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라오스 남쪽 3700km 오토바이 여행기 1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만주에서 개 타고 말장사 하던 시절 읽었던
장 그르니에의 '섬'이란 책에 나오는 이 글로 인해
나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내 안에 침잠돼 있던 낯선 곳으로의 망명에 대한 욕망이
천 년 동안 휴면상태에 있었던 사화산에서 마그마가
뿜어져 올라오듯 분출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 전에 읽었던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보다 더 큰 충격에 다름 아니었다.
그놈에 '섬' 때문에 나는 바리떼기를 짊어지고
지구별을 헤메기 시작했으니
인생에 있어 한 찰나는 얼마나 큰 변곡점을 만들게 되는가...
그 여정 중에 현재 나는 라오스라는 황량한 행성에 덜커덩 떨어져 있다.
이 행성에서도 나는 '섬'의 충격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구석구석을 헤매고 싶은 욕망에 허우적대고 있다.
그래서
2년 전 노던 라오스를 오토바이로 3000키로를 헤멘데 이어
2015년 6월 16일 비엔티엔을 출발하여 보름동안 오토바이로
써던 라오스 3700키로를 샅샅이 핥았다.
네번 자빠지고, 세번 빵꾸나고, 두번 죽을 뻔하고, 한번 닳아버린 타이어를 교체했다.
빵꾸가 나서 뜨거운 뙤약볕에 몇시간씩 오토바이를 끌고 가기도 하고
길을 잃어서 어두운 비포장 산길을 밤새 달리다가 폐가에서 자기도 하고
대나무로 어설프게 만든 집에서 재워달라고 빠꼬족에게 부탁했다가 퇴짜도 맞았다.
배가 너무 고파서 설익은 야생 버네너를 따먹었다가 3일 내내 물똥을 싸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고인 물이 썩듯 내 인생에 있어 정체는 곧 죽음이다.
하여,
나는 라이또임에 틀림없다.
다 알려진 코스는 당연히 갔지만
기왕이면 한국인들이 안 가본 길
아무도 모르는 비경을 찾아 비포장이든 진흙길이든
머시기가 좀 있을 듯하면 무조건 오토바이 핸들을 들이댔다.
누구나 아는 길을 편하게 차로 돌며 올리는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고 싶었다.
그래서 승합차가 있지만 빤쮸 한 벌과 중국산 싸구려 텐트 하나를 싣고 오토바이에 올랐다.
내가 가는 길이 최초이고 싶었다.
내가 가는 길이 전설이고 싶었다.
앞으로 쓰게 될 여행기는
어떤 웃기는 보헤미안의 허접한 라오별 방랑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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