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6 (Vang Vieng)
어쩌다보니 글을 좀 길게 써서 정리하는데 고생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http://lkfar.tistory.com/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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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닭대가리들을 다 비틀어버리든가 해야지. 다른 곳에서의 닭소리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왜 이곳만 이렇게 신경을 거스릴까. 오늘 아침도 결국 정말 끊임 없이 10초 간격으로 또 정말 우럴차게 울어대는 닭울음소리에 결국 아침잠을 설쳤다. 내가 아침잠이라 함은 새벽 4시부터를 말한다.
어제밤에 범죄를 저질렀다. 내가 계약한 방은 팬방인데 에어컨이 붙어있다. 저번에 물어보니 에어컨은 4만킵을 더 줘야 한다고 해서 안하고 있었다. 헌데 어제 저녁에 자세히 보니 에어컨 밑에 스위치가 보인다. 한번 스위치를 켜보니 전원이 들어오면서 에어컨이 켜진다. 아마도 켜진 상태에서 메인 전원을 내렸기에 전원을 올리니 상태를 기억하고 리모컨 없이도 켜지나보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유혹적으로 퍼지는 차가운 공기에 항복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혹시 밖에서 누가 알고 들어올까봐 노심초사 하며 잤다. 그리고 새벽 2시에 영 찝찝해서 꺼버렸다. 그깟 4만킵 내버리면 되는데... 오늘 어찌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죄짓고 사는건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러게 왜 이리 허술하게 해놓은것이냐!
어제 글 업로드를 눌러놓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하루종일 그리 바쁘게 돌아다녔으니 그럴만 하다. 그 와중에도 새벽 중간에 한번씩 깨서 에러난 업로드를 다시 이어갔으니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뭔가 푹 잔 느낌이 아니다.
이곳은 수동 비데가 설치되어 있기에 하루를 깔끔히 시작한다. 7시쯤 방을 나와서 어제 말려놓은 티셔츠와 수영복을 보니 꽤 말랐다. 아침 산택을 하고 오면 오늘 입을 수 있을거 같다. 그리고 그 뒤로 우리의 주적인 닭들이 보인다. 저 반죽을 입히고 양념을 묻혀서 기름에 튀겨서 맥주와 같이 먹을 죽일 놈들! 아 치킨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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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으로 가니 방비엥 뒷산(?)이 무협지에 나오는 산처럼 몽환적으로 펼쳐져있다. 고산지라 그런지 구름이 산에 걸쳐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배산임수는 아니지만 산과 물이 모두 있으니 휴양지로는 최적이다. 물만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아겠지만 완벽할 수는 없겠지.
나오면서 혹시나 싶어 최책감을 가지고 로비를 지나가는데 아무도 없다. 역시 죄짓고 사는건 정말 할짓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말 달콤했다. 새벽 2시에 껐어도 찬 기운이 아침까지 이어졌었다. 에어컨은 위대하긴 하다.
땀냄새 풀풀 풍기는 옷이 아닌 깔끔한 옷을 입고 나오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오늘은 어떻게든 돈을 송금 받아야 한다. 달라로 200달라가 있긴 하지만 이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비상금으로 놔두고 싶다. 이 마저도 없으면 정말 위급한 상황에 너무 불안할거 같다. 인출 카드 하나는 나둘걸 그랬나.
그렇게 한국인이 많은 방비엥이지만 어제 좀 돌아다녀본 결과 의외로 한국 여행사가 안보인다. 오늘은 무작정 다닐 수 없기에 검색을 좀 해보니 '폰트러블'이라는 곳 사장님 부인이 한국인이라 한인여행사와 같단다. 그런데 지도에 검색하니 본사인 비엔티안만 나온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다. 메인 거리에 자그마하게 있는 것을 발견하지만 아직 문을 안열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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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여쁜 처자 둘한테 좀 부탁할걸 그랬나. 워낙 사람들한테 부탁 못하는 것도 병이다. 해주는건 좋아하는데 받는거는 항상 뭔가 꺼려진다. 이것도 자만심과 오만이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거겠지. 이번에 혹시 한국인하고 인연이 닿으면 한번 부탁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헌데 이미 여행사로 하는 그룹 액티비티는 지난지라 그런 인연이 생길까 싶다.
지금 현재 킵으로 2500킵과 달라로 10달라가 있다. 노여사가 준 돈 중에 100달라를 제외하고 다 쓴다. 비상사태니 이해해주렴. 오토바이를 빌리는게 수동이 4만킵, 자동이 8만킵이다. 수동이 모는 재미가 더 좋고 파워도 세던데 작동이 불편해서 싼걸까. 난 당연히 수동으로 몰거다. 미얀마에서 몰고 다닌 경험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러면 돈을 송금 받을때까지 4만킵이 남는다. 아침을 먹기에는 충분하다. 돌아다니다 이곳에 굉장히 많이 보이는 바게트 샌드위치 집에 자리를 잡는다. 프랑스 식민지였어서 그런지 바게트가 라오스에는 정말 많이 보인다. 어찌보면 다른 동남아와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가 바게트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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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를 받냐고 물어보니 받는단다. 역시 8000킵 환율이다. 자리를 잡고 핸, 치즈 샌드위치와 바나나 커피를 주문한다. 아직 8시가 안된 이른 시간인데도 이 거리는 분주하다. 내가 어제 갔던 투어를 가려고 모여든 사람들과 카약을 들고 쌩따우에 올리는 스탭들로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그 한가운데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으니 사람 사는 느낌이 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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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 오늘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비가 올려나. 됐다. 동남아 날씨 안믿는다. 방콕에서 비를 피해 왓포를 갔더니 비가 정말 눈꼽만큼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게 언제였지? 이제는 이번 여행에서 겪었던 일도 추억으로 기억된다. 시간은 참 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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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킵을 식사값으로 지불한다. 생각보다 비싸긴 하다. 하지만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리고 4만킵으로 오토바이부터 빌린다. 9시에 여행사가 오픈할때까지 돌아다니면서 동네 지리라도 좀 파악해야겠다. 오토바이를 빌리면서 헬멧도 하나 받아온다. 이 동네에서 헬멧 쓰는 사람을 한명도 못 봤지만 내 몸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부분이라면 이 커다란 머리다. 팔이 하나 없어도 나는 나지만 두뇌가 없어진다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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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일단 기름을 채우러 간다. 지도를 보고 가니 조금 해메지만 한번 정도 물어서 주유소를 찾는다. 얼마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직원의 의견을 듣고 25,000킵을 넣는다. 이걸로 오늘 하루는 충분히 버티겠지. 많이 싸돌아다녀서 이 기름 다 쓰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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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시간도 됐으니 아까 봐뒀던 폰트래블로 향해본다. 오토바이를 타니 어디든 금방이다. 미얀마에서 익숙해진 수동 오토바이는 내 몸의 수족같이 잘 따라준다. 한국 가면 기필코 자격증을 꼭 따두리라.
폰트래블에는 이미 한국인 네다섯명이 와있다. 벽에는 다 한국말만 있고 손님은 한국인만 있는 것이 완전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같다. 현지 직원이 한명 앉아있길래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을 해본다. 자기가 권한이 당연히 없기에 주저하길래 여기 한국인 여사장님한테 전화라도 할 수 없냐고 부탁해본다. 내가 직접 얘기해보겠다고 하니 전화번호를 한참 찾더니 다이얼을 돌린다.
연결이 되고 바꿔주기에 잠시 대화를 해본다.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애처롭게 부탁을 해보지만 느낌이 안도와주실거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본사는 비엔티안인데 거기서 한국돈을 받고 여기서 라오스킵을 주면 둘 사이에 이동이 문제가 된단다.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절실하니 살짝 섭섭하다. 이건 뭐 섭섭한게 문제다. 부탁하는 주제에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되지. 내가 절실한거지 다른 사람들이 절실한건 아니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이곳에 있는 한인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며 가보라고 하신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생겼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은 후 오토바이에 올라 헬멧을 쓴다. 시동을 걸고 아까 설명 들은 식당부터 찾아나선다. 생각해보니 처음 왓던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서 본거 같다.
지리를 아니 금방이다. 스윽 들어가니 한국인처럼 보이시는 분이 한분 서 있다. 한국말로 말을 건네보니 한국인 맞으시다. 하지만 사장님이 아니시란다. 사장님은 오늘 오후에나 돌아오신다는데, 나는 지금 없으면 비상금을 환전해야 해서 적절치 못하다. 상황을 들으시더니 다른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신다. 그래도 다 외면하지는 않으시고 조금이라도 도와주실려고 한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서 이번에는 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나선다. 여기는 내가 모르는 곳이라 쉽게 못 찾는다. 한참 해메다가 어떤 식당앞에 그 게스트하우스 지도가 있는 것을 보고 겨우 찾아간다. 멀리서 '시실리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을 보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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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분이 앉아있다가 나를 보시더니 남자를 부른다. 남편분이 한국분이시고 사장님이신거 같다. 자다 일어나셨는지 부시시하게 나오신 사장님한테 또 다시 내 사정을 설명드린다. 이분 잠시 고민하시더니 해주신단다. 아, 드디어 자금 압박에서 해결되나보다. 너무 고맙다. 수수료는 얼마를 드려야 적당하냐고 여쭈니 그냥 환율대로 하고 수수료는 필요없으시단다. 오랜만에 동포의 정을 느낀다.
40만원을 바꾸기로 한다. 하루에 3만원씩 생각하면 보름 정도를 다닐 수 있으니 라오스에서는 괜찮을듯 하다. 더 필요하면 하노이에서 한인 여행사를 들려서 다시 한번 부탁해야겠다. 노여사한테 송금을 부탁하고 기다리면서 구경을 해보니 여기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운영하시는듯 하다. 슬쩍 숙소 가격을 물어보니 도미토리가 3만킵이라고 하신다. 괜찮은 가격이다. 수수료도 안받으셨는데 이곳으로 옮기고 식사도 한끼 먹는게 예의 아닐까 싶다. 절대로 어제 쓴 에어컨이 찝찝해서 옮기는거 아니다. 남아있으면 오늘 저녁 에어컨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서 옮기는 것도 아니다.
