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14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라오스 이야기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West Vang Vieng Loop, 떠나보아요 :)
방비엥에 있는 시간 동안 이런 풍경에 둘러싸여 아침을 먹었다. so relax...
정말이지 여행의 신이 있다면 나는 신의 가호를 제대로 받는 아이인가 보다.
(일단 아이는 아닌 듯 해도..?) 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맑지는 않지만 드라마틱하게 흐리기만 하다.
신은 내게 흐린 날씨를 주셨고, “비가 오지 않으면” 이라는 조건부 계획을 짠 게으른 나는 모또를
빌리러 나가는 거다. 신은 왜...아. 그리고 물에 잘 젖지 않을 것 같은 바지를 하나 샀다.
방비엥 트렌드 튜빙바지. 이미테이션(이라쓰고 짝퉁이라 읽는다) ROXY의 꽃무늬 바지.
4만낍을 주고 산 이 바지는 각종 물놀이...랄까? 물 근처에 갈 일이 있는 날은 나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 개인적인 이유로 수영복을 입을 수 없는 관계로...
여튼 오늘 조식은 죽을 시켜봤다가 낭패를 보고 먹는둥 마는 둥 했더니 출발하기 전부터
배가 고프다. 가는 길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일단 로띠 하나를 사먹고 출발-*
태국에 와서 제일 그리운 방비엥의 로띠 ㅠㅠ 아저씨네 로띠는 정말...거대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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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또를 빌리면 기름을 넣어야 해요. 주유소가 없으니
이런 페트병(혹은 콜라병)을 발견하면 멈춰주세요.
오늘 나의 루트-
방비엥의 서쪽, Maylyn Guesthouse를 끼고 들어가면 일단 다리 한번 건너고, 반 나통을 지나
블루라군(탐 푸캄)에 들렀다가 반 나쏨을 거쳐 반 폰사이를 끼고 다시 남쪽으로-
두 개의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돌아오면 다시 반 나통을 통해 방비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출발하자마자 나오는 다리. 돈 내란다. 내자. 10,000Kip.
...튜빙? 카약킹? 하기 싫었던 이유. 저 물색깔을 보니 할 맘이 싹 사라졌던 탓도 있다.
한참 달린 것 같은데 탐 뭐뭐 하는 동굴 몇 개를 지나친 것 같은데...
지도상에는 분명 가다보면 오른쪽인데 왼쪽에 “내가 블루라군이야!” 하는 함정도 곳곳에 있다.
뭐지? 한번 낚일 뻔 한다. 이번엔 오른쪽에 꺾는 길이 있길래 표지판 안보고 들어갔다가 이번엔
낚인다. 입장료 내라는 말에 지갑에서 돈 꺼내다가 왠지 의심스러워 “아저씨, 여기 탐푸캄?”
이랬더니 대답은 안하시고 수영할 수 있고 밥먹을 수 있단다. 아니 그래서 탐푸캄 맞냐구요...
내 눈을 보고 맞다고 말해줘요! 내게 확신을 달라고!!!!!!!!!
이 동네사람이 탐푸캄, 블루라군을 모를 리가 없는데 대답을 회피하시는 것 보니 아닌가보다.
그럼 미안하지만 바빠서 이만... 나가는 길에 뒤따라 오던 웨스턴 커플이 묻는다.
“너 지금 그냥 나오는 거니?”
“응, 여긴 아닌 것 같아.”
“어? 별로니?”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는 블루라군이 아닌 것 같다는 뜻이야.”
그들도 주저주저 하다가 방향을 돌려 같이 나온다.
함정의 특징. 변명이 많다 -_-;
산책중인 소떼들과 만났다.
안녕-?
한참을 더 가다가 진짜 블루라군 표지판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괜히 의심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건 뭐냐고 그러니까. 몇몇 해프닝 끝에 도착한 블루라군-* 입장료는 1인당 10,000kip.
썽태우를 타고 도착한 다른 서양아이들 한무리는 들어오자마자 탐 푸캄으로 올라가고,
같이 길 잘못 들었던 웨스턴 커플은 훌렁훌렁 벗더니 “아이 차가워!” 하면서 물놀이에 집중한다.
나는 그냥 괜히 발 한번 넣었다 빼보고 사진 찍고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 enough, enough!
독특한 물색깔을 자랑하는 블루라군-*
같이 길 잘못 들었던 커플. 신났다.
“수영 안하니?”
“괜찮아.”
“기분 완전 좋은데!”
“음, 괜찮아.”
서양언니가 자꾸만 권했지만 나는 정말 괜찮아.
멀뚱멀뚱 구경하다가 나도 탐 푸캄 구경을 해보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동굴입구에서 헤드랜턴을 빌려주기도 하고 가이드를 해주기도 하지만-괜찮아 괜찮아.
이미 라오스에서 작정하고 동굴탐험을 할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탐 콩로!) 헤드랜턴은 가방에
착실하게 들어있다는 것. 모두가 쓸모 없을거라 했지만 난 너무 잘 쓰고 있다.
전기가 두시간 들어오는 동네에서도 이것만 있으면 문제없다고!
라오스에서 정말 동굴구경을 평생어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할말을 잃게 하던 경사. 저 대나무봉을 잡고 오른다.
탐 푸캄까지 오르는데 여기도 경사가 89도는 되나보다. 뭐가 이렇게 가파른거야?
쪼리 하나 신고 온 발이 위태롭게 미끄덩 거린다. 추락에 주의하라고 가이드북에 써있었던가?;
안써있어도 이건 조심해서 올라가야겠다. 이런데서 생을 마감할 수는 없잖아.
아무튼 조심조심 올라가니 아까 썽태우로 도착했던 서양아이들 한무리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당췌 동굴에선 뭘 찍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 뭐랄까...다 돌덩이 같아 ㅠㅠ...
내려오는 길에 신기하게 생긴 나무 발견-* 꼭 이런건 올라갈 때는 안보인다 (...)
이미 탐 콩로로 동굴의 끝판왕을 경험하고 온 터라, 시큰둥하게 오른 탐 푸캄이었건만.
도착해서도 역시 시큰둥했다. 종유석 보겠다고 고개 들다가 애끼는 선글라스 떨구고 기분만
확 상하고. 뭐 그래도. 오늘 자꾸 하게 되는 말이지만 괜찮아 괜찮아. (선글라스는 안괜찮아 ㅜ_ㅜ)
탐 푸캄 안에서 꽤 긴 시간을 들여 구경하다가 내려오니 비구름이 지나간다.
하늘이 저런데 지금 비오고 있다.
에너지 넘치는 서양아이들 -ㅅ-...보고만 있어도 에너지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랄까.
멀리 보이는 곳은 해가 쨍쨍한데...조금 쉬었다가, 마저 달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