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번 도로, 길을 나서야만 만나는 법이다
길을 나서야만 만나는 법이고, 만나야만 나눠지는 법이다.
13번 도로는 세로로 길쭉한 이 나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이다.
내가 살았던 그 곳에 견주자면 경부고속도로 같은 길이다.
그러나 13번 도로에는 차선도, 가로등도, 안전 가이드 레일도 없다. 아직은 그런 것들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가는 차량보다는 유유자적하는 소떼들이 아직은 더 많기 때문이다.
겨우 왕복 2차선도 안되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지만 경부고속도로 같은 그 역활 만큼은 충분히 하는 듯 하다.
이 길을 따라 크고 작은 거주지가 형성되고
이 길을 통해서 남쪽의 커피가 북으로 확산되고, 북쪽의 목재가 남으로 옮겨진다.
많은 이방인이 이 길을 나서서 순박하지만 조금은 덜 세련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아름답지만 조금은 다가가기 불편한 산과 강을 만나게 된다.
그 보다 훨씬 많은 이 곳 사람이 이 길을 통해서
란상 왕국의 영역을 확대하고, 반프랑스 반미 전쟁을 무사히 치뤄냈으며
그들만의 문화와 자긍심을 확산 시키고,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었다.
난 겨우 이 도로의 북쪽 일부분,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까지의 380km를 오르내린다.
그나마 도로 상태가 좋은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는 150km 정도이며 이 곳의 버스로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230km 정도의 도로는 7시간 정도 걸리니,
버스의 평균 시속이 겨우 30km 정도이다. 그만큼 도로 포장 상태나 경사도, 굴곡도는 이방인에게 불편함과 짜릿함을 준다.
그런 만큼 타이어 펑크도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두명의 운전사와 두명의 보조원은 늘 그랬던 것 처럼
능숙하게 조치를 취하고, 이 곳 승객들도 불평없이 타이어 교환이 될 때 까지 근처 그늘에서 기다린다.
3-40년 전 내가 살던 그곳의 시골버스도 그랬던 것 같다.
운전사 옆 네모나게 볼록한 엔진부분 주위엔 장에 내다 팔, 장에서 산 보따리들로 가득했었다.
이 길 위에서도 떠나는 사람이 있고 떠나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떠나 보내는 일정한 장소가 있지는 않다. 길 위에서 작별을 한다.
그러함에도 운전사나 혹은 버스 회사와 예약된 듯 한 휴게소가 있어서
비엔티엔-방비엥 구간에서는 1번 쉬고
방비엥-비엔티엔 구간에서는 2번 이상 쉰다.
난 이렇게 13번 도로를 오르 내린다.
그리고 오랫도록 기억될 이 곳을 만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것을 나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