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8 - 일정의 마무리는 맛있는 걸 먹어줘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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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삽질힐링여행 8 - 일정의 마무리는 맛있는 걸 먹어줘야 제맛

Robbine 19 3418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싫어하지만,
여튼 크루아 압손에 도착!
안에 들어가니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게살이 알차게 들어있는 뿌팟퐁까리(게카레)도 주문하고,
동생이 먹고싶어했던 까나무끄럽도 주문한다.
근데 그냥 까나무끄럽을 주문하면 양이 너무 많을것 같고, 밥을 더 시켜야 하고 등등 남길것 같아서
(라고 썼지만 그냥 그게 더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서 그렇게 주문했다. 재정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던 상태였음. 왕궁 입장료 너무 비싸ㅠ)
까나무끄럽 '랏카우(덮밥)'로 주문을 했다.
외국인 여행객 중에 이렇게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지
우리가 랏카우로 주문을 하자 일하시는 분들이 다들 놀라면서도 재밌어 하셨다.
 
아, 랏카우? ㅎㅎㅎ 알았어. ㅎㅎ 근데 그런걸 주문할 줄은 어찌 알았을까? ㅋㅋ
 
이런 느낌??
 
우리에겐 무적의 태사랑 지도가 있으니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력이 안되니까 쑥스럽게 웃으면서 넘어간다.
 
여행 내내 정말 유용하게 잘 쓴 태사랑 지도 너무 고마웠다.
영어를 못알아 들을 경우엔 지도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태국말을 보여주면 다 소통이 됐다.
 
 
뿌팟퐁까리, 까나무끄럽 랏카우와
주방장인지 누군지 와서 우리에게 오늘 스페셜 메뉴라면서 주문을 권했던 두부튀김
여기에 내가 먹을 쟈스민 라이스 하나까지 해서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왔다.
 
 
맛있어! 를 연발하며 먹었지만
게살이 저렇게나 실하게 들어있는 게카레 맛이 왠지 밍밍했다.
카레 맛도 잘 안나고, 간도 좀 안돼 있는거 같고..
 
제일 먼저 나왔던 두부튀김은 언뜻 대만의 취두부를 연상케 했지만,
신선한 두부였고, 엄마의 두부 부침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어서 좋았다.
하지만 소스가 달콤한 맛이어서 엄마 생각이 갑자기 안나더라.
엄마가 해준건 간장소스였던지라 ㅋㅋ 매치가 안돼~~
두부 크기가 더 작았다면 더 바삭한 부분이 많아서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약간.
 
기대했던 랏카우는 생각보다 양이 적고 돼지고기가 적었는데
나중에 봤더니 가격도 원래 가격보다 저렴한 것이,
밥을 넣고 양을 줄여서 판 것 같았다.
근데 둘이 갔으니까 그렇게 먹는게 더 나은듯!
 
여튼, 까나무끄럽은 약간 짰었는데 간이 좀 밍밍했던 게카레와 함께 먹으니 간이 잘 맞고 좋았다.
엄청 배가 고파서 소도 삼킬 기세였는데
고작 그거 먹고 배가 빵빵해져버린 우리는 걸어서 호텔로 가기로 했다.
민주기념탑을 중심으로 지도를 펼치고 또 모험을 시작!

맥도날드 옆에 있는 골목길로 해서
이 길이 맞나?
싶은 마음이 드는 길로 들어간다.
믿는건 지도 뿐이다.
그렇게 좀 가다 보니 태사랑 지도에 표시된 붤거킹이 나오고,
슬슬 익숙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모험 성공!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아직 맛보지 못한 태국맥주를 샀다.
세 가지 맛 창, 싱하, 생수, 동생이 관심을 보인 애플민트맛 탄산수까지 무겁게 쇼핑을 끝내고 호텔로 들어가서
냉장고에 넣어둔 후,
이젠 안주를 사러 나가야지~ 유훗~
 
크루아 압손에서 저녁을 먹은 시간이 4시 반 쯤 이었나..
여튼 저녁밥 시간이라기엔 너무 일렀던 시간대라서
밤에 배가 고플거 같아서 음식을 좀 사두기로 했다.
일단 문을 닫아서 가지 못했던 쏨땀 욕크록으로 향했다.
한국 여성분이 한 분 식사를 하고 계시고,
우리가 들어서자 우거지상을 하고 있던 점원 아줌마 표정이 더 일그러진다.
싸가고 싶은데 포장 되냐고 묻자
잘생긴 카운터 총각이 당연히 된다고 한다.
메뉴를 보고 닭튀김과 쏨땀을 주문했는데,
동생이 게가 들어간 쏨땀을 주문하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잘생긴 총각이 쏨땀을 만들면서
 
"Spicy?"
 
