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13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라오스 이야기 #013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케이토 22 7820






라오스 이야기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IMG_3216.jpg
by. iPhone_비엔티엔에서 방비엥 가는 길, 북부이동시에는 별로 만날 수 없는 풍경 중에 하나.



방비엥에 있는 4일 동안 3일은 비가 내렸다. 비가 내려서 우울한 건지 기분이 우울해서
비오는 날씨가 더욱 우울하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방비엥에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남들 다 한다는 카약킹이니 튜빙이니,
남의 얘기다.
다른 곳에 가서 할맘이 들면 하는거고 라오스를 떠날 때 까지 그럴 맘이
안들면 안하면 그만이다.


“방비엥에서 뭐했어?” 누군가 묻는다면

“아무것도 안했어.”

분명히 라오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게 “왜?” 라고 묻겠지.

나는 아주 좋은 핑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P5172648.JPG
창밖을 내다보면 늘 이런 풍경으로 기억되던 날들.





“비가 왔어. 내가 머물고 있던 4일 중에 3일이나.”





.
.
.





P5162574.JPG
방비엥에 도착하자마자 담은 거리풍경. 어딘가가 오버랩 된다. 애리조나주 시골마을?;



P5162576.JPG



도착한 첫날, 참파라오라는 태국 분위기 물씬 나는, 노련한 영어를 구사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예쁜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여기가 태국인지 라오스인지 알 수 없어졌지만-
아무래도 좋다. 난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고 맘 편하게 쉬고 싶으니까.

“와이파이 쓸 수 있고, 조식 포함이고, 커피나 홍차, 녹차는 리셉션에 있으니 맘껏 드세요.”

저녁은 대충 동네를 돌아다니다 예전에 활주로였다는 곳에 서있는 장에서 돼지갈비구이(!)를
사서 반찬집에서 얌운센 같은 샐러드를 시켜 같이 먹었다. 기운 없을땐 역시 남의 살!!!
물론 원데이 원비어라오를 실천하는
라오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어라오도 함께.



P5162590.JPG
눈 마주친 내게 수줍게 인사해 주시던 아줌마네 가게에서 돼지갈비구이!를 산다. 꺄! 립!



P5162591.JPG
반찬가게 아가씨, 반찬담아주세요- 근데, 여기 반찬이 문제였는지 다음날 배탈이 ㅠ_ㅠ...



local05.jpg
저 돼지갈비구이가 40,000kip(=$5)정도 였다. 우리나라 였으면 몇만원은 했을텐데...
그리고 잡채가 먹고 싶어서 시킨 저 정체불명의 샐러드는...앞으로 익힌 음식이라도 바로 조리 된
음식만 먹자는 결심을 굳게 해주었다지...



그나저나 나는 고기 잘 안먹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자꾸 돼지를 먹고 소를 먹고...



.

.

.





이튿날 아침,



P5172603.JPG
샤워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 조금 멋진듯.



P5162578.JPG
창이 쌍방에 나있는걸 좋아해서 왠만하면 끝방을 선호하게 된다. 내방 앞 발코니 :)



P5172608.JPG
조식 먹는 참파라오 방갈로에 딸린 레스토랑의 그레이트 뷰-! 아침식사가 즐겁다 :)



조식 바우처를 받아 길 건너에 있는 참파라오 방갈로에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심지어 호텔에 머물더라도 조식은 건너뛰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썩 그렇다할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는
방비엥에서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밍기적 거리다 보니 벌써 열시.
별 기대없이 바우처를 들고 찾아간 그 곳에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이 나갈 것 같다.
그리고 간단한 과일과 커피 혹은 홍차. 몇가지 계란을 곁들인 바게트를 먹을 수 있다.
조식에 대해 회의적인 나에게도 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가 아닐 수 없다.



P5172611.JPG
식습관이 완전 바뀌고 있다. (서울에선 아침 건너 뛰고, 고기 잘 안먹고, 계란 노른자도 안먹는데 -_-...)



아침을 먹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보니 비가오기 시작한다.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도 하고 넷북을 두들겨 보기도 하고...속도가 꽤 나오는 이 겟하우스에서
보고 싶었던 한국방송을 잔뜩 다운받는다. (할일 되게 없다. 1박2일이랑 나는 가수다 봤다.)
비오니까 왠지 “지글지글 하는거” 먹고 싶단 생각에 부침개...없으면 일본가게 없나? 오코노미야키?

바라는 것도 많다.



IMG_3225.jpg
iPhone_으로 담은 방비엥의 로띠사러 가는 길. 근데, 내 카메라보다 잘나온다...?



아무생각도 하기 싫은 머리를 겨우 굴리다 생각난 “로띠!”
부침개의 사돈의 팔촌 쯤 되려나.
맥주랑 사다가 먹어야지- 내가 생각해도 갖다 붙이는데 뭐 있다는 나 자신에게
괜히 신이 나서
아빠가 여행 오기 전에 여행가서 입으라며 사준 바람막이 겸 우비를 첫 개시할 겸 챙겨 입고
아이폰 하나 챙겨들고 (물론 돈도 가지고) 집 앞에 있는 로띠가게로 갔다.

