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푸쿤-높고 쓸쓸하고 무심한
푸쿤(Phou Koun)은 원래 계획에 없던 곳이다.
말라리아 창궐로 인해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농키아우를 포기하는 대신,
루앙프라방 오는 길에 봐둔 넉넉한 구름에 쌓인 산꼭대기의 이 곳을 찾기로 했다.
아침 7시의 첫 로컬버스를 루앙프라방 남부 버스터미널에서 탄다.
버스는 큰도시가 아닌 이상 특정한 장소에서 정차를 하는 것이 아니라
13번 도로 위에서 갓길 주차를 하여 승객을 나른다.
푸쿤에서도 그랬다. 광장에서 아무렇게나 내려졌고, 광장에서
왼쪽으로 가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면 루앙프라방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면 방비엥, 비엔티엔으로 가고
직진하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면 폰사완으로 가게 된다.
모르긴 해도 푸쿤은 라오스 북쪽 산악지역에서 주요한 교통 요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곳을 기점으로,
13번 도로 북쪽 방향으로는 3.5시간 거리의 루앙프라방이 있고
13번 도로 남쪽 방향으로는 3.5시간 거리의 방비엥이 있고
7번 도로 동쪽 방향으로는 3.5시간 거리의 폰사완이 있다.
그러함에도 푸쿤은 차분하다 못해 쓸쓸한 감이 든다.
쓸쓸함은 오랫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던 미장원 거울에도 묻어있고
게스트하우스 문지방에도,
골목 어귀에도,
이 거리에도,
저 거리에도,
심지어 시끌벅적해야 할 시장에서도 묻어있다.
쓸쓸함은 이방인에 대한 무심함으로도 이어진다.
지나온 곳에서의 지나친 환대도 불편했지만
이러한 무심함에 적잖이 당황한다.
이방인은 높고 쓸쓸한 이유 때문에 이 곳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그러한 이방인은 아주 잠시 쉬어가는, 금방 잊힐, 무심해도 될 존재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웃으며 먼저 말건네주는 친구가 있어서 위안을 얻는다.
훗날 이 곳의 높고 쓸쓸함과 더불어, 이들의 무심함과 수줍은 환대를 몹시 그리워할 것 같다.
이제 13번 도로 남쪽으로 가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