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루앙남타(Luangnamta,Laos)-물, 경계를 허물다. 2015/04/12~14
*이 글은 2015년 4월 13일 하룻동안 라오스 루앙남타에서 벌어진 '물의 전쟁'에 대한 기록입니다.
지금 껏 여러차례 태국과 라오스를 다녔지만 '송크란'이나 '삐마이'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대도시에서의 송크란 보다는 한적한 곳에서의 삐마이에 참전해보고 싶었으며,
2015년 4월 13일 09시 부터 동월 동일 18시 까지 루앙남타 일대에서 벌어진
다수의 '물의 전쟁'에 참전한 전투원으로서, 목도한 종군기자로서 일련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스케치 해보았다.
먼저 치앙라이에서 루앙남타로 가기 위해서 2015년 4월 12일
- 08시30분 : 치앙라이 구버스터미널에서 치앙콩행 버스 승차
- 10시40분 : 치앙콩 국경검문소 부근의 삼거리에서 하차 후 대기중인 검문소행 툭툭 승차
- 10시50분 : 태국검문소 출국 심사 후 라오스입국 검문소행 버스 승차
- 11시 10분 : 라오스검문소 입국 심사 후 훼이싸이 Keo Champa 버스정류장행 툭툭 승차
- 13시 30분 : 루앙남타행 미니버스 승차
- 17시 10분 : 루앙남타 버스터미널 도착 후 루앙남타 시내행 툭툭 승차
- 17시 30분 : 루앙남타 시내 도착
순으로 이동을 하였고
- 18시 00분 : 첫 숙영지인 아둔시리 G/H에 군장을 풀고 휴식
- 19시 ~ 23시 : 야시장 인근의 주요 전장터 지형지물을 탐색했다.
특이사항으로는 훼이싸이-루앙남타 구간의 산악도로에서 두 건의 대형 트레일러 전복 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언제 일어났는지 알 수 없지만 전복 차량은 방치되어 있었다.
4월 13일, 물전쟁하기 딱 좋을 만큼 맑고 더운 날씨이다.
본격적인 전쟁에 앞서 자전거를 타고 남디폭포를 찾아간다. 물론 돈, 여권, 휴대전화는 미리 방수처리를 해둔다.
아직은 모든 것이 평화롭다.
미꾸라지를 잡는 소년,
빨래를 하는 소녀,
염소를 모는 촌부, 전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렇게 방심하던 사이, 남디폭포 초입의 남디마을에서 이 지역 경비대를 만나서 첫 피습을 당한다.
소수의 병력과 약한 화력으로 이들은 주로 숨어있다가 급습하는 전략을 썻는데,
주요 표적은 건기에 말라빠진 남디폭포를 찾는 이방인이다.
남디 게릴라부대에게 피습을 당한 후 자전거를 돌려 wat samakyxay에 들러 전운을 빌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목에서 Ban Xaysomboon 부대에 의해 피습을 당하고 이들의 포로가 되어서,
가지고 있던 한국산 전투식량인 사탕과 초콜렛을 헌납하게 된다.
결국 이들의 용병이 되어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폭탄을 던지며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 그 덕에 이들과 기념촬영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고 2시간 만에 풀려나게 된다. 그리고 난 군인의 길을 포기하고 종군기자의 역할을 하기로 다짐한다.
이 군벌은 대가족 성격의 부대인 것 같다.
전투부대는 주로 10세 미만의 소년,소녀병으로 구성되어있고
이들의 부모로 추정되는 어른들은 전장 바로 옆에서 비어라오를 마시며 요란하게 전략회의를 하는 듯 했다.
이 군벌은 화력도 우수하고 병력도 충분하며 무엇보다 전투의지가 강했다.
이들에게 자비나 관용 따위는 없다.
전장을 지나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모든 통행자를 몸으로 세우고 나서 협박하거나 회유를 하며 정신을 분산시킨 후 피격을 한다.
이 부대의 대담함은 아군 원로 마저 저격할 만큼 피아 구분을 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군기자쯤은 손쉬운 저격 대상이다.
그래서 오늘 네번째 저격을 당한다.
그들에게 협상이나 애원은 무용지물임을 안다.
그저 순순히 따르는 편이 그들의 동정을 조금이라도 살 수 있다.
여전히 이 악명높은 군벌의 수뇌부는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전략회의 하기에 분주하다.
앵글을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였던 독참파 호텔 앞으로 옮겨봐야 겠다.
이 곳엔 네개의 군벌이 할거를 하며 전투를 벌였는데
먼저 화력, 병력, 전투력에서 가장 돋보였던 미녀군벌
10대 후반의 이 군벌은 학교 친구들끼리 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주전술은 애교섞인 미소로 행인이든 차량이든 불러세운 후 안심하게 만든 후 피격을 한다.
관대하기도 하여서 물을 맞으면 안되는 조건의 적에게는 물방울을 튀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피격당한 적에게 비어라오를 대접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군벌의 선봉대였던 전투력이 가장 뛰어나고 애교가 가장 많았던 여전사,
그녀는 웃음으로 위장한 잔인함으로 모든 통행자를 저격한다.
두 번째, 위장술이 돋보인 밀가루 군벌.
이 군벌은 미녀 군벌의 길건너편에 진주했었는데 상호간의 교전이 없는 걸로 봐서는 동맹을 맺은 것이 확실하다.
이들은 물과 함께 밀가루를 무기화한 것이 특이하다.
물을 뿌림과 함께 밀가루를 뿌리니 공격 효율이 아주 높다.
전투력은 미녀군벌에 비해서 떨어지지만 특이한 전술과 전략으로 이목을 이끈 군벌이다.
세번째, 외인 용병이 가세한 붉은셔츠군벌
이 군벌의 전투원은 20대 초반의, 다른 군벌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다.
직장에서 결성된 듯 하며
전투의지도 낮고
물의 전쟁보다는 술의 전쟁, 춤의 전쟁을 즐기는 군벌이다.
마지막으로 기동력을 장착한 포터군벌.
이동을 하면서 산재한 다른 군벌들과 전투를 하는데
모든 교전에서 패하고도 다시 화력을 보충해서 20분 단위로 나타난다.
화력, 병력은 약해도 기동성을 장점으로 한 생존력은 최고이다.
전장에서 빗겨난 곳은 어떨까 싶어 둘러본다.
열대과일로 넘쳐나는 시장에서나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신발가게에서나
대나무로만 엮어 만든 다리위에서나
이 날의 참혹한 흔적은 없다. 교요와 평화만 있을 뿐.
다시 전장으로 가본다.
여전히 사상자가 없는 전쟁은 웃음과 함께 진행중이다.
물을 뿌리는 사람이 즐거운 만큼이나 물을 맞는 사람도 즐겁다.
전쟁이 아니라 물을 통한 소통이며 물을 통한 화합이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람 사이의 벽이며, 한 해의 불운이다.
그렇게 사람사이의 벽을 허물고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아름답고도 유쾌한 축제는
해가 지고 나서도 한 동안 진행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맑은 물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진리를 체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