소주 가격을 물어보니 30000킵이란다. 이리 얘기하면 비싸보이지만 3천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한국 식당에서도 그정도 받으니 비싼게 아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오늘 저녁은 소주 한병을 마셔볼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돈다. 이거 답례 맞나.
도미토리를 한번 확인하고 옮기기로 마음 먹는다. 환전해주실때 3만킵을 빼고 달라고 부탁드린다. 필요한 정보를 적어놓고, 부인분이 돈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신다기에 일단 짐을 옮기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토바이가 있을때 뭐든 해놔야 편하다. 약간 거리가 있음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오니 순식간이다.
그래도 도미토리를 옮기면 사생활의 방해를 받으니 이곳에서 11시까지 좀 쉬면서 글도 정리한다. 어쩌다보니 여기서는 매일 숙소를 옮기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한인업소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게 된다. 이런 경험도 여행 다니면서 필요한거겠지. 너무 병적으로 한국인을 피하는것도 문제다. 이곳에서는 나름 한국인처럼 생활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시간이 되서 가방을 챙기고 방을 나선다.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이곳은 그래도 시원한 저녁을 선사해준 양계장 넘버2였다. 시실리에도 닭이 있으려나. 아 이놈의 닭들 징그럽다. 열쇠를 넘기고 7.5키로를 등에 진체 오토바이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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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게스트하우스는 희한하게 후문은 찾기 쉽더니 정문은 영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정문을 찾아보기 위해 한번 구석구석 들어가서 드디어 발견한다. 사장님 여기 간판 하나 다셔야겠다.
들어가서 사장님과 얘기하고 환율 1160원 정도로 340달라 정도에 합의한다. 사실 정확히 모르니 알아서 달라고 한다. 조금 남기셔도 괜찮고 안남기시면 좋다. 100달라 3장과 나머지는 킵으로 8000으로 계산해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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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들어오니 드디어 마음이 좀 편하다. 고마워요 미스노. 한국 가면 꼭 갚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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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토리를 가보니 한분이 있지만 지금 안계신다. 비수기라 그런지 나와 단둘이 사용하게 될거 같다. 침대 중에서 컨센트가 근처에 있는 곳에 둥지를 튼다. 이곳에서는 몇일을 자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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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평상에 앉아서 잠시 글을 쓰고 있으니 사장님이 오셔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신다. 확실히 한국분이니 여러모로 편하다. 언어 말고 문화의 동질감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다. 꼬리뻬의 호화리조트와는 다른 의미로 여기서도 좀 정신을 쉬어갈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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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여기 사장님이 아니시란다. 사장님은 지금 어디를 가셨고 잠시 대신 봐주고 계신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식당도 안한단다. 저녁에 고기와 소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라면만 된다고 한다. 라면에 소주라도 마셔야 할려나. 이건 뭔가 진상 느낌인데.
대행사장님한테 이곳에 갈만한 곳을 전수 받는다. 블루라군 말고도 몇군데 있다. 오토바이가 있으니 이동이 자유롭다. 일단 큰 방문지는 정해놓되 그냥 가다가 땡기는 곳에서 쉬면서 여유롭게 다녀야겠다. 어제와 같이 일정이 정해진 투어가 아니다.
앉아있는데 이놈의 닭울음소리는 여기도 울려퍼진다. 양계장 넘버3가 될 가능성이 짙다. 외부 호나경을 못 바꾸면 내가 바껴야 하는 법, 저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도록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건 한장도 챙기고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오늘의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시작은 사장님이 일러주신 루앙프라방으로 향하는 길로 달려본다. 미얀마에서는 수동 오토바이가 익숙하지 않아서 드라이브를 즐기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여기서는 경치도 충분히 즐기면서 달린다. 라오스의, 방비엥의 산은 정말 말 그대로 멋있다. 아름답다라는 표현보다는 멋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여성적인 산이 아니라 낭성적인 무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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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에 서서 사진도 찍으며 간다. 아 멋지다. 한 30분을 달리다가 산쪽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비포장 도로를 조심스레 달려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냇가가 나타나며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나무로 만든 다리가 보이고 건너편에는 몸을 물에 담그고 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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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카약을 타고 지나갔던 수많은 장소 중 하나이지만 오늘 나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점심도 먹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잠시 머물어볼까? 물 속에 있는 저 평상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유혹을 넘어가면 여유를 즐기는 여행자라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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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식당으로 가서 메뉴부터 본다.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면 모든 가격이 두배는 될듯 하지만 여기는 대략 계산해보니 4만킵, 5천원 정도면 식사와 음료를 먹을 수 있지 싶다. 바로 주문을 하고 아래 평상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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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담그니 시원하다. 어제는 굉장히 더러워보였던 물이 지금 보니 깨끗하다. 날도 더운데 한번 몸을 담그고 올까? 잠시 고민하다 티셔츠를 벗어재끼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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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곳이 진정 천국이구나. 물이 발목까지 밖에 안와서 바닥에 거의 엎드려서 몸을 집어넣는다. 이미 안에 있던 현지인이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라오스 말로 뭐라뭐라 한다. 저 라오스 사람 아니에요. 한국인이라고 하니 그래도 라오스 말로 뭐라 한다. 웃으면서 영어로 대답해준다. 이건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다. 대충 "좋지?"라고 하는듯 해서 나도 "좋아."라고 해주는 뭐 그런 시츄에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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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나와서 평상으로 돌아온다. 이거 한번 들어왔는데 옆에 현지인들과 뭔가 분위기가 친숙해졌다. 확실히 소통은 언어보다는 문화를 공유함으로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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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데 튜브를 탄 여행자들이 지나간다. 서양인도 지나가고 한국인도 지나간다. 손을 흔들길래 나도 흔들어준다. 나를 현지인으로 알고 있는거겠지? 옷도 벗은 상태라 충분히 그럴듯 하다. 해맑게 웃으며 크게 손을 더 열심히 흔들어준다.
밥이 나와서 먹는다. 매콤한게 마음에 든다. 시원한 콜라를 시킬걸 그랬나? 밥을 먹으며 앉아있는데 멀리서 모토 소리가 들린다. 멀리 바라보니 모토보트 20여대가 우루루 오고 있다. 이건 뭐지? 이런 투어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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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우리 어머니, 아버님들이 햇빛에 몸이 닿을까 온몸을 감싸고 앉아계신다. 어떤 분은 우산도 쓰고 있다. 이분들 다 좋은데 왜 지나가면서 나한테 또 손을 흔드는걸까. 우린 같은 동포잖아요.
수 많은 보트가 우루루 지나가더니 내가 앉아있는 곳을 조금 지나서 유턴을 하더니 돌아온다. 이분들 또 손을 흔들며 지나가신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손을 흔들어준다. 근데 이거 그냥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투어인건가? 이걸 왜 하지? 차라리 카야킹을 하시지. 하긴 체력이 안되셔서 옵션이 없을 수도 있겠다.
조금 더 있으니 카약도 지나간다. 순식간에 스윽 지나가버린다. 앉아서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
항상 얘기하듯이 여행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믿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동하는 것 보다 머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이동하다 보면 전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하나도 보기 힘들다. 이동하다 한곳에 머물러야 그곳이 품는 의미를 마음 속에 담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있어야 하는거겠지.
앞에 평상에 있던 분들이 나에게 맥주를 권한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맥주를 보니 유혹이 엄청나다. 하지만 오토바이가 있기에 거절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럽고 창피한 부분을 고백한다. 2009년도 회사를 그만둘 시점에 음주운전으로 걸려서 면허 정지에 막대한 벌금을 냈었다. 회식자리에서 한잔은 괜찮아, 두잔은 괜찮아 하던게 버릇이 되었다. 기업 영업을 하던 시기고, 금요일에 회사 전용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사람이 없어서 잠시 옮기려던게 그리 됐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해보지만 음주운전은 음주운전이다. 뭐라 할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술 한두잔에 운전하는게 익숙해지던 때라 걸린게 하늘의 보살핌이라 생각한다. 돈은 잃었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벌금 몇푼으로 용서 받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용서 받을 생각도 없다. 그냥 내 업보이고 부끄러운 과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이를 통해 내가 변하는 거겠지.
그 이후 면허도 다시 땄지만 최대한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한다. 서울에서는 사실 운전을 하는 것이 피곤하기만 하지 좋을 것이 없다. 시외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차는 정말 필요없다. 술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리고 그냥 운전을 안하는게 속 편하다. 혹시 운전을 하게 되더라도 병적으로 술과 운전은 분리시킨다. 동남아 여행 다니면 술이 만취되고 오토바이를 모는 것이 만연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원죄가 있기에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술은 무조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 숙소 근처에서만 나에게 허락된다.
그런 이유로 웃으면서 맥주 한잔의 유혹을 거부한다. 사실 여기는 맥주가 필요없다. 뒤에서는 나비들이 너닐고, 차가운 바람이 지나다니는 것이 알콜이며 마약이다. 차 한잔이면 충분하다.
밥을 먹고 누워있다보니 목표가 갑자기 생겼다. 어제 멈추고자 했지만 지나갔던 그 점프대를 찾아가보자! 강가로 길이 나있는 것이 아니라서 찾기 쉽지는 않아보이지만 뭐 할 것도 없다. 블루라군을 가보고는 싶지만 다른 곳에서 즐기다가 못 가게 되면 또 그것도 좋다. 인레호수도 안가놓구서는 여기라고 뭐 다르다냐.
근데 이 식당은 왜 현지인만 오는거지? 관광객들도 오면 좋아할거 같은데. 여기 말고도 좋은 곳이 많아서 그럴려나. 건너편에 보니 어제 우리가 갔던 바가 바로 보인다. 튜브를 탄 사람들은 다 저기로 간다. 음악을 현지 음악을 틀어서 그런가. 정취있고 더 좋은데.
