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8일째 국경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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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선착장으로 가는길
무지 먼건 둘째치고 나같이 겁많고 소심한 아해가 시속 100km를 견디기란...
"오빠 달려" 라고 말하는건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완전 얼어버렸다.
아...아저씨 진정 나를 퀵서비스 하시는군요.
아주 상쾌한 바람이 부는 군...라고 생각하기는 커녕 이제나 저제나 선착장이 나올까 불안감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 어지럽다. 심지어 오토바이에서 내릴때 어지럼증으로 넘어져버렸다.
이렇게 퀵서비스로 선착장까지 왔는데
배타는 시간도 1시간 반 이상 남았을 뿐더러, 그 약속된 시간마져 지키지 않고 1시간여를 더 기다렸다.
해가 떠 있을때 랑카위에 도착하기는 글렀구나.
역시 아예 포기해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도 다른 여행자들처럼 배가 오길 기다리며 음악듣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겼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피로와 퀵서비스로 인한 긴장 탓에 배를 타자마자 꾸벅꾸벅 졸고나니 어느새 랑카위에 도착.
항구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사뭇 다른 이 분위기.
캄보디아와 태국이 국경 넘자마자 느낌이 달라지듯, 태국과 말레이시아 또한 매우 달랐다.
(난 무슨 싱가폴에 온줄 알았다)
국제적인 휴양지라 그런가....깨끗하고 삐까뻔쩍한 것이, 얼굴빼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언니들과 어쩐지 매우 언발란스해 보였다. (나는 자꾸 그 언니들을 볼때마다 정말 죄송하게도 '가오나시'가 생각이 났다...그리고 말레이시아를 떠날때까지 덥지 않냐고 묻고 싶은 주둥이를 누르느라 꽤나 애썼다.)
어벙벙한 상태에 내렸는데 왜 자꾸들 어디가냐고 묻는지... 혼이 쏙 빠진 느낌으로 일단 환전소를 찾아 헤맸다.
선착장에 있는 money exchanger에서......아무래도 사기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표 두장에 620링깃을 받았는데...나중에 싸이트등을 알아보니 1링깃에 한화 280원 정도한다.
계산해 보면 한참 모지라지 않은가? 게다가 영수증을 달라니 띡하니 주는게...어이없는 갱지에 꼬딱찌 만하게 씌여 있는 200 X 310 = 620....이게 내용 끝...
금액이야 뭐 환율이 달라 졌다고 이해할 수 있겠으나 이넘의 영수증때문에 어쩐지 더 사기당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태국에선 그래도 그럴싸한 영수증을 주잖아?
이제...나를 어디로 옮겨놔야 할까?
오기 전에는 town에서 하루 묵으며 거녁 거리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깜깜해지니까 일단 무서워졌다. 당췌 지도 하나 구하기도 힘들고... 가이드북도 없고...숙소 정보도 없고...ㅜ.ㅜ
그래 일단 유명한 곳으로 가자. 모든 택시 삐끼 아저씨들이 "판타이세낭?"이라고 외치는걸 보니 거기가 젤로 유명한가 보다. 오케 글루 가주세요.
택시 이용이란 저렴 여행 모토인 나에겐 어불성설한 일이었지만 다른 교통 수단에 대한 사전정보가 너무 없었다. 정보 주서 듣기로 탁월한 능력을 지닌 내게 들어오지 않은 정보라니... 알고보니 랑카위에는 버스가 없단다. 그럼 그렇지. 저렴 여행 정보 레이더를 지닌 내가 몰랐다면...그건 없는 것이 었던 게다.
일단 일전에 한번 슬쩍 펼쳐 읽어본듯한 론니 플래닛에서 칭찬한 모텔 앞에 내리긴 했는데...
완전 깜깜한 밤에 떨어진 주제에 어쩐지 맘이 안간다. 이젠 아주 대범해진 내 모습. 깜깜해도 비싸보이는덴 가지 않는다. (이거 다른 식으로 소심한건가--?)
옆집으로 걸어가니 문 닫았단다. 이 사실을 알려준 분이 다른 GH를 소개한다.
걸어가다보니 도무지 못찾겠다. 아아아 젠장, 밤이란 말이다. 게다가...배고파...꾸루룩...
묻지도 않았는데 어떤 아해가 약도까지 그려주며 싸고 깨끗한 겟하우를 알려준다.
그 방향으로 가니 또 못찾겠다.
또 누군가 묻지도 않았는데 싸고 깨끗한데다가 새로지은 겟하우를 보여준댄다.
삐끼라도 할수 없다. 절박하게 따라간다. 나 혼자 버려두면 또 못찾을게 뻔할듯 한게다.
가는길에 좋아보이는데 한번 들려보쟀더니 순순히 그집도 들려준다.
보여준다는 숙소는 너무 외진곳에 있어서 한 대여섯번 거절하다가 하도 그냥 보기만 하래서 따라가니...
...뭐야 온 식구가 나와서 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사람 저사람이 방도 안정했는데 나와서 인사하고, 거기 상주하는 일본인 아저씨는 하지메마시떼를 외치고...
어리둥절할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약간 외지지만 가격이나 외관면에서 그럴싸한 숙소를 잡았다.
하지만 말했지만...너무 외져서 밥을 먹으러 나갈 엄두가 안난다....
이럴때 대비한...한달여를 짊어지고 다닌 나의 오징어 짬뽕.
한때 짬뽕라면에 심하게 버닝할때...미친듯이 먹어제끼던 그 라면...
짐이되는 너를 버리려했던 순간도 있었으나...너 아니었음 아사할 뻔 했다.
방앞 미니 테라스에서 음악 들으며 Full moon을 바라본다. 새소리 쥐소리 개소리 등등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는구나~
심하게 친절한 사람들. 자연의 소리. 무사히 숙소를 구했다는 안도감...
도착한지 몇 시간만에 벌써 말레이시아가 좋아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