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돈과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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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돈과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다

고구마 0 390

(2003년 글입니다.) 

 

 

매홍손에서 아침 일찍 차를 잡아타고 향한 곳은 쏩뽕 이라는 마을이었다. 매홍손과 빠이의 중간쯤에 있는 곳인데 별다른 매력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아주 작기만한 시골 마을이었다. 누가 우기 아니랠까봐 내내 내리는 비 때문에 우리는 레몬힐 게스트 하우스의 작은 방과 식당 만을 왔다 갔다 했을뿐인데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게스트 하우스의 식당벽에 걸려있던 작은 인형액자들이었다. 우리가 고산족 모형 인형이라고 착각했던 액자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모두 색동 한복을 입고 있는것이었다. 남대문 시장 같은데서 흔히 볼수 있는 액자 였는데 태국의 이런 시골 마을에서 그걸 보게 되자 둘다 자연스럽게 집 생각이 나서 우울해졌다.. 우리는 여행전에 우리를 들뜨게 했던 열망에 어울리지 않게, 집이 그립다느니...냉면이 먹고 싶다느니 하는 이야기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우울하고 침침한 밤을 보내며 우리는 원래 우리의 일정 중 하나였던 탐럿(역시 지도에서 그 위치를 쉽게 찾을수 없는 작은 마을)은 건너뛰기로 하고 빠이로 곧장 가서 그곳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빠이... 사실 빠이에 돈과 여행자가 몰린다고는 해도...그건 누구에게나 공감 가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일주일 남짓한 휴가를 이용해 태국행을 결정했을때, 사실 치앙마이까지 오는 것도 대부분은 일정상 불가능한 일 일진데...치앙마이에서 일반 완행 버스를 타고 서너시간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조그마한 여행자 마을에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는가...빠이는 “있는건 시간 밖에 없어요” 라는 장기여행자들을 위한 마을이다.
스따꽁님이 추천해준 팜 게스트 하우스는 이미 소개 됐던대로 방이 5개 밖에 없는 곳인데 이날 3개의 방을 한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태사랑에서 이 숙소에 대한 정보를 보고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정말 인터넷이 한국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 우아..꽁님의 영향력이 대단한걸...이정도일 줄이야~”
“ 그러게 말이야...훌륭한 사이버 삐끼 인걸..하핫~~”
음...이정도 전파력이라면 알바 3명만 고용해서 “ 고구마는 미인이요 요왕은 꽃미남” 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인터넷 곳곳에 뿌린 후에,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살면 그야말로 완벽한 신비주의를 성공 시킬수도 있을텐데 말이야~
누군가가 내게 “빠이는 어떤 마을이에요?” 하고 물으면 내 빈약한 표현력으로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음...숙소와 여행사들로 꽉 들어찬, 역시 백패커 여행자들의 거리인  방콕의 카오산을 공간적으로 확~축소 시킨 후에 싸가지 없고 굳은 얼굴의 상인들이나 숙소 스텝들을 솎아내고 그 자리에 대신 프렌들리 하고 유순한 사람들을 데려다 놓은 후.... 시멘트 색깔의 길과 숙소 마다마다에는 색색깔의 꽃나무들과 화초들을 심어놓고, 마을을 둘러싸는 작은 황토색 강도 그린 후 에 좀더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빠이랑 비슷해지지 않을까... 윽...뭐 이런 허접한 묘사가 다 있담...
역시나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자기가 직접 느껴봐야 할일이다. 내게는 비교적 친근하고 친절했던 이곳이 어느 누군가에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거나 더 나아가 기억하기조차 싫은 곳이 될 수도 있는법이니까...하핫~
어찌됐건 작년에 이어 다시 들러본 빠이는 불과 얼마전보다 훨씬 더 세련되지고 마을은 돈과 열정으로 치장한 듯한 모습을 풍기고 있었다. 그 변화가 좋은 쪽으로 방향을 틀어가기를 바랄뿐이다...

사진1 : 빠이 낮시장 풍경
사진2 : 팜 게스트하우스 뒷문으로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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