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9 (Luang Pra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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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9 (Luang Prabang)

아랑다리 1 1392
축적분은 이제 어제꺼 하나 남았네요. 그건 오후 쯤에나 올릴듯 합니다.

그냥 3G로 올리니 엄청 편하군요. 만원 아끼겠다고 지금까지 그 고생을... ㅜ.ㅜ

스트레스 없는 일요일 되시기를.

http://lkfar.tistory.co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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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에어컨이 없으면 덥고 습하긴 하다. 하지만 워낙 피곤해서인지 잠은 잘 잘 수 있었다. 도미토리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이정도면 굳이 이동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늘도 그냥 이곳에 머무는 것으로 잠정 결정한다.


화장실을 가니 옆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난다. 드디어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생긴걸까? 나와서 보니 사장님 딸이다. 그럼 그렇지. 아침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어제 그 일행들은 저녁에 카톡 연결이 되어서 오늘 1시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앞에서 보기로 했다. 그게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말 그대로 투어리스 인포니 물어보면 금방 나오겠지. 오전 시간이 비니 내일 떠날 배편 혹은 버스편을 알아보고 어제 글을 올리면서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폭포로 떠나기 전에 다시 돌아와야 할듯 해서 수영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외출한다. 그러고보니 이따 출발하기 전에 빨래를 해서 널어놓으면 저녁에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와이파이가 나쁘진 않은데 방에서는 신호 한개가 겨우 잡혀서 어제 글을 올리지 못했다. 글을 못 올리면 항상 숙제를 안한 찝찝함이 있다. 그런 이유로 아침은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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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강가로 가보지만 7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라 그런지 문을 연곳을 찾기가 힘들다. 강가에서 불어오는 새벽 바람이 마음에 들어서 천천히 거닐어본다. 강가쪽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을거 같다. 다소 비싸겠지만 확실한 뷰가 보장된다면 가치를 인정해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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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쪽에는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서 메인길로 나온다. 이곳도 아직 하루가 시작되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걷다 보니 메인 길의 National Museum까지 온다. 밥 먹고 더워지기 전에 여기나 한번 거닐어볼까? 이곳에 여기가 루앙프라방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는 불상인가 사원이 있다는 얘기를 론리에서 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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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바로 옆에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6,000킵에 커피와 피자 혹은 빵이 주어진단다. 강가에서는 기본이 3만킵이던데 괜찮다. 카페 이름을 보니 'Pilgrim's Cafe', 어제 TripAdvisor에서 본거 같다. 들어가서 와이파이를 물어보니 된단다. 오케이, 여기로 아침은 결정.


와이파이는 실패하지만 아침은 성공한다. 숙소와 마찬가지로 신호가 1칸 잡혀서 인터넷은 되지만 사진 업로드는 안된다. 티스토리는 예민한 아이라 조금만 접속이 안좋아도 안된다. 공유기가 주방에 있는듯 한데 그 안에 침입할 수는 없지 않나. 대신 아침으로 고른 피자는 훌륭하다. 저렴하다보니 역시 고기는 하나도 없고 야채로만 만들었지만 일단 비쥬얼에서 먹어준다. 그리고 맛도 훌륭하다. 비싼 재료를 안써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요리의 묘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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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터넷은 가능하니 앞으로의 여행 계획 조사를 좀 해본다. 내일 여기서 Nong Kiaw로 이동을 하고 그 이후에 Muang Ngoi Neua, 그리고 Muang Khua까지 강을 따라 올라간다. 모두 같은 강가에 있는 도시이니 배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Muang Khua에서 드디어 베트남 국경도시인 Dien Bien Phu로 넘어간다. 베트남에서는 하노이, 사파, 다낭만 염두에 두고 있고 나머지는 넘어가서 봐야 알거 같다. 여행 다니다보면 근처를 가면 정보는 자연스레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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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는 그러면 루앙프라방을 제외하고 도시 3곳에 더 머물게 된다. 일주일이 있으니까 어찌보면 시간이 많지만 시포에서만 일주일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또 여유있지도 않다. 봐서 도시 하나 정도는 당일로 넘어가버릴까 싶기도 하다.


떠나기 전에 여행책자를 볼때는 이름조차 외우기 힘들었던 도시들이 근처에 오면 이렇게 생명을 가지고 살아나는 것이 항상 신기하다.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식이 된다. Muang Ngoi Neua 같은 경우는 방비엥에서 조차 이름 외우기도 버거웠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장 가고 싶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계획되지 않은 이런 자연스러운 이동이 좋다. 당장 베트남 도시인 Dien Bien Phu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걱정 안한다. 근처에 가면 그 도시가 내 안에 의미를 잡기 시작할거다.


