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18 - 반짝반짝, 루앙프라방.
라오스 이야기 - 반짝반짝, 루앙프라방.
내가 묵었던 쏨짓 게스트하우스, 아침마다 바나나의 요정이 왔다가는 듯 하다 (...)
라오스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동네를 꼽자면 역시 루앙프라방 이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산” 이라는 말이 어찌나 감동적으로 다가오던지,
그 곳의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역사적인 풍경들, 건물들, 수많은 사원들과 메콩 강-
상상만 해도 내가 이미 그 곳의 어딘가를 걷고 있길 바랐었고, 지금은 그 곳에 내가 있다.
어젯밤에 비가 그렇게 왔는데, 오늘의 미칠 것 같은 쨍쨍함은 대체 무엇.
오토바이가 비싼 루앙프라방에서는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겟하우스에서 10,000kip에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문화유산의 향기를 천천히 느껴보자.
오늘은 “내 맘대로 루앙프라방 하루투어.”다. 내가 또 어디가서 문화유산의 향기를 느끼겠어.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미국식 커피 (...아메리카노라고 합니다 -ㅅ-) 판다길래 아침 먹으러 갔더니 라오스식 시럽가득.
어딜 갈지, 어디서 뭘 먹을지 완벽하게 정해둔 하루. 아무리 대중없이 다니는 여행이라지만
이런 계획적인 하루가 하루 정도는 있어야해. (100일이 넘는 여행 중 하루라니...)
나이트마켓 골목에 있는 루앙프라방 베이커리에서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아 거참,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 좀 안넣어주면 안되는겁니까 -_ㅠ]
왓씨앙통으로 향한다. 루앙프라방에 있는 사원 중에 가장 예쁘다는 말에,
그 “예쁘다.”는 한마디에 그 곳을 찾았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사원이기도 해서 입장료도 비싸다. 20,000kip
가이드북이 만들어진 시점부터 뭔가 요금이 다들 야금야금 올랐다.
그래도 뭐...조용하고 예쁜 왓씨앙통을 눈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특히나 보리수 나무가 반짝반짝 한 사원의 뒷 벽에서는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그나마도 감탄 하느라 제대로 담아낸 사진이 없어 속상하다.
때마침 구름낀 하늘탓에 -ㅅ-...
한낮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에 왓씨앙통을 나와 길가에 있는 카오삐약 가게를 찾았다.
일본 방송에도 나오고 론리에도 나와있고, 유명한 집인 듯 했지만 주인 부부는 무척 쉬크하게 친절했고,
음식 가격도 라오스에서 먹은 어느 음식보다도 맛있었지만 어느 음식점보다도 저렴했다.
여기 이 가게는 루앙프라방에서 제일 맛난 카오삐약(라오스의 우동) 가게입니당.
지구를 걷는 법(일본의 여행가이드북)에도 나오고 티비에도 소개 되었다고 blah blah...
(여행 한달여만에 읽을 수 있는 글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줄줄 읽어 보았다는 이야기...)
라오스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난 카오삐약을 8,000kip에 맛볼 수 있다 :)
왓씨앙통 앞 도로변에 있지만 무척 조용한 가게, 낮시간까지만 영업을 한다.
아무리 유명해져도, 손님이 많아져도 그저 있는 그대로를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그대로 변치 않겠다는 은근한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가게였다.
왓씨앙통이 너무 예쁘고, 이 카오삐약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숙소를 이 근처로 옮겨볼까하고...
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결국 짐을 또 싸야된다는 귀찮음에 생각만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카오삐약을 먹으며 덥다고 같이 마신 맥주 탓일까?
자전거를 타고 보도블럭을 내려가다가 중심을 잃어 넘어지고 말았다.
“꾸당!” 하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났던지, 밥 잘먹고 나간 애가 갑자기 넘어지니 카오삐약집
아줌마가 놀라서 뛰어나온다-;;; 아 부끄러워;;; 너무 부끄러워서 아픈 줄도 모르고 무릎에 맺힌
피만 닦아내고 자전거를 타고 쌩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보니 양쪽 무릎이 다 까져서 피가 철철 난다.
아프다...
나이 삼십에 자전거 타고 넘어지기나 하고. 음주운전을 이래서 하면 안된다니까.
한국에서 챙겨온 후시딘과 반창고로 사태를 수습하고 땀을 식힌 뒤에 쓰라린 무릎을 애써 외면하고
루앙프라방의 이름이 유래 되었다는 “파방”이 전시 되어있는 루앙프라방 뮤지엄에 들렀다.
역시 이 곳의 입장료도 올라 30,000kip이나 한다.
비싸다....
근데 라오스 여행하면서 내가 어디서 사원에 들어가고 박물관에 갈거라고.
루앙프라방이 아님 안갈텐데.
박물관 사진은 없고 옆에서 번쩍거리던 이것만 찍어온 나는 대체 (...)
박물관에는 단체 관람 온 일본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라오가이드가 어찌나 설명을 잘하던지,
일본어가 너무너무 유창한거다. 마치 일행인양 그 사이에 끼어서 설명도 듣고. 돈 주운 느낌이다.
히히.
박물관을 돌아보고, 아까 넘어져서 못한 메콩강변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
타다가 넘어진 내 핑크 자전거-*
그리고 자전거를 집에다 가져다 놓고 일몰 무렵엔 루앙프라방을 내려다보며
저녁놀을 감상할 수 있다는 푸씨를 올랐다. 역시 입장료도 올랐다.
푸씨에 오르면 동네가 한눈에 보인다 :) 초록에 폭 싸인 루앙프라방-
저 산을 버스로 넘어서 여기에 왔단 말이지...담엔 비행기다. -ㅅ-
날씨탓을 해본다. 이런 노을은 내 탓이 아니야 (...)
어딜 가든 그 동네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전경을 내려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인지라,
저녁노을도 볼 겸 해서 오른 푸씨에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일본,중국,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 등등등...루앙프라방을 방문한 모든 여행자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푸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풍경보다는 사람을 더 많이 구경하게 되는 루앙프라방의 푸씨.
저녁노을 보다는 내려다 보이는 루앙프라방이 너무 예뻐서 계속 반대쪽에서 동네구경만 하다가,
슬슬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해 고개를 돌렸는데...
문득 빠이캐년의 타는듯한 저녁노을이 그리워진다. 이건 뭐 감동도 없고 사람만 많고.
루앙프라방의 전경을 눈에 담은 것으로 만족하며.
라오스나 태국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무양 까올리.
코리안스타일 바베큐가 대단히 인기라고 한다.
올라 온 계단의 반대쪽으로 내려가 라오라오 가든이라는 루앙프라방의 힙 하고 핫 한 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거나한 저녁을 먹고, 이 곳에 머무르며 매일 밤 산책처럼 들르게 되는 나이트 마켓을
둘러보고 “역시 별거 없어.”라는 친근한 감상을 던지며...
밤의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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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서의 두 번째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