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마다 들어찬 운해를 건너거나
길마다 깔려있는 산안개를 뚫거나
흔적마다 서려있는 안타까움을 상기하거나
얼굴마다 지어지는 반가움을 나누거나
굽이마다 날리는 흙먼지에 괴로워하거나
그리하면서 오르고 또 올라,
북쪽에서 부는 찬 바람에
여전한 것은 익숙하게
새로운 것은 고통스럽게
모든 것이 떨어야만 했던 삼느아의 밤을 보내고,
궁색과 불편만이 따라붙는 길을 달려
동쪽의 끝점인 남소이 국경에서
새로운 기한의 시작점을 확인받고,
승리의 땅, 위앙싸이에서
보름동안의 한낮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속도에 맞추어
공간이 열어주는 방향을 따라
어느 곳에나 있는
어느 때에나 있는
승리한 자의 여유를
패배한 자의 조바심을
미뤄 짐작해 보고
보름동안의 밤마다는
이성이 제어하는 속도에 맞추어
감성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
더 머물러도 되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어디로 떠날지에 대해 고민만 하다가
무엇도 결정하지 못한 아침이 오면
다시 속도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성과 감성을 혼합해서
찾지 않아도 될 것을 찾으려
또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