아침을 먹고 있으니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어주신다. 오 횡재다. 땀을 좀 식혀야겠다. 여기 커피가 마음에 든다. 음식들이 퀄리티가 좋다. 박물관이 8시에 문을 연다니 그때까지 여기 있어야겠다.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아까 그 조식세트는 모르는듯 하다. 밖에 입간판에만 써있고 안에 메뉴에는 없으니 그럴만하다. 다른 메뉴들은 여기도 커피 제외하고 2-3만킵이다. 역시 사람은 눈이 좋아야 한다. 참고로 난 시력이 2.0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노여사와 아침 인사를 하는데 나보고 '베트남은 어때?'라고 묻는다. 이것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냐. 아직 가보지도 않은 베트남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아냐. 무심함이 노여사의 매력이긴 하다. 예전에 LOL 잠시 할때 게임한다고 전화 안받으면 다른 여자친구들은 난리가 나는데 노여사는 그냥 자버린다. 친구들이랑 술 먹다가 늦게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나를 믿기 때문이겠지? 편하긴 한데 가끔은 섭섭하기도 하다. 그럴때는 새벽에 어김없이 전화해서 깨워서 주정을 부린다. 그리고 다음날 오라지게 혼난다. 그래도 내가 7살 오빠인데... 하지만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노여사한테 '오빠'라는 호칭을 들은적이 한번도 없다. 그리고 오래 만나면 나이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자는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카페에 앉아있으니 바깥으로 스님들이 많이 다니는게 보인다. 아 이곳이 아침에 스님들한테 공양하는 탁발로 유명한 곳이었지. 근데 현지인들 보다는 관광객의 도시인듯한 이곳에서 이런건 그냥 퍼포먼스 아닐까.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 도시 자체가 나한테는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건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 느낌이 그냥 그러하다.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으니 몸이 나근해진다. 아 더운데 나가기 싫다. 그냥 있을까. 하지만 영원히 있을 수도 없는거고, 시원해진 몸을 일으킨다. 여기 괜찮아서 다시 오고 싶은데 좀 멀어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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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바로 옆에 박물관을 간다. 앞에 티켓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물어보니 3만킵이라고 한다. 뭐 이리 비싸. 혹시나 해서 그냥 둘러보는것도 돈을 내야하냐고 물으니 그건 무료고 건물 안에를 들어갈때만 티켓을 제시하면 된단다. 흠 그럼 일단 함 둘러볼까? 티켓 살지 말지는 그 이후에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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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건물이 하나 있고 오른쪽에 사원 비스무리한 하나가 전부인거 같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사원이 그 유명한 Pha Bang이라 불리는 부처상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이 도시 이름이 이 부처상에서 유래되었단다. 론리를 보니 태국한테 뺏기기도 하고 다시 찾아오기도 하는 등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아마 3만킵은 이곳을 보기 위해 내는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난 패스. 불교 교인도 아니고 불상은 하도 봤더니 그다지 감흥이 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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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깔끔히 잘 되어 있어서 공원을 거닐듯 아침 산책을 하니 나쁘지 않다. 왼편으로는 연못도 보이길래 다가가본다. 앞에서 뭘 팔고 있다. 현지 여성 두명이 사는걸 보니 물고기밥이다. 연못에 있는 물고기한테 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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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서 스윽 지켜보니, 이것은 아름다운 붕어가 몇마리 거닐고 있는 그런 연못이 아니다. 물고기들이 정말 개미때처럼 모여서 입만 뻥긋뻥긋하고 있다. 물고기밥을 처자들이 던지니 아주 난리가 났다. 이건 아름답다기 보다 징그럽다. 어찌 보면 좀 비정상적인 생태계인듯 한데 먹이를 주다보니 생긴게 아닌가 싶다.


유일한 먹이가 사람이 주는거일려나. 내가 옆으로 걸어가니 물고기들이 따라온다. 야, 나는 거지라 니네 밥 살 돈이 없어. 그럼에도 나를 보며 뻥긋거리는 물고기들을 보니 배가 많이 고픈가보다.


