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4일째 꽐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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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4일째 꽐라2

이상한 나라 16 2752

2008년 1월 28일 여행 34일째



오늘은 어디에 갈까? 무엇을 할까? 하는 현실과 격리된 고민은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특권이다.
아침에 이런 고민을 하는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
그래도 고민은 고민이다. 도대체 뭘 하면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일단 지도를 들고 아랫층 로비로 내려가 빵을 청해본다.
직원 아해들에게 아침 빵을 주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러면서 주겠단다.
당연히 나는 아무 의심없이 (물론 도미토리임에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으므로) 낼름낼름 빵과 커피를 주서먹으며 지도를 펼쳐본다.
아무리 봐도 사실 답은 안나온다.지도에는 Lake Garden 이 어쩐지 젤루 크게 나온거 같은데-
내가 무슨 도심속 생태 공원 매니아도 아니고 또다시 식물원에 가야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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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별 대책이 없으므로 무작정 길을 나서 본다.
흠... 그래 우선 돈이 별루 없으므로 터미널에 가서 싱가폴행 버스가 얼만지, 혹은 예약을 해야하는지 알아보자.
덜렁 지도 한장 들고 터덜터덜 걷다보니... 푸두라야 버스 터미널이 숙소에서 생각보다 매우 가까웠다.
도보로 약 10분정도?? 뭐야... 나는 왜 여기 도착해서 차이나타운을 먼저 걸어간거야??
그리고 지도를 보며 - 지도상에는 꽤나 멀게 그려진 곳이 고작 도보 10분이었다니...
KL이 생각보다 코딱지 만하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오호 이거 생각보다 만만한 도시잖아?

싱가폴 가는 버스를 예약하려 했으나, 내가 가자마자 어디가냐, 지금 출발하는 싱가폴 버스 있다라며 수많은 버스회사 삐끼아저씨들이 다가와주는 걸 보니...예약은 안해도 되겠더라. 일단 가격만 알아보고 나온다.

생각보다 KL이 좁다는 걸 느끼고는 슬슬 걷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발걸음은 Lake Garden을 향해 가고 있다.
사실...지도만 덜렁 보고 가니 젤로 크게 그려진 곳을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_-;
어쩌면 나...도시 생태 공원 매니안지도 모르겠다. 페낭에서도 식물원을 첫빠따로 가지 않았던가!?


걷다가 지상철 탔다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근처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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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나중엔 저 호텔에서 묵으리라는 의지가 담긴 사진이다)

지도상 공원과 젤루 가까워 보이는 지상철 역에 내려서 나와보니 국립박물관이 보인다.
도대체 저 큰길을 횡단 보도도 없이 어떻게 건너야 하나 고민고민 하다가 한참을 우회한 후에 겨우 박물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특별히 박물관을 꼭 갈라 해서 간건 아니고... 뭐랄까... 산이 저기 있으니까 등반을 하는 것처럼 그냥 그게 거기 있으니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길 건너기가 상당히 어렵다는걸 깨닫자... 마치 눈 앞에 두고 못먹는 빵덩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내 기어코 저기에 다다르고 말리라 하는 오기마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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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렵게 찾아 들어간 내셔널 뮤지엄~
근데 이거 국립 박물관 맞아??
"National"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함부로 붙여도 되는거야??
규모도 규모거니와, 전시물들이 뭐야 이거? 애개개개개개?

나...그래도 사실 박물관이라는 존재를 상당히 좋아했었다. 내가 좀 어릴때부터 '기인'스러운 면이 있었던지라... 그 어린 초등 저학년 시절... 박물관에 가서 전시물들을 보는게 취미였더랬단 말이다.

그러나...울나라 국립 박물관과 비교하는건 우리나라 박물관에 대한 아주아주 '큰' 실례다.

