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3 (Muang Ngoi Ne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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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3 (Muang Ngoi Neua)

아랑다리 0 1697
요즘 여행이 뭔가 힘이 없네요. 그러하니 글도 재미없어지는거 같습니다. 베트남은 마지막이니 힘 좀 내야겠습니다.

미얀마편 드디어 사진 모두 업로드 완료했습니다.

http://lkfar.tistory.com/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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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앙응오이누아에서 두번째 아침을 맞이한다. 이곳 아침의 산은 수줍음이 많다. 구름 속에 모습을 가린채 자신의 위풍당당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민낯을 보이기 싫은걸까. 하지만 나는 세수도 안한 진정한 민낯으로 당당하게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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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더 온건지 거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질퍽하다. 아침 먹고 동굴을 가볼까 했는데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늘은 조금 늦게 나와서 7시반이 지났기에 서둘러서 아침을 먹으러 가본다. 건너편에서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그 아침은 생각해보니 8시까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그곳에 조식을 안한단다. 어디로 가지? 어제 갔던데로 갈까? 길거리 음식을 먹을까 했더니 비로 인해 바닥이 질퍽해서 그런지 오늘은 다 문을 안열었다.


고민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형님들하고 갔던 그 식당을 간다. 여기 몇번은 가줘야 왠지 젊은 사장님한테 안미안할거 같다. 몇일 머물려면 그래도 여기저기 눈도장은 찍고 다녀야 마음이 편하다.


가는 길에 한국의 어머님, 아버님 서너커플이 보인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지? 인사를 내가 먼저 한다. 요즘은 한국인이 보이면 고민 안하고 일단 인사부터 하는거 같다. 물론 방비엥은 제외.


한국말로 말을 거니 역시나 한국인이냐며 깜짝 놀라신다. 네 어머님, 한국인입니다. 프라이빗보트를 빌려서 어제 이곳으로 들어오셨단다. 하긴 이정도 인원이면 프라이빗보트를 빌려도 크게 손해는 아닐거 같다. 이 동네 정보를 물어보시는데 어제 비 와서 아무것도 못한지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합니다.


오늘 돌아가신다기에 조심히 돌아가시라고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러 온다. 첫날 여기서 형님들하고 오랫동안 있어서 그런지 바로 알아본다. 여기를 그냥 단골로 오는게 왠지 좋았겠다 싶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사실 뷰도 나쁘지 않다. 오늘부터 여기로 와볼까.


바게트, 오믈렛, 커피를 주문한다. 이러면 어제 먹은 세트에서 과일만 빠지는건데, 이게 얼마지? 왠지 역시 세트가 제일 좋을거 같지만 오늘은 뭐 어쩔 수 없다.


여기 젊은 남자가 이 마을에서 영어를 제일 잘한다. 주문하면서 Muang Kuai로 가는 배를 물어보니 삼사일에 하나씩 있긴 한데, 나 혼자라 어려울거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대여섯명은 모여야 가능한데, 모을 수 있을까? 만약 안된다면 다시 농키아우로 가서 버스를 타고 Udomxay를 거쳐서 Muang Kuai로 가야한다. 아 싫은데... 그리 하려면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걸 떠나서 여행에서 뒤로 돌아가는게 안내킨다. 배 타고 가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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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며 노여사 아바타를 조정하여 대한항공 라이브 채팅을 통해 베트남에서 귀국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한다. 여기서 편도를 일본으로 끊을까, 중국으로 끊을까 고민하는데 어차피 수수료 없이 변경된단다. 역시 돈이 좋구먼. 한국 돌아가서 노여사와 다음에 짧게 어디로 갈지 고민 후에 변경해야겠다. 이로서 일단 내 이번 여행은 6월 17일 다낭에서 끝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침을 먹고 있으니 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운무가 걷히는 모습을 보고 앉아있으니 어제 비오는 식당에서 봤던 여행자들이 아침을 먹으러 온다. 동네가 좁고 여행자가 적으니 사람들을 계속해서 마주친다. 그렇다는 얘기는 Muang Khua로 가는 배편도 구하기 힘들다는거겠지? 17일까지 다낭으로 내려가려면 이제 좀 빨리 움직여야 할듯 한데 걱정이다. 갑자기 일정이 정해지니 마음이 급해진다.


