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ja의 배낭여행 (씨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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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ja의 배낭여행 (씨엠립)

산달마 3 4084

"제 여행기는 프롤로그에도 적었듯이 순수한 개인 감상문 입니다."
(태국여행기 계시판에 올린 내용이지만, 운영자의 지침(?)에 따라 여기도...)


'뒤틀어진 캄보디아 일정, 그러나 좋은 친구들..,'


[8/18(월) 여행 32일차, 방콕-씨엠립 1일차]


숙소; 그린파크 빌리지 (싱글, 팬, 내부욕실, 더운물, TV, 호텔수준, 4불)

숙소에 대한 정보 링크; 그린파크 빌리지 


일정; 카오산-국경-씨엠립 이동, 숙소, 휴식


나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태사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여행 후기를 개인 블로그나 친목 단체에만 올리는데, 얼마 전 운영자께서 '태사랑에도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악플이나 전투적이고 까칠한 글 등에 대한 통제'의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태사랑에도 올리게 된다.


여행을 좋아하며 태사랑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비록 개인감상문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꼬질꼬질한 여행기지만 '비슷한 스타일'이라면서 격려해주는 댓글도 있기에 더욱 용기가 난다.


이 여행기를 빌어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 추천 또는 비추천 숙소나 식당, 한인업소나 서비스, 본인과 다른 의견, 다른 여행스타일 등이 올라올 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아~~ 나는 거기가 참 좋았는데, 싫어 하시는 분도 있구나"
"나는 저기 주인이 불친절해서 싫었는데, 저분은 저런 점 때문에 좋다고 하시구나"
"나는 길거리 음식 먹기가 좀 그렇던데, 저분은 싸고 맛있다고 잘 드시는구나."
"저런 곳에 오래 머물다니 저분은 참 특이하게 여행을 하시는구나."
"비록 욕심 때문에 돈을(상품을) 사기 당하셨지만 무척 섭섭하고 억울하신 모양이구나."
"우리식당 음식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간혹 맛 없다고 하시는 분도 있구나, 참고 해야지."
"저분이 그 때는 말을 안 했지만, 많이 섭섭하셨던 모양이구나. 사과하고 다음부터는 최선을 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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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씨엠립의 여행사버스 예매를 위해 3군데 정도 발품을 팔아 보니 대부분 500밧이다.


람부뜨리 골목 안 여행사 한 곳에서 450밧에 구매한다. 어떤 일행은 200밧~250밧에 외곽에 있는 여행사에서 구매 했다는데..,


암파와나 후아힌에서부터 캄보디아 넘어가는 일정을 잡다가 이렇게 늦어 버렸는데,


지금까지의 여행컨셉과는 달리 왜 그렇게 일행과 일정에 연연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내 자신이 참 이해되지 않는다.


일행이 없으면 없는 대로 홀로 배낭여행자들은 저렴한 여행자버스를 타고 이렇게 가면 될 것을..,


물론 여행자버스는 국경에서 씨엠립까지의 미니버스가 불편하고 전략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나에겐 친구를 사귀게 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숙소까지 픽업을 오는 편한 점도 있다.


아침 7시반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8시반이 되어 국립미술관 앞 교통섬에서 출발한다. 버스는 품질이 괜찮았지만 인원이 초과 예약 되어 자리를 미처 잡지 못한 일본인 커플은 1층으로 내려 가는데 불편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일행이 있다면 한 분이 짐칸에 짐을 넣을 동안 미리 좌석을 차지 해야겠다.


매일 같은 영어를 반복해서 그런지 젊은 여성 가이드가 유창한 영어로 일정과 비자 발급대행 안내를 한다. 옆자리 프랑스 5인 가족의 가장은 흔히 그렇듯 아시아인의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 중요한 내용은 나에게 질문을 한다. ㅎㅎ 영어를 영어로 통역해 주는 것이다.


그녀의 능숙한 1,2차 비자영업(정말 대단 하드라) 마감 후 약 80% 정도가 1,200밧에 비자 대행을 맡긴다. 옆자리 프랑스가장도 나에게 몇 번 묻더니 5인 가족용으로 6,000밧을 지불한다. 아이고 아까버라.


