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 5월 12일, 라오스 돈뎃
전날 저녁 팍세에서 라오스 남부의 메콩강에 떠있는 4천개의 섬중의 하나인 돈뎃가는 버스 + 보트를 60,000킵에 G/H에서 예약했다. 아울러 경비가 모자랄 듯 하여 G/H에서 50달러를 400,000킵에 환전해둔다.
아침 08시에 G/H앞에서 날 태운 밴은 다른 호텔과 G/H를 들러 돈뎃가는 객들을 태워 그리 멀지 않은, 개인관광회사 사무실에 내려준다. 막연히 기다리면 다른 여행사에서 모집한 객을 태운 버스가 오고, G/H에서 발행한 영수증 확인 절차와 함께 그 버스에 승차할 수 있다.
버스는 북쪽 13번 도로에 비하면 그나마 요철 없고 고도편차 없는 도로를 달려 왓푸 선착장에 들러 몇을 내리고 몇을 태운 후 11:00 무렵에 반나까상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800m 정도 걸어가면 인근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데, G/H에서 발행한 영수증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타야할 보트를 지정해준다. 선착장에서 돈뎃까지는 10분 정도 걸렸으려나...
선착장에 내리면 이 골목만 따라 걸어야 한다 . 주위로 G/H, 식당, 환전소, 여행사, 자전거 대여점, 피씨방이 있고 이 골목에서 갈라진 좁은 길 끝에도 어김없이 G/H가 있다.
조용한 숙소를 원하려면 더 깊이 들어가라는 들은 말이 있어서, 어제 탓참피 가는 길에 만나서 오늘 같은 버스와 보트를 타고 이 곳까지 온 두명의 태국 여성 사람과 왓푸 선착장에서 내 옆자리에 올라 탔던 자기의 3D 카메라 자랑에 흥분했던 착하지만 수다스러웠던 프랑스 청년 안토니를 뒤로하고 강변 골목을 따라 걸으며 맘에 드는 방강로의 가격을 묻고 내부를 살펴본다. 대게가 50,000킵의 가격에 개인욕실에 캐노피, 선풍기, 해먹이 있는 구조이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진다. 허둥대는 이방인을 착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손짓하며 자기집으로 오란다.
눈과 손으로 소통을 해보니, 비가 못해도 1시간은 내릴 것이다 편하게 쉬다가 비 그치면 가라...고맙다...집이 이쁘다...이런 얘기를 나눴지 싶다.
그에 비해 이 집 꼬마들은 어디선가 구해온 망고를 자기들 끼리만 먹는다. 조금만 나눠 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모른 척 하는지, 모르는 건지 내민 손을 부끄럽게 만든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더구나 바쁘게 해야 할 일도 없고, 기다려 주는 이도 없고, 부족한 것도 없으니. 비가 그칠 때 까지 대나무로 만든 마루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숨 자야 겠다.
비 그치기 무섭게 이 집에서 제일 가까운, 이름도 없는, 지은지 얼마 안되는, 단 2동 뿐인 방갈로에 50,000킵을 주고 하루를 머문다. 골목길 건너에 있는 식당의 와이파이를 쓰면 된단다. 그 식당에 가서 돼지고기 뽁음밥을 18,000킵에 먹고 세탁서비스를 kg당 8,000킵에 맡기는 중에 그 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안토니를 만난다. 정이 많은 안토니...
그의 수다가 싫은 건 아니지만 이런 곳에선 혼자만의 사색을 위한 빈둥거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나중에 보기로 하고 섬 구경을 나선다.
방갈로 테라스 해먹에 누워 비온 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그간 한 장도 읽지 못했던 책을 읽어본다.
안토니의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곧 해가 지니 사진 찍으로 가잔다. 메콩강의 선셋도 좋겠지만, 우린 들판으로 가기로 한다.
