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14년 7월 여행기--닐슨 헤이즈 도서관(Nielson-Hays library)
당초에 목표했었던 대로, 이번 여행의 목적은
호연지기 함양을 위해 지금까지 안 해 봤던 것, 안 가 봤던 곳 해 보고 가 보기였기에
전부터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던 닐슨 헤이즈 도서관(Nielson-Hays library)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구시가지에서부터 출발해서, 우산을 양산 삼아 받치고 한참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온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모공에서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달까요?
평생 처음 느껴 보는 느낌이라서, 혹시 이게 마비(stroke)는 아닐까 의심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정체는 바로 몸에 스며들듯 내리는 이슬비였습니다.
1초 전에는 아무 일도 없이 쨍쨍하던 하늘에서
몇십억 방울의 이슬이 이 땅에 살며시 내려와서 모든 것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우산을 받치고 있어도 이런 비는, 마치 땅에서부터 솟아올라오듯 대지를 사뿐히 적십니다.
이 느낌이 하도 좋아서, 그 당시에 멈추어 서서 동영상을 찍었던 것이 있지만
여기에는 그냥 그 장소의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땅을 순식간에 촉촉히 적시는 비였어요)
가는 도중에 리버시티를 구경하고 싶어서 시프라야 선착장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다리가 불편한 개 한 마리가 오토바이 택시 기사 한 분을 반갑게 마중나가는 것을 보았어요.
다리 하나를 전혀 못 쓰는데도, 아는 사람을 그렇게 반가워하는 것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기사분들도 이 개를 전부 우쭈쭈 예뻐해 주고 계셨어요.
주변의 꼬치 상인으로부터 꼬치를 계속 사다가 먹이시더라고요.
7월 초순은 중순보다 좀 더웠었지만, 이 날은 그렇게 더위가 심하지 않아서
도서관까지 걸어가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씨프라야부터 한 2킬로 정도 걸었을 거여요.
그랬더니 다행히도 이 간판이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옳지 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저로서는 더 옳거니 할 만한 일이 있었으니,
마침 이 도서관 안에서는 무슨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촬영 때문에 당일의 도서관 업무는 전면 폐업,
바로 옆의 커피샵은 스태프들을 위한 대기실로 쓰이고 있는 상태였고
하필이면 그 날에 방문했던 관광객인 저는, 사서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때를 잘 못 맞추어서 온 사람이었습니다.
(실제로 굉장히 제게 미안해하셨어요)
하지만 전혀 상관 없었어요.
원래는 일반인들의 사진 촬영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 도서관이
운 없는 관광객에 미안해서였는지 사진을 마음대로 찍도록 내버려둔 것이 정말 고마웠거든요.
제가 찍은 사진들의 일부입니다.
(왜 하필이면 다니엘 스틸 책이 이런 고풍스러운 도서관에........)
(촬영용 반사판과 도서관)
(도서관과 촬영용 램프)
그냥 제 생각인데, 이렇게 촬영 때문에 불을 밝혀 놓고 있지 않을 때에는
도서관 안의 사진이 어차피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제가 보기에도 이 도서관의 사진들은, 바깥에서 찍은 것들이 훨씬 더 예쁜 것 같아요.
(촬영 스태프의 신발들)
(도서관 뒷뜰)
(도서관 앞뜰)
이렇게 제 평소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도서관 구경을 마쳤습니다.
방콕 시내에서 제가 가 본 도서관은
TCDC, BACC(방콕 시립 미술관 지하), 이번의 이 NHL(북미 아이스하키 연맹 말고요)가 있지만
BACC는 워낙 입장이 좀 까다로워 보이고
책 읽기에는 이 NHL이, 공부나 작업하기에는 엠포리엄 8층에 있는 TCDC가 좋아 보입니다.
(BACC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태국은 거의 모든 박물관 내지는 미술관이 월요일에 쉬는 것을 모르고
월요일에 찾아갔다가 그냥 BTS 실롬선을 타고 다른 곳에 갔었던 기억이 나요)
NHL에 오시는 길........ 저는 짜오프라야강 쪽에서 진입했지만
BTS 쌀라댕 역이나 총논씨 역에서 내려서 쑤라웡길로 걸어오시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하나 더 덧붙일 것은, NHL에 대한 태사랑의 첫 게시물은 물론 제가 쓴 이 글이 아니어요.
어떤 분께서 쓴 것을 보고 저도 따라서 가 본 것입니다.
어떤 분이셨는지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구경을 잘 마치고 오는 길,
NHL 앞에 버스 한 대가 나는 듯이 달려와 서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올라탔습니다.
이 길을 일단 벗어나야 어떤 교통의 단서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정말로 조용하고 수줍게 생긴, 어린 차장 아가씨가
맨 뒤에 앉아서 두리번거리고 있던 제게 다가와 옆에 앉았습니다.
저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우리가 모든 대화를 태국어로 했다는 겁니다.
(- : 저//=: 아가씨)
-이 버스, 싸오칭차 쪽으로 가나요?
=(매우 곤란해 함) 이대로 가면, 우리는 강을 건너는데.......
-그렇군요(대답 후, 저도 말이 없음)
=(한참 망설이다가) 다음에 내리셔요.
-오?
=그리고는 ..........(전혀 못 알아듣는 태국어로 정말 길게 말함)
-(눈치로 알아듣고 영어로) 알겠어요! 다음에 내려서 길을 건너서(손바닥 위에 반대쪽 손가락 두 개를 움직여서 길 건너는 시늉) 똑같은 버스를 타라고요?
=(얼굴 활짝 밝아지며) 네!
그 아가씨의 도움으로, 저는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길을 건너
똑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왔습니다.
아마 1번 버스였다고 기억합니다.
그 착하게 생긴,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표정을 하던 아가씨를 생각하면
아침에 내린 이슬비가 제게 준 감동처럼 마음이 흐뭇해지네요.
(이번 여행 때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티파니씨의 남자분)
(이게 우리나라에도 있는 그 세계일보사 맞나요? 오며가며 참 많이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