라며 묻길래
 
"응응^^ Spicy^^"
 
이렇게 대답해 줬었는데,
이 때 내가 이해한 대화의 의미는
 
좀 매운데 괜찮아?
응응! 매콤한거 알아~
 
이런거였지만
 
실제로 그가 이해한 대화는
 
맵게 해줄까?
응응! 매운거 좋아!
 
이런 거였던거 같다는걸 며칠 후에 다른 가게에서 비슷한 대화를 한 번 더 해보고 알았다.
 
그렇게 우리 음식이 포장되길 기다리는 동안
한국인 남성이 한 명 가게에 들어오려고 했으나,
우거지상을 하던 그 아줌마 점원은 더욱 얼굴을 찌푸려 똥씹은 표정을 했고,
그 남성은 한 발 들여놓다가, 이제 문을 닫는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발길을 돌려 나가야 했다.
 
몇 시에 문을 닫냐고 하자 지금 닫는다고 했는데
그 때가 7시 30분이 조금 안됐을 때였다.
원래 7시에 닫는데, 그 전에 식사하던 손님이 있어서 문을 못닫은거 같았다.
근데 내가 들이닥쳐서 포장을 해달라 한거지.
포장이라서 주문을 받아준 것도 같다.
 
우리 때문에 늦게 가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하고 포장을 받아 나오려는데
옆에서 누가 자꾸 안녕하세요. 이러면서 말을 건다.
근데 자신감있게 용무가 있어서 말거는게 아니고
그냥 들리면 대답이나 해보지 식의 그런 던지는 말이다.
나는 으례 하는 호객행위 같은거라 생각하고 대강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조금 있다가 보니 그 옆 APPLE 가게 종업원이 우릴 기억하고 인사를 했던 거 같았다.
장사하는 집에서 손님이 한둘이 아닐텐데 기억해주고 인사해준게 너무 고마웠지만,
당시엔 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 때문에 우산없이 허둥댄지라
제대로 인사를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어차피 비는 오고,
하루종일 들고다니던 우산은 그 잠깐 사이에 비가 오겠냐며 호텔에 두고 나왔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어차피 람부뜨리는 지나야 하고~
그래서 그냥 가는 길에 보이는 팟타이 집에서 팟타이를 샀다.
지나가다 보여서 그냥 산건데, 거긴 A4지에 한글로 "팟타이 최고에요!"라고 적힌걸 코팅해서 걸어둔 집이었다.
한국사람이 최고라고 했으니 맛은 어느 정도 있을거 같아서 의심없이 주문.
물론 의심 했어도 주문했을거다. 태국에서 팟타이 없이 어떻게 맥주를 먹어~
그 옆에 스프링롤도 안먹어 봤으니까 같이 주문한다.
두 개를 사서 그런건지, 아니면 아저씨 인심이 원래 후한건지
호텔에서 열어 본 팟타이는 넘칠듯이 엄청 많았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가는 중에 우린 망고밥도 샀다.
어제 먹은 스티키라이스가 너무 맛있었다면서 동생이 오늘도 사자고 해서다.
아무데서나 보이는걸로 사려고 했는데
동생이 어제 샀던 그 스티키라이스 청년한테 가서 사야 한단다.
그 집에서 샀던게 맛있었던거라고.
은근 길치, 방향치인 내가 어디서 샀는지 기억을 못해서
너 어딘지 알아? 이러니까
자기가 안다면서 쓕쓕 헤치고 길을 찾아 나갔다.
오올~ 제법인데~
 
 
그렇게 모든 길거리 음식 콜렉션을 완성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찍은 뿌듯한 사진
팟타이는 저게 1인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흘러넘치게 많이 주셨고,
맛있었다.
스프링롤은 비가와서 우리가 막 뛰었던지라 흔들렷는지 소스가 많이 샜지만
맛있었다.
망고밥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제일 먹음직해 보이는걸로,
특히나 비 오는데 비 제일 안맞은 걸로 골라주었고
맛있었다.
장동건 닮은 카운터 청년이 만들어준 쏨땀도
스파이시? ㅇㅇ 스파이시 덕분에 엄청 매웠지만
맛있었다.
에게~ 누구 코에 붙이라고가 절로 나오는 닭튀김도
한 입에 쏙 먹기에 적절하고, 이미 배가 불렀기 때문에 양이 적어도
맛있었다.
 
