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41,42일째.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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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41,42일째. 정체.

이상한 나라 10 2461

역시나 주말에 일이 좀 있었던 관계로 며칠만에 씁니다. ㅈㅅㅈㅅ



2008년 2월 4일 여행 41일째



몸이 더 안좋아졌다. 이런 맙소사.
감시약, 항생제, 목사탕을 챙겨 먹고 일단 방을 구하러 나섰다.
H언니의 방에서 기생하고 있었던 나는 오늘 언니가 한국으로 떠남으로서 새로 방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니 마치 방콕에서 사는 기분이다.. 뭐랄까 자취생이 방 얻으러 댕기는 기분?
람부뜨리 빌리지 앞에서 몇 분 죽친 후에 450밧 짜리 싱글방을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내겐 조금 비싼 방이지만- 뭐랄까...몸이 아프니까 좀 병원같은 환경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람부뜨리는 정말...병원 같다.....여기서 며칠 입원하면 다 낫지 않을까???

일단 방 잡고 언니와 B양남매와 식사.
한달을 거주 후, 한국으로 가는 언니에게 뭐가 젤 하고 싶냐 물으니...오직 먹는 얘기다.
망고쥬스가 일단 먹구싶구,,, 쏨땀두 먹구싶구... 누들 숲도 한그릇 비워야겠고...등등등...
언니의 뱅기가 저녁 시간 뱅기이기에 낮시간은 내내 빈둥 댈 수 있었다.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고, 쥬스 마시며 노닥거리고, 누들 먹으며 노닥거리고, 쏨땀 먹으며 노닥거리고-_-;
그냥 노닥거리기가 뭐해서...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아니..이것도 부족해서 동영상을 미친듯이 찍어댔다.
누구랄 것도 없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누구든 리포터가 되어가며...
마치 우리가 "세계가 간다~"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의 리포터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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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 동영상 캡쳐 사진이라 화질이 안좋습니다 -이것은 셀프 동영상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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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글케 먹고 싶어 마지 않던 쏨땀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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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동까스예요. 한입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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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좋은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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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의 멘트는 "빵상"과..."소똥"이었다..빵상은 아실테고...소똥의 의미는 묻지마시라... 유치찬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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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대뜸 거리에서 만난 울랄라 언니들의 사진을 찍는 우리들)

후훗...이것이 나의 전공인 탓에...한번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하니까 탄력이 겉잡을 수 없이 붙어버렸다.
찍고 보고 찍고 보고 오바하고 화면보고...
이젠 심지어 동영상도 셀카가 가능하다 호홋

몸이 많이 안좋지만- 떠나는 언니의 마음을 생각하니 방에 쳐박혀 있을 수가 없었다.

여행의 반을 함께한 나는 앞으로 한달여를 더 있을 예정이다.
여행의 나머지 반을 함께한 남매는 앞으로 보름여를 더 있을 예정이다.
우리를 두고 떠나니...얼마나 집에가기 싫을꼬!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내가 떠날때는... 떠나기 며칠전부터 아무랑도 어울리지 말아야겠다.
으윽...난 차마 누군가를 남기고 떠날 용기가 없다. 약올르고 부러워서 --;;

괜히 우리가 더 아쉽고, 이유없이 미안해져서...괜스레 일부러 "운다~운다~"하며 놀려대지만-
언니는 끝내 안울었다-_-;
아니 어쩌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_-;
후훗. 그치만 눈물 찔끔하고 곧바로 다시 새초롬한 얼굴로 돌아서겠지.
처음 우리가 언니를 만났을때처럼...

처음을 다시 생각해보자. 깐짜나부리에서 처음 언니를 만났을때...
나 (상당히 격양된 목소리로) : 앗~ 저기요! 한국분이세요!!!!??? 우와~~~
언니 (그래서? 라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 ...아...네......
(표정으로 추측된 속마음) : '근데? 내가 한국인인데 왜? 어쩔껀데?'

이..표정... 두고두고 놀렸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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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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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언니. 아무리 아쉬워도 카메라를 들이댈땐 브이~해주는 센스~)



언니를 보내고 언니와 함께 찍은 동영상을 보며 B양 남매와 간단한 맥주 칵텔을 한잔했다.
이 아이들도 며칠째 카오산에서 늘어지고 있는 징한 아이들이다.
낼은 어디 갈꺼니 물어도..."글쎄요...파타야나..갈까나 말까나?" 라고 대답하는....
어찌보면 돌아댕기는 나보다 더 놀라운 아이들.
그치만 이 아이들... 어쩌다보니 가짜 베태랑인 척 하는 언니와 엮인 인연으로...나와도 인연을 맺게된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식사후...이메일을 보내고 이메일을 체크하는데...
페낭서 만났던 아저씨의 3번째...메일...
이제는 읽어야 겠다 싶었는데... 도저히 못읽겠다. 집중력 완전 제로다.
밤이 되니 열도 나는 것만 같다.
한국서 지어온 약을 한숨에 털어넣고...병실에 누워봐야겠다.