식사를 마치고 배표를 사는 곳으로 가본다. 오늘 드디어 여기 사람이 있는것을 처음 본다. Muang Khua로 가는 표를 물어보니 한쪽 벽에 붙여놓은 종이에 이름을 써놓으라고 한다. 지난번 혼자 왔을때도 본거다. 대여섯명은 모여야 출발을 한다고 일러준다. 가끔 농키아우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으면 그걸 타도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없단다. 그걸 근데 이쪽에서 아나? 어차피 오늘 떠날건 아닌지라 이름만 내일부터 3일간 쭉 적어놓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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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와서 누우니 또 다시 만사가 귀찮아진다. 라오스 여행 후반기는 뭔가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초반에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일까.


그냥 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10시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밖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덥지도 않으면서 비도 안올거 같은게 트래킹하기에 딱 적당하다. 가방에 물과 손전등을 챙겼는지 확인한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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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나왔던 그 평원에는 오늘도 여전히 소들이 출근해서 열심히 풀을 뜯어먹고 있다. 내가 지나가니 역시 여전히 넌 뭐니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늘은 식사를 방해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그 평원 옆에 위치한 이곳의 유일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끊임없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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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서니 길이 왼쪽과 오른쪽이 있다. 어느쪽으로 가든 마을은 나온다고 들은거 같은데, 동굴은 어느쪽인지 잘 모르겠다. 잠시 고민하다 그냥 왼쪽 길로 빠진다. 뭐라도 나오겠지.


땡땡이 친건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본 가장 깨끗한 옷을 똑같이 입고 있는거 보면 교복이 맞을거다. 혹시나 해서 동굴이 어느쪽이냐고 물어보니 반대쪽이라고 한다. 이런, 방향을 잘못 들었다. 하지만 5분도 안왔기에 돌아서서 다시 간다.


라오스에서 딱 하나 이미지를 가지고 간다면 푸르름이다. 어찌나 푸른 것을 좋아하는지 물 마저 푸르니 할말 다 했다. 이길도 넓고 아름다운 푸른 산에 둘러싸여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걸어가니 눈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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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이드 없이 떠나온 첫번째 트래킹이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자. 최대한 늦장을 부리며 걷는다. 일정도 없고 급할것도 없으니 그냥 산책하듯이 천천히 걷는다. 시포에서 했던 트래킹은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지금의 트래킹은 여우롭다.


그늘이 보이길래 잠시 쉬어간다. 눈에 보이는 사방에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 뿐이다. 바람이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어딘가에 있는듯한 소의 워낭소리가 전부다. 평화롭다. 내가 원했던 트래킹이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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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걷는다. 이런 조용한 길을 가니 또 생각이 많아진다. 머리속이 복잡하다. 생각해보면 라오스 중부에서는 너무 정신없이 다니다보니 생각을 못하다 그 생각들이 지금 밀려 오는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 이곳에, 그리고 이 시간에 존재해보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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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정도 걸어가니 표지판이 나온다. 길을 그래도 잘 왔나보다. 표를 걷는 아저씨가 보인다. 여기도 역시 10,000킵을 입장료로 내고 방명록 같은 것을 쓰고 들어간다. 아저씨가 여기 동굴은 엄청 넓어서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니 무섭다. 들어가면서 단추라도 하나씩 떨어뜨리면서 가야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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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앙응오이까지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거기서 또 들어와야 하는 동굴이라 그런지 개발이 거의 안되어 있다. 올라가는 길도 대충 만들어놔서 입구인지도 잘 모르게 되어 있다. 그 입구를 조심스럽게 오르니 작은 줄 알았던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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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동굴의 모습은 그리 크지 않다. 4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밑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여기에서 길을 어떻게 잃는다는거지? 안쪽으로 뭔가 이어지는건가 싶다.


내려가서 발을 물에 담궈본다. 물이 굉장히 깨끗하고 물고기도 몇 보인다. 수영복을 입고 왔어야 하나. 손전등을 꺼내서 구석구석을 비춰보니 역시나 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굴에 나 혼자라서 조금 무섭긴 한데, 조금만 들어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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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을 발로 조심스레 해치며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손전등을 비춰야만 길이 보인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갈래 갈래 길이 이어지는게 보인다. 오케이, 여기까지.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것으로.


그래 겁쟁이다. 하지만 불안하다. 손전등 배터리라도 갑자기 없어지면 그 안에서 나올때 엄청 고생할게 뻔하다. 누구라도 같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볼텐데 혼자서는 더 못 가겠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무섭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서서 올라온다. 나의 탐험정신은 안전이 보장될때에만 발휘된다. 그래도 시원하고 좋아서 바로 나가지는 않고 동굴 한켠에 앉아서 키보드를 펼친다. 동굴이라 시원하고 벌레도 없어서 좋다. 여기서 책이라도 좀 보다 갈까나.


