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캄보디아 여행기 - 1 (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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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캄보디아 여행기 - 1 (사진 포함)

이종호 5 4487
출국 전날, 45리터 배낭과 이스트팩 백팩, 유럽에서 입을 겨울옷을 라면박스에 잘 포개어 넣어두었다.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다짐하고 결심했지만 게으른 자의 말은 결국 변명 아니던가. 새벽 세시까지 겨우 짐을 싸두고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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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전 기내에서 나누어 준 물수건과 아몬드, 싱하 맥주



다음날 여섯시에 일어나 대충 가방을 점검한 뒤,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앞 뒤로 메고 라면박스를 들었다. 이른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했기에 준비한 윈드브레이커를 꺼내 입고는 택시를 타고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분 경이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10시 30분. 나름대로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었음이 큰 오산이었다. 7시 30분에 도착한 공항버스는 이미 도착할 때부터 좌석이 가득 차 안타깝게 보내버렸고, 두 번째 도착한 버스에 겨우 올라탔다. 요금은 12,000원. 리무진 버스라지만 요금이 비쌌다. 때마침 다리 공사 때문에 차는 막히고, 시간은 없고, 앞에 앉은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다음 비행기로 바꿀 수 없느냐고 물었다. 불쌍한 사람 같으니라고. 버스가 날라가도 부족할 판에 거북이 운행이라니. 기어코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출발 한 시간 이십분 전. 샘소나이트 면세점에서 목걸이 지갑을 하나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얼른 공항세 납부, 출입국 신고서 작성, 약간의 환전을 재빨리 하고는 곧바로 타이항공 창구로 가서 보딩티켓을 받았다. 항공사 직원은 10시까지 탑승을 완료하라고 비행기 표에 적힌 시간에 동그라미까지 그려주며 설명을 해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비행기라면 누구나 약간의 긴장과 기대감을 가지기도 마련인데 워낙 바쁘다보니 긴장은커녕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때마침 공항버스 안에서 비행기를 놓친 사람을 보았기에 다른 사람일 같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속을 끝내고 짐검사를 하는데, 보딩티켓에 적힌 시간에 오버된지 벌써 10분이 넘었다. 다행히 출발 10분전에 비행기 탑승 했다. 웬걸, 자리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 옆에 매우 예쁜 승무원 발견.
‘저 제 자리가 어디인가요?’
윽, 바보같이 한국어로 물어보았었다. 타이 항공이니 당연히 태국 사람인 것을. 그러나 비행경험이 그다지 없었는지 서로 모르겠다는 얼굴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근방에 있던 아줌마 승무원이 바람같이 나타나 내 표를 보고는 친절히 좌석까지 안내해 주었다.
비행기는 40분이 되어도 출발하지 않다가 50분이 되어서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자리는 왼쪽 창가 라인의 통행로 방향 자리였다. 워낙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버릇이 있는지 좌석 때문에 내심 걱정했었는데 여행사에서 알 배려를 해준 것 같았다. 고맙기도 하지.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에는 한국어로 방송을 해주는지 낭랑한 아가씨의 목소리로 안내방송까지 해주었다. 짐을 짐칸 안에 넣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창측에는 외국인으로 생각되는 동양인 아저씨가 앉아 있었고, 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외국인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가방에서 태국 가이드 북을 꺼내어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식사시간이라고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안정된 고도가 올라가면 바로 밥부터 준다던 친척 누님의 말이 사실이었다. 메뉴는 빵 한 조각과 불고기. 생전에 저렇게 질긴 고기는 처음 먹어보았다. 도저히 씹히지 않아 우선 입 속에서 어그적 어그적 씹던 고기를 목구멍으로 꿀꺽 삼키고는 김을 꺼내어 먹어보았지만 도저히 식욕이 솟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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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이기 때문에?
서양인은 먹지 않는 김과 고추장이 있었다.




몇 숟갈 뜨지 못하고 다시 호일로 덮고는 치워주기만 기다리며 대각선 쪽에 아랍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멍하니 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빵을 반으로 가른 뒤 빵 안에 크림, 버터, 잼을 비롯해 고추장까지 넣는 것이 아닌가. 대단한 미각이었다. (그리스에서 식빵에 잼을 바른 뒤 그 위에 햄을 얹어 먹는 내 모습을 보며 뉴질랜드 녀석이 Oh~! No~!를 연발했던 기억을 상기해내었다. 그 당시 뉴질랜드 녀석 마음이 아랍인을 보는 내 마음과 비슷했을까? 생각해보니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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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아랍인 ^^




식사를 마치고, 세 시간 가량 비행했을까. 옆 아저씨를 보니 신문을 읽고 있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궁금해 신문의 활자를 가만히 살펴보니 한글이었다. 이런. 바로 인사를 하고나서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일 때문에 태국을 거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여행의 중반도 아닌 지금에서야 어떤 할 말이 있을까. 서로의 인적사항에 대해 이야기 하다 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별 다른 말도 못한 체 여행 잘 하라는 말씀과 함께 아저씨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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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고 온 타이항공 여객기




다섯 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방콕 공항 도착. 어디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 꽁무니를 좇아가니 입국심사 창구가 보였다. 그러나, 영어를 모르니 외국인 창구가 어딘지 알 수 있나. 엉뚱한 곳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 아무래도 아닌 듯 싶어 옆쪽을 보니 외국인 전용 창구가 있었다. 그 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국인 여자 두 명에게 이 곳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면 되냐고 물어보았더니 이 곳에 함께 줄을 서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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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대 앞에서 줄을 서서 심사를 받는다.



