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15년 9월의 싸야부리 Sayaburi
홍사에서 싸야부리 가는 길은
라오스 북부의 여느 길 처럼 좁고 가파르고 굴곡이 심하다.
운이 좋다면 87km의 이 길위에서 벌목작업을 하는 코끼리를 스쳐지나갈 수 있다.
길이 있어서 사람이 모였는지,
사람이 모여서 길이 이어졌는지 모를 일이지만
사람들이 모여사는 고만고만한 마을을 지날 때 마다
이렇게 높고 깊은 산중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나 싶다.
곁눈질로 그들의 삶을 염려하는 나를
오히려 그들이 걱정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싸야부리는 라오스 동북부 메콩강 좌안에 위치한 싸아부리주의 주도이다.
이 곳에서도 딱히 가봐야 할 곳도 없고
해봐야 할 것도 없고
먹어봐야 할 것도 없고
만나봐야 할 것도 없다.
게다가 시간도 넉넉하니 최대한 단순하게 결정하고 최대한 느리게 움직여도 될 일이다.
그래서 3일을 목적지 없이 걸으며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인사를 건네고
일상에 참견도 하고
그들의 음식을 그들과 마주앉아 먹고
몸짓을 곁들여 소통을 나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이 될 수 없으니 쉽게 흥분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에게 부정의 대상은 아니니 깊게 가라 앉지 않아도 된다.
적절한 거리에서 나는 자유롭다.
적정한 긴장속에서 나는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