그러고 보니 한국이라면 저 안쪽 길까지 전등을 달고 다 개발해놨을텐데 라오스는 이런게 너무 많다보니 별 감흥이 없나보다. 라오스가 관광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가능해보인다. 바다가 없으면서도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도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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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곳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겠는걸 혼자 흥얼거린다. 요즘 뭐가 이리 불안해진걸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진거 같다. 깊숙한 곳에 감춰놨던 현실이 슬쩍 고개를 내밀고 이제 자기를 봐달라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의 평화를 갖는건 좋지만 여행이 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여행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그건 내가 돌아가서 바꿔야 한다. 여행이 바꾸는건 내 마음가짐 뿐이다.


아직 보름이나 남았는데 벌써 현실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이르다. 역시 나는 본질적으로 현재를 사는 존재가 아닌가보다. 라오스 여행이 끝나가면서 마지막 베트남이 하나 남았다는 사실에 조금씩 몸이 현실로 돌아가고 있다. 당장 오늘 뭘 먹지에 대한 고민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걱정만큼 쓸데 없는게 없는데도 말이다. 준비와 고민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걱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금만 더 이곳에 있어보자. 언젠가 현실과 직면해야 하는건 맞지만 지금 이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여행을 또 언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걱정보다 무서운게 후회이고, 후회는 언제나 그 순간에 존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다. 잊지 말자, 아직 보름이나 남았다.

몸도 좀 더 식힐겸 책을 핀다. 오늘 아침을 먹으며 새로 받은 'Tuesday with Morrie'를 펴본다. 아무도 없는 선선한 동굴에서 책을 보는 것도 또 새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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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한시간이 지나간다. 예전에 분명히 본 책인데 새로운 책을 보는 기분이다.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을 울린다. 역시 여행 다닐때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이건 급하게 보지 말고 한국 돌아갈때까지 좀 아껴서 봐야겠다.


시험한 동굴에서 한시간을 있다가 나오니 뜨거운 열기가 확 느껴진다. 이제 다시 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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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면서 아까 읽은 책을 떠올리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여행 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또 원래대로 돌아왔었구나. 앞으로 뭘 하며 살지가 뭐가 중요하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다. 1년안에 죽어도, 빈털털이라도 행복할 수 있으며, 건강한 육체를 갖고 있다 해도, 억만금이 있다해도 불행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다. 목적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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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포에서의 트래킹이 힘들었던 것은 목적지를 가기 위해 그냥 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트래킹은 목적지가 없다. 가야지 하고 마음 먹은 곳은 있지만 그냥 바꿔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즐겁다. 뜨거운 햇볕 마저도 즐겁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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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데 앞에서 한 여행자 커플이 내려온다. 얼마나 가야 마을이 나타나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중간에 더워서 돌아왔단다. 이 인간들이 시포에서의 트래킹을 안해봐서 이런다. 나도 이곳이 처음이면 좀 힘들다 생각하겠지만 시포에서 지옥을 맛보고 나니 이정도는 그냥 산책 같다. 안전한 여행을 하라고 얘기해주고 그들을 지나쳐서 내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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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12시라 해가 정확히 위에 있다보니 그늘이 없다.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여기서 더 타는 것이 좀 걱정되지만 이미 그 방면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라오스의 경치를 보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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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정도 걸어가니 소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마을이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역시 조금 가니 농사 짓는 밭과 논이 보이며 자그마한 마을이 나타난다. 정말 쌩뚱맞게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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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이다. 입구로 들어서니 그래도 여행자들이 가끔 오는지 식당처럼 되어 있는 곳이 보인다. 들어가서 식사가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아 다행이다. 1시인지라 밥을 먹어야 또 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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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보고 파파야 샐러드를 주문하니 안된단다. 그럼 쌀국수는 되냐고 하니 물어봐야 한다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여기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변 집에서 만들어오나보다. 하긴 오늘 여기까지 온 사람은 확실히 나 혼자다. 저녁에 올 가능성은 많지 않으니 오늘은 결국 나 혼자가 손님인 셈이다. 제대로 식당을 갖추고 하기는 힘들거다. 물어보고 오더니 국수는 되지만 고기는 없고 계란쌀국수를 해주겠다고 해서 좋다고 한다.


