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으로 헤쳐모여-5. 배고픈 헐크와 트렁크사건 그리고 마무리(20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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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으로 헤쳐모여-5. 배고픈 헐크와 트렁크사건 그리고 마무리(2011.2.2-3)

혜은이 5 1435
 

파타야 힐튼에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오니 12시쯤.

오늘 계획은 ㅅㅈ씨를 다시 만나 점심 먹고, 둘은 산호섬 가고 나는 수영장에서 뒹굴면서 책 읽기.


방에 들어오니 전망이 너무너무 근사하고, 방도 아주 깨끗 & 깔끔하고.. 밖으로 나가기 싫어진다. ㅋㅋ..

ㅂㅇ님이 씻고 정리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ㅅㅈ시가 12시부터 센탄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다고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마음이 급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선착장까지 이동시간이며 배 타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산호섬은 물 건너 간듯하다.


나는 배가 고프면 약간 헐크로 변한다. -.-;

근데 ㅅㅈ씨는 이 사실을 방콕에서(공항에서) 한번 겪어봐서 알지만 ㅂㅇ님은 모른다.

기다리는 ㅅㅈ씨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헐크로 변해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먼저 식당 가서 주문하고 있을테니 빨리 준비하고 나오라고 하고 방을 나왔다.


ㅅㅈ씨는 분수대근처에서 어슬렁 중..

누나, 파타야 너무 좋아요 하루 더 일찍 올걸... (누나라고 하지 말라니까...)


센탄 2층에 칠리카페라는 퓨전타이식당이 맛있다는 후기를 읽고 찾아갔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중화된, 무난한 맛이었다.

닭튀김, 쏨땀, 찹쌀밥, 매콤한 마늘소스 스파게티(?), ㅂㅇ님은 수박주스, 소판돈은 맥주 1병.. 총 830밧.


12시에 밥 먹기로 했던건데 식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그만큼 내 시간(수영장에서 뒹굴며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짜증스럽다. 간접적으로 내 시간을 뺏은거나 마찬가지이므로..

둘이 알아서 놀라고 하고 나는 수영장으로 씽~ 찬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하고, 이 좋은 데 와서 혼자 꿍해 있으면 나만 손해지 싶어서.. 저녁 먹으러 셋이 다시 만날 무렵에는 마음이 약간 풀린 상태였다.
그러니까.. 까칠한 내 마음을 진정시킨 일등공신이 바로 힐튼인 셈이다. ㅋㅋ..

내가 수영장에서 책 읽는 사이에 둘은 바닷가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저녁은 3층 푸드코트에서 먹었다.
푸드코트는 지하 1층과 3층에 있는데 3층이 분위기는 좋지만 약간 더 비싼듯 했다. 근데 푸드코트 뿐만이 아니고 센탄이 6층짜리 건물인가 그런데 건물의 반이 각종 음식점이었다.

나는 이런 곳을 좋아한다. 집만 나서면 각종 음식점들이 널려있어서 선택만 하면 되는.. 근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이 쉽지는 않다. ㅋㅋ..

3층 푸드코트는 각자 주문하는 방식이라 이번에는 따로 계산을 했다.

나는 닭고기덮밥(80밧. 국물 리필 가능), ㅅㅈ씨는 스테이크(소고기 볶음?)와 맥주, ㅂㅇ님은 망고밥이랑 뭐 였는데 생각이 안난다.

근데 3층은 실외좌석이 있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음식은 지하나 3층이나 큰 차이없을것 같지만 실외좌석 때문에 3층에 한표! (그치만 여름에는 아무래도 덥겠지..?)


저녁을 먹고 나는 마사지샵 찾아서 밖으로 나가고 둘은 각자 숙소로 흩어졌다.

센탄 근처가 번화가(?)인듯 보였는데 근처를 거의 한시간동안 돌아다녔지만 마사지샵을 못 찾았다. 한군데 있었는데 영업을 안하는지 불이 꺼져 있었다. 마사지샵이 널리고 널린 태국에서 우째 이런 일이..

더 찾아다니기도 귀찮아서 방으로 들어왔다.

씻고, 책을 좀 더 읽다가 취침. 오늘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다음 날 목요일.


조식당에서 너무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리뷰를 참고하세요 ^^) 수영장에서 책 읽고 놀았다.

물이 차서 수영은 도저히 못하겠다. 그래도 기념인데 싶어서 잠깐만 들어갔다가 나왔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일텐데.. 하긴 뭐든 100%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다.