좀 앉아있다 일어난다. 어제 미스테리의 그 점프대를 찾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 몇번 당한적이 있는지라 정산할때 유심히 쳐다본다. 4만킵 맞다. 그래도 5천원 가량으로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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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다시 또 드라이브를 떠난다. 아까 대행사장님이 알려주신 루앙프라방으로 향한다는 그 길을 달려본다. 오늘 해가 성났다. 강한 햇볕이 비추니 발등이 따가워진다. 더 시꺼매지고 있다는 신호다. 뭐 어차피 이미 포기했다. 그래도 설마 끊임없이 까매지겠어. 어느정도 선이 되면 한계치가 오겠지. 사실 이미 그 한계치에 온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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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산이 정말 멋지다. 산의 굴곡에 따라 햇볕이 차등적으로 산을 통과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무협지에 나오는 무당산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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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가니 강을 지나간다. 왠지 이쯤에서 되돌아가야 할거 같다. 이 안에 오늘의 보물섬인 점프대가 있지 싶다. 돌아오는 길에 한 길로 들어서니 험한 길이 나온다. 오토바이가 있으니 한번 가본다. 쭉 들어가니 길이 사라져서 옆에 오솔길로 들어선다. 갈수록 길이 험해진다. 이거 큰길로 이어지는걸까? 방향으로는 한바퀴를 돌아가는게 가다보면 나올듯 한데 불안하다. 한참 들어가니 그래도 내 길눈이 아직 죽지는 않았는지 큰길이 나온다.
자 하나는 아닌거 알았고 99개 남았다. 대충 분위기를 봐서 강가로 향한다 싶으면 들어가본다. 가다 또 느낌이 나는 곳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본다. 길 끝까지 가니 왠 음악 소리가 크게 나면서 식당 같은게 나온다. 여기도 아닌가보다. 그래도 한번 안으로 들어가본다.
쑥 안으로 들어가니 강가에 높게 서 있는 곳이 보인다. 이거는 그냥 여기서 뛰는건가? 좀 높아보이는데. 한번 볼까 싶어서 가까이 가니 줄이 강 가운데로 이어져있고 손잡이가 있다. 찾았다 오늘의 보물섬! 그냥 나갈뻔했는데 그래도 아직 운이 남아있나보다. 두번만에 찾다니, 나는 정녕 행운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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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아무도 없다. 이거 해도 되는거겠지? 밑에 수영할지 모르면 뛰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난 수영은 언제나 자신 있다. 한번 위로 조심스레 올라가본다. 손잡이가 줄에 묶인채로 난간에 묶여있다. 여기 꽤 높다. 고개를 내밀고 밑에를 보니 뭔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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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할 수 있을까? 아냐, 난 할 수 있어! 아무도 없으니 뭔가 더 오기가 생긴다. 마음 먹은건 해야지! 그래도 증거를 남기고자 카메라를 놓을 곳을 찾아본다. 사진은 찍을 수가 없으니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 근데 영상에서 사진을 어떻게 뽑아내지? 핸드폰이 너무 안좋아서 아마 쉽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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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동영상 시작을 누른다. 손잡이를 잡고 난간 끝에 선다. 아 다리가 덜덜 떨리는듯 하다. 이거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무서워질거 같다. 두눈 딱 감고 뛴다.
"으아아아아악"
줄이 좀 느슨해서 처음에 천천히 가다가 확 당겨지면서 속도가 붙는다. 괴성을 지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괜찮다. 끝에 가서 손을 놓고 강에 뛰어든다. 몸이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는게 느껴지지만 금방 발부터 물속으로 스며든다. 물속으로 빠지면서 물이 코로 들어오는게 느껴지지만 괜찮다. 그래도 물은 마음이 편하다.
아 이거 잼있다! 스릴감이 최고다! 영상은 잘 찍혔을려나? 강물의 흐름이 있어서 힘들여 거꾸로 수영해서 뭍으로 올라온다. 올라오자마자 카메라부터 확인해본다. 영상 재생을 누른다. 내가 손잡이를 잡으러 가는게 보인다. 그리고 끝난다. 메모리 부족으로 거기서 끝났다. 아 장난해!
한동안 백업이 이중으로 안되어 있다고 지우기 꺼려하던 사진을 싹 다 지워버린다. 지금 흥분했다. 상황 가릴때가 아니다. 게다가 핸드폰에 백업되어 있으니 괜찮다.
다시 한번 세팅을 하고 난간에 선다. 아까는 잼있더니 난간에 서니 또 살짝 공포감이 눈을 뜬다. 하지만 역시 다시 한번 뛴다.
"으아아아아악"
두번째임에도 또 다시 소리를 지르며 뛰어든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더 여유있게 들어간다. 다시 또 헥헥 거리며 수영을 하고 뭍으로 기어오른다.
사진을 보니 이번에는 그래도 찍혔다. 하지만 난 왜 뭘 해도 이리 멋이 없을까. 마음에 안든다. 한번 더.
"으아아아악"
소리 안지를 수는 없는걸까? 난 어쩔 수 없나보다. 올라와서 영상을 보니 구도가 마음에 안든다. 그런데 지쳤다. 이제는 더 못하겠다. 언제나 체력이 문제다.
몸을 말리고 일어나기 전에 잠시 또 앉아서 글을 쓴다. 역시 아무도 없다. 몸이 좀 말라서 셔츠를 입고 앉아있으니 그때서야 카약들이 몇몇 지나간다. 왜 내가 뛸때는 없고! 자랑하고 싶은데 못한 어린아이처럼 혼자 삐진다. 그래도 내가 봤으니 괜찮다. 나 그래도 이거 했다. 어제는 지나갔지만 다시 돌아와서 했다. 내가 증인이다!
다시 어른으로 돌아오자. 다시 짐을 챙기고 일어난다. 이제 어디로 가지? 첫번째 목표는 성공했으니 다른 목표를 잡아야 하는데 딱히 없다. 일단 저쪽에 있다는 동굴로나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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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을 따라 쭉 운전해서 방비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왼쪽에 폭포라는 이정표를 지나친다. 폭포? 오토바이를 멈추고 되돌린다. 이정표 앞에서 1분 고민하고 그쪽길로 빠진다.
근데 6키로라고 써있었던거 같은데, 그럼 꽤 멀지 않나? 에이 몰러. 일단 가보자. 길이 꽤 험하다. 처음에는 차분히 가다가 좀 익숙해지면서 살짝 속도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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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끝도 없이 간다. 이길이 맞는걸까? 길이 험하니 운전도 쉽지 않다. 10분마다 이 길이 맞는걸까 고민이 든다. 아니면 어때, 라오스 시골 구경하고 좋다고 생각하자.
30분을 가도 안나온다. 이정표도 없다. 진짜 여기가 아닌가? 지금이라도 블루라군으로 되돌리는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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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길을 한시간을 운전하니 왠 마을이 나타난다. 이 길이 아닌 것으로 거의 확정짓는다. 오는 길에 다른 오토바이도 거의 못 봤다. 일단 마을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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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만에 만난 마을은 외지손을 타지 않은듯 하다.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미얀마 이후로 이런 눈빛 오랜만이다. 올라가면서 보니 우리나라 문방구에 어린아이들이 모여있듯이 여기도 한켠에 모여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뭐지? 뽑기 같은건가? 같이 먹을까 하다가 일단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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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걱정된다. 아까 기름 넣을때 풀로 안넣고 26,000킵만 넣었다. 어제 기욤의 의견을 듣고 그리한건데 오늘 이동을 꽤 했다보니 괜찮을까 싶다. 하지만 오토바이에 있는 게이지는 풀이라고 나온다. 안믿는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의자를 들어서 눈으로 확인해본다. 어? 진짜 풀이다. 이걸로 하루 더 다닐 수도 있겠다.
자 다시 힘을 내보자.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다시 헬멧을 쓴다. 근데 한시간 이상을 흙탕길 위에서 보냈더니 힘이 없다. 일반 길을 운전하는거와 차이가 크다. 게다가 이게 맞는 길인지를 모르겠다. 조금만 더 가보자.
마을을 벗어나니 또 다시 험한 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번 험난한 길 중에서도 익히 본적 없는 굴곡진 길이 기다리고 있다. 경훈아, 이건 아니지 않을까? 문득 머리 속에 목적지를 바로 앞에 두고 의심을 하여 되돌아온 얘기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또 허황된 꿈을 가지고 끝없이 가다가 늙어죽은 얘기들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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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세워서 고민을 한다. 벌써 1시간반 가량 이 길을 달렸다. 6키로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와야 하는게 맞는거 같다. 어디선가 길이 틀어진 것이 확실하다. 돌아가자. 여기는 나와 인연이 없는거 같다.
지금부터라도 블루라군을 가봐야겠다.오토바이를 돌리고 가니 마을이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아까 그 아이들이 다시 보인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스윽 보니 애들이 모두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저거 뭔지 모르지만 먹고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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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서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얼마냐고 물어본다. 여기는 숫자마저 영어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난 숫자를 라오스말로 이미 익혔다. 라오스말로 숫자를 읊으면서 얼마냐고 묻는 내 의사를 겨우 전달한다. 1000킵이란다. 120원 정도다.
나도 하나 달라고 한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기다린다. 애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보지만 말이 하나도 안통하니 뭔 얘기를 할 수 없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신기해한다. 다 큰 총각이 초등학교 애들하고 같이 쪼그리고 앉아있으니 안쓰러워 보였는지 의자를 하나 가져다주신다.
이거 꽤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 풀빵과 비슷한 거 같은데 화력이 약한지 한참을 기다린다. 여기 애들은 애들이 애를 본다. 갓난아기를 어떤 여자애가 골반을 쫙 틀어서 그 위에 올리고 안고 다닌다. 애가 귀여워서 내가 안아볼려고 손을 내미니 갑자기 애가 울려고 한다. 너 뭐니? 나 헤치지 않아.