 
그 날 우리가 해치운 맥주
맥스랑 맛이 비슷하다던 창 엑스퍼트는 너무 배가 불러서 뜯지 못했다.
저기에 놓여있는 순서대로 까서 마셨는데,
창 드래프트를 마시고 싱하를 맛본 동생이
"이거(창 드래프트)는 현대맛, 이거(싱하)는 삼성맛이다"
라는 절묘한 표현을 했다 ㅋㅋ
드래프트라서 창이 더 알콜맛이 강하고 전체적인 맛이 거칠고 강한 느낌이었고,
싱하는 부드럽고 상냥한 느낌의 맛이었다.
자긴 싱하가 제일 입에 맞다고 했다.
난 뭐, 다 맛있더라 ㅋㅋㅋㅋㅋ
그런거 안가려~
근데 창 엑스퍼트가 젤 맛나긴 했음 ㅋㅋ
그래서 난 맥스를 좋아함
 
이렇게 또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오늘의 지출내역>
 
날짜 사용내역 사용금액 (THB) 비고
08월 08일 물 500ml 20 왕궁 앞 길거리
왕궁 입장료 *2 1000 비쌈-_-
두리안 80 타창 시장
망고스틴 50
서브웨이 (점심) 277    
  서브웨이 멜트 129 왕궁 앞 서브웨이
  스파이시 이탈리안 109
  콜라 L 39
강 건너는 배삯 *2 6  
왓 아룬 입장료 *2 100  
강 건너는 배삯 *2 6  
망고쥬스 20 타창 시장
용과쥬스 20 왓포 앞, 근데 왜 보라색?
툭툭 (크루아 압손) 40  
크루아 압손 (점저) 530    
  뿌팟퐁까리  370 크루아 압손
  까나무끄럽 랏카우 70
  두부튀김 60
  15
  15
딸기맛 환타 15 길가 슈퍼, 유리병
싱하 물 1L *2 20 편의점
창 엑스퍼트 500ml 45
창 드래프트 500ml 42
창 클래식 500ml 42
싱하 300ml 36
창 애플민트 탄산수 10
쏨땀 욕크록 (술안주) 95    
  쏨땀 (그냥 작은 게 들어간 것) 40 쏨땀 욕크록
  치킨 윙 55
망고밥 30 길거리
팟타이 (계란) 30
스프링롤 25
2539  
 
 
================================================================================================
 
쏨땀 총각이 장동건을 닮아서 그런건 아니고 쏨땀이 진짜 맛있었습니다.
날게가 들어갔는데 게가 하나도 비리지 않고 정말 맛있었어요.
좀 많이 스파이시 하긴 했지만
매우면 맥주 마시면 되니까~
 
 
19 Comments
호루스 2013.08.20 10:29  
draught의 발음이 드래프트라는 건 이 글에서 처음 배웠네요.

근데 여행기가 막 웃기고 그런것도 아니면서 은근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네요.

거기에 적절한 정보도 들어 있고.

