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17 - 반짝반짝, 루앙프라방.
라오스 이야기 - 반짝반짝,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 가는 길. 지금 저 산을 넘어 온거다. 산꼭대기 휴게소에서 ...
산이 구름을 뱉...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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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을 떠나 루앙프라방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무렵이었다.
여섯시간이 넘게 계속해서 산길을 달렸다. 이제 왠만한 고갯길 커브는 우습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나라였다면 터널을 뻥뻥 뚫어 두세시간이면 왔을 길을 여섯시간 동안 산의 둘레 지형을
온 몸으로 느끼며 넘어오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멀미 안하는 나를 멀미나게 하는 산길.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이 곳에 온 보람이 있을 거라는-
왠지 모를 막연한 기대. 루앙프라방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오기 전부터 “담합”,“여행자요금”,“기대이하” 이런 말들을 들어도 판단은 내가 하리라고.
이미 그런 것들은 남쪽에서부터 충분히 느끼지 않았던가. 나는 이제 관점을 바꿔야 할 때.
썽태우에 몸을 싣고 달리면 루앙프라방에서 만나는 첫풍경이 멀어져간다.
여러 게스트하우스가 몰려있다는 조마베이커리 옆 골목에 내렸다.
삐마이가 끝나고 확실히 비수기이긴 비수기인지, 배낭을 메고 지나가니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온 사람들이 서로 자기네 집에 머무르라며 호객을 한다.
방비엥에서 늘어져 있으면서 비록 VIP버스를 타고 오긴 했지만 머물 숙소 몇군데 정도는
알아보고 왔던 터라, 정해놓은 곳이 있다고 거절하고 미리 찾아둔 쏨짓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솔직히 하루 숙박비가 싸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골목에서 조금 안쪽에 있어 조용하고,
에어컨룸에 핫샤워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발코니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그 후에 머문 집들에 비하면 아마 제일 비싼 집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괜찮아.
루앙프라방은 “예쁘니까.”
예쁘면 뭘 해도 용서하는 이 마인드가 은근 편할 때가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내내 머물렀던 쏨짓 게스트하우스-* 쿠션이 귀엽다 :)
발코니는 복도형으로 되어있지만 한집건너 한집 들어와 있어서 나름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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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무렵 노을지는 메콩강의 운치를 느끼고 싶으면 모기퇴치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메콩강변을 내려다보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모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 앉아있지는 못하고,
잠깐 집근처에 들어선 나이트마켓을 둘러본다.
근데...뭐가 이렇게 없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집건너 한집씩 같은 물건들만 즐비하다.
아티스트 작품 같았던 악세사리며 소품이 가득했던 치앙마이의 나이트마켓이 아른거린다.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를 기억할만한 작은 소품 하나정도는 사가지고 오는 나인데,
살게 없다니...쇼퍼홀릭인 나에게 이렇게 우울한 일이 벌어지다니.
[ 루앙프라방 나이트마켓의 풍경, 시장같지 않은 고즈넉함이 매력일까? ]
그날 밤.
루앙프라방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그 와중에 술(맥주말고 위스키!)을 사야겠다고 동네를 싸돌아다니다가 결국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나이트마켓 근처에서 어묵튀김과 비아라오를 사들고 들어왔다.
대체 왜 나간거지?
집을 나섰을 때 이정도로 내리진 않았다고 OTL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미션은 실패하고 그냥 집앞에서 어묵사먹기 -.-
싸고 맛있는 맥주안주-*
돌아다니다가 떨 파는 아저씨가 자꾸 따라와서 조금 무섭기까지 했던 밤나들이.
아저씨, 나빠요. 그런거 불법이라구요.
실컷 비맞고 들어왔더니 어느새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던 루앙프라방에서의 첫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