목적지가 카오산이라면 함께 가도 될 듯 싶어 어디로 가냐고 기다리다 심심해 몇마디 물었더니만 옆쪽 줄에서 두 여자의 일행들이 말을 건다. 공짜 표가 생겨 모두 함께 파타야로 놀러왔다고 한다. 할 수 없지. 패스.
입국 심사를 끝내고 일층으로 내려오자 짐 찾는 곳이 보였다. 짐 세 개를 모두 찾아 메고, 들고는 택시 기사들의 호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이드 북에 적힌 그대로 공항의 왼쪽 끝으로 계속 걸었다. 끝까지 걷자 안내 표지판에 airport bus라고 적혀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덥다’ 였다. 분명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한국의 초가을의 쌀쌀한 날씨에 적응 되어 더욱 더운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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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 정류장 앞 매표소 - 이곳에 '고우 투 카오산~'이라고 말해주면 된다.




공항버스 정류장 앞으로 가자 한국인 여자가 한명 앉아있었다. (이 누님이 캄보디아까지 함께 여행한 정흔 누님이었다.) 목적지는 카오산. 준비라고는 가이드 북 밖에 없는 덕택에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난감했었는데, 누님이 모든 준비를 해 온 탓에 고맙게도 나는 꽁무니만 보고 다니면 될 듯 싶었다. 공항 출구 바로 앞에 있는 공항버스 매표소에 ‘카오산’에 간다고 말을 하자 매표 여직원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말했다. 표를 구입하고나서 의자에 앉아 누님과 이야기를 하며 십오분 가량 기다렸을까? 매표소에서 ‘카오산’이라고 외친다. 기다렸던 A2 버스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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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 출입구 - 무척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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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천정에는 이런 벨을 누르는 곳이 있다.





버스를 타고 드디어 카오산으로 출발. 버스는 한방에 가지 않고 두어군데의 터미널을 정차하고는 카오산으로 향했다. 그 중 한 터미널에서 왠 서양인 아주머니가 낑낑 거리며 배낭을 버스에 올렸다. 도저히 안될 듯 싶어 내가 가서 가방을 들어 버스 위로 올려줬더니 웃으며 고맙단다. 검게 탄 피부와 적당히 더럽혀지고 닳은 옷가지들이 장기 여행자라고 말하는 듯 했다.
몇 군데의 정류장을 거치며 드디어 카오산 도착. 서울에서 지도만 뚫어지게 보다 온 나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더운 날씨와 수많은 노점들, 첫 여행지이니 그럴만도 싶었다. 지도와는 달리 누님과 나는 엉뚱한 곳으로 홍익인간을 찾으러 다녔고, 결국 카오산 맞은편의 사원에서 헤메다, 한글 간판을 보았다는 일본인의 도움으로 홍익인간을 찾았다. 홍익인간에 처음 들어가 짐을 맡기려고 말을 해보니 하루에 10밧이라고 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씀하시는 아저씨의 말은 고마웠지만 말투와 분위기에 누님과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DDM의 위치를 묻고는 DDM으로 향했다.
DDM에 도착해 짐을 풀고나서 샤워를 끝내고, 누님과 나는 카오산으로 향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비가 올 듯 싶어 카오산의 골목을 뒤지다 식당의 노천에 자리를 잡고 샌드위치와 볶음 국수를 시켰다. 물론 팍치를 빼달라는 말과 함께. 처음 먹는 태국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향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물론 배가 고팠기 때문에 뱃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밥을 먹고 나오자 비가 꽤 내렸다. 그대로 의자에 앉아 기다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차피 한 시간정도 내리고는 그친다는 말을 숙소에서 들었기에 음식값을 계산하고 거리로 나왔다. 아, 그런데 버스 안에서 가방을 들어 도와준 서양인 아주머니가 이쪽으로 걸어오는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더니 모자를 벗어서 그랬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얼른 모자를 쓰고 웃었더니 그 때야 알아보았다. 몇마디를 나누고는 여행 잘 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헤어졌다. 그 몇 마디 중 나에게 ‘싱가폴 사람이냐’라는 질문도 받았다. 어차피 그들이 코리아를 잘 모른다 해도 싱가폴은 쉽게 입에서 회자되는 나라 이름이 아니어서 아주머니의 질문을 받고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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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받은 버거킹 홍보물 -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누님과 카오산 거리의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해서 마시기도 하며 다섯 바퀴는 돈 것 같았다. 과일 가게를 찾았지만 없었고, 수건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비싼 가격에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샴푸와 비누대신 쓸 크림을 구입했다. 카오산의 분위기를 대충 익히고 숙소의 일층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을 예약한 뒤 숙소로 올라가 첫날의 여행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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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로드의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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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레아공주 2003.12.25 19:39  
  저번여름에 비오는 카오산이 생각이 나네요...
samui 2003.12.25 20:56  
  역시 카오산은 나이트타임이 적합하군요 <br>
재미있는 여행이 되셨기를......
archigulf 2003.12.26 10:45  
  앞으로 더더욱 흥미진지해 지겠는걸...
63634 2003.12.26 12:54  
  가고 싶다 그곳에 앞으로 죽을
파자마아줌마 2004.01.02 02:35  
  재미나여~~상세한 설명과 덧붙혀진 사진들~~다시한번 태국여행을떠오르게하네요~~~ ^^ 앞으로도기대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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