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아줌마, 아들 둘과의 느림여행- 여행첫날 바이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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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아줌마, 아들 둘과의 느림여행- 여행첫날 바이욘

하늘소풍 4 3518

5월 6일 < 앙코르 톰 방문 >

 

우리는 앙코르 유적을 둘러보기위해 3일권을 끊었다.

1일권 20달러, 3일권-40달러, 일주일권-60달러다. 우리  아이들은 만 9세,10세로 12세 미만이라 입장권이 공짜다. 

여행내내 12세 미만인 우리 아이들은  공짜든 반값이든 많은 혜택을 보았다. 12세 되기전에 한번 더 와야할것 같다.

 

 

근데 아들 둘의 발육이 원체 좋다보니 아무도 그 나이로 봐주지 않는다.

안그래도 캄보디아 아이들이 왜소한 편인데 우리 아이들은 심히 비교되어서 의심(?)을 사게된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출생이라며 여권을 보여주니 뚫어져라 한참 쳐다보더니 OK싸인이 겨우 떨어진다. 유적지를 들어갈때마다 티켓 검사를 하는데 매번 가방에서 아이들 여권을 꺼내서 검열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1000년이 넘은 이 위대한 유적을 우리돈 4만원정도에 3일이나 보는 것도 황송한데, 어린 아이들이라고 "무료"로 들여보내주다니...

아무래도 유적지 발굴들이 외국의 원조로 이루어지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복지 선진국가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 같다.

 

즉석사진이 찍힌 티켓을 들고 , 다시 차로 와서 들어가는 입구에서 다시 표와 여권  검사를 하고 <앙코르 톰>까지 10여분 정도 더 들어가야한다.

 

많은 서양인들은 자전거로 35도를 넘는 그 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무모하다기보다는 건강한 젊음이 부럽고, 혹시나 일사병으로 탈진할까 아이들 챙기느라, 에어컨이 있는 차에 앉아있음에도 아이들 얼굴 살피기 바쁜  나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내 젊음이여! 그대는 어디로 갔는가? 그때는 무엇을 했는가?

 

 

<앙코르 톰> 의 방문은 시간을 넉넉 잡아야 할 것 같다. 우리처럼 한 곳에 필(feel)이 꽂히면 시간 계산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바이욘>에서만 거의 한시간 반을 보냈다.

기본적으로 일반 여행자들은 <바이욘> --- < 바푸온> --- <왕궁 > --- <피미아나까스> --- < 코끼리 테라스> -- <문둥왕 테라스> 순으로 보며 대략 2시간은 잡는다고 한다.

 

가지런히 정돈된 길 옆으로 민가나 그림을 그려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다. 초록의 키 큰 나무들은 잠 못 이룬 첫날 밤의 피로를 덜어낼만큼 청량감을 전해준다. 이렇게 깨끗한데도, 청소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바닥을 청소하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캄보디아 정부가 이곳에 신경을 쓰고 있지는 체감이 된다. 그만큼 이 나라에 돈을 벌어주는 곳이란 거겠지만.

 

지금부턴 우리 큰 아들이 찍은 사진들입니다.....  가기전 <앙코르왓에서 살아남기 1,2>권을 5번씩 읽고 가서 그런지 가이드를 쓰지않아도 어느정도 엄마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설명해주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게을러서 아이들에게 공짜여행이란 없다며 던져준 책인데, 어찌됐건, 즐겁게 읽었는지 설명이 제법 가이드 모양새를 갖추고 있네요. 믿어준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내 행복이 온몸으로 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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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를 타고 입구까지 들어가는 트레킹이 있습니다. 주로 서양인들이 많이 타더군요. >

 

지나가는 길에 캄보디아에서 보기드문 대형 관광버스들이 쌩쌩 지나갑니다. 100이면 100 우리나라 유명 투어회사 단체 관광객들을 위한 버스죠. 쌈메이트가 말하길, 앙코르 톰까지 뚝뚝이를 타는 것이 옵션이라며 1인당 30달러랍니다. (사실 듣기는 40불로 들었는데 제 글 읽으신 어떤분의 말씀이 30이라는군요. 그래서 정정했습니다..).    근데 그중에서 6달러만 현지 뚝뚝기사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관광회사가 가져간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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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로 톰 > 입구에서 올라가면 처음 발을 디디는 곳에 이렇게 무성하게 잡초들이 천년의 세월에 무게를 더해줍니다. 뭔가 유적이라하면 엄숙하고 무엇인가가 보호되어야하는  분위기여야 하는데 누구나 들어가고, 모든것을  밟고 서 있고, 그 사이사이 무질서하게 피어난 잡초들의 모습에서  뭔가 정형화되어있는 다른 유적들만 보면서  갖춰진 틀을 깨게 되었는지 큰 애가 조금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곳곳에 피어난 이름모를 풀들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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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압도당하고 마는 바이욘의 모습. 다른 역사적 진실과 곡해들을 뒤로하고 그저 압도당해버렸다는 말이 맞는 이곳! 내게 가장 멋졌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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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많기로 유명한 큰 아들이 무모하게 올라갑니다. 모든 계단들의 경사가 호락하지 않은데, 올라가기는 하는데 내려오는건 어쩔건지 아무 생각이 없었답니다. 밑에서 불안불안 지켜보면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려올땐 두배의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얼굴 가득합니다. 곧 뒤따라 올라갈 작은 아이가 찍은 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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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로부터 그렇게 열심히 들었던 "우유 바다젓기" 신화의 현장. 너무 더운데도 두 아이가 자기가 책에서 본 곳이 나온다는데 흥분해서 신나하며 신들과 악마들의 싸운 얘기를 해줍니다.  원래 그리스 -로마 신화 광인 두 아들 녀석에겐 동양의 신들의 얘기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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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어찌 아냐고 하니 악마의 눈과 신들의 눈 모양이 다르다고 합니다. 악마의 눈알은 이렇게 콩알처럼 동그랗게 튀어나왔다고 하네요... 맞는 건지 알길없지만 그저 흐뭇하게 고개를 계속 끄덕여 주었답니다.>