2008년 2월 5일 여행 42일째...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다.
병실은 있는데...의사가 없어서 잉가 부다-_-;
그래도 역시나 이대로 쓰러질 순 없다는 의지 하나로 주섬주섬 일어나본다.
B양 남매가 파타야에 갔을까?
... 그럴리 없지만 확인차 오방콕에 들려보니...
역시나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있는 남매.
오늘도 카오산...역시나 징한 것들.

나는 이제 어떡하지?
이대로 쉬어야 되는 걸까? 이대로 쉬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며칠을 앓을 생각을 하니...더 심해지기 전에 뱅기표를 예약해놔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곧 떠나야할 날짜가 다가오는데- 이대로 늘어져만 있다가 갈 수는 없으니...
조금 일정을 늘려봐야겠다는 셈산이다.
한국 에바 항공에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한국 에바항공은 한번에 전화 받는 법이 없다-_-)
방콕 지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태국말로 쑬라쌀라...어찌구지구...카~ 이런다...
--;; 어쩌지.
지금 생각하니 여행사에 얘기하면 해줬을지도 모르겠다.
아...근데 당시에는 정말 대안 따위는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아아아 몰라몰라 전화 안받네. 생각 끝. 몰라.

아프면 젤 문제가 집중력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공부할때든 일할때든 연애할때든...
심지어 단순 이메일 읽을때조차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이럴땐...그냥 자는게 상책인것 같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땐 어쩐지 의무감처럼 어딘가 돌아다녀야 할 것 같았는데- 여행을 계속 할 수록 이렇게 늘어질 수 있는 여유를 가진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사실, 내가 익숙한, 편안한 환경에 안주하다 얻는 것 없이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하는데- 또 다른 편안함의 유혹.

에바에어 방콕지사에 아예 찾아갈까 해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가변에 앉아있다가 버스가 오면 재빨리 뛸 생각을 못했다...(버스에 대한 인지가 늦었다)
...1시간을 그대로 앉아있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 뭐하는 짓이지...하며 카오산 스타벅스에 앉아 정신차리기 한약-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신다.
물론 정신을 못차렸지만...휴식은 취할 수 있었다.
갑자기
연휴를 맞아 카오산에 새로 들어와 지도를 펼쳐들고 눈을 말똥말똥 뜬 채 거리를 걷는 아해들을 보였다. 동시에...내가 이젠 옆도 보지 않고 걸어다니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고민 가득한 얼굴로 뭔가 치열하게 보고 듣고 말 그대로 '잘 버티기' 해야 한다는 두려움 섞인 총기가, 익숙함과 편안함에 사라지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뭐가 나은 건지는 모르겠다.
일터에서 처럼, 학교에서 처럼...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몸도 마음도 편안한 내 모습.
별처럼 반짝이는 총기를 지닌 모습과, 늘어지며 안주하는 내 모습...

아무리 이런 생각을 계속 해도... 한국에 돌아가면 어쨌든 다시 치열해져야 하겠지?

오늘은...카오산을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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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김우영 2008.05.05 23:06  
  객지나와서 아프것 만큼.. 난처한게 없죠..
저도 이번에 파타야에서 탈이나서 고생을 했었어요...
ㅠ.ㅠ
자니썬 2008.05.05 23:41  
  더이상4차원소심녀가아닌것같아요...
여행할떼아프면안좋죠..
아무쪼록건강에유의하세요..[[씨익]]
좋은사람들좋은인연들..소중히간직하시고,..
아무튼대단하세요..[[원츄]]
잼나는여행기...감사..~~~~
차차차 2008.05.05 23:43  
  이궁 많이 아팠었나 봐요..
객지에서 아픔 정말 서러운데..
하지만 금방 훌훌털고 언제 그랬냐는 듯 유쾌발랄한
여행이 계속 이어졌으리라 믿어요
zoo 2008.05.05 23:45  
  혼자 여행중 아프면 정말 더 힘들텐데..고생 많으셨네요.
여자분 혼자 67일동안 여행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이상한 나라님의 여행기는 100% 눈팅을 자랑하는
울언니가 특히 좋아하는 여행기랍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못된바보 2008.05.06 01:04  
  아푸지 마시고, 힘 내세요... 아직 25여일이나 더 뛰셔야 하자나요....
큐트켓 2008.05.06 01:28  
  휴.... 여행일기 볼수록.. 가슴만 저며오는구나아..........
우리도.. 다음달쯤에 떠나자고..열심히 계획 중이랍니다...
이번엔 좀 널리널리~ 나라님이 다녀오신데로 캄보댜도 가보고...라오스도 가보고 하게요 ㅎㅎ
하얀꿈 2008.05.06 09:45  
  아프지 마시고 기운내세요^^
mloveb 2008.05.06 19:26  
  에궁...정말 집나와 아프면 그것만큼 서러운것도 없는데요... 짜증도 많이 나지요 아프면...고생하셨네요.. 그나저나 먹는 사진보니 빨리 태국가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이상한 나라 2008.05.07 13:42  
  그르니까요...아프니까 사진두 못찍구 하루에 하는일두 없구 ㅜ.ㅜ

Bohemian 2008.05.14 13:54  
  타지에선 아프면 서럽죠...무지무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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