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내 짐의 끝은 어디인가.
2008년.
정말 바쁘고 긴 한 해였다.
그리고 2009년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만을 기다린 한 해였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새해가 밝았다.
어라? 근데 기분이 왜이러지....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이럴 수는 없잖아!!
바로 내일인데, 그렇게 기다리던 날인데 나 왜 이러니? why?? why???
일단 심호흡을 했다.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껴져서
그 원인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는 게
짐을 싸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그 이유를 찾았다.
새해 첫 날 아침부터 날 괴롭히던 이 찝찝한 기분의 이유를.
그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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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일 가는 태국여행이 가기 싫은거다.
아하, 그럴 수도 있구나. 6개월동안 벼르고 벼렀던 그 태국여행이
가기 싫을 수도 있구나..... 말도 안되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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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참 웃기지?
나... 여행이 싫어서 정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이 떠나기 전 미칠듯한 설레임을 내일이면 잊을 수 밖에 없으며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 2.5배 빨리 가는 시간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올 날이 눈 깜짝할 새 올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약없이 떠나는 여행이 아닌 올 날이 딱 정해져버린 이 답답한 스케쥴에
여행을 떠날 내일이 끔찍해져 버린 것이다.
그래...... 나 어제까지가 정말 행복했어.
태국으로 홀홀단신 떠날 그 생각 하나로 연말까지 열심히 일해
2008년 한 해를 흐뭇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건데
오늘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걸린 듯 자꾸 긴장의 배가 아파와.
이거이거.... 누가보면 해외여행 처음인줄 알겠네. ㅎㅎ
뭐 어쨌든 시간은 자연스레 흐르게 되어있고 내일은 출발이니
맘 단단히 먹고 짐이나 싸자.
음.... 가방은 얼마 전 이태원 가방가게에서 구입한 70L짜리 배낭.
근데 이게 뭐야?? 아주 넉넉한 사이즈가 되진 않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짐을 다 넣기도 전에 가방이 터질려고 하네.... 아......미치겠다........
남들은 35~40L짜리 들고도 자리가 남는다던데 난 왜이러지?
그럼 다시 한 번 짐 점검 좀 해볼까?
먼저, 옷들.
음... 방콕에서 입을 원피스 최소한 두 벌. (혼자 시로코라도 갈 지 모르잖아)
청바지 하나(난 청바지 없음 불안하니까)
티셔츠 4벌에 나시티 2벌(뭐입고 싶을지 모르니까. 하하.....)
반바지 세 벌에 트레이닝복 두 벌, 스커트도 두 벌
해변에서 입을 원피스 두 벌, 긴 팔 져지 하나, 긴팔 티도 하나.
게다가 각종 악세사리에 속옷, 수영복 두 세트까지.
벌써 70L의 가방의 3분의 2가 옷으로 찼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전부 황당하실 거란 거 잘 안다.
나도 가방 싸놓고 황당했으니까.
입을 옷 보다 안입을 옷들이 더 많을 거란 것도 아는데~
이놈의 바리바리병은 여행 때마다 고쳐지질 않는다.
게다가 미술도구(바닷가에서 그림 그리는 취미 있어서리),
여행지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할 보드게임 루미큐브,
각종 화장품에 드라이기, 매직 아이롱기, 책 두 권에 구급약들,
그리고 나의 영원 로망 신발들까지 완전 이사간다, 이사가.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위안을 한다.
'장기여행이 아니니까 짐이 많은거야. 만약 장기여행이었다면
나 분명히 꼭 필요한 짐들만 넣었을거야' 라고.
그렇게 말도 안되는 위안을 삼으며 최대한 짐들을 가방 곳곳에 쳐 넣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짜잔~~
무려 19kg으로 가방을 마무리 했다. (근데 사진으론 작아보이네? ㅡㅡ;)
내일은 이 가방을 매고 완전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야쥐. ㅎㅎㅎ
(근데 아까 사실 가방매고 거울보고 놀랐다.... 나 완전 작아~)
이제 남은 일은 기분 다시 UP시키고
사랑보다 아름다운 태국의 유혹을 몸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뿐이다.
별이의 15박 16일의 태국여행.
이제 시작일 뿐이다.....
빨리 다녀와서 여행기 계속 쓸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