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랑기 - eplilogue, 1545일 동안의 10만 km의 유랑을 마치며
1545일, 2019년 2월 9일에 길을 나서서 2023년 5월 3일에 길을 끝낸다.
10만 km, 오래된 중고 오토바이로 라오스와 베트남을 종과 횡으로 달렸다.
그 긴 시간동안 그 넓은 공간에서 항상 함께 있어준 '그녀'에게 제일 먼저 경의를 전하며
크게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았던 나의 몸과 마음에 강한 믿음과 사랑을 보낸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로 응원해 준 수많은 인연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생명과 사건과 자연과 기후에도 '나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연대를 표한다.
좌표를 찾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좌표를 벗어나지 못한 꼴로 이제야 '좌표의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몸에 베인 '독행인의 평온'을 깨야하고 '자유인의 나른함'을 벗겨내야 하며 '주변인의 특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경직된 표정에 짓눌리고 빠른 속도에 쫗기고 익숙한 언어에 복잡하게 얽힐 각오마저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편하거나 그리우면 다시 떠날 수 있는
'머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떠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와 용기가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머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떠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도 배워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