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2 (길 건너기 힘들구나)
내 친구는 나보고 카오산에 가면 '람푸하우스'에 가서 잠자라고
내가 까먹을까봐 메모지에 적어주었다.
왜 그집이 좋으냐고 했더니 그냥 다른곳은 안가봤고
자기가 전에 가족들이랑 6명이서 그곳에 묵었는데 좋더라고 하였다.
그리고 람푸하우스 들어가는 입구에 약국이 있는데 거기가서
팔에 붙이는 금연보조제를 많이 사다달라고 신신부탁을 하였다.
태국에서 사면 말레이시아보다 많이 싸다나 어쨌다나...
(그런데 그만 까먹고 안사가서 엄청나게 욕먹었다)
어쨋거나 람푸하우스를 어찌어찌해서 찾아가서 방을 얻어놓고는
카오산 거리구경을 나왔는데 먼산보며 걸어가다보니 어마어마한 넓은길이 나타나는데
차도 빠르게 다니고 길도 넓고 너무 위험해서 도저히 건널 엄두가 안나서 서 있는데
왠 젊은 서양 남녀 커플이 옆에 서있다가 나를보고 함께 건너자는 신호를 하더니
마구 뛰어 건너는것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그만 졸지에 나도 모르게 함께 뛰어서 길을 건너버렸는데
<길을 건너버렸는데>라고 써놓으니까 아주 쉽게 건넌것 같지만
나중에 알았지만 요술왕자님의 태사랑지도에도
"차 많이 다니고 길넓음/횡단보도,신호등 없다/현지인들을 따라 조심해서 건널것"
이라고 분명히 나와있는길이라
아 진짜 나는 길 건너다 죽는줄 알았다.
어찌됐던 정신을 차리고보니 서양커플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만 혼자 졸지에 길 건너편에 서있는 것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배낭도 숙소에 벗어두고 몸도 가벼운데 좀 덥긴하지만 아무데나 걸어다녀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이리저리 걸어다니는데 엄청 넓은 잔디밭도 있고 왕궁 비슷한 건물 담장이 나타났다.
나는 아! 이게 왕궁이로구나. 잘 됐다 들어가보자 싶어서 정문이 어디야 생각하며
담장을 따라 계속 아무 방향으로나 걸어가는데 왠지모르게 골목길 비슷한게 있길래 살짝 들어가보니
조그만 출입구가 하나 있는데 출입구의 지붕과 기둥의 타일 장식이 너무나도 아름다운것이었다.
나는 그만 황홀해져서 아! 조그만 샛문을 이렇게 이쁘게 장식해놓은걸보니
이게 왕궁의 어떤 출입구인가보다 생각하고 그냥 들어가면 경비병에게 잡혀가겠지 하는 생각에
발은 골목에 디디고 상체는 담장 안으로 최대한 기울여서 안쪽을 기웃거리며 보고있는데
어떤 스님 비슷한 한분이 안에서 걸어가다가 나를보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나는 환호작약하면서 뛰어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무나 들어가도 되는곳이었다.
이곳은 <왓포>라는 사원이었고 내가 들어간곳은 왓포 사원의 옆문이었다.
......왓포사원 안에 들어가 구경한거는 그냥 생략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해는지고 다리도 아프고 왕궁은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어쨋건 카오산으로 도로 가야되는데 해가지니 방향도 모르겠고
아....데체 어디로 가야 카오산으로 갈수있단말인가?
터덜터덜 걷다보니 아까 지나온 넓은 잔디밭이 나오는데 해가져서 시원해서 그런지
잔디밭에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로 앉아 쉬고 있고 길가에는 과일주스 뭐 그런거 파는
노점들도 많이 생겼다.
생각해보니 분명히 이 부근 멀지않은곳에 아까 건너온 그 무시무시한 넓은길이 있을테고
그걸 건너면 카오산일텐데 지금 서있는 이 길의 왼쪽으로 가야되는지 오른쪽으로 가야되는지 그걸 모르겠다는거다.
한쪽으로 가면 카오산이지만 반대쪽으로 가면 이밤에 또 길을 잃고...안되겠다 물어보자.
공자님도 말씀 하시기를
"내가 사흘밤 사흘낮을 생각해 보았으나 한번 물어봄만 못하였다" 하셨는데
나 같은 사람이 물어보지않고 어찌 알것인가?
잔디밭을 쳐다보니 가까운곳에 조그만 노인 한분과 아들로 보이는 젊은이 이렇게 두 사람이 앉아있는것이 보였다.
나는 슬금슬금 다가가서 어차피 피차간에 영어는 짧을테니 불문곡직하고 길의 한쪽 방향을 가리키면서
"카오산?" 하고 물었다.
이분들이 "예스" 하면 그길로 가면 되고 "노!"하면 반대쪽으로 가면되니 얼마나 쉬운가?
아.........
그런데.......
이분들이 "카오산"을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계속 "what?" 아니면 "excuse me?" 만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아니! 한발자국 옆이 카오산인데 더구나 현지인이 카오산을 모르다니....이런일이...
난감해 하고 있는데 어느순간 조그만 노인께서 "카우산?" 하는것이었다.
나는 펄쩍뛰며 "예쓰! 예쓰!" 했는데
나는 <카오산>이라 발음할때 <오>에 엑센트를 주어 <카오산> 이라 하였는데
노인께서는 <카우산> 이렇게 발음했다.
<카우>는 영어로 <암소=cow> 라고 발음할때하고 똑 같았다.
그런데
노인께서(나도 영감이지만 이분은 한 70세는 되어보였다) 한참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젊은 사람보고 뭐라뭐라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의 손을 잡고 끌고가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손이 잡힌채로 따라갔는데 이 노인께서 나를 아까 그 무시무시한 큰 도로로 데려가더니
내 손을 꼭 쥐고 끝까지 길을 함께 건너주는것이었다.
중간 중간에 분리대 비슷한곳에서 한숨 돌리고 또 눈치를 보아 뛰어 건너고 해야되는데 이분은 끝까지 내손을 놓지않고
차가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내손을 힘껏쥐고 하면서 길을 건너주고는
또 다시 뛰었다 섰다 하면서 왔던길을 다시 건너가셨다.
나는 그 노인께서 안 보일때까지 길에서서 내 앞으로 태국에서
그 어떤 험한꼴을 당하는일 이 있더라도 결단코 태국이나 태국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을것이라고 굳게 결심하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