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22 - 내게있어, 무앙응오이느아.
라오스 이야기 - 내게있어, 무앙응오이느아. [낚시투어이야기]
헉헉헉...
폼은 완전 조정선수다. 올림픽을 나가도 될 것 같은데 카약이 앞으로 안나간다.
우리 가이드 아저씨 Xiong은 멀리서 잘 좀 하라고 물살도 없는 강 위를 슝슝 지나간다.
심지어 한참 앞으로 나가서 낮잠까지 잔다 (아 완전 얄미워!)
카약킹을 뭔가 급류타기의 느낌으로 생각했던 (카약으로 급류타면 뒤집힌다며...) 내게
이건 너무나 큰 시련이다. 뜨거워지는 오후햇살에 황토색 파트오브메콩에 떠있자니...
(무앙응오이느아를 흐르는 강 이름을 까먹어서 자꾸 파트오브메콩이라 부르는 중입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부터 시작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노 안젓고 둥둥 떠있으면 이건 어디로 가는지 가만히 있어볼까?
이상한데 흘러가서 로스트처럼 동굴에다 집짓고 해치 발견하러 정글탐험 하나?
로스트는 둘째 치고 혼자 조난당했다간 완전 캐스트 어웨이잖아?!
해는 미쳤다고 쨍쨍거리고 아까 잘만 불던 바람은 왜 내가 카약킹을 시작하고 안부는가!
궁시렁 궁시렁. 힘들어 힘들어.
두시간에 걸친 카약과의 사투 끝에 “육지가 보인다!”를 외치며 무앙응으이느아의
자그마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으아아아아 육지에다 발을 딛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니!
카약킹 두시간에 완전 뱃사람에 대한 꿈을 접었다 (...)
무앙응오이느아에 도착했던 날 보다 더 반가웠던 선착장 -ㅅ-...
쪼리자국이 선명한 내 발로 육지에 발을 디뎌본다. 사진이 유독 까맣게 나오긴 했다...
오후에는 맥주를 마시고 쉬면서, 내일 강림할 근육통을 걱정하며 전기라고는 일곱시부터
아홉시까지만 들어오는 무앙응오이느아의 집에서 열한시도 안된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참으로 건전한 날들이 아닐 수 없다.
무앙응오이느아 우리집! 닝닝 게스트 하우스 :)
참파위스키를 비어라오에 말아먹으며...하루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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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던 무앙응오이느아의 강변풍경-
2011년 5월 27일.
전날 뱃사람 체험투어의 여파로 낮까지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너무 집에만 있으니
정신이 멍해지는 듯하여, 닝닝 아줌마가 만들어주는 팬케이크를 하나 먹고 동네산책에 나선다.
오늘은 마을에서 바깥쪽으로 걸어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탐캉 (또 동굴이다), “Na" 마을까지
하이킹 하이킹.
작정하고 나섰는데 오늘따라 날이 너무 뜨겁다.
일부러 해가 좀 사그라 든 시간에 나섰는데. 탐캉까지 가는 길은 무앙응오이느아 마을 메인 거리에서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도 다 한방향으로 가게 되어있는 길로 통해있다. (뭔가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가 없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자꾸 동네 할무니들게 길을 묻게 한다.
이제 라오어로 길 묻는 것 쯤은 식은죽 먹기다.
물론 대답으로 해주시는 말씀은 못알아 듣지만 손가락으로 방향만 알려줘도 갈 수 있는 나라,
라오스 아닌가. 할머니의 손짓에 따라 다갈색의 시골길을 따라 걷는다.
밭일을 마치고 오는 마을 주민들과 수없이 마주치며 “싸바이디-” 인사를 건네고,
어제 투어에서 고기잡던 청년이 오늘은 밭일을 하고 오는지 수레를 끌고 저 멀리서 걸어온다.
반갑게 인사하니 수줍게 웃으며 가던 길을 간다.
작은 냇가와 폭포, 계속해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30여분 쯤 걷자 탐캉에 도착했고, 이젠 익숙해진 입장료를 쿨하게 내고 정말 별거 없는 동네동굴을
구경한다. 본전 생각에 계속 자리 못뜨고 있었지만 참 별거 없는 그냥 동굴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방명록도 적는다. 사실 안적어도 되는데 내 국적이 레어해서 적어보았다 -ㅅ-...
흙탕물만 보다가 동굴 앞의 맑은 물을 보니 기분은 삼삼했다.
본전생각에 나갈 생각을 한참 뒤에나 하게 되었던 탐캉 -ㅅ-...!!!
동굴내부는 그냥 동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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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앙응오이느아 마을에서 멀리 나가면 이런 징검다리도 건너고...
하루를 마무리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라오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또다시 30분을 걸어 반 나 (Na 마을)까지 걸어갔다.
내가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던가, 마을에 들어서자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현실적이기 까지 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자니 도무지 불편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부지런 좀 떨고 일찍 나와서 마을 사람들이랑 수다도 떨고 그럴걸, 항상 게으른게 문제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해지는 들판을 바라보며 ...
여느때와 같이 메콩강의 일부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고, 간혹 지나가는 보트의 불빛을 보고...
연약한 반딧불이의 날개짓을 따라 고개를 들면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 있다.
무앙응오이느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문득 “라오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굳이 정의 내리려고 하지 않았던 내 안의 라오스.
아마도 깨끗하고 연약해 더 상처받기 쉽고 더럽혀지기 쉬운 나라가 아닐까 한다.
개개인을 만나면 짧은 순간이라도 너무나 순수한 그들의 웃음은 긴장한 내 마음을 일순
카스테라 같이 보드랍게 만들어 준다.
그런 미소의 힘이 있기 때문에 왠지 괜찮을 거라고 안심하게 되는 나라.
그 모습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리고 지키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 와도 참 행복할 것 같다고,
조금은 소녀틱한 감상에 빠져들게 되는 밤이다.
내게 “라오스는 어떤 나라야?” 하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곳에 와보라고.
라오스가 거기에 있어. 아니, 지금의 내게는 “여기에” 있다고..
닝닝게스트하우스에서 집안일을 돕던 딸내미가 너무 기특해서 다이어리에 붙이려고 가져 온
스티커를 노트에 붙여 주었더니 선물로 준 그림 :) 아홉살 정도 되었을까...무척 예뻤는데...
내게 있어 무앙응오이느아는...
"라오스"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