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팬룸이 좋은 몇 가지 이유/방콕으로 오다
앞으로 제가 기차를 예약할 상황이 된다면, 애써서 일부러 팬룸을 예약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에어컨룸보다는 여러가지 시설이 좀 열악합니다. 전기 콘센트도 없고, 컵받침도 없고, 시설이 전체적으로 낡았습니다)
역마다 특이한 모습을 자랑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는데
어떤 역 근처에는 큰 파키스탄 모스크가,
어떤 역에는 원숭이떼가,
어떤 역 근처의 산에는 큰 부처님의 머리가 있었습니다.
각각 어떤 역이었는지 다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차 여행 자체에는 이렇게 만족을 하면서 오고 있었지만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은 잘 만나는 편에 참 감사해야 할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백인들이 태국에 와서 태국을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실 제 옆자리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좀 보았습니다.
태국에서 여기저기 많이 가 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았지만
[We were the only white people there]라는 말을 걸핏하면 그렇게 자랑스럽게 하는 사람이란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올 때에는 주변이 모두 다 연세 지긋하고 점잖으신 태국인들뿐이었는데
그 때가 참 좋았던 것이었더군요.
외국인이라면 이렇게 저렴하고 다양하게 여러 가지 경험을 주는 나라에 감사할 것이지
저렇게 자신이 뭐라도 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열차에 한국인은 오직 저였던 것 같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나서 도와 주었던 친절한 중국 청년이 하나 있기는 했습니다.
(이 청년은 제가 중국인이 아니라고 하니 좀 실망을 하더군요)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특별히 그 사람들 때문에 여행의 기분을 망치거나 하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익히 알고 있었던 스페인 남자들의 포용성에는 정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늦게까지 술타령을 하고, 또 근거도 없는 허풍을 떨어대는 사람을 받아 주기는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 스페인 청년 파울은 한 번도 찡그리는 일 없이 그 사람을 다 받아 주더군요.
그리고 저 또한 좀 미안했던 것이, 후알람퐁역에 도착했을 때에 결과적으로 그 호주 사람들의 택시를 제가 빼앗아 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의도했던 일이 아니라, 저도 아직까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열차 도착 예정 시간은 8시경이었는데
후알람퐁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이던가 했습니다.
저는 역 앞에서 참 친절한 아저씨의 택시를 타고, 방콕의 숙소로 향했습니다.
이 날 저녁의 일인데,
저녁 때에 왕궁과 시내의 야경 사진을 찍고 국방부 옆길로 똑바로 걸어오면
왓 수탓을 만나고, 또 팁사마이가 나오더군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길이라서 참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팁사마이에 갈 때마다 궁극의 팟타이를 먹는데, 이번에는 가격이 무려 200바트였습니다.
그래도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맛입니다.
(이 이후의 방콕 일기는 꼭 필요한 부분만 올리겠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기차 안에서 찍은 태국의 아침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