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23 - Episode. 우돔싸이 히치하이킹.
라오스 이야기 - Episode. 우돔싸이 히치하이킹.
가는거야?
무앙응오이느아를 떠나며, 라오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깨닫는다.
남아 있는 곳은 루앙남타와 무앙씽. 그리고 훼이싸이를 통해 태국의 치앙콩으로 넘어가면
또 다시 시작 될 새로운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무앙응오이느아 선착장 대기실의 타임테이블.
농키아우가는 보트 안에서.
5월 28일 토요일. 아침 9시반. 무앙응오이느아 선착장.
하루에 한 대 있는 농키아우 나가는 보트에 몸을 싣는다. 평소에 선착장에 나가는 사람이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오늘은 이 조그만 마을에 있던 외국인들이 전부 다른 도시로 떠나는지
보트 두 척이 순식간에 여행자들로 가득해진다.
농키아우와 무앙응오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보인다. (무앙응오이"느아"는 보트로 1시간)
출발시각을 10여분쯤 넘기고 출발한 보트는 한시간 정도 물살을 가르고 버스터미널이 있는
농키아우에 도착한다. 그리고 무앙응오이느아에서 낍(라오스 화폐단위)이 부족해서
우체국에 들러 큰 도시로 가기 전까지의 여비를 환전하고 (흑흑, 시골이라 1USD에 7900Kip)
"아저씨. 나 우돔싸이 가야되는데 버스터미널 저 쪽이죠?“
하며 우체국의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아니 저어 쪽인데.”
라며 반대방향으로 정정해준다.
“설마...”
도착한 날, 선착장이 가까울 거라 믿고 신나게 걸었던 약 1km 밖의 그 버스터미널 말하는 거니.
“여기서 1km정도야. 근데 너 서둘러야 돼. 버스는 11시에 떠나.”
현재시각 10시 50분. 아...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쪼리를 따닥거리며 축지법으로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발가락 사이에 쥐나겠다.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내가 타야할 버스에 우아한 프렌치 마담이 앉아 샌들을 고치고 계신다.
프렌치 쉬크 무슈-*
프렌치쉬크 마담-*
“안녕-”
터미널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스가 떠나기를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데, 1시간쯤 지났나.
갑자기 버스기사 아저씨 등장. 우돔싸이 나가는 사람이 네사람 뿐이라 정가인 45,000kip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80,000kip씩 내라는거다. -_-...아저씨....고유가 시대라고 인심까지 이렇게 야박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시크하게 샌들을 바느질 하던 우리 프렌치 마담.
“난 그 가격엔 못가겠어.”
하시더니 옆에 있던 Pakmong가는 썽태우 가격을 물어보고 오더니,
“일단 Pakmong까지 가서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넌 어떠니? 20,000kip이래.”
나라고 방법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마담.
팍몽은 어떤 곳인가 하니, 루앙프라방에서 출발해 우돔싸이를 가든, 농키아우를 가든 거치게 되는 정션.
(팍몽 삼거리에서 좌회전시 우돔싸이, 우회전시 농키아우)
어쨌든 루앙프라방 방향에서 오는 버스들이 전부 무앙응오이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 같으니,
거대한 배낭을 썽태우에 던지듯이 싣고 팍몽으로 향하기로 한다.
1시간을 비포장도로를 달려 농키아우에서 팍몽에 도착하니, 오후 1시.
2시 30분에 우돔싸이 가는 버스가 들어온단다. 팍몽에서 우돔싸이는 30,000kip. 정말?
그럼 밥먹고 기다려야지. 하고 근처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부부가 여행 중인 프렌치 마담은 자기와 같은 처지의 여행자를 보니 마음이 짠했는지 어디서 왔니,
얼마나 여행했니 하는 질문들을 간혹 던지곤 한다.
시간이 남아도니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었다. 밥먹었던 휴게소 앞.
로컬입맛이라 다행이야...그치? 암꺼나 너무 잘먹는거지.
.
.
.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가 탈 버스는 소식도 없는거다...
서양아이들 한무리는 기나긴 딜 끝에 자기 갈길 가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1시에 도착하고 밥을 먹고 멍때리다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었다.
2시 반에 온다는 버스는 아직도 소식이 없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프렌치 부부는
교차로 쪽으로 나가 방법을 찾겠다며 행운을 빌어주고는 떠났다.
버스 터미널에 물으니 4시에 온단다. 아 그럼 4시에 물어보면 5시에 오겠네?!
보기만해도 짐스러운 내 배낭...
결국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결국 못가면 여기서 1박을 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 같아,
가방에 있는 유성펜을 꺼내들고 옆에 앉아있던 라오 아저씨에게 슥 내밀며,
“우돔싸이.”
...라고 써주세요. 라오어로.
어찌나 소심하게 쓰셨는지! 크게 다시 써야 했다.
이것이 힛칭의 시작.
이제 이 A4용지 한 장이 내 운명을 결정 짓는거다. 인생 참 저렴해졌다.
교차로로 나가니 30분 전쯤에 방법을 찾겠다며 떠난 프렌치 부부가 없다. 아니 그럼 그들은?!
다른 방향에서 올 버스가 없는데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사실 의욕적으로 히치하이킹에 나서긴 했는데, 종이쪼가리 들고 있는 누가봐도 수상한 차림의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러고 있는 나를 보며 박장대소하며 지나가는 차들을
보니 순식간에 기가 팍 죽어서 아이씨 가지말까. 이런 생각이 안드는 것도 아니었지만,
솔직히 일정에 없던 팍몽에서 1박을 하며 손해를 보는 건 죽어도 싫었기 때문에.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돔싸이에 도착해서 핫샤워 하고 두다리 뻗고 잘거야!
라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우돔싸이. 아저씨가 써준 거랑 뭔가 글씨가 좀 다르긴 한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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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돔싸이 가자, 우돔싸이!
날 보고 웃지만 말고 우돔싸이까지 좀 데려다 주면 안되겠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