누가 루앙프라방을 머물기 좋은 동네라고 했던가. 시간 보내며 한적하게 있기 좋은 동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막상 와보니 좀 다르다. 이곳은 지갑을 여는 이에게만 자기를 보여주는 곳이다. 모든 것이 비싸다. 나 같은 거지가 마음 편안히 있기 좋은 곳은 아니다.


사업을 6년 동안 하면서 좋은 시기도 많았지만 막판 1년은 굉장히 어려웠다. 50%를 넘게 차지하던 일본 고객들이 엔화저하로 반 이상 줄어들고, 막판에는 세월호 사건 이후로 한국인 손님마저 줄어들면서 매출이 무섭게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6년을 자식처럼 키워온 사업이라 정리하는 마음을 먹기 힘들었다. 그때 마음을 정리하고자 제주도로 보름동안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와서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사업을 접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책임감을 느낀 것이 직원들과 투자자들이다. 직원들은 나를 믿고 따라왔기에 그들의 앞길을 내가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고, 투자자는 나 하나만 보고 본인이 아껴온 자산을 맡긴 분들이라 그들의 신뢰를 배신한다는게 힘들었다. 그래서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퇴직금을 최우선으로 잡고, 투자자들한테 돌려줄 돈을 그 다음으로 잡았다. 동업한 우리의 지분율이 50%를 넘었지만 결국 우리 지분율을 다 포기하고 전부 나누어주는 결정을 하였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했으니 사실 안타까울 뿐이다.


가끔은 이게 잘한건가 싶다. 지분율이 반 이상이니 만약 다 챙겼으면 다음 계획을 준비할 수가 있었을거다. 개인적인 손해도 몇억단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지분율까지 다 주게 되니, 다음 도약을 할만한 여력이 없어져버렸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정산해보니 빚은 다행히 안남았지만 전재산이 700만원 정도가 되었다. 38살에 말그대로 무일푼이 되었다. 하지만 돈은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을 했다는 마음에 후회는 없다. 아마 더 할 수 있는게 있었다면 그리 했었으리라. 사람들에게 손해를 줬을지언정 양심은 깨끗하다.


뭐 그렇게 나는 소위 말하는데로 망했다. 남은 재산 700만원에서 이번 여행에 200만원 이상을 쓰는거니 전재산의 1/4 이상을 이번 여행에 투자하는 셈이다. 사업을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고 사실 그냥 바로 취직해서 돈이나 벌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노여사가 200만원 정도는 지금 쓴다해도 굶어죽는건 아니라며 나를 이번 여행에 떠나보냈다. 무슨 결정을 한다 할지라도, 그리고 설사 그 결정이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한달 이상을 떠나 있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라며 주저하는 내 어깨를 밀어주었다. 6년을 만났기에 이제 우리의 미래도 생각해야 할때에, 그러기 위해서는 한푼이라도 더 필요한 이 시점에 돈을 버는게 아니라 오히려 쓰라며 소심해져있는 나에게 보다 큰 그림을 그려주었다. 어찌 이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그래서 나는 돈이 없고, 그래서 나는 루앙프라방이 싫은가보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라고 굳게 믿지만 가끔은 그럼에도 그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느낄때면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진다. 돈이란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여러 가치 중 하나일뿐인데 현대 세상에서는 그 가치가 너무 과대포장되어 있다. 돈은 사실 진정한 자산이 아닌 거쳐가는 수단이다. 그 돈으로 하고 싶은게 없다면 아무 의미 없다. 물을 쓸곳이 없음에도 댐을 지어서 일단 물부터 모으는 꼴이다. 명문대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환경상 무슨 일을 하든 굶어죽지는 않을거다. 다만 아직은 그 돈을 벌 이유를 못 찾겠다. 지난 6년간의 꿈이 깨버린 지금, 이제 다시 무슨 꿈을 꿔야 하는걸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 그 뚝뚝 아저씨를 다시 만난다. 여전히 3만킵을 얘기하시길래 5명이니 15만킵에서 2만킵만 빼고 13만킵에 하자고 제의한다. 잠시 고민하시더니 그러자고 하신다. 다만 다른 여행자들을 좀 태우겠다고 해서 그거야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고 그러시라고 한다. 이왕이면 이 아저씨도 돈을 버시는게 좋지.


숙소로 돌아와서 리셉션에 앉아서 잠시 여사장님과 담소를 나눈다. 내가 폭포까지 뚝뚝을 인당 2만6천킵에 가기로 했다니까 황당한 눈빛으로 그 가격을 어떻게 네고했냐고 묻는다. 나는 한거 없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네고를 해준다. 현지인처럼 보이고 거지처럼 보이는게 좋은 점도 분명 있다.