여기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단 돈 1만킵에 잘 수 있단다. 좀 자볼까 싶기도 하지만 이미 오늘 5만킵을 내고 온지라 좀 아깝다. 폭포 사진이 걸려있길래 물어보니 여기서 3시간 거리에 폭포가 있단다. 3시간이면 왕복 6시간, 아무래도 오늘은 쉽지 않다. 이 친구가 가이드도 하나보다. 저번에 형님이 마을 가서 그냥 가이드를 구하는게 훨 싸고 좋다고 해서 어찌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그러면 되는거였다.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좀 일찍 나왔어야 했다. 어두워지면 못 돌아가니 여기서 더 나가는건 쉽지 않을듯 하다. 혹시라도 내일 또 오게 되면 반대방향으로 좀 일찍 나와서 마을에서 자고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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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리니 어머어마한 크기의 국수가 등장한다. 아 진짜 시골인심이란 어느나라나 똑같나보다. 옆집 아주머니가 아까 마당에서 풀을 좀 뜯으시더니 그 풀이 여기에 들어있는 그 풀들인가보다. 솔직히 맛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재료가 없으니 별 수 없을거다. 닭고기를 넣을려면 아마 닭을 바로 잡아서 넣지 싶다.


언제나 그렇듯이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운다. 남기는건 내 기준에서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땀을 꽤 흘렸으니 수분 섭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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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찌 보면 내가 온 마을 중 가장 오염되지 않은 현지마을인듯 하다. 사람들 표정에서 미얀마에서 보던 그 표정이 보인다. 역시나 여행 초기라면 엄청 신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너무 나를 동화시키지 않으려 한다. 잊지 말자, 나는 오늘 하루 스쳐지나가는 여행자뿐이라는 것을.


그러고보면 미얀마에서 고민한것에 내 스스로의 대답을 은연중에 찾았나보다. 관광지에 물들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결론이다. 깨끗한 물을 찾았으니 내가 오염시키겠어, 라는 행동이다. 그런 행동 자체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행동이다. 그들을 위한게 아니라 내 쾌락을 위한거다. 변화가 좋은거라고 변명을 해봤자, 그 변화의 주체도 그들이어야지 우리가 되서는 안된다. 우리가 변화시키는것을 다른 말로 침략이라고 한다.


한시간 정도 더 들어가는 거리에 마을이 있다면 가보고 싶은데 있는지 모르겠다. 시포에서는 걷는게 싫더니 여기는 걷는게 즐겁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5시까지는 돌아가야 한다. 어두워지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조금 고민하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2시쯤 출발해서 그냥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앉아있는데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서 심상치 않은 습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안된다. 갈길이 먼데 비가 오면 진짜 큰일이다. 일단 계산을 하고 일어난다.


떠나려는데 서양 여행객 둘이 들어온다. 그리고 나에게 친화적인 미소를 지으며 "사바이디"라고 손을 모으며 공손히 인사를 한다. 나 여기 사는 사람 아니야 이놈들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굴리는 발음의 영어로 대답해준다. 그래, 햇갈릴만 하지. 니네 잘못이겠니.