다음편 또 기대할께요.
Robbine 2013.08.20 11:14  
막 웃기게 적으면 더 재밌고 좋겠지만 제 재주가 이게 한계라서요ㅋㅋ
사실 보는 사람 입장보다는 여행 갔다온 제 위주로, 까먹지 않게 기록해두는 의미가 있어서 작은 에피소드도 다 넣고 하느라 장황하고 길어지네요.
하지만 쓸데없이 자세한만큼 준비할 땐 생각 못했던 부분도 체크할 수 있고 하니까 도움 될까 싶어서 그렇게 적고 있습니다. 가계부를 올리는 것도 그런 의미고요.
날자보더™ 2013.08.20 17:08  
가계부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나중에 여행갈때 물가가늠도 되고 좋아요~
더운데 글쓰시느라 고생..그래도 힘 내세요~ 화이팅!!
Robbine 2013.08.20 17:22  
역시, 가계부 도움 될 줄 알았어요 ㅋㅋ
근데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초큼 챙피하기도 하네요 ㅋㅋㅋ
우리 소가 되자면서 열심히 먹었는데, 보시는 분들이 진짜로 소로 생각하실 듯 ㅋㅋ
날자보더™ 2013.08.20 17:27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잘먹고 많이 먹는게 흠이 아니죠.
먹는거 앞에 두고 깨작거리는거.. 그건 좀 맞아야죠~
Robbine 2013.08.20 17:34  
하하~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구요~~
위가 4개인 (진짜론 1개지만) 소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저장했다가 되새김질 하고싶어서 ㅋㅋㅋ
앙큼오시 2013.08.20 18:02  
까나무크럽....먹어보고싶네요...핰
Robbine 2013.08.20 18:35  
꼭 드셔보세요~ 하앍~
pf13 2013.08.22 00:02  
역시 남자들과는 술과 안주 비율이 완전히 역전이네요. ㅎㅎ
Robbine 2013.08.22 00:0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첫 방타이때 하도 못먹어서 그랬어요. 아 부끄럽다 ㅋㅋ
저거 다 먹고잔건 비밀입니다 ㅋㅋㅋ
중간에 샤워하고 막 배 꺼뜨리고 하면서 굳이 다 먹고 잤다는..ㅋ
구리오돈 2013.08.30 10:34  
강 건너는 배가 3밧이나 해요?
사람만 타면 1밧, 자전거 갖고 타면 2밧이었는데...
이번에 가면 배 타지 말고 걷거나 자전거 타고 다리 건너야할까봐요.
가계부 보면서 중국보다 비싸보이는 대목마다 숨 죽이며 보고 있습니다.
저는 태국가면 술부터 끊어야 합니다.(중국은 330ml 캔이나 600ml유리병이 우리돈 600원)
Robbine 2013.08.30 11:52  
저렴한 곳만 갔는데도 우리나라 물가랑 비교하면 정작 그렇게 막 저렴하지만도 않은것 같은 부분이 꽤 있더라구요. 특히 싱당에서는 둘이서 푸짐하게 먹으면 우리나라 정식 두 명 가격이랑 비슷하게 나오니까.. 그렇게 엄청 싼 것 같진 않았어요. 그래도 그런 메뉴를 한국에서 먹으려면 정식 가격으론 어림없으니 아직 저렴한 것일지도.. 단품요리 한 접시당 양이 한국보다 적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먹어보고 싶어서 몇 개 시키면 금방 500밧 넘어버리더라구요
앙큼오시 2013.08.30 22:27  
아...망고밥도...논타부리에서 삿었는데...저나 아주머니나 영어가 안되서 ....ㅜㅜ......
어찌어찌 해서 먹었었는데.......정말 망고하나를 통쨰로 넣고 연유 듬북해서 주시더군요...ㅋ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맛이엇고 친구들도 말해주면 그걸어찌먹어....이러는...=ㅅ=ㅋ
Robbine 2013.08.31 21:54  
안먹어보면 모를 그 맛! 망고밥은 pf13님 여행기에 나오듯이 더운나라라서 잘 어울리는 음식일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안맞을지도..
엄마가 늘 짠 밥은 먹어도 단 밥은 못먹는다고 하셨거든요.
공심채 2013.08.31 01:48  
오오.. 왕궁/왓아룬 입장료와 왕복 배삯에 들어간 1112밧을 제외한 1427밧이 먹고 마시는 데 들어갔군요. 진정한 먹방, 아니 먹글입니다~!!
Robbine 2013.08.31 21:55  
히힛^^ 칭찬 감사합니다~ 쑥쓰~
솔샘 2013.10.08 14:06  
역시  잼있게  보고잇어요...우성  설렁설렁  보고  한번더  정독해보려구요....ㅋㅋㅋㅋㅋ
Robbine 2013.10.08 17:17  
도움되는 정보가 있나요? 두 번 읽으신다니까 부끄럽네요 ㅋㅋ
튼튼할래 2017.11.07 09:16  
정말 세세한 작은 느낌들까지 적어주셔서 재미있습니다. ㅎㅎ
표현도 참 세심하고, 글 잘 쓰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