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기8.므앙응오이 게으른 자의 천국에서 마실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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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기8.므앙응오이 게으른 자의 천국에서 마실다니기

탄허 0 1355
종주기8.므앙응오이 
게으른 자의 천국에서 마실다니기 

므앙응오이는 뱃길로 한 시간을 들어가는 곳이다.
인구 8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그래도 라오스에서는 도시로 치는 모양이고 
그래서 한국의 군郡정도에 해당하는 므앙이 붙어있다. 

할 일이 없다. 
사람이 북적거려야 뭔가 있는가 싶어 그 대열에 합류해서 
건수를 노릴 것인데...
마실을 살망 살망 다니거나 
본격적으로 트렉킹을 하는 것이 다 일 수 밖에 없다

고립되어 있는 곳을 오지라 한다면 오지니까. 
라오스라는 국가의 별명이 은자의 나라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제격일 수도 있다. 

우리는 끼우칸이라는 걸어서 다섯 시간 거리의 마을을 가보고 싶었으나 
이 나라 사람들의 형편에 맞지 않는 돈을 주고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무작정 트렉킹을 나섰다. 
탐깡이라는 굴까지는 내가 가본 길이다. 
그 이후는 모르는 길이고. 
일단 길을 나섰다. 

므앙응오이에는 두개의 학교가 있다.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5년제의 초등과 7년제의 마타뇸. 
학교 앞에는 너른 풀밭이 있고 항상 여기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 
눈을 수건으로 가린 술래가 붙밖이가 되어있는 상대를 잡아서 넘어트리는 놀이를 하고 있다. 
우리도 어렸을 적에 하는 놀이다.
같지만 다른 것은 잡아서 넘어트려야 하는 것만 다르고. 
풀밭이라 다칠 염려는 없다. 
우리는 술래를 응원하느라 위치도 알려주고 
골려주느라 박수도 치고.
학교를 빠져나가다 끄무족 아이가 기름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집에 밥먹으러 돌아간단다. 
우리는 먼저 출발하고 그 아이는 집으로 밥먹으러 가는 길에 우리를 자기 마을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마을 이름은 후와이쎈. 
한국식 마을 이름으로 번역하면 쎈내나 쎈천쯤 되는 곳. 

우리가 먼저 나서서 만낍의 입장료를 내고서 동굴을 구경하고 있으니 
세명의 남자 녀석들이 와서 앞장을 선다. 
열서너살의 중학생들로 개구장이들이다. 
이 녀석들은 바쁜 것이 없다.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슬렁슬렁 

가다가 산길로 올라가서 뭘 하나 보았더니 
수수깡을 꺽어와서 단물을 빨아먹으며 간다. 
내가 기다리기 무료해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한대 피우자고들 한다. 
나도 어렸을 적에 먼저 어른이 되고 싶어서 피우기 시작했으니 
피장파장. 
그런데 실은 이들이 나보다 어른일 수도 있다. 
이 녀석들은 열다섯이면 장가를 갈 수 있으니 
내년이나 후년이면 애 아버지도 될 수 있으니까. 
내가 안피우는 것을 강권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개피씩 나눠주었더니 제법 폼이 나게 피울 줄 안다. 

개울이 나타나는데 우리들은 신발 벗고 양말을 벗었다 신었다 할 것을 생각하니 귀찮다. 이 녀석들의 등에 엎여 쎈천을 건넜다. 
오늘은 아동 학대의 날이다. ㅎㅎㅎ
나야 60킬로 남짓이니 별무상관이지만 
일행중에 180에 80킬로 가까운 거한도 있으니 
이 경우는 학대? ㅎㅎㅎ

마을에 도착하니 깡촌이다. 
남자들이 애를 업고 있고 아이들이 열심히 놀고 있는 마을 말이다. 

그래도 방문자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 
사람 보고서 만낍이나 만오천낍을 부르는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그래도 앉아서 밥을 먹고 싶게 아늑해 보이는 레스토랑도 있고. 

우리는 버너와 코펠을 배낭에서 꺼내 라면을 가져간 카오삐약의 사리를 함께 넣어 끓였다. 
이미 레스토랑에 이스라엘 여자와 프랑스 커플이 
국수를 먹고 있어서 서로 교환을 해서 맛을 보았다.
우리도 덩달아 국수까지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독일 여자와 스위스 여자 커플이 들어온다. 
나중에 알았지만 스위스 여자는 6년째 여행 중이고 
독일 여자는 앞으로 2년을 여행할 것이라 한다. 
이 둘은 저축한 돈을 거덜내면서 살고 있다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는 사람들이다. 
라오 사람도 이 서양 여자들도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지 적은 건지
애써 태연한 것인지...
하여간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해 살 수가 있는 행복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나도 이 대열을 패러디 중이고. 

점심을 먹고 우리의 숙소로 돌아오려는데 
스위스와 독일 연합군이 반나로 간단다
우리도 길동무가 되어 같이 갔다
독일 여자치고는 작은 체구인데 짐이 엄청 많아도 
절대 도움을 받지 않는다
나는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 

서양의 앞선 여성들은
레이디 퍼스트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걸 모르면 호의를 무시를 당했다고 기분 나빠질 수도 있다. 

반나 마을에선 맥주를 마시면서 
우리 일행 셋과 서양 여성 커플 다섯이서 맥주를 몇병 비웠다. 
오늘 길에 끄무족 사냥꾼을 길잡이로 삼아서 
산속에 30가구 정도가 모여사는 끄무족 마을에 방문하기로 협상을 해두었는데 
이들도 내일 아침에 따라나선다고 한다. 
언제나 웰컴이지 뭐. ㅎㅎㅎ

므앙응오이식 마실다니기를 마치;고 돌아와서 
돼지 고기를 1킬로 넘게 사서 
소금구이를 해먹는다. 
주인 아짐이 미덥지 않은지 
직접 와서 숯불을 봐준다. 

마실돌기로 하루를 보냈는데 
모두들 만족한다. 
내일은 일행 모두가 산속 끄무족 마을로 다섯 시간 거리의 마실을 떠날 것이다. 

*사진은 링크된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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