아주머니들이 왜 우냐며 나한테 애를 주려고 하니 이제 그냥 본격적으로 운다. 나와 눈만 마주쳐도 운다. 나 원래 동물들과 애기들한테 인기 많은데 유별난 아이다. 나도 너 싫다. 쳇.
기다리면서 혹시나 싶어 아까 왔던 길을 가리키며 "Waterfall?" 하고 물으니 맞단다. 어? 영어를 잘못 들으셨나? 다시 물어도 맞단다. 이 길이 맞아? 하, 또 가야 할려나. 왜 맞는거니.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는데 먹고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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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도 하나 사먹는다. 지갑을 드리니 알아서 빼가시고 잔돈을 거슬러주신다. 진짜 미얀마의 사람들을 보는거 같아서 뭔가 마음이 편하다. 드디어 그 과자가 다 익어서 콜라와 함께 먹어본다. 뜨거워서 불어가며 먹으니 아이들이 웃는다. 맛은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연유를 섞은 딱 그 맛이다. 나름 맛있다.
자 먹었으니 그래도 다시 한번 가보자. 폭포가 있다고 하잖니. 인사를 하고 헬멧을 다시 머리에 쓴다. 시동을 걸고 아까 왔던 길로 다시 간다. 이번에도 그 험한 길이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돌아가지 않고 조심스레 넘어간다. 이런길을 하도 운전했더니 운전 실력은 확실히 일취월장했다. 오토바이 운전은 이제 정말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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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지나서 5분 정도 가니 드디어 폭포 표지판이 나온다. 진짜 목전에서 돌아갈뻔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폭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한분이 입장료 1만킵을 받고 있다. 여기 아무도 안올거 같은데 이곳까지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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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본다. 여기서도 또 계단이 나오고 한참 올라간다. 얼마나 대단한 폭포가 나올려고 이리도 가는 길이 힘들다냐. 잠깐 다른 길을 빠졌다가 여기까지 온 내가 웃겨서 황당한 웃음마저 지으며 그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간다. 그러고보니 이 폭포 이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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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폭포 전에 작은 폭포부터 하나 나온다. 이 폭포는 그냥 동네 뒷동산에 있을법하다. 그래 서브니까. 메인은 다를거야. 무시하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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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범벅이다. 폭포가 나오면 그냥 뛰어들어야겠다. 여기때문에 블루라군을 포기해야 할것도 같지만 그래도 나만의 보물 장소니 더 의미있겠지. 슬슬 기대심을 품으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드디어 메인 폭포다. 스윽 보니 안에 서양 커플이 하나 있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나말고도 있단 말이냐.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폭포를 올려다본다.
폭포를 올려다본다. 폭포는 어디있을까. 이건 폭포가 아니잖아. 콸콸콸을 예상했는데 쪼르르다. 이게 무슨 폭포야! 내 2시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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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던 두명한테 "Is this it?!!"하고 소리를 지르니 얘네도 안다는 심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블루라군을 포기하고 왔는데 이게 뭐냐. 자세히 보니 예전에는 영광의 날들이 있었는지 꽤 컸을듯한 흔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우기 초입이라 그런지 왠지는 모르겠지만 쓸쓸히 동네 개울가 수준의 물을 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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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두명은 나를 보더니 그래도 여기 평화롭고 좋다며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떠난다. 하, 그래, 그래도 왔으니 한번 앉아보자. 하지만 앉으니 벌레들의 엄청난 공격이 시작된다. 강을 들어갔다 오고 땀을 바가지로 흘렸더니 아마도 자기들과 익숙한 냄새가 나나보다.
못 참고 일어난다. 여기는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아니다. 차라리 블루라군을 지금이라도 가보자. 엄청 서두르면 되지 않을까? 짐을 챙기고 다시 퀵하게 내려간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이미 4시가 넘었다. 돌아가면 5시반은 될텐데, 너무 늦다. 어쩌지 고민하는데 문득 연금술사 책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기억난다.
목적지가 목적이면 실패도 하게 되고 실망도 하게 된다. 하지만 과정이 목적이라면 실패도, 실망도 할 수 없다. 나는 여기 폭포를 보러 온걸까, 내 경험을 만들기 위해 온걸까? 폭포는 못 봤지만 라오스 시골의 전경도 봤고, 아이들과 같이 쪼그리고 앉아서 맛있는 과자도 먹었다. 그거면 된거 아닐까 경훈아. 여기 폭포가 세상에 없는 절경이었다면 몰론 좋았겠지만 또 아닌들 어떠하랴.
마음을 달리 먹으니 조급함이 사라진다. 블루라군, 안봐도 된다. 아니면 내일 봐도 된다. 언제부터 내 여행이 그리 목적을 가지고 달렸다고 이제와서 이러냐. 내려가는 길에 작은 내울가에 몸을 잠깐 담근다. 머리 식히고, 몸을 식히고 천천히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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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타고 서두르지 않고 내려간다. 아까는 목적을 가지고 오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내려오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조금 내려가다 견딜 수 없어서 오토바이를 멈추고 잠시 바라본다. 그러다 시동을 끈다. 시끄러운 엔진의 소리가 사라지면서 자연의 소리가 처음으로 귀에 들어온다. 한쪽에서는 소가 풀을 뜯고 있고 새소리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잠시 그렇게 서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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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나타난다. 아까 그 아주머니는 아직도 풀빵을 굽고 계시기에 머리를 숙여 인사하니 웃으시면서 인사를 받아주신다. 그리고 마을을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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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도 나름 잼있다. 복싱 배울때 하수는 팔을 쓰고 고수는 허리를 쓴다고 했던가. 운전도 핸들을 틀어서 방향을 바꾸는게 아니라 하체의 체중이동으로 방향을 틀어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길이 험하지만 요리저리 움직이며 드라이브 자체를 즐겨본다.
들어올때는 한참 같았는데, 그냥 순간순간을 즐기다보니 금방 큰 도로로 나온다. 이제 아스팔트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방비엥에 돌아온다.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생각을 해본다. 나는 방비엥에 편견을 가지고 본거 같다. 이곳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나 나 같은 자유롭고 '제대로된' 여행자한테는 맞지 않아. 나는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기에는 너무 특별하니까.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냐. 인정하기 싫든 좋든간에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방비엥이 마음에 든다.
하루 더 있기로 마음 먹는다. 한 곳을 떠날때는 떠날때가 왔음을 은연중에 알게 된다. 방비엥은 아직 그 느낌이 안온다. 아직 떠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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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고 폭풍이 올듯 하다. 또 페이크일까? 일단 혹시 몰라서 서둘러 오토바이를 돌려주고 걸어서 시실리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가방을 침대에 두자마자 폭풍우가 시작된다.
이곳에 다른 한분이 와있다. 그분과 인사를 잠깐 나누고 일단 씻으러 들어간다. 그런데 물이 안나온다. 나와서 대행사장님한테 여쭤보니 지금 잠시 안나오는거 같다고 하신다.
물이 나오길 기다리며 앉아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한인게스트하우스이니 한국인이 와서 얘기하기가 편하다. 오늘은 도미토리에 이 남성분과 나 단 둘이 독차지할거 같다. 이분은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에 여러번 오신듯 싶다.
물이 다시 나온다는 소리에 다시 씻으러 들어간다. 일단 오늘 입은 수영복과 티셔츠를 빤 후에 몸에 비누칠을 하는 순간 불이 꺼진다. 불이 꺼지면 물도 꺼지는걸까? 틀어보니 졸졸졸 나온다. 급한 마음에 후다닥 씻으려 하지만 샤워기 물은 이제 안나온다. 세면대 물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오기에 그 물로 비누칠을 씻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때 다시 불이 들어온다. 비가 오니 정전이 쉽게 되는거 같다. 물이 다시 제대로 나오지만 또 언제 바뀔지 몰라서 급하게 씻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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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너무 온다. 저녁은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미 밥상을 차려주신다. 여기 머무는 듯한 여성분이 고등어를 굽고 김치와 된장찌개를 해주시고는 식사하시라고 한다. 물론 무료다. 여행 떠나서 한국인의 '정'을 처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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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숫가락을 뜨니 다른 남자분이 소주를 들고 오신다. 이거 다 공짜로 먹어도 되는건가?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물어보니 오늘은 나랑 같이 도미토리 쓰시는 분이 사신단다. 그분은 내일 떠나지만 나보고는 미안하면 다음 여행자들한테 한번 사란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정겨운 한국문화다.
앉아서 소주를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다른분은 다 사라지고 나랑 도미토리를 쉐어하는 분만 남는다. 다른 분들은 어제 과음을 해서 오늘은 못 드시겠단다. 한국 사람들끼리 모이면 술을 안마실 수가 없으니 여기 오래 있으면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이분과 여러 얘기를 나눈다. 6시에 시작한 술자리는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10시까지 이어진다. 어느새 4병의 소주 빈병이 우리 앞에 있고 새로운 맥주병이 테이블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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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자리를 파하고 자러 들어간다. 이분은 여기 말고도 다른 곳도 숙소를 잡으셨다고 그족으로 가신단다. 코를 심하게 골아서 도미토리에 있으면 민폐란다. 여기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잡으셨나보다. 많이 취하신듯 한데 괜찮을까? 괜찮다고 하도 그러셔서 보내드린다.
이 넓은 도미토리를 혼자 쓰게 됐다. 방비엥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서 이런 한인 게스트하우스들도 훨씬 잘될줄 알았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반대란다. 여행자들한테는 방비엥이 기피해야 할 곳이 되어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호화로운 호텔로 몰리니 이곳은 갈 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단다. 여기 시실리도 올 8월에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내가 느낀 방비엥은 여행자, 관광객이 모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을 보니 옛날 여행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느껴진다. 이런 곳이 사라진다니 너무 아쉽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변화일려나.