22,000킵을 계산한다. 잔돈이 없다고 하셔서 걱정했는데 내 모든 잔돈을 긁어모으니 딱 22,000킵이 나왔다. 계산을 하고 마을 구경을 한바퀴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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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가 생각했던만큼 오지는 아닌거 같다. 위성 케이블 안테나도 보이고, 여행자를 위한 식당도 하나 더 있는것 같다. 하긴 비수기에 하루 두팀 정도 방문한다면 성수기에는 나름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을 들렸다 떠날까 하다 그냥 길을 나선다. 이 넓은 곳에 나 하나 뿐인데 무슨 화장실이냐. 내려가서 적당한 곳에서 해결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길을 걷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하고 나온다. 생각해보니 인천공항에서 집에 갈 방법이 없다. 한국원화 현금을 하나도 안들고 올때는 카드로 버스를 결제했는데 지금은 카드도 정지상태다. 이거 어쩌지? 다니다가 한국인 보이면 만원을 꿔놔야 할려나. 뭐 한참 후에 생각해보자. 쌩뚱맞게 이 생각이 왜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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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아까와 같이 여유롭지 못하다. 햇볕의 강도가 훨씬 심해졌다. 그렇다고 시포 트래킹 수준은 아니지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마음가짐은 안 생긴다. 아무리 마음가짐을 열심히 먹는다 하더라도 여유를 위해서는, 행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조건이 따라줘야 한다. 나에게 돈은 그런거다. 내 행복을 방해하지 않을 수준으로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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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을 걸어서 동굴까지 오니 녹초가 됐다. 동굴로 다시 들어가서 물에 뛰어들어 세수하고 머리도 적신다. 그래도 여기가 시원해서 살것 같다. 어찌 보면 딱 중간 지점에 있는게 여행자들한테 좋은 쉼터를 제공해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역시 동굴 안에는 무섭다. 조금 앉아서 쉬다가 물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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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고난의 길이다. 마지막 한시간이라 그런지 햇볕은 유난히 뜨겁고 바닥은 유별나게 거칠다. 그럼에도 시로 트레킹 보다는 수월하다. 그때는 그런 조건 말고도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고 길도 초행이었다. 여기는 아까 지나가서 그런지 그래도 다소 익숙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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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수업이 끝났는지 많이 보인다. 비올 때 우산은 안쓰더니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는 모두 우산을 쓰고 하교하고 있다. 근데 이쪽 길로 가장 가까운 마을이 내가 오늘 갔다온 마을 아니던가? 등하교를 두시간씩 한다는 말이된다. 아마 이 근처 마을에서는 응오이가 가장 큰 마을이라 학교가 여기밖에 없는거 같다. 우리 어머니도 어릴때 두시간씩 걸려서 등하교 하셨다는 얘기가 문득 기억난다. 기특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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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숨을 곳이 없다. 설마 더 안타겠지? 인간적으로 더 탈게 없잖아. 포화치를 넘어섰다고 봐야 할거다. 사실 타는게 문제가 아니고 꽤나 길이 힘들다. 발바닥도 슬슬 아파온다. 그래봤자 왕복 4시간인데 참 체력이 저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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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을 더 걸으니 드디어 낯익은 곳들이 나타난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던가? 들어가는 골목이 좁아서 잠시 햇갈리지만 한번 들어가보니 소들이 풀을 뜯어 먹는 그 넓은 평야가 보인다. 제대로 찾아왔다. 아 힘들었다. 어여 가서 씻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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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물은 채우고 차가운 음료도 사가야 해서 슈퍼쪽으로 가다보니 꼬치를 파는게 보인다. 오늘 고기를 제대로 못 먹었다. 물어보니 3,000킵이란다. 500원 정도다. 일단 음료를 사와야 하니 굽고 있어달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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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물통을 채우는 서비스가 있다. 작은통은 1000킵, 큰통은 2000킵이다. 그래서 첫번째 물을 산 이후에 계속 1000킵을 내면서 충전하고 있다. 물통을 채우고, 차가운 음료를 하나 산다.


꼬치를 받아들고 먹으면서 집으로 향한다. 무슨 고기인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고기라 나름 맛있다. 집에 오니 꼬치를 다 먹었다. 갑자기 배고프다. 입맛만 버렸다. 이따 저녁에 제대로 한끼 먹어야겠다.


바로 씻을 기운이 없어서 잠시 베란다에 앉아서 쉰다. 만만하게 봤는데 그래도 트래킹은 트래킹인가보다. 발바닥의 상처도 다시 좀 도지는 기분이고, 일단 다리가 꽤나 힘들다. 어제 칠레 총각이 나보고 한낮에 가면 고생할거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나는 끝판왕 시포 트레킹을 했기 때문에 이정도가 못할 정도라는 생각은 안든다.


이제 씻으러 간다. 더 탔다. 어찌 더 탈 수가 있지? 이게 말이 되나? 근데 더 탔다. 혹시나 해서 다시 보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탔다. 큰일났다. 노여사가 나한테 처음에 반한게 하얀 피부 때문이었다는데, 난 망했다. 이거 어디까지 타는거지? 설마 진짜 검은색까지 가게 되나? 에이 모르겠다. 노여사가 뭐라고 하면 피부색으로 인종차별한다고 몰아세우지 뭐.


