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혹시 뎅기열이었나?/ I love pratunam!
아침에 일어나니, 태국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상당히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여러 음식점들로 유명한 맛집 골목이고
냉장고에는 근처에서 사 온 간식이 아직 몇 가지 남아 있는데도
입맛이 딱 떨어져서 과일에도 채 손이 안 가더군요.
오늘도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숙소 이동을 할 수 있나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멀쩡하게 또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때까지는 제게 별로 문제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섯 시가 넘어서, 이제는 정말 뭔가를 좀 먹어야 할 때가 되었는데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온갖 먹을 거리의 천국인 태국에서, 게다가
숙소만 나가면 바로 밖에는 노점들과 시장이 있는 빠뚜남에서 제가 이러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더군요.
결국 저녁 때에는 가까운 까이톤 빠뚜남에서 닭고기밥을 포장해 와서
천천히 녹여 먹듯이 먹었습니다.
입맛을 잃은 것은 딱 이 날 하루뿐이었고, 다음 날의 조식부터는 다시 잘 먹기는 했는데
이 날 이후의 여행 동안에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열이 좀 있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나빠지면 열이 확 도지더군요.
다행히도 나중에 여행에 합류한 제 동행은 키도 크고 몸이 튼튼해서(게다가 미인) 옮지를 않았는데
훗날 귀국했을 때에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던 남편이
저와 똑같은 증세로 아예 며칠 드러누워 버려서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뎅기열은 옮는 병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뎅기열은 아니었던 모양이죠?
잘 생각해 보니 또 한 가지, 귀국한 지 한참 된 다음의 일이었는데
교회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근처 헌혈의 집에 들렀다가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다음에 오시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네요.
빠뚜남에 숙소를 정했던 것은, 이때 한창 세일하던 버클리 호텔이 있어서였는데
숙소 안에서 이동 거리는 길지만 꽤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빠뚜남에 숙소를 잡아 보니
제가 초기 여행 때에 왜 이곳을 그렇게 좋아했었는지가 다시 생각나서
하루 내내 정말 즐겁게 다녔습니다.
비가 오는 저녁이었는데, 비를 거의 맞지 않고 다녔던 것도 감사했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입맛은 떨어져 있었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쏘다니는 활동적인 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이 날은 빅씨에서 녹차맛 리스테린 테스터를 샀고
세븐일레븐에서 중간사이즈 차옌을 샀는데, 특별 세일 기간이라고 돈을 10밧만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여행 내내 차옌 세일이라서 정말 톡톡히 덕을 보았습니다.
(버클리 호텔 내부의 긴 연결 통로입니다. 사진을 올릴 만한 것이 이 날은 정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