고작 2개의 층에 방은 4개뿐, 그나마 2개는 공사중이라 못들어가는데다가...
거기에 아주아주 약간의 전시물들을 빼면 나머지는 인형으로 만든 모형물들이다.
박물관에서 사진찍어도 될까 라고 고민하며 눈치봤던 내가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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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롯데월드의 짜투리 공간에다가 인형나라를 허술하게 만들어 논것과 뭐가 다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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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웃긴건... 이것도 나름 관광 포인트라고....어쩐지 관광객 스러운 면모를 보인것 같아서 뿌듯하다는 거다.

비록... 관람하는데 1시간도 소요되지 않았지만 (고작 2개의 방중 방하나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 극장에서 어이가 없어 넋놓고 앉아 있었던 시간까지 포함해서-) 그래도 어쨌든 에어컨 바람을 쐬고나니 좀 살 것 같다.

설마 건물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겠지?? 하며 밖에 나와서 가게된 별관 건물...
.....아니 건물이 아니라...오두막에...그냥 방 하나가 이쁘게 꾸며져 있을 뿐이다.
누가 내게 좀 알려주오... 내가 여기서 뭘 봐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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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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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 화장대--?

박물관을 나와서 공원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본다.
들어가는 길 중턱에서 가방안에 정성스레(?) 모셔둔 어제 먹다 남은 빵을 꺼내어 주섬주섬 먹어본다.
켁켁켁...
더운 나라에서 물없이 먹으니 목맥히는건 당연지사... 켁켁켁...
어찌된게...자판기 하나, 매점 하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윽... 침이라도 모아서 꿀떡 삼켜야 하는 것인가-_-;

새 공원을 향해서 걸어본다.
지도 그림상 새 공원이 젤로 만만해 보인다.

근데 뭐야 이 공원 왜 이렇게 커?
숙소에서 터미날 가던 그 지도랑 같은 지도 맞아-_-??
가는길에 무슨 우주관 같은거 지나고, 지나다가 길 잘못 들어서 언덕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가다보니 무슨 짝퉁 스톤헨지같은거 있어서 기념 한방 박고,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Bird Park에 도착.
헉 35링깃이다.
뭐야 싱가폴 가는 뻐스비보다 비싸자나...
다시금 내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본다.
너...새 좋아하니? 너... 저기 안가면 후회할꺼 같으니?? 너... 저기 꼭 가야겠니???

엄밀히 말해서 진심으로 갈까말까 망설였지만- 안갈걸 그리 후회하지 않는다.
나... 새를 상당히 무서워하는게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꼭 관광지에만 가면 이렇거 꼭 가야하는건 아닐까 하고 망설이게 된다.
평소대로 하자구... 평소에 비둘기가 행여나 내 살 뜯어먹을까봐 무서워하던 그 모습 그대로 하자구!


그렇게 입구에서 돌아서는 나를 위로라도 하듯 바로 앞에 원숭이들이 재롱을 피워 주신다.
정확히는 재롱이 아니라... 지들끼리 싸우고 있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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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걷는다.
가는길에 나비 공원은 아예 입구 쪽으로 가지도 않았다.
물론 가격도 두려웠지만, 나비가 나를 공격하는 상상을 하니... 역시 벌레 종류는 두려운 존재이다..
어쨌든 나비도 날개 달기 전에는 벌레였자나-_-;;


다시 걷는다.
나는야 길을 걷는 나그네...
징하게 걷는다... 뭐 하루 이틀인가... 내가 그렇지 뭐-_-;
공원을 도는 버스가 있었는데- 정류장 찾고 노선 알아보고 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길 나오는 대로 걸었다.
두 다리 움직이는건 귀찮아서 어떻게 했나 몰러...


무슨 꽃 공원이 하나 나온다.
꽁짜인것도 방가운데- 입구의 경찰복 입은 언니가 아주아주 방갑게 손짓하며 웰컴을 외쳐주신다.
이곳은 오키드와 하이비스커스 공원.
오키드는 뭐고 하이비스커스는 뭘까 싶지만...뭐 대충 꽃 그림 있는걸로 봐선 꽃 공원이겠지 뭐~ 하며 들어가본다.
나도 참 대단하다. 그렇게 걸어놓고선 꽁짜라니까 또 들어가는 것 좀 봐...
(싱가폴 물가에 대한 두려움은 말레이시아에서 나의 그지 근성을 99% 충전해 주었다.)


