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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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다리...

고구마 1 445

(2003년 글입니다.) 

 

 

우리부부가 늘상 그렇듯이 현명한 생각은 왜 우둔한 결정을 내리고 난 담에야 나는 걸까...
방콕에서 매홍쏜까지 줄창 버스를 타고 갈게 아니라..카오산의 싼 여행자 버스를 타고 치앙마이까지 가서 비행기로 매홍쏜까지 들어가는게 훨씬 더 기특한 방법인데..북부정류장에서 표를 끊고 나서야 그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돈 차이도 별로 안난다...카오산의 여행자 버스가 워낙 싼 가격에 나온탓에 말이다..
방콕에서의 행복한 이틀을 보내고..오후 6시에 매홍쏜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니 버스 안에서 지낼 시간이 너무나 막막해져서 갑자기 비장해지기까지 할 정도 였다. 태국의 버스는 일관성이 없어서 일등급 에어컨 버스라도 어떤건 시설이  다른회사 이등급 버스만도 못할때가 가끔 있는데, 이번 매홍쏜 행 버스가 딱 그 모양 인거다.
장장 17시간에 걸친 좁디좁은 좌석에서의 버스여행은 그다지 할말이 없다..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 하난 확실해 진 듯...
다음날 매홍쏜에 도착해보니 발이 퉁퉁 부어올라 발등에 뼈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된되다가 혈액순환이 잘못됐는지 무릎근처가 시큰거리기까지 한다. 뭔가 위로가 필요한 내게 요왕은
‘우악! 발이 꼭 코끼리 발 같잖아..코끼리 코끼리~‘라면서 낄낄 거리더니 자기발은 하나도 안부었다며 엄청 뿌듯해 한다...흐흑...방콕에서 지뢰를 잘못 밟아 발이 엉망이 된 코끼리를 위한  도네이션 장려 포스터를 본적이 있었는데 내발이 그 모양이라면서 놀리다니....
하지만 밤이 되자 내발은 정상을 찾았고 요왕의 뱃속은 난리가 났다...흐흐흐
우리가 묵은 곳은 쫑깜 호수가 바로 보이는 쫑깜게스트 하우스인데 공동욕실인 탓에 가격이 80밧 밖에 안했다.. 그 전전날 방콕에서 마신 술 덕분에 과민성 대장염이 재발한 요왕은 새벽에 컴컴한 복도와 계단을 지나 화장실 들락날락 하느라고 몸과 마음이 다 피폐해졌다는데, 그러던지 말던지 나야 뭐 싼데다가 바로 앞에 호수가 보이는 멋진 전경 덕에 꽤 만족스런 게스트 하우스라고 생각하며 잠만 잘 잤다. 하지만 시설이 죄금 열악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듯......
매홍쏜에서는 밥 세끼 사 먹은 거 이외에는 한일이 거의 없다. 근처의 갈만한 곳(목 긴 빠동족마을이나 물고기 동굴 등등)은 이미 예전에 다 가본데다가 지금은 우기여서 트레킹을 하기에도 너무나 고생스럽고 적당치 않은 탓에 그저 매홍쏜 시내를 사부작사부작 걸어다닌게 다였다.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는 태국의 전반적인 모습과 달리 매홍쏜은 오년전이나 일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마을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음에 찾아와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다.

사진1 : 매홍쏜 시내 한가운데 있는 쫑깜호수
사진2 : 쫑깜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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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19:47  
버스 17시간 탑승이면 붓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한 체질 아닌감요?
우리 고구마님 고생 엄청 하셨네요.
하지만 도착지는 보기만 해도 좋은 매홍손.
다음 번에 가볼려고 매홍손 숙소 열심히 검색해봤는데
번잡한 숙소밀집지역 벗어나려니 마땅치가 않더이다.
어디서 묵어야 가격대비 좋을까 몰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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