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12 - Episode. 방비엥 가는 길, 아저씨 나빠요.
라오스 이야기 - episode 방비엥 가는 길, 아저씨 나빠요.
우정의 다리- Saphan Mittaphap Thai-Lao 태국국기가 반갑다.
라오스에 들어온 지 열흘이 조금 넘었을까, 비자만료를 이틀 남겨놓고 30일 비자를 받기 위해
아침부터 짐을 잔뜩 싸들고 딸랏싸오 마켓으로 향한다. 14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지?
제대로 가고 있는게 맞나 싶을 때 까지 버스를 타고 있으니 라오스 이미그레이션 앞에 내려준다.
아, 캄보디아에 이어 또다시 육로 국경을 통과하는구나. 이제는 노련하게 할 수 있어.
라오스에서 우정의 다리를 건너 태국에 발도장 쿵 찍고 다시 라오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30일 비자를 신청하고, 시내버스 타고 간다는데 굳이 뚝뚝을 태우려는 아줌마가 시내버스와
같은 가격으로 해준다길래 뚝뚝을 타고 다시 딸랏싸오로 돌아왔다.
두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을까?
체크아웃 안하고 가볍게 다녀와서 체크아웃 하고 다시 방비엥 가는 버스를 타러 와도 충분할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라오스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미니버스 타면 방비엥까지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자꾸 꼬시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딸랏싸오몰 푸드코트에서 대충 점심을 먹고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왠지 쇼핑몰 지층이나 최상층엔 늘 푸드코트가 있다는 법칙을 믿고 올라
오길 잘했다. 선택폭도 넓고 에어컨도 나온다. 신난다.
[ 딸랏싸오몰, 캐피탈 푸드코드 ]
버스 시간은 남고 갈데 없으면 여기서 시간 떼우는 것도 강추 :)
음식종류도 많고 에어컨도 나오고~
오랜만에 남의 살 한가득! 족발덮밥을 먹어보았다-* 태국가서 또 실컷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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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 . .
딸랏싸오. 방비엥 가는 로컬버스를 탈 수 있다.
비자클리어를 마치고 딸랏싸오에서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으로 향하는 로컬버스를 타기로 했다.
편하고 빠르다는 미니버스의 유혹을 "비싸요,"라는 말로 꿋꿋하게 물리치고.
낡아빠진 선풍기가 덜덜 돌아가는, 지나가다 동네방네 탄다는 사람 다 태우고 세시간이면 갈 길을
네다섯시간은 족히 잡아 먹는 그 로컬버스.
"타오다이?" 라고, 얼마예요- 하는 내 말에,
"4만낍."
이러길래 아- 그런가보다. 하고 타려는데, 갑자기 버스 기다리던 라오 사람들이,
"3만낍인데 너 왜 저 사람한테 거짓말 하냐,"
-고 하는 통에 버스 아저씨가 급격하게 당황하며 아 그래 3만낍 맞다고.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뒤이어 버스에 오르는 서양언니에게도 3만낍이라 이야기까지
해주었는데, 한참을 방비엥을 향해 달리는데, 돈 받으러 온 아저씨가 느닷없이 4만낍이란다.
아까 3만낍이라고 하지 않았어? 라고 하니 앉아있는 다른 라오 승객들에게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얘한테 4만낍이라고 얘기 좀 하라는 거다. 하 참.
(3만낍이라고 얘기해준 라오사람들은 다른 버스를 탔다.)
1만낍. 1달러가 조금 넘는다. 내가 바꿔 온 환율로 치자면 천오백원도 안하는 돈이다.
천오백원? 전혀 아깝지 않다. 서울에 있는 내 방 책상 위에 늘상 굴러다니는 동전들도 그것 보다는
많다. 하지만 갑자기 그 못생긴 아저씨의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그 순간 너무 싫은거다.
내가 영어로 뭐라뭐라 하고 있으니 뒤에 앉아있는 라오사람들이 4만낍 맞다고, 맞는데
너 왜그러냐는 식으로 난리다. 뭐 이런 그지같은 경우가 다 있어...못내겠으면 5천낍 깎아주겠다고
으름장까지. 깎아주겠다는 거 보니 3만낍 맞나보네? 돈 가지고 사기 맞는건 내가 멍청해서
그랬다고 내 탓을 하면 그만인데 앞에다 대놓고 말바꾸니 뭐라 할말이 없다. 내가 싫었던 건,
말 안통한다고, 외국인이라고, 내가 1회용 여행자라고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 그 아저씨의 태도다.
아저씨가 그런 식으로 날 대하지 않아도 내가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맙게도...
이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상황을 일일이 신경쓰고 열내다간 여행이 끝날 때 즈음 남는건 악 밖에
없다는 거, 나도 잘 안다. 천오백원에 여행 전체를 말아먹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기 때문에
황당하고 어이없어도 그냥 웃어 넘겨야 하는거...나도 잘 아는데...돈이 아까운 순간과 아깝지
않은 순간 정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무리한 바람을 가져본다.
내 돈 천오백원으로 부자 되세요. 흥.
이 사진을 찍고 있을 때만 해도 방비엥에 간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있었는데...
내가 마음 편히 이 시간에 녹아들 수 없게 하는 그런 일들이...
문득 서글퍼 지는건 어쩔 수 없이 나도 이방인이라는 것 때문인가봐...
때로는 참 마음아프게 다가오는 '어차피 떠날 사람.' ... 고작 그런 존재인거지.
그러면서도, 어느새 직업을 적어야 하는 각종 출입국 관련 서류에는 "TOURIST" ... 라 써내려 가는,
나는 여행자. 스쳐 지나갈 사람. 하지만 늘 그렇게 스쳐지나 가길 바라는, 그런 사람.
내 안에 있는 가장 기분 좋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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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간 머문 태국에서, 비자클리어 기념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