버릇처럼 옷을 다 빨랫물에 담근다. 오늘은 바지까지 다 빤다. 내일 떠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빨래를 안하기에는 오늘 좀 더럽게 다녔다. 때가 좀 빠지게 담궈놓고 씻는데. 깨끗한 몸으로 침대에 누우니 몸이 나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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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선풍기에 껴 있는 저 벌레 한마리가 계속 신경쓰인다. 어차피 나는 선풍기도 잘 틀지 않으니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막상 틀어놓으니 뭔가 바람이 올때마다 찝찝하다. 뭔가 저 벌레의 시체를 통하여 오연된 바람이 내 몸을 긁고 지나가는거 같다. 하지만 치울 생각은 없다. 어차피 오늘 거의 처음 틀었다.


누워서 미얀마 여행기 중 사진이 없는 것을 마저 업데이트한다. 시포를 떠날 때나 만달레이를 떠날 때의 여행기를 다시 보니 또 그때 감정이 살아난다. 확실히 이번 여행에서 내가 내 마음을 오롯이 준 곳은 미얀마 뿐인것 같다.


오늘은 피곤해서 일몰도 안보고 침대에 누워있는다. 이제 앞으로 일정은 어쩔까? 여행 다니다 보면 떠날 때를 알게 된다. 응오이는 일주일 가까이 있을 생각으로 왔지만 이제 떠날 때라는 느낌이 든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역시 여기도 내가 정을 주지는 못했다. 더 정확하게는 왠지 라오스를 이제는 떠날때가 된거 같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온 곳이고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원래 목적지였던 베트남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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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러 나오면서 배 티켓 판매소에 가서 아까 낮에 Muang Kuai로 가는 지원 리스트를 확인해본다. 내 이름 밑에 아무도 없다. 여기서 마냥 기다리는건 너무 불안한 옵션이다. 내일 오전에 다시 농키아우로 가서 바로 우돔사이로 이동하고 거기서 하루 숙박 후 베트남으로 혹은 Muang Kuai로 이동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버스 시간표가 딱 맞아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아직 비자 기간에 여유가 있으니 정 안되면 중간에 거치는 다른 도시들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면 된다.


그렇다면 마지막 저녁이 되는건가. 아까 숙소에서 나오는데 할머니가 이 앞에 식당을 가달라고 나한테 부탁하는 눈빛을 보냈다. 여기에 내가 애정을 담은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니 부탁을 거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내일 떠나는 배시간까지 확인 후 이곳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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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음식인 LAAP가 스티키라이스를 맥주와 함께 주문한다. 라오스에서 있는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최대한 전통식을 많이 먹어줘야겠다.


안에서 쿵딱 쿵딱 소리가 들리는게 뭔가 재료를 부셔서 만드는거 같다. 워낙 손님이 없다보니 재료를 준비해놓기 힘들거다. 맥주도 어디서 급하게 사와서 냉장고를 채우신다. 지금도 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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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와서 맥주를 한잔 따라서 같이 마신다. 오늘 이상하게 술이 취하고 싶다. 여행에 취하지 않으니 술에 취하고 싶은걸까. 생맥주라도 있던가. 어떻게 나라 전체에 생맥주를 볼 수가 없니.


두병 마실려고 원샷을 하지만 한병 주량에 익숙해진 몸이 그건 아니라고 일러준다. 그래, 뭔 또 과음이냐. 오늘 나 좀 이상하다. 권태기라고 아침에 생각하고 또 아니라고 하루종일 부정해왔지만 또 맞나보다. 하루종일 이 생각이다.


노여사와 카톡을 하면서 그래도 살짝 기분이 풀린다. 얘는 왜 또 이상한거를 홈쇼핑으로 샀다냐. 나한테 카톡으로 물어봤는데 내가 안말려서 샀단다. 그때 내 3G가 끊겨서 나중에 확인했다. 어찌하여 홈쇼핑으로 산 단 두개의 물품이 8만원짜리 걸레와 8만원짜리 네일스티커더냐. 홈쇼핑은 정말 무섭다. 압구정표 네일스티커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스티커가 스티커지. 나름 귀엽다고 해야 하나.


두병 마실려고 하다 그냥 한병만 먹고 귀가한다. 내일 긴 하루가 예상되는 것도 그렇고, 뭔가 술도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뭐가 부족하다고 딱 얘기하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냥 외로운건가.

왜 이리 마음이 공허할까. 라오스에서는 뭔가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것 같다. 어찌 보면 31일 정식 기한이 지난 후에 그런거 같기도 하다. 일정을 연장했지만 마음은 연장이 된게 아닌걸까. 베트남에서는 좀 더 여행에,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생맥주가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에서 라오스가 유일하게 생맥주가 없는 곳이었다. 그래, 생맥주의 나라 베트남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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