물론 나는 1,000밧 이나 25불이면 충분하다고 사실만을 설명해 주었지만, 그분은 그 금액이라면 저 악명높은(?) 국경 공무원과 시비를 안 해도 되는 수수료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섣불리 나서서 그들의 영업방식(?)에 대해 흥분하거나 필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불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여행사버스가 운영이 될 테고, 우리같은 홀로 배낭여행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 될일.


사실 그들의 비자대행은 전혀 받을 필요가 없다. 돈도 약 만원정도(1,200밧 대 25불)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여행사 직원에게 여권, 사진, 서류를 내고, 기다렸다 다시 받고 하는 것 보다 직접 하는게 훨씬 더 편하고 빠르다. 그렇다고 이런 정보 때문에 아무도 여행사에 비자대행을 맡기지 않는다면 당연히 여행사버스 가격은 올라 가겠지.



[앙코르왓 주변 길, 나는 이런 길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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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국경근처 여행사 본사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여기서 본사직원의 한수 높은 마지막 영업수완에 4명을 제외하고(한국인은 나 혼자) 전원 항복을 한다. 나는 돼지고기 볶음밥을 맛나게 먹으며, 식탁 옆에 서서 채근 대는 그 친구에게,

'미안해, 협조해야 하는데.. 난.. 말야.. 비자 프로세싱 경험을 직접 하고 싶어. 그게 내 여행목적 중 하나야, 그리고 저 친구들 너한테 막 항의 하는데 니가 이해해."

그러자 그 친구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오 마이 프렌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 다행히 오늘 많이 했어. 괜찮아"

대부분 '왜 그렇게 비싸게 받느냐?' 면서 불합리하다는 항의를 하거나, 뒤돌아 서서 욕이나 들었던 그 친구는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처음 본 모양이었다. 말 한마디에 그 친구와 친하게 되고, 국경 넘을 때까지 다른 사람보다 더 친한 대접을 받는다.

과연 여행사의 영업방식이 '사기' 나 '불의' 라고 생각하여 이들과 흥분하면서 논쟁을 하는 게 옳을까?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으나,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그들의 영업방식이고 시스템이니까 이용자가 판단하면 될 일 아닌가 한다.

사실 난 국경 공무원이 소문대로 얼마나 악명이 높은지, '투쟁'하는 여행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확인 하고 싶었다.


걱정되는 것은 비자 받는 시간이 많이 걸려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거였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비자받기 후부터는 일행이 분리되어 여행사 미니버스를 타고 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자대행을 맡긴 사람들 보다도 훨씬 빨리(또는 거의 비슷하게) 캄보디아 입국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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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랑에는 캄보디아 택시, 비자수수료 관계 등에 대해 많은 의견과 전투적인 댓글이 많다.

그래서 여행기에 나의 의견을 적기도 '겁' 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겪은 일과 느낌을 솔직하게 적고, 판단은 여행자들께 맡기자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점에서도 어렵구나.

국경 공무원에 대한 정보(기분 내키는 대로 비자피를 요구할 수도 있다...) 때문에 많이 걱정을 했다.

비자사무실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한쪽 옆에 마냥 서서 "투쟁'하는 동양인 여성 한 분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 보는(?) 상황. 공무원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나 자기들끼리 하는 말투,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한테 하는 말을 듣고 나는 한순간에 '투쟁'을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경공무원은 내 걱정과는 달리 '달러로 낼래? 밧으로 낼래?'를 물어 주었고, 달러로 낸다고 하니 25달러를 요구한다. 나는 이미 비자피를 많이 세이브를 했기에 '투쟁'을 포기한다. 그 공무원도 내 여권을 본 후 한바탕 전쟁을 각오하던 차에 순순히 25불을 내는 코리안을 보고 내심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개인 비자신청자 4명은 25불에 즉시 발급을 받은 후, 돈도 세이브하고, 일행 보다 훨씬 빨리 처리되어 기쁘게 입국한다.