언니가 나를 왜 그렇게 반갑게 맞이 했는지...알꺼같다...
아마 내가 오늘 이곳을 찾은 첫번째 손님이 아니었을까-_-?
정말 지나가는 쥐님 외의 동물체(인간포함)는 어디있을까 의심스럽다. 있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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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드로 추측되는 꽃 조형물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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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공원이라고 하기엔...조금 부실하게 느껴지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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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쥐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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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이비스커스는 무엇인가-_-???)



젠장, 여기도 대땅 넓잖아.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꽃이 만발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의 꽃들은 진정 간헐적으로 띄엄띄엄 존재하시고...
게다가 시간은 정오를 약간 넘어선 때... 아...아...일사병 걸리겠다.
끝도 보지 않고 유턴했다. 더 가면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더 걸릴것 같고... 그러면 배고픔과 체력 저하, 그리고 수분 부족으로 쓰러질지도 모르고... 혹여 이곳에서 쓰러지면 아무도 나를 발견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다시금 시내를 향해 걷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버스를 타야지 하고 결심하며 걸었는데- 그 적절한 타이밍이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여기서 걸음을 멈추고 주저 앉으면 두 다리가 다시 일어나기 싫어할 것만 같아... 그대로 걷기를 계속한다.
시간은 고작 점심때가 약간 지났을 뿐인데... 내 정신은 이미 멍해져있다.
이넘의 공원 --;
왜 매번 지루해 하면서도 오게 되는 걸까-_-?
나무가 울창하여 상쾌한 내음새가 나는것도 아니요, 바람이 살랑살랑 기분좋게 부는 것도 아니요-
적도 근교의 찌는 듯한 더위에 그늘 한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오는 이유가 뭘까-_-?


이러면서 걷다보니 다시 차이나 타운이 나오더라. 지도를 보니 무진장 걸었구나.
이제 내게 휴식의 시공간을 선사할 시간.
스타벅스를 향해 달려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맛난 커피 한잔.
물론 허겁지겁 편의점서 원샷한 샤베트는 이미 내게 선물 한 상태!


이제 조금 다리도, 내 뱃속도 편안해 진 상태인데-
엇... 카메라가 빠떼루가 없다.
헉... 예상치 못한. 어쩌지 어쩌지?
이대로 밧데릴 가질러 숙소로 돌아가면 다시 나오기 싫을 것만 같다.
게다가 나 이미 다음 목적지를 맘 속으로 정해버렸단 말이다.
(스타벅스 근처 버스에 바투 동굴이라 쓰여있어서 덜컥 저기 가야지 하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진짜로 고민하다가...
나름... 열씨미 머리 굴리다가... 바투 동굴행 버스를 탔다.
그래도 내가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박물관에서 기념으로 바투 동굴 사진이 있는 엽서를 샀는데- 카메라가 없으니 이 엽서라도 없었으면 많이 아쉬웠을 뻔 했다.



대략 268개(비 정확)의 계단을 오르면 동굴이 있다... 오늘따라 짧은 걸 입은게 살짝 후회가 된다.

오르는 길에 계단 옆에 원숭님들이 무진장 많은데- 이들... 내가 빵 들고 있었으면 당장 달려와서 뺏어갔을 것이다.
사람들의 음식을 뺏어가는게 아주 약탈 수준이다. 강도가 따로 없다.
그러다가 살짝 다가갈라 하면 그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끼오오~ 하고 위협을 한다.
아무리 우리의 조상님일지도 모른다지만- 실로 버르장머리없는 원숭님들이 아닐 수 없다.