오늘 수영복을 입고 다닐테니 샤워를 하면서 옷을 빨아서 널어놓는다.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에 잠시 누워 쉰다. 오늘 일행들이 카톡으로 연락이 왔기에 떠나기 전에 통성명도 할겸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제의한다. 이 친구들은 지금 일어났단다. 어린 친구들이라 아침 잠이 많구먼. 이따 12시반에 만나서 식사를 같이 하기로 일단 약속을 잡는다.


11시반쯤 되서 방을 나선다.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준비할게 있다. 일단 내일 Nong Khiew로 갈 버스편을 구해야 하고, 혹시 모르니 환전도 여기서 해두는게 좋을거 같다. 거기에 심카드 충전도 해야 한다. 조금 검색해보니 지난번 심카드 충전을 하고 등록을 제대로 안해서 효율적으로 이용못한거 같다.


일단 나와서 앞에 여행사에 가서 물어보니 이미 알아본대로 Nong Khiew까지 배편은 댐이 건설되면서 끊겼고, 버스만 가능하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7만킵이다. 어제 물어본거와 같고 게스트하우스 여사장님한테 들은 가격도 비슷하다. 아침 9시에 출발하고 8시에 뚝뚝으로 픽업해준단다. 내일 떠나는게 맞겠지? 잠시 고민하지만 가격을 지불하고 표를 산다. 여기는 뜨자.


다음은 환전이다. 어제 한바퀴 돌아보니 환율을 가장 잘 쳐주는 곳이 우리 숙소 앞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이 센터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가서 8100환율로 100달라를 바꾼다. 사실 그래봐야 1만킵 정도 이익 보는거라 큰 차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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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심 충전이다. 의외로 충전할 곳을 찾는게 쉽지 않다. 강가쪽으로 가니 희한하게 레스토랑 아주머니가 판매를 하고 있다. 만킵용을 달라고 얘기하니 앞치마를 들추더니 안에서 쿠폰을 꺼내주신다. 쿠폰을 긁고 전화를 걸어서 충전을 한다.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부탁했는데 막상 해보면 쉽다. *122*(쿠폰번호)# 하고 전송하면 끝이다. 헌데 8000킵만 충전됐다. 전에 좀 미리 땡겨썼나? 어쩔 수 없이 하나 더 사서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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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내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효율적이지 않다. 일반적인 사용이 되서 전화, 데이터 모두 쓰게 되는데 나는 전화가 필요없다. 만킵짜리 인터넷 전용을 등록하면 전화는 못 쓰지만 250메가를 준다. 등록하는 방법을 여기 사람들이 몰라서 낮에 잠시 구글링을 했다. 이것도 쉽다. *10#, 그리고 전송. 자 250메가가 채워졌다.


시간이 좀 남았지만 약속장소인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빌딩 앞으로 좀 일찍 온다. 와서 보니 오늘 우리를 태울 뚝뚝 기사님은 여전히 다른 사람을 더 채우고자 노력중이시다. 기사님한테 몇명 도 모았냐고 여쭤보니 못 구했단다. 이왕 가는거 좀 더 구하시면 좋을텐데. 이따 봐서 좀 도와드려야겠다.


기사님 옆에 앉아서 키보드를 핀다. 이제 사람들하고 같이 다니면 글을 못 쓸수도 있으니 미리 좀 써놓는게 좋다. 그러고보니 여행 다니면서 어떤 액티비티를 한국인하고 같이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요즘 뭔가 중기 여행자의 허세가 슬쩍 나오는거 같아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장기여행도 아니고 중기여행자 주제에 조금만 방심하면 자만과 허영심이 뛰쳐나온다. 나라는 인간도 참 별 수 없다.


12시반인데 안온다. 혹시 투어리스트 센터 안에서 만나기로 한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봐도 없다. 일단 자리로 돌아온다. 뭐 조금 기다리면 오겠지.


이때 멀리서 네명 일행이 보인다. 점심은 뭐 먹으러 갈까나. 한국인들하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이번이 그러고보니 처음이다. 난 참 혼자 잘 다녔나보다. 오늘 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한번 만들어보자.

