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13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라오스 이야기 - 방비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by. iPhone_비엔티엔에서 방비엥 가는 길, 북부이동시에는 별로 만날 수 없는 풍경 중에 하나.
방비엥에 있는 4일 동안 3일은 비가 내렸다. 비가 내려서 우울한 건지 기분이 우울해서
비오는 날씨가 더욱 우울하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방비엥에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남들 다 한다는 카약킹이니 튜빙이니,
남의 얘기다. 다른 곳에 가서 할맘이 들면 하는거고 라오스를 떠날 때 까지 그럴 맘이
안들면 안하면 그만이다.
“방비엥에서 뭐했어?” 누군가 묻는다면
“아무것도 안했어.”
분명히 라오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게 “왜?” 라고 묻겠지.
나는 아주 좋은 핑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창밖을 내다보면 늘 이런 풍경으로 기억되던 날들.
“비가 왔어. 내가 머물고 있던 4일 중에 3일이나.”
.
.
.
방비엥에 도착하자마자 담은 거리풍경. 어딘가가 오버랩 된다. 애리조나주 시골마을?;
도착한 첫날, 참파라오라는 태국 분위기 물씬 나는, 노련한 영어를 구사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예쁜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여기가 태국인지 라오스인지 알 수 없어졌지만-
아무래도 좋다. 난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고 맘 편하게 쉬고 싶으니까.
“와이파이 쓸 수 있고, 조식 포함이고, 커피나 홍차, 녹차는 리셉션에 있으니 맘껏 드세요.”
저녁은 대충 동네를 돌아다니다 예전에 활주로였다는 곳에 서있는 장에서 돼지갈비구이(!)를
사서 반찬집에서 얌운센 같은 샐러드를 시켜 같이 먹었다. 기운 없을땐 역시 남의 살!!!
물론 원데이 원비어라오를 실천하는 라오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어라오도 함께.
눈 마주친 내게 수줍게 인사해 주시던 아줌마네 가게에서 돼지갈비구이!를 산다. 꺄! 립!
반찬가게 아가씨, 반찬담아주세요- 근데, 여기 반찬이 문제였는지 다음날 배탈이 ㅠ_ㅠ...
저 돼지갈비구이가 40,000kip(=$5)정도 였다. 우리나라 였으면 몇만원은 했을텐데...
그리고 잡채가 먹고 싶어서 시킨 저 정체불명의 샐러드는...앞으로 익힌 음식이라도 바로 조리 된
음식만 먹자는 결심을 굳게 해주었다지...
그나저나 나는 고기 잘 안먹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자꾸 돼지를 먹고 소를 먹고...
.
.
.
이튿날 아침,
샤워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 조금 멋진듯.
창이 쌍방에 나있는걸 좋아해서 왠만하면 끝방을 선호하게 된다. 내방 앞 발코니 :)
조식 먹는 참파라오 방갈로에 딸린 레스토랑의 그레이트 뷰-! 아침식사가 즐겁다 :)
조식 바우처를 받아 길 건너에 있는 참파라오 방갈로에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심지어 호텔에 머물더라도 조식은 건너뛰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썩 그렇다할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는 방비엥에서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밍기적 거리다 보니 벌써 열시.
별 기대없이 바우처를 들고 찾아간 그 곳에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이 나갈 것 같다.
그리고 간단한 과일과 커피 혹은 홍차. 몇가지 계란을 곁들인 바게트를 먹을 수 있다.
조식에 대해 회의적인 나에게도 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가 아닐 수 없다.
식습관이 완전 바뀌고 있다. (서울에선 아침 건너 뛰고, 고기 잘 안먹고, 계란 노른자도 안먹는데 -_-...)
아침을 먹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보니 비가오기 시작한다.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도 하고 넷북을 두들겨 보기도 하고...속도가 꽤 나오는 이 겟하우스에서
보고 싶었던 한국방송을 잔뜩 다운받는다. (할일 되게 없다. 1박2일이랑 나는 가수다 봤다.)
비오니까 왠지 “지글지글 하는거” 먹고 싶단 생각에 부침개...없으면 일본가게 없나? 오코노미야키?
바라는 것도 많다.
iPhone_으로 담은 방비엥의 로띠사러 가는 길. 근데, 내 카메라보다 잘나온다...?
아무생각도 하기 싫은 머리를 겨우 굴리다 생각난 “로띠!” 부침개의 사돈의 팔촌 쯤 되려나.
맥주랑 사다가 먹어야지- 내가 생각해도 갖다 붙이는데 뭐 있다는 나 자신에게 괜히 신이 나서
아빠가 여행 오기 전에 여행가서 입으라며 사준 바람막이 겸 우비를 첫 개시할 겸 챙겨 입고
아이폰 하나 챙겨들고 (물론 돈도 가지고) 집 앞에 있는 로띠가게로 갔다.
가게라고 하기엔 뭐하고. 노점.
왠지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네 집에서 바나나에 초코시럽 넣은 로띠 하나 포장해 달라 해서
싸들고 와서 비어라오 작은 병에 든 맥주와 함께 맛나게 먹었다 :) 뭔가 전혀 다르지만 그럴싸한
기분을 만끽해본다. 나 이렇게 적당주의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행이 길어질 수록 사람이 변한다.
허허. 좋은 방향이겠지?
by. iPhone_방비엥에서 제일 맛나게 먹은 음식이 아저씨가 만들어 준 초코 바나나 로띠였던 듯-
이 날 이후로 3일 내내 느즈막히 조식 먹고 점심 조금 지나서 로띠먹고 저녁은 대충 먹고 만듯 하다.
내가 못찾은 건지 찾을 생각도 안한건지, 방비엥엔 뭔가 술집과 수상하고 정체불명의 요리? 음식?
을 파는 가게만 가득하다. 평범한 카오삐약 조차도 먹을 수가 없다. 나 이런 분위기 너무 싫은데...
너무 먹을게 없어서 라오사람이 한국음식도 하는 레스토랑에 갔었는데...내가 여길 왜 갔을까;;;
도착한 날과 오늘. 아무것도 안했더니 조금 처지는 기분이 든다.
내일은 비 안오면 뭔가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에 론리플래닛을 펼친다.
비엔티엔에서 여행사를 겸한 카페를 운영 중인 C님을 만나 추천받은 West Vang Vieng Loop.
탐 뭐뭐뭐 보고 탐 뭐뭐뭐 지나면 블루라군이 나오고 탐푸캄을 보고 쉬었다가 몇몇의 마을을
거쳐 원을 그리듯 반시계 방향으로 방비엥의 서쪽을 주파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걸리려나?
내일은...
모또 빌려서 “비가 안온다면” 이 코스를 돌아보자.
근데 비오면 어쩌지? 나도 모르겠다. 원래 계획 없는 여행, 어떻게든 되겠지.
West Vang Vieng Loop : 론리플래닛 라오스편[영문판 기준] p.132,134 참고.
맘에 드는 곳은 열심히 체크도 해가면서! (사실 이건 다녀와서 너무 좋아 별표 쳐주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