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종주기 14. 호치민 트레일에 남은 것들-폰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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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종주기 14. 호치민 트레일에 남은 것들-폰싸완

탄허 2 1386

베트남 전쟁 당시 가장 심한 폭격을 당한 곳 중의 하나인 씨양쿠왕. 

주도인 므앙쿤은 풍비박산이 나서 폰싸완으로 옮겨왔다. 

7-8분당 1회의 폭격.

그래도 살아남은 것들. 

돌 항아리, 탑, 그리고 불상.

언젠가 여기에 내 세상을 만들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붙인 집도 짓고, 

내가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인 배우고 가르치는 공간도 만들고.

20년 가까이 흘러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니메이션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그 주인공은 도토리를 심던데.

난 심을 것이 없으니 땅을 파려고 한다. 

지뢰나 불발탄이나 

마음에 박힌 증오심이나 배타심,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과 분쟁의 요인들. 

이런 것을 파고 싶다.

안개낀 1100미터 평원 위에 선사 유적인 돌 항아리는 의연히 남아있다. 

므앙쿤의 부처도 의연히 앉아있다.

길지 못한 씨양쿠왕의 여정이다. 

볼 것이 없고 할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정말 좋은 땅인데도 말이다.

이제 호치민트레일을 본격적으로 달려내려간다. 

세개의 라오스 보호구역이 있는 안남산맥을 가르면서...

저물녁에 카르스트의 실루엣을 보면서 드라이브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고단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꽁로 마을까지 들어가고 싶었으나 날이 어두어 

나힌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여태 나와 운전을 번갈아 해주고 있는 일행이 가져온 마지막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고 생각보다 멋진 숙소에서 밤을 맞는다.

내가 구워서 빻은 커피, 프리미엄 브랜드 쏘포론, 이제 커피 산지인 빡쎄까지는 아쉬운대로 조마에서 산 에스프레쏘용 커피를 내린다.

오늘도 하루는 길었다. 

배낭여행자를 위하여 기차표 두장을 예약해 주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가 이제야 끝난다.


*사진은 링크된 곳 

첫번째 사진: 통하이힌(돌항아리) 

이른 아침에 갔더니 안개가 자욱하다. 


두번째 사진: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도 남아있는 왇피야왇의 불상 

폰싸완에서 락싸오나 빡싼으로 내려오는 길이 갈리는 딱 길목에 있었다. 늘 그냥 지나치던 곳인데 폰싸완에서 만난 팀이 그것을 보려고 해서 알게 되었다 


2 Comments
샤이닝55 2015.01.21 05:23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순간, 그렇다면 이곳은 얼마나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것인가,새삼 궁금해진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큰 덮개돌을 움직였을까,그 사람들은 힘든 노역을 이기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건넸을까.오직 저 거무튀튀한 바위만이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을 선사의 기억...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흥미진진한 자문자답의 세계로 이끌고 간다.바위의 침묵이 쨍쨍한 가운데 우리들의 소란스러운 수다가 햇살과 마찬가지로 저 혼자 홀쭉한 소나무 가지에 걸린다.  -길 위의 풍경, 김병용
도서관에서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린 책입니다.
고창의 고인돌 군락을 돌아보며 지은이가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에요.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중이어서 올려 봅니다.
탄허님 여행길 따라 가면서
풍경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탄허 2015.01.22 01:14  
재미가 있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길 위에서 잊기 전에 쓰는 것이라 절차탁마가 되지 않은 글이라 건조해서 죄송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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