가지고 돌아다니시면 힘드시니까 제 숙소에 짐을 놓고 같이 움직여요”
“아..저야 감사하죠..ㅎㅎㅎ”
그래서 숙소에 짐을 놓고 그분과 함께 비엔티안 시내를 돌아다닙니다.
이분은 중국 베이징에 반도체 회사 주재원으로 나와있는 실력 있는 인재입니다.
여행 스타일이나 사진찍는 취미도 저와 비슷합니다.
여행 중에 렌즈를 몇 개씩 가지고 다니는 거 보니 사진매니아 임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제 GPS를 보더니 큰 관심을 보입니다. 정말 여행하는 사람의 취미와 성격은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또한 서로 중국에서 일해 온 경험이 공감대가 되어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라오스의 대통령 궁 입니다.
비엔티안에 라오스에 라오스의 중요 정부기관이 모두 모여있지만 규모가 우리나라 군 소재지 정도의 규모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궁 조차 맘만 먹으면 몰래 넘어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빠뚜싸이입니다.
빠뚜싸이는 라오스 혁명을 기념해 만든 것인데 당시 미국이 활주로를 만들라고 무상으로 제공해준 시멘트를 남겨 건설했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그럴 듯 하지만 가까히 다가가면 시멘트의 싼 느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빠뚜싸이’에 올라 바라보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은 제법 깔끔하게 보입니다.
도시가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고층건물이 없어 이 건물에 오르면 도시 전경이 모두 보입니다.
외국인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외국에 나와서 이런 곳에 한글은 사용하지 맙시다..;;
한국에서 온 봉사단원입니다.
지나가면서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니 그들이 한동안 우리 둘을 멍하게 바라보더니 옆 사람에게 말합니다.
“중국사람이 한국말했어…;;”
우리는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나 우리가 너무 중국에 오래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나눕니다.
라오스엔 스타렉스 차량이 참 많습니다. 라오스에 있는 승합차는 모두 스타렉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악국가인 라오스에 어쩌면 이 차가 도로를 달리는데 어울릴지 모릅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6시를 향해 갑니다.
그 오랜 시간 여행루트가 같았음에도 오늘에야 만나 밥한 끼 못하고 헤어지는 장난 같은 인연에
조금은 아쉽지만 그나마 그냥 모르고 헤어질 수 있었음에도 만나 대화를 나눈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연락처를 주고 받고 헤어집니다.
이제 다시 태국 국경을 넘어가야 합니다.
툭툭을 타고 라오스 국경으로 가는 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삼면이 바다고 북쪽으로는 북한이 있어 외국에 나가려면 무조건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하는 우리
나라 실정에 언제나 내 두 발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조금은 긴장되고 신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터미널에 있는 국수집에 들어갑니다.
아~ 너무 맛있습니다. 라오스에서 먹어본 국수 중에 최고 입니다. 아주 쫄깃쫄깃 합니다.
가격도 7,000킵으로 아주 쌉니다.
저는 7,000킵한 그릇 먹고 10,000킵 어치 더 달라고 해서 더 먹습니다.
라오스에서 태국 넘어가시는 분은 터미널 안에 하나밖에 없는 야외 국수집에 들러서 꼭 한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태국국경지대로 넘어가는 버스가 도착해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라오스 출국 도장을 찍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라오스에서의 무비자15일이 후딱 지나간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