오늘은 과음을 좀 했다. 내일은 다시 한번 오토바이를 빌려서 이번에는 동굴과 블루라군을 한번 가볼까 싶다. 어쩌다보니 방비엥에 4박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이어지더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만큼 맘에 든다는 얘기겠지. 여기 시실리도 오기를 잘한거 같다. 마음이 편안한게 오늘 밤 잘 잘 수 있을듯 싶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http://lkfar.tistory.com/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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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닭대가리들을 다 비틀어버리든가 해야지. 다른 곳에서의 닭소리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왜 이곳만 이렇게 신경을 거스릴까. 오늘 아침도 결국 정말 끊임 없이 10초 간격으로 또 정말 우럴차게 울어대는 닭울음소리에 결국 아침잠을 설쳤다. 내가 아침잠이라 함은 새벽 4시부터를 말한다.
어제밤에 범죄를 저질렀다. 내가 계약한 방은 팬방인데 에어컨이 붙어있다. 저번에 물어보니 에어컨은 4만킵을 더 줘야 한다고 해서 안하고 있었다. 헌데 어제 저녁에 자세히 보니 에어컨 밑에 스위치가 보인다. 한번 스위치를 켜보니 전원이 들어오면서 에어컨이 켜진다. 아마도 켜진 상태에서 메인 전원을 내렸기에 전원을 올리니 상태를 기억하고 리모컨 없이도 켜지나보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유혹적으로 퍼지는 차가운 공기에 항복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혹시 밖에서 누가 알고 들어올까봐 노심초사 하며 잤다. 그리고 새벽 2시에 영 찝찝해서 꺼버렸다. 그깟 4만킵 내버리면 되는데... 오늘 어찌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죄짓고 사는건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러게 왜 이리 허술하게 해놓은것이냐!
어제 글 업로드를 눌러놓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하루종일 그리 바쁘게 돌아다녔으니 그럴만 하다. 그 와중에도 새벽 중간에 한번씩 깨서 에러난 업로드를 다시 이어갔으니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뭔가 푹 잔 느낌이 아니다.
이곳은 수동 비데가 설치되어 있기에 하루를 깔끔히 시작한다. 7시쯤 방을 나와서 어제 말려놓은 티셔츠와 수영복을 보니 꽤 말랐다. 아침 산택을 하고 오면 오늘 입을 수 있을거 같다. 그리고 그 뒤로 우리의 주적인 닭들이 보인다. 저 반죽을 입히고 양념을 묻혀서 기름에 튀겨서 맥주와 같이 먹을 죽일 놈들! 아 치킨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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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으로 가니 방비엥 뒷산(?)이 무협지에 나오는 산처럼 몽환적으로 펼쳐져있다. 고산지라 그런지 구름이 산에 걸쳐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배산임수는 아니지만 산과 물이 모두 있으니 휴양지로는 최적이다. 물만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아겠지만 완벽할 수는 없겠지.
나오면서 혹시나 싶어 최책감을 가지고 로비를 지나가는데 아무도 없다. 역시 죄짓고 사는건 정말 할짓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말 달콤했다. 새벽 2시에 껐어도 찬 기운이 아침까지 이어졌었다. 에어컨은 위대하긴 하다.
땀냄새 풀풀 풍기는 옷이 아닌 깔끔한 옷을 입고 나오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오늘은 어떻게든 돈을 송금 받아야 한다. 달라로 200달라가 있긴 하지만 이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비상금으로 놔두고 싶다. 이 마저도 없으면 정말 위급한 상황에 너무 불안할거 같다. 인출 카드 하나는 나둘걸 그랬나.
그렇게 한국인이 많은 방비엥이지만 어제 좀 돌아다녀본 결과 의외로 한국 여행사가 안보인다. 오늘은 무작정 다닐 수 없기에 검색을 좀 해보니 '폰트러블'이라는 곳 사장님 부인이 한국인이라 한인여행사와 같단다. 그런데 지도에 검색하니 본사인 비엔티안만 나온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다. 메인 거리에 자그마하게 있는 것을 발견하지만 아직 문을 안열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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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여쁜 처자 둘한테 좀 부탁할걸 그랬나. 워낙 사람들한테 부탁 못하는 것도 병이다. 해주는건 좋아하는데 받는거는 항상 뭔가 꺼려진다. 이것도 자만심과 오만이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거겠지. 이번에 혹시 한국인하고 인연이 닿으면 한번 부탁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헌데 이미 여행사로 하는 그룹 액티비티는 지난지라 그런 인연이 생길까 싶다.
지금 현재 킵으로 2500킵과 달라로 10달라가 있다. 노여사가 준 돈 중에 100달라를 제외하고 다 쓴다. 비상사태니 이해해주렴. 오토바이를 빌리는게 수동이 4만킵, 자동이 8만킵이다. 수동이 모는 재미가 더 좋고 파워도 세던데 작동이 불편해서 싼걸까. 난 당연히 수동으로 몰거다. 미얀마에서 몰고 다닌 경험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러면 돈을 송금 받을때까지 4만킵이 남는다. 아침을 먹기에는 충분하다. 돌아다니다 이곳에 굉장히 많이 보이는 바게트 샌드위치 집에 자리를 잡는다. 프랑스 식민지였어서 그런지 바게트가 라오스에는 정말 많이 보인다. 어찌보면 다른 동남아와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가 바게트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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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를 받냐고 물어보니 받는단다. 역시 8000킵 환율이다. 자리를 잡고 핸, 치즈 샌드위치와 바나나 커피를 주문한다. 아직 8시가 안된 이른 시간인데도 이 거리는 분주하다. 내가 어제 갔던 투어를 가려고 모여든 사람들과 카약을 들고 쌩따우에 올리는 스탭들로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그 한가운데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으니 사람 사는 느낌이 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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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 오늘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비가 올려나. 됐다. 동남아 날씨 안믿는다. 방콕에서 비를 피해 왓포를 갔더니 비가 정말 눈꼽만큼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게 언제였지? 이제는 이번 여행에서 겪었던 일도 추억으로 기억된다. 시간은 참 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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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킵을 식사값으로 지불한다. 생각보다 비싸긴 하다. 하지만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리고 4만킵으로 오토바이부터 빌린다. 9시에 여행사가 오픈할때까지 돌아다니면서 동네 지리라도 좀 파악해야겠다. 오토바이를 빌리면서 헬멧도 하나 받아온다. 이 동네에서 헬멧 쓰는 사람을 한명도 못 봤지만 내 몸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부분이라면 이 커다란 머리다. 팔이 하나 없어도 나는 나지만 두뇌가 없어진다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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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일단 기름을 채우러 간다. 지도를 보고 가니 조금 해메지만 한번 정도 물어서 주유소를 찾는다. 얼마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직원의 의견을 듣고 25,000킵을 넣는다. 이걸로 오늘 하루는 충분히 버티겠지. 많이 싸돌아다녀서 이 기름 다 쓰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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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시간도 됐으니 아까 봐뒀던 폰트래블로 향해본다. 오토바이를 타니 어디든 금방이다. 미얀마에서 익숙해진 수동 오토바이는 내 몸의 수족같이 잘 따라준다. 한국 가면 기필코 자격증을 꼭 따두리라.
폰트래블에는 이미 한국인 네다섯명이 와있다. 벽에는 다 한국말만 있고 손님은 한국인만 있는 것이 완전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같다. 현지 직원이 한명 앉아있길래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을 해본다. 자기가 권한이 당연히 없기에 주저하길래 여기 한국인 여사장님한테 전화라도 할 수 없냐고 부탁해본다. 내가 직접 얘기해보겠다고 하니 전화번호를 한참 찾더니 다이얼을 돌린다.
연결이 되고 바꿔주기에 잠시 대화를 해본다.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애처롭게 부탁을 해보지만 느낌이 안도와주실거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본사는 비엔티안인데 거기서 한국돈을 받고 여기서 라오스킵을 주면 둘 사이에 이동이 문제가 된단다.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절실하니 살짝 섭섭하다. 이건 뭐 섭섭한게 문제다. 부탁하는 주제에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되지. 내가 절실한거지 다른 사람들이 절실한건 아니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이곳에 있는 한인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며 가보라고 하신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생겼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은 후 오토바이에 올라 헬멧을 쓴다. 시동을 걸고 아까 설명 들은 식당부터 찾아나선다. 생각해보니 처음 왓던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서 본거 같다.
지리를 아니 금방이다. 스윽 들어가니 한국인처럼 보이시는 분이 한분 서 있다. 한국말로 말을 건네보니 한국인 맞으시다. 하지만 사장님이 아니시란다. 사장님은 오늘 오후에나 돌아오신다는데, 나는 지금 없으면 비상금을 환전해야 해서 적절치 못하다. 상황을 들으시더니 다른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신다. 그래도 다 외면하지는 않으시고 조금이라도 도와주실려고 한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서 이번에는 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나선다. 여기는 내가 모르는 곳이라 쉽게 못 찾는다. 한참 해메다가 어떤 식당앞에 그 게스트하우스 지도가 있는 것을 보고 겨우 찾아간다. 멀리서 '시실리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을 보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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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분이 앉아있다가 나를 보시더니 남자를 부른다. 남편분이 한국분이시고 사장님이신거 같다. 자다 일어나셨는지 부시시하게 나오신 사장님한테 또 다시 내 사정을 설명드린다. 이분 잠시 고민하시더니 해주신단다. 아, 드디어 자금 압박에서 해결되나보다. 너무 고맙다. 수수료는 얼마를 드려야 적당하냐고 여쭈니 그냥 환율대로 하고 수수료는 필요없으시단다. 오랜만에 동포의 정을 느낀다.
40만원을 바꾸기로 한다. 하루에 3만원씩 생각하면 보름 정도를 다닐 수 있으니 라오스에서는 괜찮을듯 하다. 더 필요하면 하노이에서 한인 여행사를 들려서 다시 한번 부탁해야겠다. 노여사한테 송금을 부탁하고 기다리면서 구경을 해보니 여기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운영하시는듯 하다. 슬쩍 숙소 가격을 물어보니 도미토리가 3만킵이라고 하신다. 괜찮은 가격이다. 수수료도 안받으셨는데 이곳으로 옮기고 식사도 한끼 먹는게 예의 아닐까 싶다. 절대로 어제 쓴 에어컨이 찝찝해서 옮기는거 아니다. 남아있으면 오늘 저녁 에어컨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서 옮기는 것도 아니다.