매일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사무실 창문 안에서 공포스럽게 구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공무원이 밖에 나와서 손님(?)을 받으며 나름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듯 친절히 대했고, 무조건 태국돈 천밧을 내라는 게 아니라 선택을 하게 해주었다. 물론 달라 25불이 조금더 저렴. 따라서 25불만 각오 한다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즉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당초 각오와는 달리 '투쟁' 경험을 포기했지만, 25불을 내고도 내가 기분이 좋다면 괜찮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공식 수수료인 20불에 부정하게 5불을 더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할 것인지는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또한 마냥 기다리면서 무언의 '항의투쟁'을 하면 20불(또는 +몇백밧 정도)에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국경에서 어떻게 하는것이 바람직 한것인지는 여행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나의 경험에 의한 순수한 개인 의견을 말한다면,

우리들은 다른 외국 여행자들과는 달리 '캄보디아 국경(특히 포이펫)에서의 비자받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닐까? 자칫 5불 때문에 여행의 목적이나 기쁨을 송두리 채 잃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20불에 비자를 받으며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 다행이겠지만, 20불(+몇백밧)에 비자를 받으면서 오랜 시간을 빚쟁이처럼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기분이 심히 상했다면 그게 과연 바람직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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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부터 씨엠립가는 여행사 미니버스는 참으로 열악했지만 다행히 편히 앉을 수는 있었다.


중간 휴식시간에 필리핀에서 혼자 온 '리차드' 이태리에서 온 '스테파노' 등과 자연스레 대화를 하게 되고, 같이 일정을 하자고 얘기 한다.


리차드는 필리핀인으로 비자가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15불을 달라고 해서 그냥 줬다고 한다. ^^;; 좀 심하군, 5불정도만 받지.


여행사버스의 전략으로 밤늦게 내린 '그린파크 빌리지'는 한 번 보고 가자고 생각 했다가 매니저의 친절함과 시설에 비해 요금이 너무 저렴해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냥 묵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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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와는 방을 따로 얻자고 하고, 샤워 후 한인여성과 그녀의 일본인 친구, 리차드 이렇게 넷이서 숙소 앞에 있는 '샤브샤브'식당으로 갔다.

옆자리 일행들의 권유로 캄보디아 와인(?)을 곁들여 먹는다.

옆자리 일행은 바로 툭툭 기사분들, 즉석에서 얘기가 되어 내일아침 바로 일출을 보기로 하는데...,

숙소에 돌아와 리차드, 스테파노, Somme('싸움'으로 발음. 호텔 매니저)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며 밤이 늦어 지는데..,
아무래도 내일 새벽에 일어 날수 있을지...,



[8/19(화) 여행 33일차, 씨엠립 2일차]


당연히 새벽에 일어 나지 못했다. 그것도 4명 모두. 새벽에 비가 많이 내려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과연 그 기사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우릴 얼마나 원망했을까? 걱정이 된다. 다행히 나중에 그 '샤브샤브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정중히 사과하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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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친구들은 다른 일정을 하기로 하고,

리차드와 늦은 아침을 먹은후 숙소 앞 툭툭기사 중 친절해 보이고 영어가 제일 잘 통하는 기사분과 스몰서클(미니투어)을 10불에 돌기로 하고 나간다.


그리하여 태국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이 아닌 툭툭을 하루 전세 내게 된다. (다음날부터는 자전거로..)


리차드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은행에 근무하는데, 10일 휴가를 내 방콕~씨엠립~프놈펜~호찌민~하노이로 여행 중이다.


성격이 워낙 좋은 친구라서 너무도 편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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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전? 후?) 사진 찍으러 나온 신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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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따 프롬'에서 리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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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를 파는 어린이들, 영어는 팔자로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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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후아힌에서 대형해파리에 쏘인 오른팔이 며칠 전부터 가렵더니 오늘은 너무 심하다. 계속 긁었더니 벌겋게 달아 오른다.


아픈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대로 대형 흉터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이자 그게 스트레스가 된다.


리차드는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가보자고 그랬고, 난 아무래도 미안해서 그냥 버텼다.


일단 미니투어는 다 끝내고 프놈바켕 일몰만 남은 상태,


리차드가 일몰은 내일 보자며 포기하고 병원으로 가자고 한다. 고마운 리차드.


의사와 직원, 간호사 모두 영어는 거의 불가하다. 나는 심각해 죽겠는데, 별거 아닌거 가지고 그런다는 것처럼 모두들 태연히 농담을 하고 웃고 난리다.

툭툭기사의 통역으로 주사 두 방과 약을 먹었는데, 너무나 졸려 잠이 쏟아져 저녁도 못 먹고 방으로 갔다. 무조건 잠을 자는 수 밖에 없다.