안토니는 그 식당에 딸린 방갈로에서 묵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저녁을 안토니의 수다와 함께 그 곳에서 먹는다.그 식당엔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한 쌍의 프랑스 남녀가 있다. 그래서 인지 이 식당에는 나와 써빙하는 현지인을 뻬고는 모두가 프랑스 사람들이다. 물론 라오스에 유난히 프랑스 객들이 많기도 하지만. 여튼 그날 밤 예닐곱명의 그들과 메콩강에 빠진 고양이를 구한다고 힘도 합쳐보고 술잔도 기울여 보고...
새벽 1시 였을 것이다. 욕실 쪽 지붕에서 한 동안 후두둑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다. 후레쉬를 켜고 확인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아침에 간 밤의 이상한 소리에 대한 보고를 주인장에게 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주인장은 열매 떨어진 소리였을 것이라 하며 하루 더 머물길 원하는 눈치인데, 내일 선착장까지의 이동을 고려해서 선착장에 가까운 Dahome 방갈로로 이동한다. 물론 50,000킵에 욕실,캐노피,선풍기,해먹을 갖춘 일반적인 구조이다. 에에컨이 잘 돌아가는 방갈로가 아닌 일반룸은 100,000킵이라고 한다.
섬의 입장료는 20,000킵인데, 이 금액에 리피폭포 입장권까지 포함되어 있다.
제국주의의 침략 야욕이 당시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이 곳에 까지 미치다니.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이기도 한 듯 하다. 요즘 이 동네에서 제일 인기 있는 사내아이들의 놀이는 폭죽놀이 인 것
같다. 돈뎃의 강변 오솔길 중간 지점 부근엔 중국 호남성에서 온 부부가 운영하는 만물상점이 있다. 오며 가며 짧은 중국어로 그들과 소통을 했는데, 거기에서 그 부부와 얘길 나눌 때 마다 동네 꼬마들이 폭죽로켓을 수제 제작해서 강쪽으로 쏘아 날리며 실패했을 땐 웃고 성공했을 땐 박수치고 했었다.
물 한 병을 사더라도 편히 쉬게 해주는 해먹이 있고 세상과 단절하지 말라고 와이파이 사용도 가능케 해준다.
너무 덥다. 너무 습하다.
비온 후 어제의 대기는 너무 선선하고 청량했는데, 그래서 이후 일정은 돈뎃에서 꽉 채울까 했는데,
비가 없는 오늘의 대기는 너무 무겁고 답답하다. 그래서 내일 이 섬을 벗어나기로 한다.
작은 섬이다 보니 하루에도 같은 사람을 많게는 4번까지 조우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온 젊고 참하고 혼자 온 여성 사람이 그랬는데 처음엔 눈인사만 나눴고 두 번째는 목례를 했고 세번째는 어디서 왔는지, 그 곳은 어땠는지, 혼자 왔는지를 확인했고 네번째는 나는 내일 이섬을 떠난다, 나는 좀 더 머문다를 서로에게 통지 했다.
그저께 함께 이 섬으로 온 두명의 태국여성사람도 내일 이 곳을 떠나 방콕까지 가는 티켓을 구매했다고 한다. 시간이 넉넉한 나는 궂이 방콕까지 갈 필요가 없어서 우본까지 가는 티켓을 120,000킵을 주고 같은 여행사에서 끊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목적지가 같아도 티켓을 끊은 여행사가 다르면 다른 보트, 다른 버스로 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화된 태국 육로 재입국에 대비해서 우본에 있는 Sri Isan 호텔을 하루 420밧에 bookings.com을 통해서 예약한다.
떠나기 전 할 일이 있다.
안토니에게 인사를 하고 페이스북 주소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메콩강 일몰을 봐야 겠다. 5월 이때의 일몰의 최적 뷰포인트는 선착장일 것이다.
안녕! 돈뎃~~~
빨리 가서 미안해. 하지만 네가 어제처럼만 시원해준다면 난 일주일도 여기서 머물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