암튼.. 수영장 벽에 몸을 기대고 바다를 바라보니 상념이 다 날아가는 것 같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너무너무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며 체크아웃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와서 12시반에 데리러 오기로 한 벨트래블  버스를 기다렸다.

1시에 나는 공항으로, ㅂㅇ님은 방콕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북부파타야 터미널에 벨트래블서비스 사무실이 있고 원래는 공항팀과 방콕팀이 다른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공항 가는 사람이 많아서 나 포함 3명은 방콕가는 버스를 탔다. 우리가 아니었으면 그 버스는 공항을 거치지 않고 방콕 사무실로 곧장 갔을지도 모르겠다.


봉고에서 내려 짐표를 받고 버스로 옮겨타는데 짐칸에 내 트렁크가 보이지 않았다. 트렁크들이 많아서 일일이 찾기가 어려웠다. 트렁크를 제대로 실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더니 직원이 저기 있다고 하길래 & 거의 출발하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일단 버스에 올랐다.

원래는 1시 출발인데 사람이 많아서(버스 2대 만차) 15분에 출발했고, 공항에 도착하니 2시 45분이었다.


내려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두명(한국인이었는데 나중에 북경공항에서 환승할 때 또 만났다)은 트렁크가 있는데 내 것만 없는 것이다!

차장 아가씨(?)가 내가 갖고 있던 짐표의 번호를 보고 파타야 사무실로 전화를 하더니 내 트렁크는 3시 버스로 온다고.. -.-;;

공항도착 예정시간이 4시 반이라면서 공항의 벨트래블 직원을 불러다가 나를 인계하고 버스는 방콕으로 떠났다.

4시 반에 gate 7에서 그 직원을 만나 트렁크를 받기로 하고 그 사이에 점심을 먹었다.

출국수속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글을 태사랑에서 읽고 공항에 4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여유있게 출발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그 시간에 에어차이나는 수속을 시작하지도 않았으니 정상적인 경우였다면 쓸데없이(?)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한 셈이다.


최악의 경우, 트렁크를 못 찾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왜냐면 갈아입을 겨울옷, 지갑, 여권 등은 모두 내가 가지고 있었고, 가방에 든 것은 여름옷 몇 개, 속옷, 면세점에서 구입한 화장품이 전부였는데, 화장품 영수증이 지갑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청구 가능).

게다가 짐표를 받은 상태였으므로 트렁크를 엉뚱한 버스에 실은 벨트래블의 잘못이 확실하고, 여행자보험에도 가입을 했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면 큰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이 있었다. 여행자보험이 심리적으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가장 아까운 것은, 작년에 선물로 받은 버버리 반팔 셔츠..


1층 매직푸드코드에 내려가서 어묵국수(25밧)와 구아바 한봉지(35밧)를 사서 점심을 먹었다.

한중록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약속시간에 맞춰 gate 7에 가니 파타야에서 출발한 벨트래블 직원 두명이 내 트렁크를 들고 공항 벨트래블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짐표를 보여주고 바로 트렁크를 받았다. ㅂㅇ님이 혹시 걱정할까봐 문자 날리고.. ^^


에어차이나로 가니 그제서야 수속을 막 시작한 참이었다. 짐 부치는 것도, 출국수속도 시간이 얼마 안걸렸다. 아마 아직 저녁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는데 시간이 한시간 반쯤 남아서 구경삼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왕복을 했다. 시식용 코코넛과자를 집어먹으며..
공항 시식코너는 인심이 후하다 ㅋㅋ..


방콕공항 면세점은 좌우대칭인 구조로 배열되어 있고 중간에 메이저 명품브랜드들이 있다.
게이트 DEFG가 갈라지는 사거리에 Korean Ramen집이 있고 근처에 Chang massage가 있는데 종목에 상관없이 45분에 500밧이나 한다. 근데 라면집과 창마사지는 면세구역의 반대편 끝에도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암튼 190밧짜리 라면을 사먹었다. 맛이 신라면은 절대 아니고, 삼양라면도 아니고. 안성탕면도 아닌데 뭔가 친숙한 맛.. 무슨 라면이지?? -.-;


과일식으로 신청한 기내식은 vegetable이 나왔다. 방콕출발편이라 다양한 과일을 기대했었는데 실망..

한중록을 읽다가 중간에 한시간쯤 잤다.

북경공항에 도착 후 환승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환승라운지는 리뷰를 참고하세요 ^^)  아침 먹으러 FLAVOR TANG으로 갔다.


필리핀님의 글을 읽고 아침에는 국수+딤섬세트메뉴만 나오는줄 알았는데(난독증인겨? ㅋㅋ,,) 세트메뉴도 아니었고, 딤섬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 외에도 죽이나 몇가지 반찬들이 있어서 선택할수 있었다.