모두 모여서 뚝뚝 아저씨에게 인사를 나누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어디로 갈까? 내가 먹듯이 너무 허접한 곳으로 데려가도 될까 싶기도 하다가 또 이런 여행 왔으면 그런 경험도 나쁘지 않을것도 같다. 다만 나도 아직 이 도시를 모른다는게 문제다. 여기서 맛있는것을 먹어본 경험이 없다.


일단 어제 점심을 먹은 강가의 그 레스토랑은 무조건 안된다. 대충 보니 강가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퀄리티가 형편 없다. 그래도 일단 강가쪽으로 향하는데 골목 우측편에 괜찮아 보이는 현지 좌판 식당이 보인다. 여기 괜찮은데? 일단 킵해두고 더 가본다.


좀 다녀봤는데 적당한 곳이 안보인다. 아까 그 식당으로 돌아온다. 간판 하나 없이 허접스럽게 펼쳐져 있는 것이 맛이 있어보인다. 관광객 상대만 아니면 대부분 맛이 나쁘진 않다. 먹고 빠지는 전형적인 관광객 대상 식당만 잘 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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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없어서 얘기를 하고 5명이 앉는다. 메뉴를 달라고 하니 영어를 못한다. 더 마음에 든다. 메뉴도 세개밖에 없다. 무척 마음에 든다.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곳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달라고 한다.


빨간 국물의 메뉴가 먼저 하나 나온다. 장유유서, 어머니한테 먼저 드린다. 그 빨간 국물의 국수는 하나 더 나오더니 떨어졌단다. 나머지는 하얀국물로 나온다. 빨간 국물을 먹어보니 약간 육계장스러운 맛이고 하얀국물은 어제 내가 강가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그 요리다

하지만 퀄리티는 비교가 안된다. 깊은 국물 맛이 속을 시원하게 덥혀준다. 이 국수가 이런 맛이었던건가.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식당에서 비엔티안을 떠나 가장 맛있는 국수를 먹는다. 이 일행과의 운이 나쁘지 않은거 같다.


먹으면서 통성명을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는 총각은 28살, 여자분 한분은 동갑, 다른 한분은 어려서 나랑 띠동갑이다. 오빠라고 부르길래 부담스럽다고 차라리 아저씨라고 하라고 한다. 하지만 꿋꿋이 오빠라고 한다. 내비둔다. 오빠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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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이제 뚝뚝을 타러 걸어간다. 이 아저씨 매우 착하게 봤는데 아까 총각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한테는 인당 10만킵을 제시했다고 한다. 바가지와 사기는 다르다. 나한테 3만킵을 제시하면서 관광객이라고 10만킵을 얘기했다는 것은 바가지 수준을 넘어서는 사기다.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돌아오니 아저씨는 그래도 4명의 여행자를 더 포섭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처음처럼 좋은 감정으로 바라보지는 못하겠다. 이곳의 사기에 또 어떤 관광객이 당하겠지. 당하니까 시도를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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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에 모두 오르고 드디어 콴시 폭포로 출발한다. 어제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팸이 블루라군보다 좋다며 적극 추천한 곳, 루이프라방에서 유일하게 추억이 될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서양 여행자들하고 잠시 얘기를 해보니 스페인 애들 3명과 프랑스 아이 한명이다. 이들 여기서 다음 목적지가 미얀마란다. 아 반갑다. 추억의 미얀마, 내 마음속 고향 미얀마. 행선지를 들어보니 양곤으로 들어가서 바간, 컬러, 인레호수를 간단다. 국민코스다. 모험을 하지 않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북부쪽으로 좀 가면 더 좋을텐데. 조언을 조금 해주지만 모든 사람의 여행은 자기만의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추억이었던 곳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가까운줄 알았던 콴시폭포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 이거 너무 저렴하게 가는건가? 비수기라 할인을 해주긴 했지만 마지막 할인을 더 한게 좀 걸린다. 그래도 아저씨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다른 여행자를 4명 더 채웠으니 그래도 괜찮을거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시간이 기니 이들과 얘기를 나눈다. 일단 모두 커플이 있다. 좋군. 여자분들은 3주 이상 여행을 많이 해봤단다. 그러면서 왜 내 여행이 부럽데. 자유로운 여행이 아니었다고 아쉬워하지만 모든 여행은 그만의 추억과 즐거움이 있다. 분명 좋은 경험을 하고 왔을거다.