[8/20(수) 여행 34일차, 씨엠립 3일차]


늦은 아침에 리차드가 방문을 두드린다. 혼자서 투어 가기도 뭐해서 그 친구도 그냥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리차드와 프놈펜~ 베트남으로 넘어가자던 계획이 흩으러 진다. 나는 휴식을 취하며 병원을 간다든지 추이를 봐야하고 리차드는 시간이 빠듯하다. 그는 어떻게든지 내 의견을 따라 주려고 하지만, 이럴 때 무리한 계획을 맞추려 하다간 서로 피곤한 법.

나도 이렇게 무리해서 여행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결국, 리차드는 오후에 프놈펜으로 가기로 하고, 나는 시엠립에서 여행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꼭 필리핀에 여행을 가마 약속을 하고 리차드를 보낸다. 이국땅에서의 친구 사귀기는 여행의 최대 즐거움이다.

아내와 통화하니 여행자보험 청구서류가 필요 하다고 해서 '싸움'에게 도움을 청해 두 번에 걸쳐 서류를 챙겨 받으며, 그의 진정성 있는 친절에 감사를 느끼게 된다. 병원에서는 영어도 안될 뿐 아니라, 된다고 하더라도 서류를 챙겨 받기는 어려웠다.

오후까지 휴식을 취하며 '싸움'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고 자연스레 캄보디아의 장점과 단점들을 얘기하게 된다. 그들은 국경 공무원들의 비자피 문제 등 곳곳의 부정적인 점들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선진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그로서는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공산국가이면서 한참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경 공무원들에 대해 관광종사자인 일반인이 감히 어떻게 항의해 볼 생각도 못해보니 말이다.

나는 대화를 하다가 심한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그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이왕이면 좋게 말해주자 싶어, 캄보디아의 지금 현상과 공무원들을 다소 이해하는 말을 했는데, 그 친구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매일같이 부끄러운 얘기들을 들으며 관광객들로부터 간접적 항의를 받아 온 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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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개인자전거를 얻어 어제 못 본 일몰을 보려고 나간다. 고마운 친구.


가는 길에 여행자 숙소가 밀집되어 있는 스타마트 주변과 구시장을 한 바퀴 돌아 본다.

인터넷 추천숙소인 프린스매콩 빌라에 한 번 묵어 볼까 생각해 들렀는데,

싱글은 하루 8불이고 더 이상 5불 가격은 없다고 한다.(세탁, 아침, 자전거 무료)

가든이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고, 왠지 주인의 말투가 인터넷 평처럼 친절성이 느껴지지 않아 포기한다.

나중에 올라온 정보에 의하면, 하루 전에 체크아웃을 말하지 않으면 다음날 묵지도 않은 숙박비를 내야 한단다. 다른 분들도 어이없다는 댓글을 올렸지만,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룰이다. 거의 '횡포'에 가깝다.

나는 주로 아침에 기분 내키면 더 머물고 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그 날 머물렀다면 엄청난 '전쟁'을 치렀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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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바켕엔 역시 사람이 많이 몰린다.

예상대로 날씨 탓에 일몰은 그저 그렇다.


주자장에서부터 폭우가 내린다. 다행히 챙겨온 방수의를 꺼내 입고 달리지만 등에 맨 배낭만 안 젖을 뿐 거의 다 젖는다.


비에 젖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엉덩이가 많이 아파서 자주 서게 된다. 다음 여행올 땐 자전거를 좀 타고 엉덩이 근육강화를 하고 와야겠다. ^^;

서양친구들은 한 손으로 우산 쓰고 잘도 타고 간다.

일단 간지럼은 덜하니까 살 것 같고, 더 이상 악화는 안될 것 같다는 핑계로 자제 해야 할 술을 여전히 마신다. 씨엠립에 온후 이미 내 일일 예산계획은 망가진 상태다. 이게 여행 말년 현상인가??

늦은 밤엔 스테파노와 싸움과 시간을 보낸다. 맥주 추가는 당연하다. 스테파노는 24살의 이태리 청년, 밀라노에서 피자 만드는 일을 하는데 자부심이 대단한 친구. 이 친구와는 귀국 전 카오산에 만나 또 한번 술통에 빠지게 된다.



[8/21(목) 여행 35일차, 씨엠립 4일차]


아침에 일출은 또 자동 포기. 새벽에 강력한 뭔가가 있어야 일어 나는데, 괜히 약 핑계도 되면서 늦게 일어나 일정을 고민하다가 자전거 투어를 나선다. 오늘은 빅써클(그랜드 투어)을 한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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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아 칸 후문을 지나서 자전거가 영 나가질 않는다. 뒷바퀴를 보니 앗~ 빵구. 어떻게 하지..,


그늘 아래서 물만 버끔버끔 마시며 지나가는 빈 툭툭을 세워 보지만 대부분 고객을 모시러 가는 중. 갑자기 피곤함이 느껴진다.


