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방비엥에서의 새로운 만남들...
(36일 동남아 배낭여행 이야기)
<2011년 2월 2일 루앙프라방~방비엥><?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아침에 일어나 또 도시를 떠나기 위해 짐을 쌉니다.
숙소 주변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 함께 방비엥으로 갈 두분의 샌드위치를 구입합니다.
여행와서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8시 30분에 도착하니 그분들이 나옵니다.
함께 정류장으로 가 VIP 버스를 탑니다. VIP버스는 비싸기 때문에 90%이상이 외국인이 타고 있습니다.
루앙남타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넘어올 때 라오스 현지인들과 함께 타는 싼 버스를 타고 10시간을 오는 바람에
다음날 여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잘 된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돕니다.
이런 산길에도 마을은 있고 학교는 있나봅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지 무리를 지어 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구름 때문에 시야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도 마을은 있습니다.
구름속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라오스 북부는 대부분 산악지대입니다.
도로라고는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가 고작입니다.
그게 라오스의 몇 안되는 국도입니다.
물론 고속도로와 철도 같은 건 없습니다.
버스는 달려 2시 30분쯤 어느 식당에 우리를 내려줍니다.
VIP버스는 외국인들이 많이 타는 버스라 물과 간식도 주고 티켓표에는 식사 쿠폰도
붙어 있습니다.
현지식입니다.
좋게 말하면 덮밥이고 그냥 말하면 개밥입니다.
밥 위에 선택한 반찬들이 올려져 나옵니다.
어제 만난분들 이름 묻는걸 깜빡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어제 정신이 없어서 성함도 못 물어봤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분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어색한듯 말합니다.
‘찰리라고 불러주세요…하하하’
‘미스터 한 입니다. 하하하’
여행 중에 만남이라 자신의 많은 것을 알리기에 조금은 고민이 되나봅니다.
어차피 여행 중에 만나고 헤어지는게 일반적인 일이라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버스는 다시 방비엥을 향해 계속 달립니다.
사실 라오스에 처음 넘어 왔을 때 서양인들에 의해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라오스에 살짝 실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계속 라오스여행을 하고 남쪽으로 내려온 큰 이유 중 하나는 방비엥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한적하게 책을 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곳…
어쩌면 방비엥에 가기 위해 라오스에 온 거라고 해도 될 만큼 방비엥은 저에게 있어서 라오스 온 목적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있는 제 옆자리에는 라오스 꼬마가 혼자 앉아 있습니다.
외국인 틈속에서 라오스인은 이 아이 하나 뿐입니다.
이 아이는 차타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지 차속에서 오바이트를 몇 번이나 합니다.
봉지를 아주 손에 들고 계속 토악질을 해 댑니다.
조금 안스럽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내렸을 때도 그 꼬마는 식당구석에서 밥도 먹지 않고 앉아 있습니다.
그렇더니 아이스크림을 하나사서 차에 올라탑니다.
다시 버스는 떠나고 점심을 먹고 저도 차 속에서 깜빡 잠이 듭니다.
그렇게 한참후에 눈을 떴을까요
아…이럴수가….;;;
그 꼬마가 내 어깨에 기대 잠이 들어 있었고 내 무릅과 배 위에는 그 아이의 오바이트로 보이는
이물질들이 내 옷 위를 가득 적셔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인기척에 그 꼬마도 눈을 뜨고 그 꼬마아이도 크게 당황을 하며 라오스어로 내게
뭐라뭐라 그럽니다. 아마 미안하다는 것 같습니다.
그 꼬마아이도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어쩌 줄을 몰라 합니다.
꼬마아이에게 뭐라할 수도 없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손수건을 꺼내 들고 닦는 순간
오바이트가 아주 차갑습니다.
‘잉?? 뭐지??’
오바이트가 아니라 달콤한 초코아이스크림입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졸면서 아이스크림을 내 배위에 떨어뜨렸고 그게 나의 체온에 의해 녹아버린 것입니다.
이 황당한 상황에 나는 순식간이 웃음이 터져 버렸습니다. 내가 갑자기 웃자 그 당황해 하던 라오스 꼬마도 피식피식 웃어 댑니다. 자신도 웃기나 봅니다.
손수건을 그 아이에게 건내주고 꿀밤한대를 먹입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도착하는 내내 눈길만 마주치면 피식피식 웃음을 주고 받습니다.
귀여운 꼬마에게 사진을 찍어 인화를 해 사진한장을 건냅니다.
그렇게 차는 달리고 달려 7시간이 넘어 방비엥에 도착합니다.
그분들이 방비엥의 한국인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 찰리와 미스터 한을 따라 툭툭을 타고 한국인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합니다.
우리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함과 동시에 한 가족이 저희와 비슷하게 도착합니다.
방콕에서 사신다는 그 가족은 또 그렇게 인연이 되어 방비엥에 있는 동안 저와 찰리, 미스터한과 함께 잠 잘 때만 빼고 함께 어울리는 사이가 됩니다.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만약 루앙프라방에서 찰리와 미스터한을 만나지 못했다면 방비엥 한국게스트하우스도
몰랐을 것이고 방비엥 한국게스트하우스에서의 인연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 다른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며 혼자 외로운 여행을 계속 했겠지요.
그렇게 생각을 하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떤 인생의 한 부분이 후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거 아닌것 같은 작은 만남도 소중히 해야 겠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방을 알아보니 제가 원하는 50,000킵짜리 싱글룸이 없다고 합니다.
순간 이 사람들과 헤어져 다른 곳을 알아봐야하나 하는 당황이 잠깐 내 머리를 지배합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제 처지를 아시고 120,000킵 방을 그냥 50,000킵에 사용하고 50,000킵 방이 비면 그 때 방을 옮기라고 하십니다.
저녁에 120,000킵 방을 구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텐데 생전 보지 못했던 저의 처지를 생각해주십니다.
방비엥에 있는 한국‘Familly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은 세계를 25년간 여행하신분이라 어느 누구보다도 여행자의 처지를 잘 이해하시는 분입니다.
‘내일이 설날인데 여기 오신 여행자분들을 위해 저녁에 삼겹살 파티와 낼 아침 떡국은 모두 공짜입니다. 먼 타국에서나마 설날을 함께 즐깁시다.’
정말 멋지신 사장님이십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수입을 벌어야겠지만 사장님은 게스트하우스운영 또한 여행의 한 부분부분이 생각하시며 삶을 즐기시는 분 같아 보입니다.
정말 멋진 인생을 사시는 분 이십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노을지는 방비엥을 바라보니 ‘내가 라오스에 오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기 시작합니다.
제가 저녁에 삼겹살 파티에 한국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보내니 내가 정말 한국인의 피가 흐르긴 흐르는구나라는 동족애 까지 느낍니다.
이곳에서 한국사람이라는 게 가족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를 만듭니다.
구수한 고기굽는 냄새와 함께 방비엥의 첫 번째 밤이 지나갑니다.
<지출>
아침 20,000킵
간식 15,000킵
생수 3,000킵
아이스크림 36,000킵
툭툭 10,000킵
저녁 100,000킵
<총 이동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