가게라고 하기엔 뭐하고. 노점.

왠지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네 집에서 바나나에 초코시럽 넣은 로띠 하나 포장해 달라 해서
싸들고 와서 비어라오 작은 병에 든 맥주와 함께 맛나게 먹었다 :) 뭔가 전혀 다르지만 그럴싸한
기분을 만끽해본다.
나 이렇게 적당주의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행이 길어질 수록 사람이 변한다.
허허. 좋은 방향이겠지?



1991002577_21c84d3f_rotti.jpg
by. iPhone_방비엥에서 제일 맛나게 먹은 음식이 아저씨가 만들어 준 초코 바나나 로띠였던 듯-



이 날 이후로 3일 내내 느즈막히 조식 먹고 점심 조금 지나서 로띠먹고 저녁은 대충 먹고 만듯 하다.
내가 못찾은 건지 찾을 생각도 안한건지, 방비엥엔 뭔가 술집과 수상하고 정체불명의 요리? 음식?
을 파는
가게만 가득하다. 평범한 카오삐약 조차도 먹을 수가 없다. 나 이런 분위기 너무 싫은데...



local04.jpg
너무 먹을게 없어서 라오사람이 한국음식도 하는 레스토랑에 갔었는데...내가 여길 왜 갔을까;;;



도착한 날과 오늘. 아무것도 안했더니 조금 처지는 기분이 든다.
내일은 비 안오면 뭔가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에 론리플래닛을 펼친다.
비엔티엔에서 여행사를 겸한 카페를 운영 중인 C님을 만나 추천받은 West Vang Vieng Loop.
탐 뭐뭐뭐 보고 탐 뭐뭐뭐 지나면 블루라군이 나오고 탐푸캄을 보고 쉬었다가 몇몇의 마을을
거쳐
원을 그리듯 반시계 방향으로 방비엥의 서쪽을 주파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걸리려나?

내일은...
모또 빌려서 “비가 안온다면” 이 코스를 돌아보자.
근데 비오면 어쩌지? 나도 모르겠다.
원래 계획 없는 여행, 어떻게든 되겠지.





West Vang Vieng Loop : 론리플래닛 라오스편[영문판 기준] p.132,134 참고.

loop.jpg
맘에 드는 곳은 열심히 체크도 해가면서! (사실 이건 다녀와서 너무 좋아 별표 쳐주었음)





22 Comments
필리핀 2011.06.04 14:44  
방비엥... 라오스에서 젤 좋았던 곳인데...
그때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도시가 되었네요... ^^;;;
케이토 2011.06.04 15:31  
분위기가 ㅋㅋㅋ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으면 딱 좋아요 ㅋㅋㅋ
마살이 2011.06.04 20:10  
10년전 방비엥에서 동네 꼬마들과 세팍타크로 했던 기억이....
요즘은 많이 변했겠져..
케이토 2011.06.05 03:12  
라오스서 살고 계신 분이 여기 변하는 속도가 2,3개월 전에 여행했어도
너무 달라 전혀 도움이 안될 정도로 급변한다고 하더라구요 ^^....
변한다는게...에궁....
꽃처럼 2011.06.05 08:51  
라오스 사람들의 삶에 질은 변해도
인간미나 아름다운  절경이 변하는건 싫은데 ㅜㅜ
10년이 지나도 100년이지나도 변하지 않는건 부모님의 자식 사랑인것 같아요
다들  부모님께 안부전화 올리셔요 기뻐하실겁니다
항상건강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되시길
케이토 2011.06.13 18:44  
너무 얼리어답터 부모님이신지라 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답니다 ㅋㅋㅋ

라오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여행하는 내내 느꼈던 알수 없는 씁쓸함은 조금쯤 덜했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 뭐, 이젠 그 곳을 떠나왔으니까...
RAHA라하 2011.06.06 20:06  
조식 먹는곳의 뷰가 정말 끝내주네요ㅎㅎ

저런곳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브런치를 먹는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요
정말 로또나 맞으면 평생 방랑자로 살고싶군요ㅜㅜ