폭포에 도착해서 언제 다시 돌아올지를 서양 여행자들과 합의한다. 4시에 보잔다. 지금이 2시반인데 장난하나. 우리는 수영하고 다이빙할 준비를 다 하고 왔다. 무조건 5시에 보자고 주장하니 그러자고 한다. 이 먼곳까지 왔는데 너희도 좀 즐기다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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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입장료는 인당 2만킵이다. 일행이 생겼으니 매번 돈을 걷기 애매해서 한명이 내고 나중에 정산하기로 한다. 원래 남자 총각한테 부탁을 했으나 현금이 부족하단다. 오늘 환전까지 마친 내가 계산한다.


한국 사람들과 같이 다니니 나름 마음이 편하고 좋다. 아무래도 언어도 더 편하고 무엇보다 문화의 동질감이 주는 심적인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뭔가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어서 내 특유의 거부감도 없다. 젊은 친구들이라 에너지도 넘쳐흘러서 나까지 좋은 영향을 받는것 같다.


5명이서 대화를 나누며 조금 들어가니 바로 폭포가 나온다. 오, 꽤나 장관이다. 저 위에서부터 몇단계를 거치며 폭포가 아래로 이어지고 있다. 팸이 꼭 가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산과 물이 시간이라는 도구로 만든 이 멋진 풍경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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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수영하는 곳이 안보인다. 팸이 페이스북에 분명히 다이빙하는 사진을 올려놨는데 왜 없지? 밑에 웅덩이는 물은 깨끗하지만 수영하지 말라고 써 있고 일단 아무도 업다. 좀 올라가야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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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풍경을 눈에 담다가 이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밟은 돌은 맨들맨들하게 미끄럽고 밟을 수 있는 공간은 적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이 오른다. 처자 둘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오르기 시작한다. 나도 그럴까 하다가 아직은 버틸만해서 신발을 신고 오른다.


어머니는 등산을 좀 하셨는지 내 걱정과는 반대로 가장 여유가 넘치신다. 이곳 저곳 척척 밟으시면서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이다. 등산의 나라 대한민국 출신이라 그러신가? 오히려 내가 잘 못 따라가니 신경 쓰인다. 최선을 다해 올라간다. 헌데 길이 험해서 올라가는건 그럭저럭 가도 내려오는 길이 걱정이다.


중간에 쉬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하긴 이거 난이도가 좀 있어서 한번에 올라가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린 등산의 피가 녹아있는, 민족의 반은 전문 등산장비를 갖춘 한국인들 아닌가.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정상을 밟는다.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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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보는 뷰는 멋있다. 하지만 내 다이빙은 도데체 어디간거냐. 여기는 뷰를 보러 온게 아니다. 내가 어제 단체 카톡으로 수영복 챙겨오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이곳은 수영을 할만한 곳이 아니다. 팸, 어찌 된거야!


뷰를 감상하지만 욕구 불만은 쌓여간다. 등산하면서 땀도 흘렸더니 시원하고 깨끗한 파란 물에 풍덩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자세히 보니 안쪽으로 길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풍덩의 명소를 찾아 그쪽으로 들어가본다. 안쪽에서 여행자들이 나오기에 슬쩍 물어보니 그냥 풍경만 좋지 수영할만한 곳은 없단다. 팸, 너 진짜 나에게 쓰레기를 준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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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대를 하며 안으로 들어가지만 여지없이 기대는 무너진다. 헌데 아까 맨 밑에서 위에 폭포에서 손흔드는 사람들을 본거 같은데 그건 뭐였을까? 여기는 절대 아니다. 뭔가 우리가 모르는 숨은 공간이 있는걸까. 팸의 사진만 봐도 반드시 뭔가가 있는것 같다. 미스테리를 품은 콴시 폭포다.


일단 위에서 할일은 없기에 밑으로 다 같이 내려간다. 미련이 남아서 이곳저곳 뒤지며 내려가지만 안보인다. 그나저나 다들 젊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잘 내려간다. 나는 등산에서 언제나 오르는 것이 편했지 내려가는 것은 힘들었다. 이번에는 신발까지 벗고 따라가 보지만 쉽지 않다. 어머니는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역시 대단하다.


다소 좀 뒤쳐져서 내려가는데 밑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난다. 그리고 환호성이 들리는게 뭔가 그 비밀의 공간을 찾은거 아닌가 싶다. 흥분되서 발걸음을 빨리 하며 내려가본다.


한곳에서 우리 일행들이 서양인들 몇명하고 얘기를 하고 있다. 어느 한곳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안쪽이 정말 정말 좋지만 길이 정말 정말 험하니 갈려면 각오를 하고 가라고 한다. 어쩌지 생각하는데 이미 이들은 출발했다. 나도 뒤따라 간다.