소주 가격을 물어보니 30000킵이란다. 이리 얘기하면 비싸보이지만 3천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한국 식당에서도 그정도 받으니 비싼게 아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오늘 저녁은 소주 한병을 마셔볼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돈다. 이거 답례 맞나.
도미토리를 한번 확인하고 옮기기로 마음 먹는다. 환전해주실때 3만킵을 빼고 달라고 부탁드린다. 필요한 정보를 적어놓고, 부인분이 돈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신다기에 일단 짐을 옮기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토바이가 있을때 뭐든 해놔야 편하다. 약간 거리가 있음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오니 순식간이다.
그래도 도미토리를 옮기면 사생활의 방해를 받으니 이곳에서 11시까지 좀 쉬면서 글도 정리한다. 어쩌다보니 여기서는 매일 숙소를 옮기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한인업소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게 된다. 이런 경험도 여행 다니면서 필요한거겠지. 너무 병적으로 한국인을 피하는것도 문제다. 이곳에서는 나름 한국인처럼 생활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시간이 되서 가방을 챙기고 방을 나선다.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이곳은 그래도 시원한 저녁을 선사해준 양계장 넘버2였다. 시실리에도 닭이 있으려나. 아 이놈의 닭들 징그럽다. 열쇠를 넘기고 7.5키로를 등에 진체 오토바이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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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게스트하우스는 희한하게 후문은 찾기 쉽더니 정문은 영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정문을 찾아보기 위해 한번 구석구석 들어가서 드디어 발견한다. 사장님 여기 간판 하나 다셔야겠다.
들어가서 사장님과 얘기하고 환율 1160원 정도로 340달라 정도에 합의한다. 사실 정확히 모르니 알아서 달라고 한다. 조금 남기셔도 괜찮고 안남기시면 좋다. 100달라 3장과 나머지는 킵으로 8000으로 계산해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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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들어오니 드디어 마음이 좀 편하다. 고마워요 미스노. 한국 가면 꼭 갚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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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토리를 가보니 한분이 있지만 지금 안계신다. 비수기라 그런지 나와 단둘이 사용하게 될거 같다. 침대 중에서 컨센트가 근처에 있는 곳에 둥지를 튼다. 이곳에서는 몇일을 자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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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평상에 앉아서 잠시 글을 쓰고 있으니 사장님이 오셔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신다. 확실히 한국분이니 여러모로 편하다. 언어 말고 문화의 동질감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다. 꼬리뻬의 호화리조트와는 다른 의미로 여기서도 좀 정신을 쉬어갈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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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여기 사장님이 아니시란다. 사장님은 지금 어디를 가셨고 잠시 대신 봐주고 계신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식당도 안한단다. 저녁에 고기와 소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라면만 된다고 한다. 라면에 소주라도 마셔야 할려나. 이건 뭔가 진상 느낌인데.
대행사장님한테 이곳에 갈만한 곳을 전수 받는다. 블루라군 말고도 몇군데 있다. 오토바이가 있으니 이동이 자유롭다. 일단 큰 방문지는 정해놓되 그냥 가다가 땡기는 곳에서 쉬면서 여유롭게 다녀야겠다. 어제와 같이 일정이 정해진 투어가 아니다.
앉아있는데 이놈의 닭울음소리는 여기도 울려퍼진다. 양계장 넘버3가 될 가능성이 짙다. 외부 호나경을 못 바꾸면 내가 바껴야 하는 법, 저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도록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건 한장도 챙기고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오늘의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시작은 사장님이 일러주신 루앙프라방으로 향하는 길로 달려본다. 미얀마에서는 수동 오토바이가 익숙하지 않아서 드라이브를 즐기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여기서는 경치도 충분히 즐기면서 달린다. 라오스의, 방비엥의 산은 정말 말 그대로 멋있다. 아름답다라는 표현보다는 멋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여성적인 산이 아니라 낭성적인 무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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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에 서서 사진도 찍으며 간다. 아 멋지다. 한 30분을 달리다가 산쪽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비포장 도로를 조심스레 달려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냇가가 나타나며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나무로 만든 다리가 보이고 건너편에는 몸을 물에 담그고 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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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카약을 타고 지나갔던 수많은 장소 중 하나이지만 오늘 나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점심도 먹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잠시 머물어볼까? 물 속에 있는 저 평상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유혹을 넘어가면 여유를 즐기는 여행자라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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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식당으로 가서 메뉴부터 본다.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면 모든 가격이 두배는 될듯 하지만 여기는 대략 계산해보니 4만킵, 5천원 정도면 식사와 음료를 먹을 수 있지 싶다. 바로 주문을 하고 아래 평상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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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담그니 시원하다. 어제는 굉장히 더러워보였던 물이 지금 보니 깨끗하다. 날도 더운데 한번 몸을 담그고 올까? 잠시 고민하다 티셔츠를 벗어재끼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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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곳이 진정 천국이구나. 물이 발목까지 밖에 안와서 바닥에 거의 엎드려서 몸을 집어넣는다. 이미 안에 있던 현지인이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라오스 말로 뭐라뭐라 한다. 저 라오스 사람 아니에요. 한국인이라고 하니 그래도 라오스 말로 뭐라 한다. 웃으면서 영어로 대답해준다. 이건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다. 대충 "좋지?"라고 하는듯 해서 나도 "좋아."라고 해주는 뭐 그런 시츄에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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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나와서 평상으로 돌아온다. 이거 한번 들어왔는데 옆에 현지인들과 뭔가 분위기가 친숙해졌다. 확실히 소통은 언어보다는 문화를 공유함으로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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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데 튜브를 탄 여행자들이 지나간다. 서양인도 지나가고 한국인도 지나간다. 손을 흔들길래 나도 흔들어준다. 나를 현지인으로 알고 있는거겠지? 옷도 벗은 상태라 충분히 그럴듯 하다. 해맑게 웃으며 크게 손을 더 열심히 흔들어준다.
밥이 나와서 먹는다. 매콤한게 마음에 든다. 시원한 콜라를 시킬걸 그랬나? 밥을 먹으며 앉아있는데 멀리서 모토 소리가 들린다. 멀리 바라보니 모토보트 20여대가 우루루 오고 있다. 이건 뭐지? 이런 투어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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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우리 어머니, 아버님들이 햇빛에 몸이 닿을까 온몸을 감싸고 앉아계신다. 어떤 분은 우산도 쓰고 있다. 이분들 다 좋은데 왜 지나가면서 나한테 또 손을 흔드는걸까. 우린 같은 동포잖아요.
수 많은 보트가 우루루 지나가더니 내가 앉아있는 곳을 조금 지나서 유턴을 하더니 돌아온다. 이분들 또 손을 흔들며 지나가신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손을 흔들어준다. 근데 이거 그냥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투어인건가? 이걸 왜 하지? 차라리 카야킹을 하시지. 하긴 체력이 안되셔서 옵션이 없을 수도 있겠다.
조금 더 있으니 카약도 지나간다. 순식간에 스윽 지나가버린다. 앉아서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
항상 얘기하듯이 여행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믿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동하는 것 보다 머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이동하다 보면 전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하나도 보기 힘들다. 이동하다 한곳에 머물러야 그곳이 품는 의미를 마음 속에 담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있어야 하는거겠지.
앞에 평상에 있던 분들이 나에게 맥주를 권한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맥주를 보니 유혹이 엄청나다. 하지만 오토바이가 있기에 거절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럽고 창피한 부분을 고백한다. 2009년도 회사를 그만둘 시점에 음주운전으로 걸려서 면허 정지에 막대한 벌금을 냈었다. 회식자리에서 한잔은 괜찮아, 두잔은 괜찮아 하던게 버릇이 되었다. 기업 영업을 하던 시기고, 금요일에 회사 전용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사람이 없어서 잠시 옮기려던게 그리 됐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해보지만 음주운전은 음주운전이다. 뭐라 할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술 한두잔에 운전하는게 익숙해지던 때라 걸린게 하늘의 보살핌이라 생각한다. 돈은 잃었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벌금 몇푼으로 용서 받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용서 받을 생각도 없다. 그냥 내 업보이고 부끄러운 과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이를 통해 내가 변하는 거겠지.
그 이후 면허도 다시 땄지만 최대한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한다. 서울에서는 사실 운전을 하는 것이 피곤하기만 하지 좋을 것이 없다. 시외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차는 정말 필요없다. 술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리고 그냥 운전을 안하는게 속 편하다. 혹시 운전을 하게 되더라도 병적으로 술과 운전은 분리시킨다. 동남아 여행 다니면 술이 만취되고 오토바이를 모는 것이 만연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원죄가 있기에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술은 무조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 숙소 근처에서만 나에게 허락된다.
그런 이유로 웃으면서 맥주 한잔의 유혹을 거부한다. 사실 여기는 맥주가 필요없다. 뒤에서는 나비들이 너닐고, 차가운 바람이 지나다니는 것이 알콜이며 마약이다. 차 한잔이면 충분하다.
밥을 먹고 누워있다보니 목표가 갑자기 생겼다. 어제 멈추고자 했지만 지나갔던 그 점프대를 찾아가보자! 강가로 길이 나있는 것이 아니라서 찾기 쉽지는 않아보이지만 뭐 할 것도 없다. 블루라군을 가보고는 싶지만 다른 곳에서 즐기다가 못 가게 되면 또 그것도 좋다. 인레호수도 안가놓구서는 여기라고 뭐 다르다냐.
근데 이 식당은 왜 현지인만 오는거지? 관광객들도 오면 좋아할거 같은데. 여기 말고도 좋은 곳이 많아서 그럴려나. 건너편에 보니 어제 우리가 갔던 바가 바로 보인다. 튜브를 탄 사람들은 다 저기로 간다. 음악을 현지 음악을 틀어서 그런가. 정취있고 더 좋은데.