짧은 치마에 (정확히는 치마 바지 이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누가 그걸 알리요...) 신경쓰랴, 원숭님이 공격할까봐 요리조리 피해가랴... 상당히 흥미 진진한 동굴행이다.
계단을 다 올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뚫려 있는 천장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실로 멋진 동굴이다.
안쪽에는 힌두 불상이 있고, 앞쪽에는 물청소를 하고 있고, 어떻게 올라온 아이들인지 닭들은 꼬꼬댁 거리며 통통 튀어다니고 있고, 여전히 공격적이고 기고만장한 원숭이들은 눈을 부라리고 있고... 거기에 그들이 실례한 냄새와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냄새까지. 아주 한 세트로 멋진 동굴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계단 오르는데 20분, 구경하다가 환경과 냄새를 못견디고 내려온게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말 멋진 동굴인데...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건지 싶다. 정말...멋질 수 있는 동굴인데......


10분도 구경을 못했지만,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데 40분이 넘게 걸렸다.
차이나 타운에 가서 망고 한봉을 사 들고, 닭고기 덮밥을 저녁으로 먹고...
부킷빈탕으로 돌아와 쇼핑몰 입구에서 한참동안이나 에어컨 바람을 껴안으려 애쓰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차비랑 낼 버틸 돈을 빼고 나머지 돈을 싱가폴 달러로 바꾸는데-
은행 아저씨가 큰 돈 밖에 없다고 돈 더 달라 그래서... 말레샤 링깃이 진정으로 쪼끔밖에 남지 않아버렸다.
나...KL에 와서는 지금까지 열씨미 긴축했는데-
낼 하루는 더욱더욱 긴축 해야만 한다...
싱가폴 갈 차비와 낼의 방값을 빼니... 남은 돈은 고작 18링깃-
낼... 걸어다녀야겠다 ㅜ.ㅜ
그냥 낼 싱가폴로 넘어가는게 현명한 결심 아닐까 ㅡ.ㅜ;;

16 Comments
전라도깽 2008.04.17 22:13  
  1등이당....글안읽고 댓글달기 놀이....ㅋㅋ
여행기 잘읽고 있습니다.....이제 부터 읽어야지...ㅋㅋ
조선황재 2008.04.17 22:19  
  책으로 엮으세요. 읽기에 부담두 없고, 전개도 좋아보입니다.
people 2008.04.17 22:27  
  ㅎㅎㅎ
3일 연속 여행기라....

여행이란 항상 새로운 곳에 두려움이 약간씩은 있는거죠
그렇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게 되면 고향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고....
엘마 2008.04.17 22:35  
  앗 또 올리셨네요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책내세요~
거친 2008.04.17 22:56  
  화이팅  매일 기다리며 태사랑을 열두번도 더 들락거린답니다.  기대합니다.
2008.04.17 23:02  
  아 소심녀누님 완전 ㅋㅋ 존경스러우면서 카와이하시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
블루파라다이스 2008.04.18 01:55  
  알뜰한 여행을 하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퍼니켓 2008.04.18 09:57  
  잼있게 잘봤습니다.. 아직 여행기 많이 남아서. 다행이네요. ㅎㅎ
싱가폴편 기대중. ㅋ
sFly 2008.04.18 11:19  
  원숭이가 쥔줄 알았다는^^
alexis 2008.04.18 12:27  
  대단하세요~ 난 외출할때도 돈이 넉넉치 않으면 불안하던데..
필리핀 2008.04.18 14:46  
  음...KL과 싱가폴 사이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싱가폴로 건너뛰다니 아쉽네요...
이상한 나라 2008.04.18 16:31  
  저두 책한권 쓰면 좋겠네요^^


싱가폴로 건너 뛰는건 어쩔수 없었어요. 말레샤에 대한 정보는 둘째치고...2월2일 싱가폴 발 방콕 행 에어아시아를 끊어놨거든요-_-;;;
닥터조 2008.04.18 18:21  
  열심히 보구있어요.....

어여어여 올려주세요....ㅋㅋ

글쓰시는게 맛갈나네요....^^
그레이스셩 2008.04.21 13:06  
  정말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싱가폴 편, 기대하고 있을께요~^^*
속초두더지 2008.04.22 00:23  
  상쾌하고 깨끗한 이야기로 즐겁네여..^^;;
이상한 나라 2008.04.22 18:01  
  감사감사~
주말엔 항상 뭔일인지 일이 많아서 ...
여행기도 주 5일근무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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