아까 그 사람들이 길이 험하다고 한건 순화시킨 표현이었다. 원래 길이 나있는 것을 무슨 이유에서인가 막은듯하고 이를 돌아가자니 암벽등반을 하는 수준이다. 어머니가 걱정되서 보니 이미 저 앞에 가고 계신다. 내 주제에 누구 걱정을 하냐. 내 한몸이나 잘 간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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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을 내려가고 나무를 잡고 올라간다. 평상시 안전 제일 내 여행 수칙이라면 이런 길을 마다할텐데 일행이 있으니 서로 잡아주고 밀어주니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그렇게 한참을 가고, 눈 앞에 천국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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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곳이다. 동화에서만 있을법한 곳이 실제 눈앞에 펼쳐져 있다. 선녀들이 내려와서 목욕을 한다면 반드시 이곳으로 올거다. 윗 폭포와 아래 폭포 사이에 넓게 웅덩이가 펼쳐져서 수영하기 딱 좋게 되어 있다. 오는데 정말 고생했지만 그 고생을 안했다면 정말 억울할 뻔했다.


일단 얼마나 깊은지 확인하고자 내가 먼저 들어가본다. 깊은 곳은 키를 넘어서지만 대략 전부 목 근처까지만 온다. 수영을 할줄 아는 처자 하나는 알아서 잘 들어가고, 수영을 못한다는 총각은 키도 있고 겁이 없어서 개헤엄으로 안전지역으로 잘 건너간다. 남은건 막내 처자와 어머니, 둘다 수영을 못한다. 내가 서서 팔을 내밀고 건너편으로 인도해준다. 서로 임자 있는 분이기에 스킨쉽은 최소로, 매너모드를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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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웅덩이에서 좀 노닐다가 위에 웅덩이로 가본다. 이곳은 더 좋다. 바로 앞에 절경의 폭포가 우리만을 위한 쇼를 보이고 있다. 우리만을 위한 청정 수영장도 그 앞에 존재한다. 어떤 비싼 리조트를 가도 이런 곳은 찾지 못하리라. 단언하건데, 내 이번 여행에서 만난 최고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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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뒤로 수영해서 가보려 하지만 물이 튀니 겁이 나서 돌아온다. 다시 시도해서 벽만 찍고 온다. 나는 이리 조심스럽게 다가서는데 수영 못한다는 총각은 게헤엄을 하면서 다이빙도 하고 폭포 밑으로 갔다온다. 겁이 없다. 여기는 그리 깊지 않고 여차하면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괜찮지만 그래도 좀 걱정된다. 여행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셋째도 안전이다. 헌데 또 겁이 없어서 그런지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물에서 사고가 나는거는 실제 깊이가 있고 수영을 못해서라기 보다는 물에 대한 공포심에 발악을 하다 생긴다. 이 친구처럼 물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왠만해서는 사고는 안난다. 그래도 수영부터 배우자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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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다. 비가 살짝 내리는게 운치를 더한다. 투명한 파란 물에 누워서 폭포를 바라보며, 등에 전달되는 시원한 물을 느끼고 있으니 정말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이 순간, 이곳에 존재해본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4시15분이 되서 일어난다. 길이 험하니 5시까지 내려갈려면 슬슬 내려가야 한다. 다들 아쉬워하며 일어난다. 찾기 더 어려웠던 곳이어서 그런지 이 곳에 애정이 담긴다. 사람들은 쉬운 길을 가면 좋을거 같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막상 기억에 남고 자기 안에 남는 것은 한발 한발 어렵게 간 곳이다. 그 여정 자체에 내 땀이 있기 때문에 목적지가 더 의미가 있다.


내려가기전 반대편으로 가보니 아래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살이 그리 안 세고 밑에 공간이 또 있어서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밑에 사람들이 보이기에 손을 흔들어준다. 아, 아까 우리가 밑에서 본 손흔드는 사람들이 여기에 온 사람들인가보다. 참 잘들도 찾아온다. 나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를 찾지 못했을거다.


마지막으로 타이머로 해놓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이것 역시 내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다. 이들과 다녀서 운도 좋았고 즐거웠다. 이 곳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우리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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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체되서 이제 서둘러서 아름다운 이 공간을 떠난다. 왔던 거의 역순이라고 해서 길이 덜 험한 것은 아니다. 통나무를 넘고, 절벽을 기어 올라가며 간다. 어머니가 먼저 길을 트시고는 나무막대기를 뻗어서 우리를 도와주신다. 어머니가 이러시면 부끄럽잖아요. 하지만 그 나무막대를 의지하며 겨우 오른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내 체력은 저질이다.


