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라오스 루앙남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루앙남타는 변한 것이 많이 없는 것 같았다.
숙소 주엘라게스트하우스도 그렇고.
예전에 벌레 하나 한나오게 깔끔하게 정돈하고, 그리고 거기서 즐거운 친구들을 만났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시 찾게 되었는데,
예전에 야외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에 건물이 크게 하나 올라와 있었다.
내가 묵었던 그 숙소. 2층으로 자리를 잡고 올라왔는데,
하아.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이불도, 베개도, 싸구려 휴지도, 분홍껍질의 비누도.
그리고 테이블도....
그때 그대로 였다.
그리고..
수압은 더 약해졌다.
최악이다.
나 같이 머리 긴 여자는 수압이 약해버리면 아무것도 못한다.
머리도 제대로 못감고, 못 헹구고, 시간도 엄청 걸리고.
그리고 이런 수압에서 빡빡거리면서 빨래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내가 숙소를 선택하는 기준중에 빨래하기가 용이한지 안한지도 크게 차지 한다.
저렴하게 빨래방에 맡기면 되는데, 또 그게 잘 안되더라.
그래서 난 물 콸콸나오고 다라이 있고,
아니면 밖에 청소하라고 해 놓은 빨랫터(?)와 빨랫줄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그래 빨래는 나중문제고,
머리 감을 때 샤워기들고 계속 서 있는게 힘들어서 변기뚜껑닫아놓고 앉아서 샤워했다.
샤워를 무슨 벌 받듯이 하다 보니 싱경질이 확- 나서 다른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찾은 숙소.
아둔시리 게스트하우스.
메인거리에선 좀 떨어져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인터넷을 보니 평판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 물 내릴때 쓰는 큰 물통과 바가지, 그리고 수도가 있고 물이 콸콸 나오길래 바로 콜했다.
인상좋은 사장과 와이프, 그리고 아이들에 정갈한 방상태가 마음에 들었다.
루앙남타에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은행이 많이 생겼고,
중국인들이 많이 보였고, 또 어마어마하게 큰 중국마트도 생겼다는 것.
루앙남타가 중국과 가깝다 보니 공산품은 거의 중국산인데..... 뭐 이건 어딜 가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중국마트는 참으로 독특했다.
중국에서 살 수 있는 음료수부터 화장품, 자전거 온갖 잡동사니가 그 슈퍼에 떡 하니 있었다.
온종일 빈둥거리다가,
자전거를 대여했다. 이틀이나.
자전거를 타고 예전에 친구들이랑 했던 그 투어를 나 혼자서 해보기로 했다.
먼저 폭포.
시내에서 약 7키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폭포에 갔다가 개 실망만 했던 예전 기억이 나서,
메인 길을 조금만 벗어나니 비포장 도로.
특히 폭포 가는 길은 거 어메이징 했다.
손이 하도 떨려서 손에 지방이 불타 간질간질 했다.
손이 아파 걷고, 타고, 걷고 타고를 반복해가면서 도착했다.
하늘은 꾸룽꾸룽 하기 시작했다.
곧 비가 크게 올 것 같았는데, 폭포가 다 와가니 거기서 비를 피하자 생각했다.
폭포에 도착하니.
그래도 뭔가 달라진게 있을까? 하고 갔는데 역시 똑같이 개실망.ㅎ
그래도 입장료도 내고,(내 뒤에 오던 현지인들은 돈도 안받던데ㅋ) 제법 걸어갔는데 가물어서 그런가 물이 거의 없다.
폭포가 아니라 그냥 동네시냇물.
폭포에 들어와서 본 돼지인데 너무 너무 이뻐서 한장 찍어봤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기 시작하더니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산에서 일하던 라오스 사람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급하게 내려오고,
뛰기 시작하고..
와..
진짜 그런 스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내리기 시작해서
속에 둘러 쌓여있어서 인지 순식간에 물이 불어났다.
하...
10분이 지나도 비가 안 그치네.?
20분 정도 지나다 비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타이밍 놓치면 집에 못 갈 것 같아서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근처 구멍가게 앉아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옆에 아줌마가 풀을 다듬고 있던데 도무지 뭔지 모르겠다.
소중하게 풀을 다듬던데,
옆에선 사탕수수 즙 짜는 기계가 보였다.
그래서 계속 비를 피하기가 미안해서 손짓발짓으로 한잔 달라고 하니 짜준다.
3천낍.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나는 사탕수수즙을 쪼옥쪼옥 빨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