저는 고기집 딸인데두 요샌 고기 비싸서 못먹어요
꿀꿀이가 한우를 뛰어 넘었습니다ㅋㅋ
케이토 2011.06.13 18:46  
방비엥에서 숙소마저 맘에 안드는 곳에 있었으면 다음날 바로 나갔을지도 몰라요 ㅋㅋ
로또 맞고 여행하면 지금 처럼 어렵게 시간내서 하는 여행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요 ^^
태국이나 라오스는 돼지가 참 싸던데...울나라 물가, 돌아갈거 생각하니 무섭네요;;;
팥들어슈 2011.06.07 15:25  
샤워하면서 바라볼수 있는 풍경은~ 융프라우에서 바라봤던 모습이랑 너무 닮았네요 (하얀 구름과 빨간 지붕때문?ㅋ) 근데 유럽쪽 산들은 마치 손이 베일것 같이 날카로웠는데 왜 라오스의 산들은 어쩜 저리 둥글까요? - 처음 라오의 산들을 만났을때 오랫동안 암말없이 바라봤던 기억이 나네요. '몽유도원도'따위의 상상도 해보고 ㅋ - 울 나라 산도 나름 둥글어서 자부심(?)이 있었는데 라오 산한테는 쥐쥐 ~ㅋ(글타고 그 이유를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알고 싶지 않은~^^;)

전 항상 아무것도 안하고 다녔기때문에 여행갔다와도 '티'를 낼수 없었네요 ㅋ
케이토 2011.06.13 18:47  
라오스 산들 정말 동글동글 귀엽죠 ㅋㅋㅋ 근데 북부 넘어가니 우리나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만큼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산들도 많더라구요 :) 방비엥까지가 산 모양이 참 귀여운듯 ㅋㅋㅋ
저도 별거 안하고 다니는데, 지금 태국와서 생각해보니 라오스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방비엥 2011.06.07 15:32  
여름 휴가 때 티켓을 예매해 두었어요. 방콕에서 어디로 튈지 계속 고민중이네요. 빠이도 다시 가 보고 싶고 루앙프라방도 아니면 끄라비 타운에서ㄷ뒹굴뒹굴. 치앙마이도 땡기고 케이토님 잘 먹고 다니셔야 탈이 안 납니다. 화이팅.
케이토 2011.06.13 18:48  
라오스에서 은근 말라가다가 (...과연!) 지금 태국 빠이에서 뒹굴대고 있는데 다시 동글동글 해지고 있습니다;;;
으아 태국은 왜이렇게 음식이 싸고 맛있는걸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비엥 2011.06.16 10:06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왜 입에 쫙쫙 달라 붙을까요. 빠이에 계시다니 오토바이 조심해서 타세요.
무스까토 2011.06.14 12:00  
론리플래닛 라오스편 한글판도 있나요?  아,머리아프게 영문판을 뚫어지게 봐야하나?  ㅜ,ㅜ
케이토 2011.06.14 13:53  
글쎄요-;;; 저는 다 영문판만 가지고 있어서...
근데 태국북부,라오스,베트남,중국 윈난인가...같이 나와있는건 한글판 있어요~
열혈쵸코 2011.10.06 00:44  
케이토님 방앞의 발코니 뷰.. 너무 좋아요. ^^
저도 라오스가면 살이 빠질수 있을까요.. 살짝 의문이 듭니다.
케이토 2011.10.11 03:52  
열혈쵸코님...세븐이 없다는건 야식을 먹을 수 없다는 거 ㅋㅋㅋㅋ
밤에 뭘 안먹으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던걸요 ^^ 그 빼놓은 살을 치앙라이 1주일로 다시 푸짐하게 찌웠지만요;;;
덧니공주 2011.10.21 04:00  
방비엥 너무 멋져요.눈으로 여행 아주 잘했습니다. 사진들 어쩜 이리도 멋있는지..........................
로띠 넘 땡기네요.ㅎㅎ
케이토 2012.04.21 01:43  
흑. 당시에도 이렇게나 그리워질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요즘 로띠가 무척...땡깁니다 ㅠㅠ
타노시미 2012.04.26 20:02  
오늘 방비엥에 들어와서 참파라오GH에 체크인했습니다. 근데 방앞의 전경이나 창밖의 모습이 왠지 본 적이 있는 달라서, 혹시나싶어 케이토님의 여행기를 다시 확인해보니.. 같은 방이네요.
305호.. ㅎㅎㅎ
나도 그간 3주간의 베트남여행에서 알게모르게 많이 긴장했었던지, 라오스에서는 긴장이 풀리면서 계속 몸이 좋지 않네요. 그래서 방비엥에서 만큼은 좀 쉬려고 하고 있어요.
케이토 2012.05.10 02:35  
앗 타노시미님 제가 댓글이 또 너무 늦었나요? ^^;;;; 태국 다녀오고 정신없이 있느라. 하하;;;
같은 방이라니! 이런 우연이! ㅋㅋㅋ 저 그 참파라오에 Eat,Pray,Love 책 놓고왔는데 ㅋㅋㅋ
방비엥에서는 그저 멍하니 풍경만 바라보는 것만이 위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몸 괜찮으신지 궁금하네요. 아프지 마세요 :'(
타노시미 2012.05.11 23:30  
미리 알았더라면 책찾아서 오는건데 ㅎㅎ 늦었네요.
예 지금은 치앙마이인데 몸은 방비엥을 떠날때부터 원기회복해서 다시 잘 다니고 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