국수(28위안)와 딤섬(8위안) 하나를 시켰고 방콕과 꼬창에 다녀왔다는 예쁜 아가씨랑 우연히 합석을 했다.

딤섬이 4가지정도 있었는데 가격이 다양하다.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데 국수보다 저렴했다는 기억이 나서 가장 싼 딤섬을 주문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
필리핀님이 말씀하신 돼지고기딤섬은 10위안인듯..


필리핀님은 국물까지 깨끗이 비우셨던데 우리 둘은 몇 젓가락 먹고 거의 다 남겼다. 나혼자만 그런게 아니라 둘다 그랬으니까.. 단순한 입맛의 차이? 아니면 남녀의 차이??

혹시 다음에 북경공항에서 아침 먹을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죽을 먹어보고 싶다. 홍콩에서 먹었던 죽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인천행 비행기에는 제대로 과일식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전 구간을 과일식으로 신청했지만 북경 출발편에서만 과일이 나왔고 그 외에는 채소가 나왔다.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긴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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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내 성격이 상당히 무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하지만 그걸 깨달은 그 순간에는 무척 괴로웠다.

일의 특성상, 주변인들(직장 동료와 선후배들)의 상당수가 뾰족한 사람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가 상당히 너그럽고 합리적인 인간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사실은 아닌데..


나의 실체(?)는..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면 화가 마구 들끓을 뿐만 아니라..
혹시  그런 일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거의 안된다.

직장에서는 내 생각을 못따라오면 내가 upset되었다는 것을 주변이 다 알도록 해야 한다. 유하게 넘어가면 잘못한 것을 아랫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나중에 더 큰 사고를 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특이한(?) 집단에 오래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성격이 변한것 같다. (아님, 원래 그랬는지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런 모난 면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그 사실 자체는 괴롭지만) 이번 여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 잃은 것은..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몇 년 전에 사교클럽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그 덕분인지 낯선 사람과 여행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술을 끼지 않고도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에 대해 2년 정도 hard training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태국여행 경험이 많아서 거의 가이드하는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내 기준에는 아주 간단하고 상식적인 건데 그걸 못 따라 오는 경우가 몇번 있었고.. 그때마다 솔직히.. 화가 났다. -.-;;


다음 여행을 갈 때도 태사랑에 글을 올리고, 모르는 사람과 같이 여행 갈수 있을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에는 솔직히, 다음에는 그냥 맘편히 혼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렀고.. 또 후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니.. 다음에도 동행을 구해서 가야겠다는, 갈수있겠다는 용기(?)가 다시 생겼다.

불편하고 어색한 순간들이 또 있을수도 있지만, 그만큼 내가 조금더 성숙해질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늙으면 고집이 세진다는 말이 있다. 더 나이가 들면 남들이 뭐라 하든 내 방식만을 고수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조금 더 성숙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남아있기 때문인것 같다.

5 Comments
본자언니 2011.02.17 23:40  
막판에 여행기분을 망칠뻔 하셨군요..그래도 다행이시네요..
혜은이 2011.02.18 08:47  
망친다기 보다는 저자신에게 좀 당황했지요 -.-;
하지만 힐튼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
방콕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는 시로코의 sky bar와 모히토가 나를 달래주었고요.. ^^
열혈쵸코 2011.02.18 03:48  
공감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저도 혼자가는 게 속편해서.. 주로 바다일정만 같이 다녀요~
일행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치닥거리(또는 과한 참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걸 즐기고(?) 있는 자신에 실망하곤 합니다.. 그럴려고 여행간게 아니니까요. ㅠ.ㅠ
혜은이님 덕분에 어떻게하면 이상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혜은이 2011.02.18 08:57  
업무의 특성상.. 일을 할때 절대 틀리면 안되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할수있도록 여러번 반복해서 알려주고, 지켜보고, 나중에 꼭 확인합니다.  이런 태도가 몸에 배여서 이번 여행에서도 수시로 튀어나왔나 봅니다. 이런 제 행동이 마치 애들 가르치는 선생님같다고 하더라고요.. ㅋㅋ..
아무래도 제가 연식이 오래된 싱글이다보니 시댁식구나 애들/남편들에게 training(?)받을 기회가 없어서 어느정도 모난 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다보니 이제까지 몰랐던 것이고요.. ㅋㅋ.. 이제라도 확실히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이고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
이상적인 여행.. 저도 고민입니다. 근데.. "ideal"은 추구의 대상이지 구현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타협?)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
와뚜와리 2013.07.01 01:42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