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간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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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간 사무실에서

고구마 1 352

(2003년 글입니다.) 

 

 

나는 비참하고 곧 울음이 터질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호텔 예약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출근 시간...방콕의 악명높은 러시아워를 뚫고, 게다가 나는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에 올라타느라 자동문에 몸까지 낑겨가며 겨우겨우 주소를 찾아들고 도착했건만, 담당 매니져가 하는 말은 완전히 절망적이었다.
“ 캔슬은 가능해요. 갈수 없다면 할 수 없지요. 하지만 환불은 단 한 푼도 해줄 수가 없어요.”
“ 예? 왜요?” 사실 우리는 단 한 푼도 환불이 불가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그나마 잘 안되는 영어가 더 안되게 되었다.
“ 왜냐면..그게 우리회사의 지침이에요. 만약 이 예약이 다음달이나 최소한 다음주라도 됐으면 어찌해보겠지만, 당장 이번 주 목요일에 묵어야 하는 스케줄이에요. 이해하시죠?”
“하지만, 우리는 며칠전에 전화로 이쪽 직원이랑 통화를 했어요..”
“ 이름이 뭐죠?”
“ 이름은 몰라요.....”
“ 일단 그쪽 리조트에 제가 전화를 해보죠.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미 돈이 리조트 쪽에 지불이 됐고 그건 우리도 관여할 수가 없어요.”
“ 제발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왜 예약을 하게 됐으며, 이제 와서 왜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지, 영어로 미리 적어 두었던 노트를 꺼내어  줄줄 읊어 대기 시작했다.
사실 치앙마이에서 노트 한켠 에다가 우리의 상황에 대해 나의 비참한 영어 실력을 동원하여 작문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요왕은 “ 그런 건 필요 없어. 설마 환불을 안해주겠냐? 그런 건 써먹을 일 없으니까 쓰지마.” 라고 했는데 난 지금 그 노트를 읽어대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지어보는 불쌍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내말을 침착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그녀는 현지 여행사 쪽에 연락을 해보라며 우리를 남겨두고 사라졌다.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떠나온 여행이 우리를 꼭 죄어오는 것 같았다.
이러한 류의 문제는 한국에서 우리말로 해결을 보려 해도 쉽지 않은데...여기는 태국, 그리고 우리는 결코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지금 현재...우리는 막막하다. 

1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20:00  
영어가 잘 된들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고구마님.
환불이나 취소정책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경하더라구요.
작년에 컨깬 마지막 숙소에서 저도 그랬는데 결국 취소불가였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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