앙코르유적은 쉽게 나를 허락하지 않는구나.


한 시간 여만에 겨우 착한 툭툭기사를 만나 그 쪽으로 가는 길이었는지 바욘까지 데려다 주며, 한 툭툭기사에게 뭐라고 하면서 돈도 받지 않고 부랴부랴 갈 길을 간다.


난 멀뚱히 멋 적게 손만 흔들어 준다. 왜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단돈 1,2불에 몇 분씩 흥정을 하는 그들이 아닌가? 고맙다는 생각보다 '이런 기사도 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억지로 라도 감사표시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인수인계 받은 기사와 5불로 흥정하여 숙소로 돌아 온다. 매니저 '싸움'에게 오토바이 대여를 부탁 했지만 역시 불가능하다는 대답이다. 다시 저녁에 일몰을 볼까 생각했으나, 약 기운인지 졸립기도 하고, 몸이 좀 지친다.


여기서 모든 일정을 접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초에는 베트남으로 넘어가 하노이에서 귀국하거나, 캄보디아 남부쪽으로 가서 꼬콩을 통해 방콕으로 넘어 오려 했으나, 다음을 위해 남겨 두자. 여기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비로 내려가 방콕행 여행사버스를 예매(12불)하고 싸움과 마지막 밤 대화를 한다.


며칠동안 대화하면서 그 친구와 진솔된 대화를 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그 친구는 손님이라기 보다는 친구처럼 대해 주어 진정성 있는 친절을 느끼게 된다. 태국을 여행하며 일반적으로 사귄 '친구'보다 가족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친구가 생각나서 얘기해준다. 그 친구는 독실한 신자인데, 국제기구를 통해(가난한 나라의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를 입양하는 프로그램) 캄보디아의 학생을 입양형식으로 데려와 지금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있다.


술이 좀 올라서 일까? 아껴 둔 몇 가지 선물을 내 놓으며, 아직은 돈이 없어 결혼도 하지 못한다는 그에게 지켜질지도 모를 약속을 해 버린다.


"너.. 결혼 빨리해, 그래야 돈 벌어. 그리고 애 낳아서 적당히 크면 나한테 보내라."



[8/22(금) 여행 36일차, 씨엠립- 방콕]



여행의 마지막 일정. 씨엠립에서는 제대로 뭘 느껴 보지도 못하고 돌아간다. 다음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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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과 작별을 하는데, 작은 선물이라며 뭘 내놓는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작은 안마기 같은 거. ^^

이렇게 소박한 선물을 받아 본적이 언제였던가? 하나는 아내 주라며 두개.

일정이 뒤죽박죽 되었지만 '여행자의 기쁨'을 한없이 맛본다.

이 선물은 우리집 장식장 안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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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의 숙소에서 탄 25인승 미니버스는 완전히 만원이다. 다른 분의 여행기에서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에어콘도 없고, 움직일 공간조차 없다 25명분의 배낭들은 둘 곳이 없어 통로에 겹겹이 쌓아 두니 휴게소에서 타고 내릴 때 가관이 연출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불평은 커녕 'Let's climb!' 이라고 농담을 하며 넘나든다.

바로 이런 모습과 태도를 나는 여행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여행이 좋다.

아마 한국 같았으면 내가 먼저 클레임을 걸어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그렇게 국경에 도착하고, 물과 음료수를 사고 남은 400 리얼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만 구걸하는 아이에게 준다.

제일 먼저 입국한 일행들은 출국 때와는 달리 운 좋게(뒤쪽 일행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신형 에어콘 미니버스로 방콕으로 출발하는데, 대형버스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하여 여유있게 카오산에 도착 체크인 한다. 

3 Comments
시퍼런 2008.10.01 20:56  
  따뜻한 글  잘 봤읍니다....
고인돌 2008.10.12 21:16  
  님의 글을 정독했습니다.가슴에 와 닿는 글이었습니다..
태린 2008.10.19 22:39  
  늦게나마 댓글달아서 죄송합니다.....정신없이 살고있습니다...살기전에는 여행하느랴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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