좀 앉아있다 일어난다. 어제 미스테리의 그 점프대를 찾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 몇번 당한적이 있는지라 정산할때 유심히 쳐다본다. 4만킵 맞다. 그래도 5천원 가량으로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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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다시 또 드라이브를 떠난다. 아까 대행사장님이 알려주신 루앙프라방으로 향한다는 그 길을 달려본다. 오늘 해가 성났다. 강한 햇볕이 비추니 발등이 따가워진다. 더 시꺼매지고 있다는 신호다. 뭐 어차피 이미 포기했다. 그래도 설마 끊임없이 까매지겠어. 어느정도 선이 되면 한계치가 오겠지. 사실 이미 그 한계치에 온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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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산이 정말 멋지다. 산의 굴곡에 따라 햇볕이 차등적으로 산을 통과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무협지에 나오는 무당산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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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가니 강을 지나간다. 왠지 이쯤에서 되돌아가야 할거 같다. 이 안에 오늘의 보물섬인 점프대가 있지 싶다. 돌아오는 길에 한 길로 들어서니 험한 길이 나온다. 오토바이가 있으니 한번 가본다. 쭉 들어가니 길이 사라져서 옆에 오솔길로 들어선다. 갈수록 길이 험해진다. 이거 큰길로 이어지는걸까? 방향으로는 한바퀴를 돌아가는게 가다보면 나올듯 한데 불안하다. 한참 들어가니 그래도 내 길눈이 아직 죽지는 않았는지 큰길이 나온다.
자 하나는 아닌거 알았고 99개 남았다. 대충 분위기를 봐서 강가로 향한다 싶으면 들어가본다. 가다 또 느낌이 나는 곳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본다. 길 끝까지 가니 왠 음악 소리가 크게 나면서 식당 같은게 나온다. 여기도 아닌가보다. 그래도 한번 안으로 들어가본다.
쑥 안으로 들어가니 강가에 높게 서 있는 곳이 보인다. 이거는 그냥 여기서 뛰는건가? 좀 높아보이는데. 한번 볼까 싶어서 가까이 가니 줄이 강 가운데로 이어져있고 손잡이가 있다. 찾았다 오늘의 보물섬! 그냥 나갈뻔했는데 그래도 아직 운이 남아있나보다. 두번만에 찾다니, 나는 정녕 행운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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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아무도 없다. 이거 해도 되는거겠지? 밑에 수영할지 모르면 뛰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난 수영은 언제나 자신 있다. 한번 위로 조심스레 올라가본다. 손잡이가 줄에 묶인채로 난간에 묶여있다. 여기 꽤 높다. 고개를 내밀고 밑에를 보니 뭔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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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할 수 있을까? 아냐, 난 할 수 있어! 아무도 없으니 뭔가 더 오기가 생긴다. 마음 먹은건 해야지! 그래도 증거를 남기고자 카메라를 놓을 곳을 찾아본다. 사진은 찍을 수가 없으니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 근데 영상에서 사진을 어떻게 뽑아내지? 핸드폰이 너무 안좋아서 아마 쉽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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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동영상 시작을 누른다. 손잡이를 잡고 난간 끝에 선다. 아 다리가 덜덜 떨리는듯 하다. 이거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무서워질거 같다. 두눈 딱 감고 뛴다.
"으아아아아악"
줄이 좀 느슨해서 처음에 천천히 가다가 확 당겨지면서 속도가 붙는다. 괴성을 지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괜찮다. 끝에 가서 손을 놓고 강에 뛰어든다. 몸이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는게 느껴지지만 금방 발부터 물속으로 스며든다. 물속으로 빠지면서 물이 코로 들어오는게 느껴지지만 괜찮다. 그래도 물은 마음이 편하다.
아 이거 잼있다! 스릴감이 최고다! 영상은 잘 찍혔을려나? 강물의 흐름이 있어서 힘들여 거꾸로 수영해서 뭍으로 올라온다. 올라오자마자 카메라부터 확인해본다. 영상 재생을 누른다. 내가 손잡이를 잡으러 가는게 보인다. 그리고 끝난다. 메모리 부족으로 거기서 끝났다. 아 장난해!
한동안 백업이 이중으로 안되어 있다고 지우기 꺼려하던 사진을 싹 다 지워버린다. 지금 흥분했다. 상황 가릴때가 아니다. 게다가 핸드폰에 백업되어 있으니 괜찮다.
다시 한번 세팅을 하고 난간에 선다. 아까는 잼있더니 난간에 서니 또 살짝 공포감이 눈을 뜬다. 하지만 역시 다시 한번 뛴다.
"으아아아아악"
두번째임에도 또 다시 소리를 지르며 뛰어든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더 여유있게 들어간다. 다시 또 헥헥 거리며 수영을 하고 뭍으로 기어오른다.
사진을 보니 이번에는 그래도 찍혔다. 하지만 난 왜 뭘 해도 이리 멋이 없을까. 마음에 안든다. 한번 더.
"으아아아악"
소리 안지를 수는 없는걸까? 난 어쩔 수 없나보다. 올라와서 영상을 보니 구도가 마음에 안든다. 그런데 지쳤다. 이제는 더 못하겠다. 언제나 체력이 문제다.
몸을 말리고 일어나기 전에 잠시 또 앉아서 글을 쓴다. 역시 아무도 없다. 몸이 좀 말라서 셔츠를 입고 앉아있으니 그때서야 카약들이 몇몇 지나간다. 왜 내가 뛸때는 없고! 자랑하고 싶은데 못한 어린아이처럼 혼자 삐진다. 그래도 내가 봤으니 괜찮다. 나 그래도 이거 했다. 어제는 지나갔지만 다시 돌아와서 했다. 내가 증인이다!
다시 어른으로 돌아오자. 다시 짐을 챙기고 일어난다. 이제 어디로 가지? 첫번째 목표는 성공했으니 다른 목표를 잡아야 하는데 딱히 없다. 일단 저쪽에 있다는 동굴로나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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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을 따라 쭉 운전해서 방비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왼쪽에 폭포라는 이정표를 지나친다. 폭포? 오토바이를 멈추고 되돌린다. 이정표 앞에서 1분 고민하고 그쪽길로 빠진다.
근데 6키로라고 써있었던거 같은데, 그럼 꽤 멀지 않나? 에이 몰러. 일단 가보자. 길이 꽤 험하다. 처음에는 차분히 가다가 좀 익숙해지면서 살짝 속도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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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끝도 없이 간다. 이길이 맞는걸까? 길이 험하니 운전도 쉽지 않다. 10분마다 이 길이 맞는걸까 고민이 든다. 아니면 어때, 라오스 시골 구경하고 좋다고 생각하자.
30분을 가도 안나온다. 이정표도 없다. 진짜 여기가 아닌가? 지금이라도 블루라군으로 되돌리는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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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길을 한시간을 운전하니 왠 마을이 나타난다. 이 길이 아닌 것으로 거의 확정짓는다. 오는 길에 다른 오토바이도 거의 못 봤다. 일단 마을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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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만에 만난 마을은 외지손을 타지 않은듯 하다.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미얀마 이후로 이런 눈빛 오랜만이다. 올라가면서 보니 우리나라 문방구에 어린아이들이 모여있듯이 여기도 한켠에 모여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뭐지? 뽑기 같은건가? 같이 먹을까 하다가 일단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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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걱정된다. 아까 기름 넣을때 풀로 안넣고 26,000킵만 넣었다. 어제 기욤의 의견을 듣고 그리한건데 오늘 이동을 꽤 했다보니 괜찮을까 싶다. 하지만 오토바이에 있는 게이지는 풀이라고 나온다. 안믿는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의자를 들어서 눈으로 확인해본다. 어? 진짜 풀이다. 이걸로 하루 더 다닐 수도 있겠다.
자 다시 힘을 내보자.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다시 헬멧을 쓴다. 근데 한시간 이상을 흙탕길 위에서 보냈더니 힘이 없다. 일반 길을 운전하는거와 차이가 크다. 게다가 이게 맞는 길인지를 모르겠다. 조금만 더 가보자.
마을을 벗어나니 또 다시 험한 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번 험난한 길 중에서도 익히 본적 없는 굴곡진 길이 기다리고 있다. 경훈아, 이건 아니지 않을까? 문득 머리 속에 목적지를 바로 앞에 두고 의심을 하여 되돌아온 얘기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또 허황된 꿈을 가지고 끝없이 가다가 늙어죽은 얘기들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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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세워서 고민을 한다. 벌써 1시간반 가량 이 길을 달렸다. 6키로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와야 하는게 맞는거 같다. 어디선가 길이 틀어진 것이 확실하다. 돌아가자. 여기는 나와 인연이 없는거 같다.
지금부터라도 블루라군을 가봐야겠다.오토바이를 돌리고 가니 마을이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아까 그 아이들이 다시 보인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스윽 보니 애들이 모두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저거 뭔지 모르지만 먹고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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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서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얼마냐고 물어본다. 여기는 숫자마저 영어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난 숫자를 라오스말로 이미 익혔다. 라오스말로 숫자를 읊으면서 얼마냐고 묻는 내 의사를 겨우 전달한다. 1000킵이란다. 120원 정도다.
나도 하나 달라고 한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기다린다. 애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보지만 말이 하나도 안통하니 뭔 얘기를 할 수 없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신기해한다. 다 큰 총각이 초등학교 애들하고 같이 쪼그리고 앉아있으니 안쓰러워 보였는지 의자를 하나 가져다주신다.
이거 꽤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 풀빵과 비슷한 거 같은데 화력이 약한지 한참을 기다린다. 여기 애들은 애들이 애를 본다. 갓난아기를 어떤 여자애가 골반을 쫙 틀어서 그 위에 올리고 안고 다닌다. 애가 귀여워서 내가 안아볼려고 손을 내미니 갑자기 애가 울려고 한다. 너 뭐니? 나 헤치지 않아.
아주머니들이 왜 우냐며 나한테 애를 주려고 하니 이제 그냥 본격적으로 운다. 나와 눈만 마주쳐도 운다. 나 원래 동물들과 애기들한테 인기 많은데 유별난 아이다. 나도 너 싫다. 쳇.