하도 험한 공간을 올라오고 내려서 그런지 나머지 길은 상대적으로 쉽다. 내려오는 길에 총각이 맥주를 두병 산다. 나도 뭔가 들뜬 마음이라 한잔 하고 싶다. 들고 아래로 내려오니 아까 길을 나가던, 우리에게 비밀의 장소를 알려줬던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 때문에 우리도 이곳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같이 왔던 4인을 찾아보니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왠지 좀 지루해보인다. 하긴 우리도 그곳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까지 심심했을거다. 불러서 가자고 얘기한다.


다시 뚝뚝에 올라타고 이제 루앙프라방으로 돌아간다. 오늘이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공식적인 일정인 일행들은 모두 오늘의 발견에 신났다. 나도 한달 여행에서 가장 특별한 곳 중 하나로 기억될테니 이들에게는 매우 행운이다. 이러한 같은 추억을 공유해서 그런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때도 생각보다 꽤 걸린다. 돌아오는 길에 살짝 저녁을 같이 먹을까 제의를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제의일수도 있으나 혹시 몰라서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좀 달릴듯 하다.


젊은 친구들이라 그런지 바로 가잔다. 야, 그래도 씻어야지.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강물인데. 도착하니 6시라 7시쯤 보자고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와서 익숙하게 티셔츠와 수영복부터 빨아서 널어놓는다. 목욕을 한 후에 시간이 좀 있어서 아까의 경험을 글로 남긴다. 감정이 최대한 남아있을때 써야 한다.


7시가 되어서 이들과 강가에서 만난다. 지나다니면서 봤던 고기뷔페에 내가 가자고 제의를 한다. 왠지 빠이에서 갔던 그 뷔페와 비슷해보여서 볼때마다 가고 싶었다. 그때는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5명이다.


들어가보니 역시 그때 그곳과 시스템이 똑같다. 거기서는 태국식 BBQ라더니 여기는 라오스식 BBQ라고 하고, 아마 베트남에도 있을거 같다. 일행들한테 물어보니 이들도 방비엥에서 이미 두번이나 먹었단다. 아 그럼 얘기를 하지. 다른 곳 갈걸 그랬나 싶지만 두번 다 맛있어서 괜찮다고 어머니가 얘기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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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마시며 노는 시간. 오늘 하루만에 이들이 내 마음속 한공간에 작게나마 자리를 차지하였다. 마음이 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오랜만에 원없이 먹는 고기도 즐겁다.


배부르게 먹은 후 이번에는 맥주를 마시러 바로 이동한다. 어머니는 이쯤에서 피곤하시다며 숙소로 돌아가신다. 혹시 못 볼지도 모르니 인사를 미리 해둔다. 서울까지 안전하게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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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의 모든 곳은 11시면 문을 닫는다. 이곳 바가 유일하게 11시반까지 운영을 한다. 하지만 그 시간도 부족하다. 내일 일정을 생각하면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는데 뭔가 부족하다. 아직 헤어질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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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들의 숙소로 옮긴다. 맥주도 파는 곳이 없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Jack Daniel Honey를 마신다. 술 한두잔에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얘기부터 연애관 그리고 여행관까지 깊은 얘기를 주고 받는다.


어느새 새벽 3시다. 지금 들어가서 자야 그나마 4시간이라도 잘 수 있다. 이제 충분히 얘기를 한걸까? 아직도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떠날 수는 있을것 같다. 이들을 통해서 내가 그동안 사람의 정에 굶주려있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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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바래다준다고 해서 또 강가를 따라 걸으며 마지막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우리가 함께 한 여행은 끝난다. 반나절이었을뿐이지만 즐거웠고 행복했던 경험이다. 서울에서 언젠가 또 볼 수 있기를.


방에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자리에 눕는다. 새벽 4시다. 평소의 나라면 다음날 이동하는날 이런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후회가 없다. 몸이 내일 하루 고생하겠지만 그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이러한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아니라면, 여행을 다니는 의미가 뭐 있겠는가.
1 Comments
푸른늬하늘 2015.06.26 11:20  
여행을 다니는 의미중에서 가장 으뜸이지 않을까요~  "좋은추억을 만든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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