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09 - Episode. 나힌마을의 바리스타 할머니 :)
라오스 이야기 - Episode. 나힌마을의 바리스타 할머니.
나힌마을의 작은 시장. 이 곳에서 맛난 라오커피를 맛볼 수 있다.
단지 이틀밤을 보냈을 뿐이지만-
라오스 전반 여정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그 곳에서 :)
반나힌(반쿰칸) 마을은 이름이 낯선 만큼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베트남 국경과 인접한 락싸오를 가기 위해 통과하게 되는 작은 마을일 뿐이다.
이 마을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40km 거리에 있는 콩로마을의 "탐콩로" 7km의 동굴 투어.
콩로 Cave 라고 라오스 동굴탐험의 종결자, 그야말로 끝판왕에 해당하는 절경이자, 비경.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만 그 만큼의 수고와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음에 담기에도 너무 바빠 내 어설픈 사진으로는 그 곳의 공기를 반도 담아내지 못했다.
반콩로가 접근성이 너무 나빠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나마 여행자들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나힌 마을에 머문다. 비엔티엔이나 타켁 같은 주요 도시로 가기 위한 대부분의 버스가 그 곳에서
멈추는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고작 이틀밤을 보낸 이 작은 마을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이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이 마을에서 소통을 위해 론리 플래닛 뒷페이지를
펼쳐 말도 안되는 라오어로 떠드는 동양여자를 그저 소담스레 웃으며 경청해주는 사람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손짓과 발짓, 눈빛으로 대화를 하며 서로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그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마지막에는 모두 웃음으로 대화를 마치게 되는 그 풍경에-
...내가 녹아 있다는게 너무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았어,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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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힌마을에서 콩로동굴을 찾아가던 날, 그리고 그 곳을 떠나 비엔티엔으로 오던 오늘 아침,
두 번의 라오커피를 마셨다. 아이스 라오커피라는 단어를 라오어로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는지,
나중에야 알게 되고 그나마도 까먹어서, 차가운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내게 뜨거운 커피를 내주던
우리 바리스타 할머니. 짧은 라오어로 "남켕..." 이라고 소심하게 한마디 건네보았다.
남켕(얼음, 그나마 이것도 태국말)들어간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할머니.
그제서야 얼음을 깨서 다시 차가운 커피를 내주며 환하게 웃어주시며 고맙다고 몇번이나
고맙다고 하시던지. 덩달아 몇번이나 고맙다고, 고맙다고.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줄아는 말도
별로 없는 나도. 비록 커피를 마시다가 아침에 몇대 없다는 버스를 놓치긴 했지만- 따뜻했어요.
차가운 커피였지만 말이예요 :)
아마 라오스를 떠나고 나서도 "라오커피" 하면 할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아...
P.S_
라오스 시간으로 밤 10시 50분-지금.
지금 머물고 있는 루앙남타는 비가 오고, 나는 3,4일 있으면 이 곳을 떠나게 된다.
태국에 돌아가는 마음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라오스가 그립다.
분명 내가 지나온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 시간들이 되버린 사진들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