기다리면서 혹시나 싶어 아까 왔던 길을 가리키며 "Waterfall?" 하고 물으니 맞단다. 어? 영어를 잘못 들으셨나? 다시 물어도 맞단다. 이 길이 맞아? 하, 또 가야 할려나. 왜 맞는거니.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는데 먹고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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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도 하나 사먹는다. 지갑을 드리니 알아서 빼가시고 잔돈을 거슬러주신다. 진짜 미얀마의 사람들을 보는거 같아서 뭔가 마음이 편하다. 드디어 그 과자가 다 익어서 콜라와 함께 먹어본다. 뜨거워서 불어가며 먹으니 아이들이 웃는다. 맛은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연유를 섞은 딱 그 맛이다. 나름 맛있다.
자 먹었으니 그래도 다시 한번 가보자. 폭포가 있다고 하잖니. 인사를 하고 헬멧을 다시 머리에 쓴다. 시동을 걸고 아까 왔던 길로 다시 간다. 이번에도 그 험한 길이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돌아가지 않고 조심스레 넘어간다. 이런길을 하도 운전했더니 운전 실력은 확실히 일취월장했다. 오토바이 운전은 이제 정말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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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지나서 5분 정도 가니 드디어 폭포 표지판이 나온다. 진짜 목전에서 돌아갈뻔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폭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한분이 입장료 1만킵을 받고 있다. 여기 아무도 안올거 같은데 이곳까지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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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본다. 여기서도 또 계단이 나오고 한참 올라간다. 얼마나 대단한 폭포가 나올려고 이리도 가는 길이 힘들다냐. 잠깐 다른 길을 빠졌다가 여기까지 온 내가 웃겨서 황당한 웃음마저 지으며 그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간다. 그러고보니 이 폭포 이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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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폭포 전에 작은 폭포부터 하나 나온다. 이 폭포는 그냥 동네 뒷동산에 있을법하다. 그래 서브니까. 메인은 다를거야. 무시하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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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범벅이다. 폭포가 나오면 그냥 뛰어들어야겠다. 여기때문에 블루라군을 포기해야 할것도 같지만 그래도 나만의 보물 장소니 더 의미있겠지. 슬슬 기대심을 품으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드디어 메인 폭포다. 스윽 보니 안에 서양 커플이 하나 있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나말고도 있단 말이냐.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폭포를 올려다본다.
폭포를 올려다본다. 폭포는 어디있을까. 이건 폭포가 아니잖아. 콸콸콸을 예상했는데 쪼르르다. 이게 무슨 폭포야! 내 2시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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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던 두명한테 "Is this it?!!"하고 소리를 지르니 얘네도 안다는 심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블루라군을 포기하고 왔는데 이게 뭐냐. 자세히 보니 예전에는 영광의 날들이 있었는지 꽤 컸을듯한 흔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우기 초입이라 그런지 왠지는 모르겠지만 쓸쓸히 동네 개울가 수준의 물을 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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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두명은 나를 보더니 그래도 여기 평화롭고 좋다며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떠난다. 하, 그래, 그래도 왔으니 한번 앉아보자. 하지만 앉으니 벌레들의 엄청난 공격이 시작된다. 강을 들어갔다 오고 땀을 바가지로 흘렸더니 아마도 자기들과 익숙한 냄새가 나나보다.
못 참고 일어난다. 여기는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아니다. 차라리 블루라군을 지금이라도 가보자. 엄청 서두르면 되지 않을까? 짐을 챙기고 다시 퀵하게 내려간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이미 4시가 넘었다. 돌아가면 5시반은 될텐데, 너무 늦다. 어쩌지 고민하는데 문득 연금술사 책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기억난다.
목적지가 목적이면 실패도 하게 되고 실망도 하게 된다. 하지만 과정이 목적이라면 실패도, 실망도 할 수 없다. 나는 여기 폭포를 보러 온걸까, 내 경험을 만들기 위해 온걸까? 폭포는 못 봤지만 라오스 시골의 전경도 봤고, 아이들과 같이 쪼그리고 앉아서 맛있는 과자도 먹었다. 그거면 된거 아닐까 경훈아. 여기 폭포가 세상에 없는 절경이었다면 몰론 좋았겠지만 또 아닌들 어떠하랴.
마음을 달리 먹으니 조급함이 사라진다. 블루라군, 안봐도 된다. 아니면 내일 봐도 된다. 언제부터 내 여행이 그리 목적을 가지고 달렸다고 이제와서 이러냐. 내려가는 길에 작은 내울가에 몸을 잠깐 담근다. 머리 식히고, 몸을 식히고 천천히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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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타고 서두르지 않고 내려간다. 아까는 목적을 가지고 오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내려오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조금 내려가다 견딜 수 없어서 오토바이를 멈추고 잠시 바라본다. 그러다 시동을 끈다. 시끄러운 엔진의 소리가 사라지면서 자연의 소리가 처음으로 귀에 들어온다. 한쪽에서는 소가 풀을 뜯고 있고 새소리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잠시 그렇게 서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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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나타난다. 아까 그 아주머니는 아직도 풀빵을 굽고 계시기에 머리를 숙여 인사하니 웃으시면서 인사를 받아주신다. 그리고 마을을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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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도 나름 잼있다. 복싱 배울때 하수는 팔을 쓰고 고수는 허리를 쓴다고 했던가. 운전도 핸들을 틀어서 방향을 바꾸는게 아니라 하체의 체중이동으로 방향을 틀어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길이 험하지만 요리저리 움직이며 드라이브 자체를 즐겨본다.
들어올때는 한참 같았는데, 그냥 순간순간을 즐기다보니 금방 큰 도로로 나온다. 이제 아스팔트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방비엥에 돌아온다.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생각을 해본다. 나는 방비엥에 편견을 가지고 본거 같다. 이곳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나 나 같은 자유롭고 '제대로된' 여행자한테는 맞지 않아. 나는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기에는 너무 특별하니까.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냐. 인정하기 싫든 좋든간에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방비엥이 마음에 든다.
하루 더 있기로 마음 먹는다. 한 곳을 떠날때는 떠날때가 왔음을 은연중에 알게 된다. 방비엥은 아직 그 느낌이 안온다. 아직 떠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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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고 폭풍이 올듯 하다. 또 페이크일까? 일단 혹시 몰라서 서둘러 오토바이를 돌려주고 걸어서 시실리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가방을 침대에 두자마자 폭풍우가 시작된다.
이곳에 다른 한분이 와있다. 그분과 인사를 잠깐 나누고 일단 씻으러 들어간다. 그런데 물이 안나온다. 나와서 대행사장님한테 여쭤보니 지금 잠시 안나오는거 같다고 하신다.
물이 나오길 기다리며 앉아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한인게스트하우스이니 한국인이 와서 얘기하기가 편하다. 오늘은 도미토리에 이 남성분과 나 단 둘이 독차지할거 같다. 이분은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에 여러번 오신듯 싶다.
물이 다시 나온다는 소리에 다시 씻으러 들어간다. 일단 오늘 입은 수영복과 티셔츠를 빤 후에 몸에 비누칠을 하는 순간 불이 꺼진다. 불이 꺼지면 물도 꺼지는걸까? 틀어보니 졸졸졸 나온다. 급한 마음에 후다닥 씻으려 하지만 샤워기 물은 이제 안나온다. 세면대 물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오기에 그 물로 비누칠을 씻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때 다시 불이 들어온다. 비가 오니 정전이 쉽게 되는거 같다. 물이 다시 제대로 나오지만 또 언제 바뀔지 몰라서 급하게 씻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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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너무 온다. 저녁은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미 밥상을 차려주신다. 여기 머무는 듯한 여성분이 고등어를 굽고 김치와 된장찌개를 해주시고는 식사하시라고 한다. 물론 무료다. 여행 떠나서 한국인의 '정'을 처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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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숫가락을 뜨니 다른 남자분이 소주를 들고 오신다. 이거 다 공짜로 먹어도 되는건가?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물어보니 오늘은 나랑 같이 도미토리 쓰시는 분이 사신단다. 그분은 내일 떠나지만 나보고는 미안하면 다음 여행자들한테 한번 사란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정겨운 한국문화다.
앉아서 소주를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다른분은 다 사라지고 나랑 도미토리를 쉐어하는 분만 남는다. 다른 분들은 어제 과음을 해서 오늘은 못 드시겠단다. 한국 사람들끼리 모이면 술을 안마실 수가 없으니 여기 오래 있으면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이분과 여러 얘기를 나눈다. 6시에 시작한 술자리는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10시까지 이어진다. 어느새 4병의 소주 빈병이 우리 앞에 있고 새로운 맥주병이 테이블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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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자리를 파하고 자러 들어간다. 이분은 여기 말고도 다른 곳도 숙소를 잡으셨다고 그족으로 가신단다. 코를 심하게 골아서 도미토리에 있으면 민폐란다. 여기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잡으셨나보다. 많이 취하신듯 한데 괜찮을까? 괜찮다고 하도 그러셔서 보내드린다.
이 넓은 도미토리를 혼자 쓰게 됐다. 방비엥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서 이런 한인 게스트하우스들도 훨씬 잘될줄 알았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반대란다. 여행자들한테는 방비엥이 기피해야 할 곳이 되어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호화로운 호텔로 몰리니 이곳은 갈 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단다. 여기 시실리도 올 8월에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내가 느낀 방비엥은 여행자, 관광객이 모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을 보니 옛날 여행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느껴진다. 이런 곳이 사라진다니 너무 아쉽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변화일려나.
오늘은 과음을 좀 했다. 내일은 다시 한번 오토바이를 빌려서 이번에는 동굴과 블루라군을 한번 가볼까 싶다. 어쩌다보니 방비엥에 4박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이어지더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만큼 맘에 든다는 얘기겠지. 여기 시실리도 오기를 잘한거 같다. 마음이 편안한게 오늘 밤 잘 잘 수 있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