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20 - 내게있어, 무앙응오이느아.
라오스 이야기 - 내게있어, 무앙응오이느아.
무앙응오이느아 가는 날-
마주앉은 사람과 어색하게 무릎을 맞대는 일은 이미 오래전에 익숙해졌다.
루앙프라방에서 무앙응오이느아에 가기 위해 농키아우로 향한다.
무앙응오이느아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가 드디어 “라오스”에 왔구나. 라는 실감을 한다.
라오스 일정이 중반을 넘어서고 나서야 내가 라오스에 왔다고 느끼다니. 여기도 참.
루앙프라방 북부 터미널에서 썽태우를 타고 농키아우까지 가서,
내려준 터미널에서 1km 떨어진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1시간을 넘게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라오스의 오지라 손꼽히는 무앙응오이느아.
생각보다 가는 길이 평범해서 -이미 20일이 넘게 충분히 험난했기에- 아프리카 어디 지도에도 없는
밀림 속에 떨어져 있어야 어머나 여기가 오지로군요, 할 것 같이 레벨업을 해버렸다.
심지어 통통 거리는 보트에서는 탁밧 본다고 아침 댓바람부터 깨어있던 탓에 밀려드는 졸음을
못이겨 잠까지 들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무앙응오이느아. 더위와 졸음으로 점철된 시작.
농키아우 버스터미널. 이 곳에서 선착장까지 1km정도 떨어져있다. 모르니까 일단 걷기.
버스터미널을 나가면 이런 시골길.
45리터짜리 배낭 메고 2~30분 걷는건 이제 일도 아니다 -ㅅ-...
농키아우-무앙응오이느아 선착장 대기실 (...)
보트 타기 전에 얼굴을 한번 닦았더니...저 흙먼지가 내 얼굴에서 나왔다니 믿을 수 없다 ㅠㅠ
내가 타야할 보트는 언제 오는걸까...기다리는 것도 이젠 너무 익숙하다.
그래도 왠지 모를 좋은 느낌을 받은 무앙응오이느아 가는 길-
무앙응오이느아에 도착해 강변에 있는 방갈로에 싼 맛에 짐을 풀었다가,
늦은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마치 찜질방과 같아 하루만 있기로 하고 다시 짐을 꾸렸다.
짐싸기도 어느새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며.
대체 어디다 쓰게 될지 알 수 없는 스킬들만 자꾸자꾸 늘어간다.
하루 4만낍짜리 방갈로. 보이는게 세간살이의 전부.
길 끝에서 바라보면 마을의 끝이 보이는 300m의 메인거리와 강변에 즐비한 방갈로.
섬이 아니지만 섬과 같은 느낌의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무앙응오이느아.
실망과 환희를 적절하게 경험하고 있는 라오스에서 오랜만에 맞는 평화가 있는 동네다.
저녁바람이 시원해질 무렵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닝닝게스트 하우스라는 귀여운 이름의
빌라형 방갈로를 발견하고는 마음에 쏙 들어 아저씨한테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약속하고,
그 곳에서 저녁도 먹고 맥주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발품팔아 찾아낸 닝닝 게스트하우스의 레스토랑에서 내려다 보이는 무앙응오이느아 선착장 :)
라오스에서 카오삐약과 더불어 내 주식이었던 "Laap"
누군가 내게 첫인상을 얼마나 믿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90퍼센트 이상. 이라고 말한다.
첫인상이 주는 느낌이 좋으면 중간에 실망스럽더라도 결국 좋게 마련이라는 나의 믿음.
이 곳에서의 첫인상은 라오스가 원래 가지고 있던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여기서 보내는 시간동안 나 역시도 마음의 평화. 월드피스-!
무앙응오이느아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방갈로 앞의 풍경. :)
다음날 아침, 약속대로 닝닝 게스트하우스로 옮겨와 겟하우스에 딸린 레스토랑에 앉아
한없이 part of the Mekong River를 내려다보며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느낀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짜 여유가 여기에 있다.
너무 덥다 싶으면 이내 비가 내리고, 배가 고파진다 싶으면 간단한 식사를 주문한다.
지루하다 싶으면 읽던 책을 꺼내 마저 읽어 내리고 이마저도 지겹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둘러싼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내가 이 곳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 행복해지는 곳.
이 시간에 고스란히 녹아있으면 될 따름이다.
닝닝 게스트하우스 엄마가 어떤 손님이 놓고갔다며 나 읽으라고 주고갔다 -ㅅ-...
읽을수야 있지만 OTL...한글로 된 책이 보고 싶어욧 ㅠㅠ 여기까지와서 스티브잡스 명언록?!
맑았다가 비오다가를 반복하는 날씨와 하루 몇 대 없는 보트가 오가는 자그마한 선착장을
내려다보며 하루를 보낸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함께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 앞에 있는
불 꺼진 투어인포메이션을 찾는다.
앞에서 어슬렁대고 있으니 건너편에 앉아있던 인상좋은 아저씨가 “싸바이디-” 한다.
무앙응오이느아의 작은 메인거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내 눈에 들어왔던,
“Fishing" 이라느니 ”Picnic" 혹은 "Kayaking" 등등.
방비엥에선 모두가 튜빙! 모두가 카약킹! 아니면 프렌즈를 보며 멍때리기! 이런 분위기여서
정말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지,
작고 여유로운 이 마을에 오니 갑자기 뭔가 하고 싶어진다.
닝닝 겟하우스 아저씨한테 “피크닉이 뭐예요?” 물었더니 (난 소풍을 상상했지)
아저씨 배를 타고 그냥 강따라 왔다갔다 하는 거라고...그야말로 배로 산책한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하하하.
뭔가 액티비티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간 투어인포메이션.
“낚시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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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분간 투어에 대한 대화가 오간 후에, 비수기 요금을 적용하고 10,000kip 깎아서 24만낍에
낚시와 카약킹을 포함한 하루짜리 일정을 잡았다.
“아저씨, 근데 내일도 비오면 우리 투어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오늘 비오면 내일은 안와, 걱정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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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닝 게스트하우스의 아기고냥이, 이 녀석- 이제 많이 커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