여행을 하면서 너무 좋았던 건 모든 이 시간들이 나와 아이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린 열심히 놀면 되는 사명을 띄고 여기 온거니까 서로의 말에 최대한 귀를 쫑긋거려주고, 아이들의 그 말 속에 담긴 진심에 그저 미소지어주며, 가끔씩 심오하거나, 너무 아이다운 말을 하면 한없이 사랑스럽게 봐주기만해도 그 마음이 최대한 전달되는 것이 그냥 느껴지는 겁니다. 여행에는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전류계가 형성되나 봅니다.  

 

내가 찍은 아이들의 모습 . 유적보다 아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엄마의 마음이 카메라의 앵글에도 고스란히 잡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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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욘 사원 들어가기 전 입구. 바푸온으로 가기 위해 나오는 출구도 바로 옆에 있습니다. 우린 너무 많이 헤맸거든요.

  찍어달라고도 안했는데 50대의 인자한 일본인 여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면서 다가옵니다. 누구나 친절하게 만드는 착한 유적지입니다. 나도 찍어주겠다고 하니, 아들이라며 소개하는 키가 훤칠한 훈남을 데려옵니다... 울 아들도 10년정도 지난후에 저렇게 훈남이 되어서 엄마와 여행을 해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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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부딪친 사원의 아이. 그냥 말없이 아들 뒤를 따라 다닙니다. 그러자 뭔가를 알아챈것인지 1달러와 연필, 주머니에 있던 비타민 C 한 포를 큰 애가 건네주네요. 둘째와 같은 열살이라는데 한참 어려보입니다.. 그런데 신발이 없습니다. 이렇게 뜨거운데 발이 따갑지는 않은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처음 본 이 아이의 모습은 그래도 양호하다는 것을 며칠이 지난 후에야 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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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 그늘만 있으면 숨는 아이들. 벌써 한시간째 이 위를 거닐고 있으니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계속 물만 마시고 있습니다. 이제 유적들이 돌덩이로만 보이는지 처음에 부조 조각들을 보면서 지르던 탄성들이 한숨으로 바뀝니다... 저질 체력들이라고 했더니, 자기네들을 "저질체력 1,2"로 불러달라며 넉살을 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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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 할머니가 우리 곁에 와서 앉으십니다. 그리곤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시네요. 그렇다고 하니, 자신은 미국에 사는 사람인데 여기 관광왔다며 한국의 날씨가 어떠냐고 대뜸 물어보십니다. 떠나오던 날 간만에 본 봄 햇살을 떠올리며 너무 좋을때 떠나 왔다고 하니, 왜 그 좋은 날씨 피해서 이런 더위로 무엇을 찾으러 놀러왔냐며 타박아닌 타박을 하십니다...

 

그러게요. 비싼 돈 주고 왜 이 무더위를 찾아왔을까요? 내가 무언가를 찾아온걸까요? 그러면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저 앞으로 사면상 3개가 같이 보입니다.  멋진 장관이다!!.

근데 인자하게 눈을 살며시 감고 내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세명의 부처님들이 . 그저 다 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으로. 그게 내게 보였습니다." 너도 알고있지?" 라며 울림을 던져주는 큰 미소를 지은채로.

 

'너도 알고 있니?'

4 Comments
필릴리 2011.05.29 11:20  
의젓한 두 아들덕분에 여행내내 행복했던게 전해집니다... 부럽네요
단임골딱따구리 2011.05.29 16:42  
글 좀 쓰시네요^^패키지1인30불인데 모르는지 과장인지 기대되네여~;
하늘소풍 2011.05.29 17:19  
그런가요?? 저는 40불이라 들어서 , 들은대로 적은거랍니다... 30달러 정도하는군요.. 정정 고맙습니다..^^
날자보더™ 2011.06.25 21:48  
예쁜 글이네요.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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